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TIG 룩백' 코너에서는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개발사들의 발자국을 톺아보며, 그들의 등 뒤에 남겨진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중소, 인디 개발사들을 만나다 보면 '마케팅'에 대한 부담을 많이 토로하곤 하십니다. 게임의 특성 및 게임 시장에 대한 이해도 있으면서, 마케팅도 잘 아는 업체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그런 곳이 있어도 개발사들이 여러 프로세스 안에서 겪는 고민을 알아주기 어렵다는 것이었죠.
알로하팩토리도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던 기업입니다. 이들은 마케팅에 강점을 가진 이호진 대표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죠. 자신들의 게임에서 겪은 바를 바탕으로 지표 분석 및 인사이트 도출 서비스 '플라밍고'를 개발·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퍼블리싱 사업에서도 다른 업체들과 경험을 나누는 데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인디한잔] 인터뷰 이전부터 알로하팩토리가 꾸준히 올려온 블로그 포스트를 흥미롭게 보고 있었기 때문에, 게임 업계 전체에도 도움이 될 만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모아 3주에 걸친 연재를 진행하려 합니다. 이 아기 유니콘 기업은 과연 어떤 시행착오를 겪어왔을까요. /기고=알로하팩토리,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TIG룩백 알로하팩토리 포스트모템 3부작]
① 아기 유니콘 기업이 개발, 마케팅, 퍼블리싱을 모두 하게 된 과정 (현재 기사)
② 소규모 개발사가 BI 솔루션을 개발하고 무료 배포하는 이유 (바로가기)
③ 개발사 최대 난제 '마케팅', 알로하팩토리는 동행을 선택했다 (바로가기)
안녕하세요! ALOHA!
저희는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중심에 두고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을 하고 있는 알로하팩토리라고 합니다. 하이퍼캐주얼 장르부터 하이브리드 캐주얼 장르(idle RPG 등)까지 게임 코어를 확장해,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게임 콘텐츠를 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주 뉴스레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해드리다가, 이번에는 디스이즈게임에서의 연재를 통해 조금 더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저희가 만든 첫 번째 게임부터 수많은 실패 그리고 현재의 모습까지, 성장을 위해 겪어왔던 과정을 함께 보시죠.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개발자분들이 계신다면, 가장 처음 출시했던 게임을 기억하시나요?
초기에 저희 팀의 개발자들은 게임 제작 및 출시 경험이 많지 않아, 규칙이 명확하고 가장 단순한 형태의 게임을 먼저 개발했습니다. 저희가 처음 개발했던 게임은 <1010>이라는 10X10 배열의 단순한 블록 퍼즐게임이었습니다.
유저들이 재밌어하고 반응이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초기부터 마케팅 테스트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특징이었습니다. 저희는 당시 리텐션 지표가 D1 40%, D7 15% 정도 나오면 게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게임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이를 첫 번째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해당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6개월 이상 개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유저들이 어느 타이밍에 이탈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저들의 모든 행동을 확인할 수 있도록 로그를 심고, 첫 판에 어느 정도 점수를 달성했을 때 두 번째 판을 플레이하는지 비율을 확인하는 등 유저 데이터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여러 시도를 이어갔습니다.
9개월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저희 첫 게임은 게임성 지표를 달성하고 유저 모객단가보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해, 모든 팀원들이 기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큰 매출과 수익을 기대하며 마케팅 비용을 점차 늘려갔음에도, 유저 모객단가가 점점 올라 유저들을 데려오면 데려올수록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 바로 찾아왔고, 큰 충격에 빠지게 됐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초기 테스트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유저 모객단가는 점차 오르게 되어 있고, 그 수준에 맞게 수익성을 더 확보하거나, 처음부터 낮은 단가에 전환율이 높은 게임 콘셉트를 정했어야 했습니다.
