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업의 증권신고서가 5월 20일에 나왔습니다.
증권신고서는 IPO 절차에 돌입하기 전에 증권을 공모하기 전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로 매출에 관한 사항, 사업에 관한 사항, 발행인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는 서류입니다. 비교적 어려운 문서이니 이를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식적인 IR자료가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일부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과 추정을 담았으며 회사의 이야기와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상민의 돈돌이가 보는 게임. /편집= 김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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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는 기업의 IPO가 이루어지면 ‘누구누구 CEO가 몇조 부자 돈방석에 앉았다’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아댑니다. 그런데 사실, CEO를 돈방석에 앉히려는 게 증권 공모의 목적일 리가 없습니다. 그 약삭빠르고 수지타산에 누구보다 밝은 금융권 사람들이 왜 남 좋은 일을 시키려고 공모에 참여를 하겠습니까? (조크를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시면 곤란합니다. 저도 금융권 사람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형성되면, 투자를 받습니다. 능력과 아이디어가 있는데 자본금이 부족하여 사업이 불가능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주식회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입니다. 초기에 자본을 투자하면 나중에 잘 되었을 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고 배당금이 상승하니, 이를 신뢰하고 자본을 투자하여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계산입니다. 전망이 정말로 좋다면 사업의 ‘파트너’가 되는 것입니다.
대출을 통한 창업의 사례 (출처 : 삼국지13PK)
<삼국지>를 보면 손책이 옥새를 담보로 원술에게 병력을 빌리는 대목이 나옵니다. 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반면, 대항해시대 당시 신대륙으로 항해하여 후추와 금을 한 가득 싣고 오면 일확천금을 누릴 수 있었지만 폭풍우나 해적등의 위협으로 인하여 아주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배를 한 척 띄운다는 것은 대규모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웬만한 일개 학자나 군인 출신이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입니다.
때문에 스폰서를 만나 투자를 받고, 이를 토대로 투자한 금액 등에 비례하여 스폰서에게 성과를 나눠주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스폰서의 입장에서는 배 한 척이 침몰한다고 해서 대규모 손실을 보는 것이 아니고, 여러 탐험가에게 나누어 지원하여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 가능해 졌습니다. 또한, 탐험가들도 탐험 계획 구상부터 시작하여 배를 구입할 자본을 마련하는 것 까지 모두 스스로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투자가치를 보는 스폰서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도 똑같습니다. 아이디어와 능력이 있는 기업가가 창업을 하기 위해 계획을 설명하고(IR : Investor Relations) 투자를 받아(자금조달) 사업의 성과가 나면 이를 주주에게 공유하는 행위입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전문 투자자(엔젤, VC 등)의 투자를 받아 시작을 하다가, 규모가 꽤 커지는 경우에 더 폭넓은 범위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하여 공모를 합니다.
물론 기존 주주의 지분 매각이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상장을 함으로서 대외 신인도가 올라가는 효과도 있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는 스마일게이트와 같은 사례도 분명 존재는 합니다. 증권가에서 스마일게이트 또는 스마일게이트RPG의 상장에 대한 소문이 여러 번 나왔지만, 스마일게이트는 현재 상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모쪼록 이런 기업을 우리는 비상장 기업이라고 합니다.
스폰서를 찾아 투자를 받는 것은 주식 상장과 유사하다 (출처 : 대항해시대3)
이 때문에 증권신고서에는 '공모 자금을 어디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 나옵니다. 설비투자, 운영자금 등 세부 사항으로 나누어 기재하게 되어 있습니다. 시프트업도 당연히 그런 계획을 증권신고서 상 서술하여 제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간혹 여유자금이 생기고 예금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수요는 늘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이라는 게 예금 이자 수준의 수익을 노리고 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당연히 더 높은 수익을 노리고 합니다. 그리고 당장의 개발비, 설비투자비 등이 손에 쥐어진다면 더 높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업은 늘 있습니다.
나의 여유자금 100만 원이, 사업가에게는 더 가치있는 100만 원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나의 여유자금 100만 원을 은행에 넣어봐야 5% 남짓의 이자를 받지만, 사업가는 사업이 잘 맞아떨어지면 그 이상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나, 은행의 대출과 달리 주식 공모는 이자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사업의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상의 기본 설명을 마치고 사업보고서를 함께 읽어봅시다.
