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파악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TIG 룩백' 코너에서는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만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개발사들의 발자국을 톺아보며, 그들의 등 뒤에 남겨진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사용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프로세스를 일컫습니다. 지난 1편에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강점을 가진 알로하팩토리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시스템적으로 축적하기 위해 '플라밍고'라는 자체적인 BI 솔루션까지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이 서비스를 통한 경험 공유는 '무료 배포'의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죠.
최근 2년 사이,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 전반에서 가장 자주 들린 키워드 중 하나는 '각자도생'입니다. 동시에 적잖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가치'가 실종되어 간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 개발사인 알로하팩토리가 '플라밍고'와 같은 솔루션을 통해 경험 공유를 하는 데 집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성공 사례와 인사이트의 폭넓은 공유로 씬 전체가 활성화되는 쪽이, 홀로 성장하는 것보다 모두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알로하팩토리가 판단하는 개별 게임의 구체적인 '성공 지표'는 어떤 것일까요?/기고=알로하팩토리,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TIG룩백 알로하팩토리 포스트모템 3부작]
① 아기 유니콘 기업이 개발, 마케팅, 퍼블리싱을 모두 하게 된 과정 (바로가기)
② 소규모 개발사가 BI 솔루션을 개발하고 무료 배포하는 이유 (현재 기사)
③ 개발사 최대 난제 '마케팅', 알로하팩토리는 동행을 선택했다 (바로가기)
이 글을 보고 계신 게임 개발자분들께서는, 최근 데이터 활용이 중요하다는 점과, 이를 잘 활용하면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여러 게임의 케이스를 통해 알고 계실 겁니다. 많은 게임사가 세밀한 유저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게임을 최적화하고, 오랫동안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를 비롯한 소규모 개발사들은 소수 인원으로 게임을 제작하다 보니, 데이터를 상세히 분석하면서 개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메카닉이 단순한 게임이라도 게임 제작에 투입해야 하는 리소스가 상당하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의사결정을 '감'에 의존하게 되거나, 레퍼런스가 없어서 기준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데이터 간의 연관성과 경향을 파악해서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게 복잡하기도 하고요.
저희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초반엔 인프라를 설계하는 데 부가적인 리소스가 필요했지만, 빠르게 시도하고 검증하는 사이클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유료 분석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게임에서 공통으로 활용 가능한 자체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설계하고, 빅쿼리를 통해 로그를 수집해 데이터를 뽑아 분석하는 것이 저희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저희는 여러 콘셉트와 메카닉으로 반복적인 시도를 진행하면서, 데이터 분석의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를 위해 데이터 가공 시간의 단축, 의사결정에 필요한 프리셋 리포트 제작으로 빠른 확인을 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자동화하는 '플라밍고'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먼저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테스트 프로세스에 맞춰 쉽고 빠르게 사이클을 돌릴 수 있도록 구성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알로하의 게임을 성공적으로 론칭할 수 있었습니다.
퍼블리싱 과정에서 수많은 개발사를 만나 뵈며 제작의 고충과 시행착오들, 게임에 대한 애정을 더 가까이서 듣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와 마케팅 테스트를 하시는 분들께, 저희가 그동안 활용해온 데이터 분석 인사이트를 제공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초기부터 하이퍼캐주얼 게임을 시도하고 글로벌 운영을 해오면서 얻은 경험들을 압축해서 담았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함께 마케팅 테스트를 하고 데이터 기반의 개선을 진행하여 D1 리텐션을 7% 이상 개선한 게임도 있었고, 저희도 그 과정을 반복하며 얻은 배움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개발사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반복적 테스트와 개선을 시도하다 보니, 서로가 게임 제작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된 것 같아요.
데이터를 효율화하는 과정은 지난 첫 번째 글에서 소개해드렸던 글로벌 론칭의 시장성, 게임성, 수익성의 핵심 지표를 기준으로 시스템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작 단계에서는 론칭이 가능한 수준의 지표를 만들어가며 사이클을 반복하고, 운영 단계에서는 모니터링과 유저 분석에 집중하는 방식이었죠.
