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에서 7억 원 규모의 비리가 발생했습니다. 감사원은 이 사실을 알렸고, 게임위는 잃어버린 신뢰를 찾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9월 16일, 게임위의 3차 게임이용자 간담회가 열렸고, 기관을 맡고 있는 김규철 위원장은 이 자리에 오지 않았습니다.
정우택 의원실과 유동수 의원실에서 근무했던 박종현 전 선임비서관은 게임이용자 자격으로 지난 제3차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다년간 국회에서 일했던 그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법안(2015), 컴플리트 가챠 금지법, 히오스법, 문양사태 방지법 등의 입법과정에서 실무를 봤습니다. 지난해에는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운영 사태에서 이용자 측을 지원하는 등 여의도에서 게임 관련 정책의 입안에 특화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힙니다.
박 전 비서관은 이번 간담회 또한 지난 1, 2차 간담회와 마찬가지로 실망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게임위는 지금까지도 왜 게임이용자들이 분노했는지, 어떻게 다시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비판합니다.
총 세 차례에 걸쳐서 지난 간담회가 왜 실망스러웠는지, 게임위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게임 등급분류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함께 알아봅시다.
박종현 전 선임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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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의 3차 간담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1, 2차 간담회와 마찬가지로 매우 실망스러운 자리였습니다.
게임위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계기인 <블루 아카이브>의 등급 조정, 게임물 관리 시스템(GMS) 구축 사업비 횡령 의혹 재조명, 국민감사청구를 위한 연대서명까지 일련의 사건으로부터 약 1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게임위는 지금까지도 왜 게임이용자들이 분노했는지, 어떻게 다시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 허울뿐이었던 게임위 간담회... 혁신 의지에 물음표
간담회의 구성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습니다. 게임이용자들께서 게임위와 관련해 알고 싶은 내용은 크게 ‘게임이용자의 눈높이에 맞는 등급분류 개선방안’, ‘사실로 드러난 게임위의 비위의혹에 대한 후속조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위가 준비한 발표자료 5건 중 이용자들이 알고 싶어했던 내용은 가장 마지막에 배치된 조직혁신 추진현황 하나였고, 그 외에는 현행 등급분류 기준, 게임 이용자 보호 제도, 모니터링과 직권분류 운영, 사후관리 등 자신들의 업무 소개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자연히 발표 도중 해당 내용들은 사전에 자료를 배포하거나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으로 홍보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참석자들의 항의가 나왔고, 질의응답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번 간담회에서 게임위에 묻고 싶었던 것은 게임위가 이용자들을 위해 진정으로 혁신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여부였습니다. 국민감사청구 연대서명 직후인 지난해 11월 10일, 게임위는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게임위는 당시 논란이 되었던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게임물의 등급분류 심의 통과와 <블루 아카이브>가 청소년 이용불가로 등급이 상향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게임도 하나의 창작물로서 표현의 대상인 만큼, 법률에 명확한 등급분류 거부 근거가 없다면 게임물의 유통이 가능하도록 등급을 부여하는 것이 맞습니다. 문제는 게임물과 도박의 경계에 대한 법적 규정입니다. 여기서 일반 게임물과 아케이드 게임물의 판단 기준이 달라집니다.
게임물과 도박의 경계에 대한 법적 규정에서 일반 게임물과 아케이드 게임물의 판단 기준이 달라집니다.
게임물이 도박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게임과 도박의 경계를 구분하는 기준을 폭넓게 규정하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나 게임위가 게임인지 도박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방식은 불가능합니다.