이 내용은 시프트업 주식 725만주를 모집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희망 공모가액은 47,000~60,000원이며, 이는 시프트업 측이 1주당 받고 싶어하는 가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대가로 시프트업 측이 손에 쥐게 되는 금액은 3,407.5억 원입니다.
이 3,407억 원이라는 숫자는 공모가의 하단인 47,000원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며, 만약 시프트업의 공모가 상단인 60,000원에 이루어지게 된다면 시프트업 측은 공모의 결과로 4,350억 원을 손에 쥐게 됩니다.
여기서 알아두셔야 할 것은, 공모가 범위의 하단이 47,000원이며 공모가 범위의 상단이 60,000원임에도 불구하고 ‘공모가 상단 초과’라는 개념이 있다는 점입니다. 혹은 하단 미달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너무 인기가 좋아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모 참여가 상단인 60,000원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반면, 너무 인기가 부진하여 공모가 하단인 47,000원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공모가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공모가 상단 초과로 인하여 공모가가 60,000원을 초과할 시 시프트업이 실질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4,350억 원을 상회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청약기일은 청약 신청을 하는 날짜로 6월 18일~6월 19일입니다. 청약 신청을 하고 돈을 납입해야 하는 납입기일은 6월 21일입니다. 이 상장 업무를 주관하는 증권사로서 한국투자증권, JP모건, NH투자증권이 있으며 상장업무를 하지는 않으나 IPO 과정에서 참여하는 인수회사로서 신한투자증권이 있습니다.
나머지 내용은 청약의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으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증권신고서에서는 ‘이 투자에 참여하게 될 시, 이런 위험이 예상됩니다’라는 내용으로 투자 위험요소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IPO 과정에서 거래소나 증권가로부터 지적받은 내용들을 주로 나열을 하는데, 정말 핵심적인 위험들도 기재가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꼭 시프트업 IPO가 아니더라도 공모주 투자에 참여하려는 이들은 이를 반드시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해당 산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읽기에 무리가 없도록 용어 정의부터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읽을 수 있는 문서입니다. 간혹 ‘이런 것 까지 굳이 써야하나?’ 싶을 정도로 자세합니다. 이를테면 시프트업 증권신고서에서는 ‘모바일 게임’과 ‘PC 게임’, ‘콘솔 게임’의 용어 정의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당연히 아는 내용이겠지만, 게임을 해보지 않은 50~60대도 이 문서를 어떻게든 볼 테니 말입니다.
시프트업 증권신고서에는 모바일 게임의 정의부터 시작하고 있다. (출처 : 증권신고서)
정말 위험한 요소의 경우에도 꼼꼼히 정리를 해주는데, 시프트업의 경우가 아닌 최근 다른 회사의 IPO에서는 대표이사가 배임혐의로 이슈가 된 적이 있다는 등의 이야기까지 다 적어놨습니다. 그렇지만 시프트업의 경우에는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라고 보이는 것은 없다고 판단이 되어 투자 위험에 대해 생략합니다.
그러나 매우 꼼꼼하게 지적 및 검토가 된다는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하나의 내용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바. 특정 게임 의존도 관련 위험'입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바쁘신 분들은 글상자를 생략하고 바로 본문으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바. 특정 게임 의존도 관련 위험
<승리의 여신: 니케>는 당사 영업수익의 97.6%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당사의 재무적 성과 및 성장성은 <승리의 여신: 니케>의 라이프사이클 장기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사는 <승리의 여신: 니케> IP의 라이프사이클을 장기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당사의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승리의 여신: 니케>는 출시 1.5주년을 맞이하였음에도 매출 및 이용자 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출시 후 시간이 경과할수록 다양한 이유로 인해 하향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이며, 하향 안정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을 주된 전략으로 합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 니케>는 2023년 여름부터 이용자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편 당사는 내부적으로 신작 개발에 대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와 같은 새로운 장르 또는 신규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신작 게임 개발 시 이용자의 선호 및 수요를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또한, 개발 및 런칭 과정에서 막대한 개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작 개발은 출시일정 지연 및 개발비용 초과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만약 당사가 새롭게 개발한 게임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당사의 사업,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출처 : 증권신고서)