▶ 시장성 (핵심 지표: CPI= 인스톨당 비용)
하이퍼캐주얼을 비롯해 저희 같은 캐주얼 게임 장르는 초반 CPI를 통해 핵심 메카닉의 완성도를 테스트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낮은 비용으로 유저를 유입시킬수록 대중성이 높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지표가 절대적인 성공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D1 리텐션과 플레이타임 같은 유저 활동성 지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도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CPI가 기준치에 충족되지 않더라도, D1 리텐션이 40% 이상으로 높은 경우 포텐셜을 보고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 게임성 (핵심 지표 D1, D7 리텐션)
게임성을 판단하는 단계에서는 핵심 메카닉의 완성도, 즉 게임의 재미를 판단하기 위해 리텐션 지표를 핵심적으로 활용합니다. 초기에는 D1 리텐션이 매우 중요합니다. 게임의 핵심적인 재미는 게임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설계된 허들, 난이도, 밸런스 그리고 전략적 재미와 깊이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유저 경험이 잘 설계되고 몰입할 수 있어야, 유저가 진정한 핵심 재미 구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유저가 게임을 이탈하는 구간을 분 단위로 세분화해 분석했습니다. 기존에 운영 단계에 도달한 게임들의 레퍼런스를 기준점으로 삼았습니다. 5분, 15분, 30분과 같이 유저가 게임을 처음 경험하는 구간을 분 단위로 나누어, 어떤 경험에서 유저가 게임을 떠나는지를 세부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죠. 실제로 이탈률이 높은 게임은 아래와 같이 5분도 안 되어 유저가 급격히 떨어지는 패턴을 보이기도 합니다.
초기 경험을 거쳐 유저가 게임에 안착되면,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장기 성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후반 리텐션을 확인합니다. D7 리텐션이 15% 수준이 되면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수익성 (핵심 지표: ROAS, ARPU, ARPPU를 통해 LTV 점검)
수익성은 말 그대로 이 게임이 사업성이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마케팅 등을 통해 유저를 모객하는 단가보다 높은 LTV(Life Time Value)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는가-를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ROAS(광고 수익률) 데이터를 통해서 NRU(신규 유입 유저) 기준으로 유입 7일 차까지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발생시킬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치는 장르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당시의 시장 상황과 내부 케이스를 보고 기준을 산정하고 있습니다.
▶ 서비스 운영 (운영 모니터링 데이터, 수익성 데이터)
제작 단계에서는 신규 유저의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다면, 운영 단계에서는 활성 유저(Active User) 관점의 데이터를 주로 확인합니다. 서비스 운영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모니터링 용도의 데이터(DAU, MAU/일간, 월간 활성 유저 수, 매출 데이터, ROI/투자 수익률 등)와 동시에 게임의 수명을 지속적으로 연장시키고 수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유저 분석이 중요합니다.
해당 시점에 A/B 테스트를 통해 밸런스, 수익성에 대한 테스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유저 세그먼트를 세부적으로 분류해서 해당 유저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경향성을 파악해, 개선점을 도출하는 액션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 내 수익을 견인하는 핵과금 유저의 그룹 비중이 낮다는 데이터가 도출되면, 상위 유저에게 ARPPU(결제 유저당 평균 수익)을 높이거나, 중과금 유저를 전환시키는 액션을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애널리틱스 외에도 제작/운영의 시스템화 또한 준비 중입니다. 자체 제작과 퍼블리싱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하다 보니, 운영을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았고, 소규모 인원으로 게임을 제작하면서 리소스와 효율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서버 개발, 유저 대응 시스템 구축, 라이브옵스 시스템 등 게임의 기본 요소 외에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들이 서비스 중에 이슈가 되는 경우도 많았죠. 그래서 이를 더욱 효율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어요.
이제는 저희와 테스트를 진행하는 개발사들뿐만 아니라, 게임을 개발하는 누구나 쉽게 이러한 인사이트와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게임 제작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보다 원활하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
저희는 국내 개발사들의 성공 사례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성공에 대한 노하우가 널리 전파되어, 시장의 규모 자체가 넓어지는 데에 저희의 솔루션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서비스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K-POP을 비롯한 여러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처럼, 국내 게임 콘텐츠도 지금보다 더 큰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는 날을 꿈꿔봅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와 함께하는 개발사들이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 간다면, 이런 노력들이 더욱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