현재 아케이드 게임물을 제작 및 판매하는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단 한 번만 그물을 통과하면 이후로는 같은 방법을 통해 등급분류 심의를 통과할 수 있습니다. 그 통로를 찾기 위해 업체들은 수많은 소송을 제기해 일종의 ‘오답노트’를 만들었고,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당장 이번에 이슈가 된 <ㅂ 모 게임>도 두 차례의 등급분류 거부 이후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해 전체이용가를 획득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유튜브 중년게이머 김실장 채널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분석한 영상이 있으니 이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ㅂ 모 게임>에 전체이용가 등급을 준 것은 현행법상 납득할 수 있지만, 해당 게임을 비롯해 유사한 아케이드 게임물들이 현재 도박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게임위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법률의 개정은 국회의 역할이지만, 게임위도 법률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써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입법부에 개정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많은 공공기관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제3차 간담회에서 저는 같은 질문을 다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임위는 경찰과 함께 불법 도박 게임물 단속에 나서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들은 법률 개정에도 가장 적확한 자료입니다.
특히 제가 생각하고 있던 개정안 초안이 현행법에서도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이를 위하여 진열·보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게임물 내의 소위 ‘딥스위치’와 같은 설정 변경을 통해 도박물로 이용될 수 있는 게임물의 등급분류 거부를 가능하도록 하는 안이었기 때문에 이 자료는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간담회 이후 저는 게임위 측에 현재 게임위가 파악하고 있는 불법 변태 영업에 대한 정보를 수 차례 요청했지만, 이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백서를 통해서도 일정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등급분류 경향이나 단속 실태에 따른 불법 영업의 트렌드 변화, 일선 현장의 고충 등을 세밀하게 파악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게임위 측은 제 질문에 지난 2020년 이상헌 의원께서 대표발의하신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 사행심 유발 우려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등급분류 결정을 지체 없이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답했습니다.
해당 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보다 효율적인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법률 개정은 입법부의 역할입니다. 해당 법률을 대표발의하신 의원님도, 국회에서 다년간 재직했던 사람도 특정 법률이 통과될 지 여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입법 공백을 막기 위해 행정부는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시행령, 게임위 규칙 등 자체적으로 규정을 개선해 현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제가 묻고 싶었던 게임위의 노력도 법률 개선을 위한 지원과 시행령 등 행정부 내의 자체규정 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변화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개선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했던 ‘<ㅂ 모 게임>에 전체이용가 등급을 부여했던 이유’를 그대로 이번 제3차 간담회에서도 듣게 된 점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습니다.
게임위의 2023년 1월 간담회
감사원의 감사결과보고서 발표 이후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실망이 컸습니다. 현재 게임위는 감사원이 조치할 것을 통보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감사원이 지적한 것 외에도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음에도 감사원이 지적한 범위 밖으로는 상황을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예로 지난 2020년 게임위 내부 징계위원회에서 내부감사팀이 징계위원들에게 GMS 구축사업이 완료되었다고 거짓 보고를 해 문체부로부터 중징계 요구를 받았던 담당자가 3개월 감봉이라는 경징계만 받고 타 공공기관으로 이직한 사례를 꼽을 수 있습니다.
국민청구감사 당시 이 내용도 청구사안에 들어가 있었지만 이 부분은 감사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 없이도 바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 정도로 혐의가 명백한 사안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감사원이 감사결과보고서에서 통보한 내용 외에는 어떠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습니다.
자체 혁신안으로 제시한 본부장급 인사들의 사퇴도 곱게 바라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지난해 예산 심사 당시 게임위는 부실한 운영으로 여러 의원들의 비판과 감액 대상에 올랐고, 당시 게임위 측은 혁신을 위해 본부장급 인사들의 사퇴를 이야기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해당 안은 예산 결정 이후 유야무야 넘어갔고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발표 이후에야 실행되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서 사실로 확인된 게임위의 비위행위
저는 이번 간담회와 게임위의 행보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자신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 대상인 게임이용자들의 요구에 대한 이해도, 이해할 생각도 없이 우리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고 여러분과 소통한다고 주장하기 위한 보여주기라는 혹평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당장 1, 2차 간담회에서도 실황중계 및 현장녹화를 허용하지 않아 논란이 되었는데도 이번에도 이를 막은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개인정보가 문제라면 참석 신청을 받을 때 현장 중계에 대한 내용을 안내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받았으면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이는 게임위의 현 주소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게임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도 짚어보겠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