쉽게 풀어 설명드리자면, “너희 <니케> 원툴 회사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시프트업측이 장문으로 의존도가 높기는 하나 <승리의 여신 : 니케>의 라이프사이클을 늘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1.5주년을 맞이한 현재도 안정적인 유저 지표를 유지하고 있음을 장문으로 서술한 바 있습니다. 하다 못해, 역대 이벤트 내역도 줄줄이 나열하는 성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스텔라 블레이드>를 출시하여 활발히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2024년 영업 수익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27년 이후 <Project Witches>의 출시를 목표로 개발 진행 중이며, 이후 기존 IP에 대한 의존 없이도 흥행할 수 있는 신규 IP 개발 역량이 있는 회사임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이는 꽤 장문의 글이고 시프트업 측의 노고가 충분히 드러나는 글이므로 진짜로 투자를 하실 분이라면, 시간을 들여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인수인의 의견입니다. 여기는 주관사가 실사를 나간 이후 공모가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밟았던 절차 등을 상세하게 풀어 써 나갔습니다. 공모가라는 것이, 시프트업이 막연하게 이 정도를 받고 싶다고 자의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분석기관이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비교대상군을 선정하여 제시한 가격입니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애초에 시프트업 자체가 글로벌 게임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매출의 8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외화벌이의 역군입니다. 그런데 국내 게임사들은 대부분 국내 및 대만에 매출이 편중되어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콘솔 게임을 만들어본 이력조차 없는 게임사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시프트업을 평가하는 데 해외 게임사를 비교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은 적절한 이야기가 맞다고 봅니다.
통상 IPO를 시행하는 데 있어 해외사를 비교대조군으로 선정하는 것은 고평가 논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양심없는 밸류에이션(Valuation)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에 따른 논란이 뒤따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시프트업은 국내 게임사 중 유례 없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회사의 특수성 때문에 해외 평가가 일리가 있는 방법론이라고 보입니다.
때문에 해외 게임사를 비교 대상으로 선정하였다고 해서 고평가 논란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우대’ 해 줄만한 자격이 있는 회사라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또한 현재 스퀘어에닉스와 카도카와 등이 대단한 고평가 회사도 아닙니다.
시프트업은 증권신고서에서 블룸버그 산업분류(BICS : Bloomberg Industry Classification Standards) 상 분류가 게임 산업(Video Games)에 속하였으며 한국 거래소 및 적격 해외증권시장 내 상장된 회사 191개를 선정하였습니다.
여기서 너무 영세한 게임사를 제외하기 위해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10조 원 이하 기업들 중 적자 회사를 제외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10개사가 나옵니다. 스퀘어에닉스, 세가사미 홀딩스, 사이버어젼트, 엔씨소프트, 플레이키타 홀딩스, 코에이테크모, 카도카와,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헬로그룹, 믹시입니다.
여기서 영위하는 사업이 비슷해야 합니다. 시프트업은 글로벌 흥행 서브컬쳐 게임인 <승리의 여신 : 니케>와 AAA급 콘솔 게임인 <스텔라 블레이드>를 개발한 회사입니다. 위에서 언급된 10개의 회사는 MMORPG, 캐쥬얼게임, 온라인 카지노 등 다양한 게임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비슷한 특성을 가진 회사를 선정하기 위해서 AAA급 게임 개발사 또는 서브컬쳐 게임사를 선정해야 합니다.
때문에 2023년 기준 글로벌 Top 10 서브컬쳐 모바일 게임 개발사 또는 Top 20 콘솔 게임 개발 이력이 있는 기업을 3차 비교기업으로 선정하였습니다. 2023년 글로벌 Top 10 서브컬쳐 모바일 게임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증권신고서)
<승리의 여신 : 니케>가 <우마무스메> 또는 <프로젝트 세카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주모’를 소환하고 싶어지는 대목입니다.
시프트업은 이미 글로벌 Top10 서브컬쳐 모바일 게임 개발사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상장사는 사이버에이전트(Cyberagent)가 해당이 됩니다. <우마무스메>와 <프로젝트 세카이 : 컬러풀 스테이지! Feat. 하츠네 미쿠>를 개발한 회사입니다. 이 말인즉슨 시프트업은 사이버에이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해도 되는 게임사라는 이야기입니다.
