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에 계신 분들도 기자와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취재를 하다 보면 자주 드는 생각입니다. 매일매일 이슈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잠시 차 한 잔, 술 한 잔 기울이며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멋진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 뜨거운 현안들로 담소를 나눠보는 코너 '인디 한 잔'입니다.
같은 말도 누가 언제 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알로하팩토리 이호진 대표의 "결국 게임의 재미가 중요하더라"는 답변은 전혀 뻔하지 않았고, 오히려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떤 맥락이, 당연할 수도 있는 말을 남다르게 만들었던 걸까요?
디스이즈게임은 게임과 논게임 사이의 경쟁과 마케팅 과열 때문에 모바일게임 시장이 힘들다-는 주제를 최근 계속해서 전달해드리고 있습니다. 특히 마케팅 비용에 대한 부담은 인디, 중소 개발사들이 시장에 신선한 게임을 선보이는 데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게임 개발 비용에 못지않은 부담이 되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종종 나오고 있죠.
그래서 적잖은 개발사들이 모바일이 아닌 PC, 콘솔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장에서든 '게임의 재미'를 배제하고 생존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마케팅팀, 사업팀에서의 이력을 가진 이호진 대표가 마케팅에서의 강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떻게 게임의 재미를 전달할지"를 더 고민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본질을 놓치지 않아야, 마케팅도 도약의 날개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이제 왜 이번 [인디 한 잔]의 제목을 "배꼽이 되느냐 날개가 되느냐의 기로에서"라고 지었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중소기업벤처부가 최근 선정한 아기 유니콘 50개사 안에 들었던 알로하팩토리는 어떤 성장을 꿈꾸고 있었을까요? 이호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기자도 시선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생존이 용이한 시장과 도약을 꿈꿀 수 있는 시장은 다르다는 점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죠.
이호진 대표는 논게임 업계에서 마케팅 분야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네오위즈에서 마케팅 팀장, 사업팀장을 거치며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유저 행동 분석 등을 바탕으로 대중의 시선을 느끼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과정을 익힐 수 있던 기회였죠. 이후 잠시 논게임 분야에서 비즈니스 M&A를 다루다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고민이 많던 시기에 다시 게임으로 돌아가 보자는 마음이 들어, 컴투스 신사업전략실에서 M&A를 중심으로 커리어를 이어갔습니다.
당시 컴투스는 비주얼노벨, 방치형 게임 등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업 다각화를 꿈꾸며, 데이세븐, 마나코어, 노바팩토리 등을 인수했죠. 2018~2019년 이호진 대표가 주목했던 것은 "광고 수익" 규모의 변화였습니다. 짧은 단위의 광고로 광고 수익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며, 비구매 유저가 95% 이상 되는 모바일게임 시장 업계에서, 비구매 유저를 위한 게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했던 것이죠.
그렇게 그는 2019년 "콘텐츠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비전 아래 알로하팩토리를 창업했습니다. 이호진 대표의 커리어가 게임 제작에 있지 않았고, 창업 초기였기 때문에, "게임 만드는 연습"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대중들은 어떤 걸 좋아할까"라는 고민을 기반으로, 초기에 도전한 장르는 '하이퍼캐주얼'이었죠. <팝 잇 아일랜드>, <몬스터 하우스>, <키스 인 퍼블릭>, <드래곤 아일랜드>, <헬 매니저> 등의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행복했던 상상을 해보라고 하면, 지금 바로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고 추억에 남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게 비전이 됐어요. 바로 그런 게임을 만드는 건 어려우니까(웃음), 대중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접근해보자는 차원에서 하이퍼캐주얼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 누적 3,000~4,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알로하팩토리의 <키스 인 퍼블릭>.
외부 퍼블리셔와 함께 했던 이 게임 이후엔
자체 서비스로도 몇 백 만 다운로드 게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알로하팩토리는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게임"이라는 비전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 하이퍼캐주얼에서 하이브리드 캐주얼로 발을 넓히게 됩니다. 그렇게 만들게 된 게임이 영토를 확장하며 왕국을 만들어가는 방치형 게임 <크라운 럼블>이었습니다.
이호진 대표는 이 과정에서 "배움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이퍼캐주얼에서 여러 실험과 경험을 해볼 수 있었지만, 성장 콘텐츠를 접목하는 측면에선, 기존에 더 잘하고 있던 회사들의 모습을 보며 배울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었죠. 단순히 어떤 메커니즘을 넣고 뺀다는 개념이 아니라, 감성적, 감정적으로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 등을 알아가며 라이브 경험을 쌓는 중이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 아기자기하면서도 직관적인 재미를 가진 <크라운 럼블>입니다.
기자가 알로하팩토리를 처음 알게 된 경위는 알로하팩토리 홈페이지에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양질의 게시물이었습니다. 각자도생도 힘든 시기에, 회사 자산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는 경험을 모두에게 공유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죠.
