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개발사 아웃 오브 더 페이스볼 파크(이하 OOTP)가 개발 중인 <OOTP>는 방대한 데이터와 구단 운영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꼽힌다. 특히 <OOTP> 시리즈는 직접 선수를 컨트롤하는 대신 GM이나 감독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야구 게임계의 <풋볼 매니저>(이하 FM)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오는 26일 출시될 시리즈 최신작 <OOTP 22>는 OOTP가 컴투스와 손잡고 출시하는 첫 번째 타이틀인 만큼, 여러 요소가 추가됐다. 특히 시리즈 최초로 한글을 지원함은 물론 다소 아쉬웠던 KBO의 완성도까지 끌어올리며 한국 야구팬들의 시선을 조금씩 끌고 있다. 컴투스와 함께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의 새로운 서막을 준비하고 있는 <OOTP 22> KBO의 변화를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OOTP 22>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한국어'다. 그간 한국 유저들에게 <OOTP>의 가장 큰 진입장벽은 바로 언어였다. 구단 운영은 물론 다양한 내용이 등장하는 뉴스나 경기 등이 모두 영어로 표기되는 만큼, <OOTP>는 야구에 익숙한 유저에게도 다소 버거운 게임이었다. <OOTP> 시리즈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임에도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호응을 얻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컴투스가 OOTP를 인수한 뒤,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OOTP CEO 마르쿠스 하인손(Markus Heinsohn)이 공식적으로 <OOTP 22>에 한글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하인손은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OOTP 22> 한글화 작업은 컴투스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다만 출시까지 이를 전부 번역하기엔 양이 너무 많다. 따라서 첫 번째 버전은 텍스트의 다양성을 100% 보여드리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렇다면 <OOTP 22>에서 언제쯤 한국어를 만날 수 있을까.
해당 내용을 컴투스에 문의한 결과, <OOTP 22>에 한글이 등장하는 건 맞지만 그 시점은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컴투스 관계자는 "현재 <OOTP 22>의 한국어 제공 시점을 조율 중이다. 수일 내로 결정될 예정인 만큼, 이에 관한 내용을 빠르게 전해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황상 <OOTP 22>의 한국어 등장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OOTP 22> 스팀 페이지에는 한국어가 지원 언어로 분류돼있었지만, 출시가 임박한 지금은 '지원하지 않음'으로 표기되어 있다. 따라서 <OOTP 22>의 한국어는 게임이 출시된 뒤 패치를 통해 업데이트 형태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OOTP 22>에 등장하는 KBO에는 다양한 요소가 추가된다.
그간 <OOTP> 시리즈의 KBO는 공식 라이선스를 취득한 MLB와 달리 가짜 유니폼과 로고로 리그를 구현해왔다. 반면 이번 타이틀부터는 최초로 KBO 공식 라이선스를 취득한 만큼, 한층 몰입감을 더할 전망이다. 선수들의 얼굴을 본떠 그래픽으로 표기하는 페이스젠(Face-gen)의 KBO 버전도 그려볼 수 있다.
조금 더 리얼한 KBO를 위해 개선된 부분도 다수 존재한다. KBO에는 각 구단이 해당 연고지 내에서 팀당 1명씩 우선적으로 신인 선수를 지명할 수 있는 '1차 지명' 제도가 존재하는데, 이번 <OOTP 22>에는 이러한 1차 지명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추가됐다. 또한, 스타 선수를 좀처럼 트레이드하지 않는 KBO의 특징을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신설됐다.
<OOTP> KBO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외국인 선수 부분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간 <OOTP> KBO 팀들은 시즌 중 다수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거나, 계속해서 방출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행동을 취하며 유저들의 아쉬움을 산 바 있다. 이번 타이틀의 경우, 개발진이 "외국인 선수 활용 제한이 있는 리그를 위해 AI를 업데이트했다"라고 밝힌 만큼, 전작에 비해 한층 개선된 플레이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FM> 시리즈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 하나의 '확실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2002년 전신인 <챔피언십 매니저>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어를 선보인 <FM>은 꾸준히 한글화 작업을 이어왔고, 유저층 확보에 성공했다. 물론 게임성과 데이터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지만, 어느덧 <FM>은 매년 많은 한국 축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필구 타이틀'이 됐다.
<OOTP> 시리즈 역시 이번 타이틀을 통해 위와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 지금껏 <OOTP>는 1999년 첫 번째 타이틀을 출시한 뒤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으로 분류됐다.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구단 운영을 체험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언어의 한계와 KBO 완성도의 문제로 인해 국내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OOTP 22>에는 한국어 지원, KBO 수정 등 한국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많은 요소가 추가됐다. 따라서 <OOTP 22> 역시 <챔피언십 매니저 2002: K리그>가 그러했듯 <OOTP>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번 타이틀은 OOTP가 컴투스와 함께 출시하는 첫 번째 타이틀인 만큼, 한국 유저를 아쉽게 하는 부분이 존재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다소 매니악한 게임으로 분류됐던 <OOTP>에 한글이 추가되고, KBO 리그에 여러 개선점이 더해진다는 점은 분명 시리즈의 대중성 확보에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컴투스와 OOTP가 빚어낼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