다음으로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Circana가 발표한 2023년 판매량 Top20 비디오 게임 개발사는 다음과 같이 조사되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16>을 만든 스퀘어에닉스와 자회사 프롬 소프트웨어가 <엘든링>을 만든 카도카와 그룹이 포함됩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과를 생각하면 <파이널 판타지 16>을 만든 스퀘어에닉스 정도의 밸류에이션을 인정해도 괜찮지 않겠냐는 것이 증권신고서의 제안입니다. 실제로 <스텔라 블레이드>는 <파이널 판타지 16>에 이어 PS5 게임 중 매출순위 1위를 지속적으로 차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종적으로 JP모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비교 대상으로 스퀘어에닉스, 카도카와, 사이버 에이전트를 선정하였습니다. 말 되는 이야기입니다.
소니의 세컨드 파티라는 계약을 이끌어낸 시프트업의 입지와, <파이널 판타지 16>과 경쟁하고 있는 <스텔라 블레이드>를 생각하면 스퀘어에닉스와 비교하는 게 맞고, <우마무스메>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인기를 끌고 있는 <승리의 여신 : 니케>를 생각하면 사이버 에이전트와 비교하는 것이 꽤 타당합니다.
또한, <니어 오토마타> 또한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스토리로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 <스텔라 블레이드>와 유사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스퀘어에닉스는 아케이드 게임과 출판업도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프트업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MMORPG인 <파이널 판타지 14>가 매출 주력이라는 점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니어 오토마타>와 <스텔라 블레이드>의 유사성에 주목 (Source: Square Enix)
사이버에이전트는 일본의 IT/미디어 대기업으로 아메바 블로그, 인터넷 TV, 광고대행, 게임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매출 비중은 광고 52.5%, 게임 24.5%, 미디어 18.9%, 기타 3.5%로 광고관련 매출이 절반 이상이라는 차이가 있으나, 영업이익의 비중으로 보면 게임 65.4%의 기여도를 차지하고 있어 게임사로 볼 여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증권신고서의 내용입니다.
사이버에이전트 산하 사이게임즈의 대표작으로는 <아이돌 마스터> <그랑블루 판타지>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 <우마무스메 : 프리티 더비>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서브컬쳐 게임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수한 IP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프트업과 유사성이 존재합니다.
카도카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회사인 프롬소프트웨어는 <다크소울> <엘든링> <세키로>를 개발한 바 있으며 텐센트와 소니의 투자 유치를 받아냈다는 점에서 시프트업과 유사성이 있습니다. 이는 판매량 측면에서 <엘든링>과 <스텔라 블레이드>를 비교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업의 유사성이 존재하며, 자체 개발 IP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애니메이션, 굿즈 등으로 IP 기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카도카와 역시 출판업이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는 사업구조가 차이가 있습니다.
이 3개의 비교 대상 기업인 카도카와, 사이버 에이전트, 스퀘어에닉스의 가치를 비교하기 위하여 PER(주가 이익 비율, Price Earnings Ratio)을 사용하였습니다. 기업의 1주당 주가를 주당 순이익(EPS, Earnings Per Shares)으로 나누거나, 시가총액을 기업의 순이익으로 나눈 개념입니다. 스퀘어에닉스의 PER은 40.66배, 사이버 에이전트의 PER은 41.33배, 카도카와의 PER은 35.75배입니다. 이를 평균을 낸 39.25배를 시프트업의 가치평가에 사용하였고, 적정 가격은 70,421원으로 산정하였습니다.
비교기업 PER 산정
다만, 적정 가격으로 IPO를 하면 아무도 사지 않을 테니 ‘이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투자자들이 참여를 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5년간 IPO 시장에 참여한 기업들의 할인율을 적용하여 14.80%~33.26% 더 싸게 적용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로 제출했습니다. 이렇게 도출된 가격이 47,000원~60,000원인 셈입니다.
사업가는 공모를 통하여 자금을 회사에 조달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 단순히 CEO를 돈방석에 올려놓기 위해 공모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공모 자금을 획득하면 어떻게 쓸 지를 서술합니다. 시프트업 측은 다음과 같이 자금의 사용목적을 밝혔습니다.