사실 처음에는 "내부 인력들이 다시 경험을 공유하고, 배움을 이어가기 위한 차원"에서 "역량을 쌓고 키워나가는 과정"을 게시물로 올린 것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동시에 "캐주얼 게임을 하는 인디 팀이 많이 없기 때문에, 저변이 넓어져야 서로 배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노하우 공유"를 하고 싶었다고 이호진 대표는 말했습니다.
이는 알로하팩토리의 사내 문화와도 닮아 있습니다. 비정기적으로 사내 게임 대회를 열거나, 3개의 제작 스튜디오가 서로의 피드백을 요청하며 소통의 자리를 자주 마련하는 등 내부적인 소통 문화가 잘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게임 기획 등에 대해 공부하며 이호진 대표도 열심히 의견을 낸다고 합니다. 오히려 한 걸음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시각도 자주 제시하지만, 모든 의견이 다 적용되는 건 아니었다고 하죠.
정답은 없으니, 서로가 이해하고 납득하며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호진 대표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의도한 재미는 무엇이었고,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는가-를 내부 테스트 과정에서도 확실하게 검증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였죠.
이호진 대표는 알로하팩토리의 비전을 설명하며, 자신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게임은 어린 시절 플레이했던 닌텐도 게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을 닌텐도 게임의 특징으로 꼽았죠. 그러기 위해선 게임이 "새로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시도에 차별화가 있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111퍼센트의 <운빨존많겜>, 슈퍼셀의 <스쿼드 버스터즈> 그리고 하비의 게임들을 언급하며, 인게임 플레이도 재밌는 동시에, 시리즈나 회사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된 예시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든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마케팅 단가를 어떻게 낮추느냐-가 모두에게 중요한 시대인데, 그런 때일 수록 테마와 IP 그리고 팬덤이 중요하다는 취지였습니다.
요즘 많이 보이는 있는 키우기 게임의 경우에도, (일명 방치형 유목민으로 불리는) 여러 게임을 옮겨가며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자신들의 게임에 머무를 수 있게 팬층으로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흔히 '엣지'라고 부르는 재미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성장 메커닉에 의존한 리텐션이나, 마케팅 솔루션만으로 승부를 보는 건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알로하팩토리가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점 또한, 팬덤을 어떤 방식으로 늘려나갈 수 있는가-입니다. 그는 "IP, 브랜드라는 말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우리 게임을 좋아해주는 유저층을 늘려나가고,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게 결국 IP화가 아닐까요"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팬덤은 트래픽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좋은 게임을 만드는 연습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게 이호진 대표의 생각이었습니다. 마케팅도 중요하긴 하지만, 좋은 게임의 다음에 이어지는 부분이라는 것이죠.
▲ 중세 배경의 <크라운 럼블>에 맞춰, 직접 갑옷을 입고 광고에 출연했던 이호진 대표.
<발더스 게이트 3>의 스벤 빈케가 떠오르기도 하면서,
게임의 콘셉트를 전달하는 재밌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개발사들이 다시 PC, 콘솔로 회귀하는 일명 '모바일 엑소더스' 현상을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요즘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너무 부담스러워진 마케팅 비용 때문이죠. 그렇다면 스팀에선 뾰족한 수가 있는 걸까요?
이호진 대표는 "오가닉(자연 유입)이 남아있는 게 스팀의 장점"이라고 말합니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자연 유입 유저로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죠. 모바일과 달리 스팀에선 마케팅 루트도 많지 않아, 돈을 쓸 여지도 적은 게 장점이라고 합니다. 다만, 스팀은 상대적으로 바닥이 높을 뿐,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스팀, 콘솔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게임들은 몇 십만, 몇 백만 장 단위의 판매량을 보여주곤 합니다. 그렇게 소위 대박에 가까운 흥행을 해도 기대 매출이, 성공한 모바일게임의 매출에 비하면 낮다는 것이죠. 리스크는 더 커도, 일명 탑 라인이 더 열려 있는 시장은 모바일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실제로 스팀에서 몇 천 억 원 규모의 매출을 내는 국내 회사는 잘 없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모바일 시장에는 여전히 있죠.
그는 "탑 라인이 열려야, 그 다음 스테이지를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또 게임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더 큰 기회와 규모를 목표로 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게 다음 도전으로 이어질 원동력이 되어주니까요.
이호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배움'이었습니다. 시장에 대한 통찰이 더 있던 그는, 게임을 만드는 것에 더 익숙한 직원들과 소통하며 재미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다른 회사의 성공 사례들을 보며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게임이 될 수 있을지 배우고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알로하팩토리가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올리고 있는 블로그 포스트도, 그 배움의 끝에 나오고 있는 게임들도,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