이때의 경험 이후 글로벌 론칭을 통해 유의미한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 게임성: 핵심 메카닉의 완성도, 리텐션 지표로 확인
▶ 시장성: 적절한 UA(User Acquisition) 비용, 유저 모객단가(CPI)로 확인
▶ 수익성: 유저 모객단가보다 높은 LTV(Life Time Value)
첫 게임 개발 경험을 통해 게임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동시에 시장성 지표에 해당하는 CPI는 저희가 쉽게 낮추거나 컨트롤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CPI가 낮은 콘셉트와 장르를 먼저 확보하고, 이후에 게임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린 스타트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최소기능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통해 시장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고, 유저 피드백을 반영해서 다시 개선된 MVP를 만들어 시장 반응을 봅니다. 이런 과정을 빠른 속도로 반복할수록 프로덕트가 점차 발전하게 되죠.
이 방법론이 저희가 선택한 전략과 가장 유사했고, 게임을 하나의 제품과 서비스라고 생각했을 때, 가장 작은 사이즈의 게임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저희가 선택한 것은 하이퍼캐주얼 장르였죠.
게임 하나를 만들고 론칭해서 결과를 보기까지 9개월은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고, 저희 같은 회사들이 감당할 수 없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하이퍼캐주얼 장르에 속한 수많은 콘셉트를 개발하고, 시장성 테스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15초 영상에 필요한 게임을 만드는 데도 1~2개월씩 걸렸지만, 시스템들을 만들고 익숙해지면서 일주일에 한 개씩 시장성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 150개 콘셉트의 프로젝트를 만들고 시장성 테스트를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테스트를 진행할수록 유저들이 원하는 콘셉트와 메카닉에 대한 이해도 또한 점차 늘어갔죠. 그 결과 조금씩 조금씩 개선되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콘셉트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성공적인 글로벌 론칭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2024년에는 하이브리드 캐주얼, 라이트코어라고 불리는 장르가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많은 개발사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한 제작 프로세스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실제로 적용하시는 개발사도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이유로 많은 개발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소규모 개발사는 제작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기 때문에 마케팅, 소재, 데이터 관련 인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알로하팩토리가 초기부터 직접 마케팅을 시도하고 데이터를 활용했던 경험은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겪은 경험과 노하우를 제작 프로세스에 잘 녹인다면, 많은 제작 중심 개발사에 큰 도움이 되고 좋은 파트너십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해, 퍼블리싱 사업을 확장하게 됐습니다.
감사하게도 저희의 역량과 가치를 알아봐 주시고, 협업을 요청해주시는 개발사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시적인 성과를 더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만들고 성공하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유저들의 눈은 높아지고, 출시되는 게임은 점점 많아지고 있죠.
저희는 앞으로 가장 중요해질 역량이 마케팅이나 데이터가 아닌 게임 제작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나 마케팅은 가능성을 최대치로 만들어지는 서포트 역할이죠. 지금까지 테스트 결과를 리뷰해보면 결국 콘텐츠 자체 퀄리티가 좋고, 제작팀의 강점을 적용한 게임들이 결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희도 개발사이면서 퍼블리셔이기 때문에, 회사의 비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많은 시도를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한 번에 성공하기 어렵다면, 성공할 때까지 시도할 수 있는 환경과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작 프로세스 자체를 짧게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회사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기존에 활용했던 메카닉, 에셋, 시스템 등 제작 효율 자체를 높여 더 많은 시도를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제작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면, 개발 역량에 맞게 좀 더 작은 사이즈의 게임을 개발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트렌드에 맞는 게임의 재미를 확보하고,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입니다. 게임의 재미는 많은 기획자들이 열심히 고민해주고 계신 영역입니다. 지속해서 시장의 흐름을 읽고, 요즘 유저들이 선호하는 플레이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똑같은 디펜스, RPG라도 6개월, 1년이 지나면 유저들이 원하는 플레이 방식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트렌드를 어느 정도 예측하거나, 개발 과정에서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끝으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료를 많이 만드시길 추천드립니다.
저희도 혼자서 고군분투했다면, 지금까지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로의 상황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 떠오르거나,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 공유해드린 저희의 이야기 또한 여러분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부분들과 맞닿은 부분이 있었기를 바랍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