시설 자금 964억 원, 운영자금 2400억 원
먼저 운영자금입니다. 크게 기존 IP 강화와 신규 IP 개발에 돈을 쓰려고 합니다. 먼저 <승리의 여신 : 니케> IP의 가치 제고 및 PLC 장기화를 통하여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하고자 컨텐츠를 만들고, 중국 서비스 확장을 위하여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2027년까지 총 66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현재 ‘NIKKE실’의 인원이 142명이며 대부분 개발인력이라고 합니다. 중국 서비스를 감안하여 신규 채용 인원을 20명 충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로 <스텔라 블레이드> IP에 660억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스텔라 블레이드실의 인원은 98명이며, 기존 개발 인력은 후속작 개발에 투입된다고 합니다. 또한 시스템 오류 및 버그 등에 대응하기 위해 5~10명 수준의 패치 인력을 배치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2024년까지 120여 명의 정원을 두고 인력을 충원하며, 확장팩 및 시리즈화, DLC 개발에 돈을 쓸려고 한다고 합니다.
또한 신규IP로는 게임 언론에서 화두가 되었던 <Project Witches>입니다. 여기에 2027년까지 총 1,010억 원을 쓸 예정이라고 합니다. 2~3년 주기로 신규 프로젝트 개발을 추가할 계획이며, 2026년부터는 신규 프로젝트가 추가로 착수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 AI 개발 역량 강화에 70억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시설투자입니다. IP 확장 및 신규 프로젝트 개발 확대에 따라 인력이 늘어나니, 2027년 기준 임직원은 총 550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옥을 지을 예정이라고 하며, 비용이 총 964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상의 내용을 공모주 펀드 매니저의 시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창세기전 3>시절부터 김형태 대표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으나, 이를 배제하고 철저하게 금융업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주주 구성현황 및 보호예수, 유통물량을 정리하였습니다. 보호예수라 함은 특정 기간동안 매도가 불가능함을 의미합니다. 기존 발행주식은 50,775,720주이며 여기에서 신규 공모 주식은 7,250,000주입니다.
공모주 펀드매니저가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유통 가능 물량입니다. 즉, 상장 당일 매도가 나올 수 있는 물량이 전체의 몇 %가 되느냐를 봅니다. 상장하자마자 매각하여 주가가 폭락하는 참사는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상 이 비율이 30% 이하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에서 안전하다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시프트업의 경우 특이하게, 이 물량이 현저하게 적습니다. 30%만 되어도 감사한데, 18%로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상장 당일 매도물량이 현저하게 적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때문에 당일 매도하면 치킨값은 나오지 않을까? 라는 행복한 그림을 그려보게 됩니다.
그리고 시가총액이 4조 원대이다보니 규모가 큰 운용사도 물량을 받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지만, KOSPI 상장 기업이다보니 향후 KOSPI 200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때문에, 해당 이슈를 생각하면 KOSPI 200 또는 KOSPI 지수를 추종해야 하는 펀드매니저의 입장에서는 이 주식은 사실상 ‘필수템’이라고 보입니다. 이를 실수요라고 합니다.
공모후 주주현황 및 보호예수
또한 주식매수선택권이 1,386,000주가 존재하는데 이는 공모후 발행주식 총 수의 2.4%로 높지 않고, 전환사채(CB), 주식관련 사채 및 상환전환우선주 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향후 주식의 1주당 가치를 희석시킬 요인이 크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1주당 시프트업의 가치는, 시가총액을 주식수로 나누듯 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순이익은 변동이 없는데 주식매수선택권이 행사되어 주식수가 늘어나면 1주당 순이익이 줄어듭니다. 이를 순이익의 희석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수준이 2.4%로 미미하여 큰 영향은 없다고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실적을 살펴보겠습니다. 2020~2021년 영업적자를 지속하던 시프트업은 2022년 니케의 런칭과 함께 다이나믹한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21년과 대비하여 매출은 약 10배로 늘어났고 영업이익률은 66%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하였습니다. 2024년 1분기도 수익성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주) 24년 1분기 실적은 이해를 돕기 위해 연환산하여 x4 하였음
현재 2024년 1분기 실적은 <스텔라 블레이드> 매출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수치입니다. 그리고 주식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현재 실적보다 미래의 전망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전망이라는 것은 자의적이고, 증권신고서는 공적 문서이기 때문에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하였습니다. 그러면 2024년과 2025년 실적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를 IR에서 ‘가이던스’라는 이름으로 언급을 합니다. 회사에서 생각하는 목표치/전망치를 일컫습니다.
올해 가이던스가 정확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1000억~2000억 사이 어딘가라고 가정을 해 보겠습니다. 1500억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주 : 이 글의 목적은 증권신고서를 함께 읽는데 있지 증권 전망을 하는데 있지 않으므로 편의상 설정한 숫자입니다. 따라서 이는 증권 전망을 위한 숫자가 아니므로, 정확한 숫자는 시프트업 측의 가이던스를 참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스텔라 블레이드> 판매가 온기 반영되고 <승리의 여신 : 니케>가 판호를 받는다면 2,000억도 가능하겠지만 이는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은 아닙니다. 때문에 가이던스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향후 IR등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던 것은 시프트업 4조 IPO 소식을 듣고 오히려 게임업계에서 시프트업을 저평가하는 경향이 너무 많았다는 점입니다. “시프트업 4조는 거품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는 게임업계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니케>가 창출하는 순이익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몰라서 나오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상식적인 수준의 가치 평가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당장 엔씨소프트가 올해 1,600억 원을 벌 것으로 전망되고 시가총액 4.3조 원인데, <스텔라 블레이드> 없이도 1,000억 원을 번 시프트업이 4조 원인게 왜 이상하냐고 반문을 하는 것이 좀 더 타당한 이야기 아닐까요?
엔씨소프트는 24년 전망치 기준으로 PER이 26.92배, 크래프톤 15.43배, 넷마블은 무려 2026년 기준 28배입니다. 그래서 올해 1,500억 원의 순이익과 대략 PER 25배를 준다고 가정하면, 주당 순이익은 2524.8원이므로 63,119원이 적정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는 시가총액 4조 원에 해당합니다. 만약 이것보다 더 성장이 열린다는 꿈이 있으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해 스퀘어 에닉스와 비교할 것도 없이 엔씨소프트 수준의 PER을 줘도 시가총액 4조 원이 설명이 되기 때문에 고평가에 대한 논란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추후 KOSPI 200에 편입되는 것이 당연한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특례편입은 불가능합니다. 특례편입은 시가총액 50위 이내여야 합니다.) 이를 감안한 펀드매니저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더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유통 물량이 18%에 불과하여 다소 치열한 경쟁률이 예상되는데, 물량을 더 받기 위해서 보호예수 (락업)을 고민하는 투자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KOSPI 200 편입까지 생각하면 6개월 락업도 생각보다 많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높을 것을 시사합니다.
오히려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다른 이슈들입니다. 먼저 <승리의 여신: 니케>가 판호를 받고 정말 중국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중국 특유의 검열, 규제로 인하여 시프트업 특유의 그림체가 훼손되지 않겠냐는 피드백이 있고, VPN을 통하여 글로벌서버로 이미 플레이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피드백이 존재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논의할 능력도 안되므로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2027년 <Project Witches>의 런칭까지 신작 공백이 너무 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 동안은 시프트업이라는 회사가 성장을 할 건덕지가 크게 없습니다. 중국 판호와 <스텔라 블레이드> PC 이식 정도가 있을텐데 무언가 좀 심심합니다. 결국 게임주는 신작을 통한 흥행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히려 신작 공백으로 인한 무관심이 시프트업에 추후 리스크라고 보는 것이 더 맞아 보입니다.
향후 증권 발행실적 보고서를 보시고 3,6개월 락업이 생각 이상 많다면 Post IPO 전략을 고민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는 과거 글에서 언급한 바 있으므로 이를 참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프트업을 비롯하여 이 글을 보시는 게임사 관계자분들께 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게임 산업의 특성상 신작의 공백은 어쩔 수 없는 구간들이며 이로 인하여 신작 공백 기간에는 투자자들이 다소 게임주 투자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경향성이고 투자자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주식을 매입합니다. 주식 투자는 미래의 명목이익을 거래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게임산업은 업의 특성상 현금성 자산이 다소 풍부하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물론 개발비 및 미래를 위한 투자가 현금 사용처의 1순위가 되겠지만, 회사를 믿고 과실을 함께 영위하고자 하는 선량한 주주를 위하여 자사주 매입 또는 배당 등을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는 신작 공백 기간동안 주주가 주식을 보유할 근거가 되며 나아가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스톡옵션의 가치가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직원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으며, 향후 자금조달이 필요할 시 유리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상으로 시프트업 증권신고서 읽기를 마치며, 시프트업 상장이 게임주의 센티멘트를 긍정적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