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체험기] 30년 역사 시리즈 부활의 신호탄! '버추어 파이터 5 레보'

신규 프로젝트 출시 전 던지는 가벼운 '잽' 한 방

한지훈(퀴온) 2025-01-30 16:38:09
세가의 3D 대전 격투 게임 프랜차이즈 <버추어 파이터>가 부활했습니다. 지난 28일 PC로 출시된 <버추어 파이터 5 레보>(이하 레보)는 그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죠.

<레보>는 신작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레보>의 계보는 2006년 아케이드로 출시된 <버추어 파이터 5>에서 시작됩니다. 2010년 해당 작품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파이널 쇼다운’ 버전이 출시됐고, 이를 리마스터한 타이틀이 2021년 PS4로 출시된 <버추얼 파이터 5 얼티밋 쇼다운>(이하 얼티밋 쇼다운)입니다. 그리고 이걸 PC로 이식한 것이 <레보>죠. 말하자면 19년 전 게임을 고치고 또 고쳐서 만들어진 작품인 셈입니다.

<얼티밋 쇼다운>에서 <레보>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원활한 온라인 매치를 위한 롤백 넷코드가 추가됐고, 대대적인 캐릭터 밸런스 조정도 이뤄졌죠. 원작인 <얼티밋 쇼다운> 버전에도 동일한 업데이트가 적용됐습니다. PS 이용자와 PC 이용자 사이의 크로스 플레이가 안되는 부분은 아쉽지만, 확실히 아시아권 이용자와 플레이할 때는 핑 문제가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네트워크 연결은 쾌적했습니다.

출시 전부터 이번 작품에 기대를 거는 이용자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버추어 파이터>라는 시리즈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볼 수 있어 반갑다는 이들도 있고, 기존 격투 게임에 실망한 이들은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았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여러 격투 게임을 즐겨왔지만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는 경험해보지 못한 기자는 이 시리즈가 왜 명작으로 평가받는지 궁금했는데요. 시리즈의 입문작으로서 <레보>는 어떤 작품인지 직접 체험해본 소감을 여러분께 전합니다.


# 가드를 버튼으로? 시리즈 특유의 3버튼 조작법

<레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독특한 조작 체계일 것입니다. 

<레보>는 별도의 버튼을 눌러 가드하는 ‘버튼 가드’ 조작을 채택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레버 가드’ 조작과는 차이가 있죠. <철권>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다른 격투 게임을 주로 플레이했다면 아마 이 부분이 가장 낯설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레보>는 공격 관련 조작에서도 다른 시리즈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펀치와 킥을 강도 내지는 좌우로 세분화한 다른 게임과 달리, <레보>에는 단 하나의 펀치와 킥만 존재합니다. 앞서 소개한 가드 버튼을 포함하면, 총 3가지의 버튼만으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펀치, 킥, 그리고 가드까지 총 3가지 버튼만 있으면 이론적으로는 모든 조작이 가능합니다.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개발 총괄을 맡은 아오키 세이지 프로듀서는 이를 두고 “다른 격투 게임과 비교하면 매우 심플하고 간단한 조작”이라 말했는데요. 언뜻 보면 그럴듯하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레보>는 버튼의 수가 적은 대신, 버튼의 조합으로 다양한 조작을 구현합니다. 예를 들어 펀치와 가드의 조합은 잡기 기술 커맨드로 활용되고, 펀치와 킥 조합과 킥과 가드 조합은 각각 새로운 유형의 펀치와 킥 공격 커맨드로 활용되죠. 펀치, 킥, 가드 3버튼의 경우 쓰임새가 무궁무진합니다. 각 캐릭터의 시그니처 기술의 커맨드로 쓰이기도 하고, 다운 시 빠른 기상을 위한 낙법과 횡이동 중 적에게 빠르게 접근하는 ‘오펜시브 무브’의 발동 커맨드이기도 합니다.

게임 내 단축키 설정을 활용하면 이 같은 버튼 조합을 하나의 키에 배정해 사용할 수 있는데요. 여러 버튼 조합이 수시로 입력되어야 하는 게임의 특성상 이 키 배정을 반드시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상 기본 3버튼에 버튼 조합 4가지까지 더해 총 7개 버튼을 사용하게 되는 셈이죠. 

한 번에 여러 버튼 조합을 요구하는 기술이 상당히 많습니다. 

버튼 조합을 별도 키에 배정하는 경우를 고려하면 사실상 7개 버튼이 쓰이는 셈이죠.

# 공격, 방어, 잡기로 이뤄진 가위바위보 심리전

이 3버튼 조작 체계에서 비롯된 <레보>만의 독특한 특징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확실하게 구분된 공격과 방어입니다. 

흔히 격투 게임을 턴제 게임에 빗대어 표현하곤 합니다. 실시간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전투 속에서 두 플레이어가 자신의 턴을 잡고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방식이 턴제 게임과 유사하기 때문인데요. 

<레보>에서는 버튼 가드 시스템으로 인해 다른 게임에 비해 공격과 방어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레버를 뒤로 당기거나 중립에 두는 것보다는 가드 버튼 입력을 유지할 때 방어 중임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고, 캐릭터가 가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고 시각적으로도 방어 중임을 인지할 수도 있죠. 

가드 버튼의 존재 덕분에 공격과 방어의 전환이 확실하게 체감됩니다. 
물론 상대도 가드 자세를 보고 상대가 방어 중임을 파악할 수 있죠.

여기에 특유의 잡기 시스템을 더하면 <레보>만의 공방이 완성됩니다. <레보>의 잡기는 다른 게임에 비해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소위 ‘짠손’이라 불리는 펀치보다도 발동이 빠르죠. 잡기는 상대의 가드를 깨는 데 효과적이지만 반대로 적이 공격 중일 때는 절대 발동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공격과 방어, 그리고 잡기는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상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격은 방어에 약하고, 방어는 잡기에 약하고, 잡기는 공격에 약합니다.

이 상성을 중심으로 공방에서는 상대의 수를 예상하고 이에 대응하는 수를 던지는 심리전이 펼쳐지게 되는데요. <레보>의 심리전은 다른 게임에 비해 치밀하고 복잡합니다. 공격 도중에는 언제든 연타 사이에 잡기가 들어갈 수 있고, 방어 중에는 상대가 도중에 잡기를 쓸 수 있음을 계속 의식하면서 대응해야 하니까요.

잡기는 방어 중인 상대에게 효과적이지만, 반대로 모든 공격에 취약합니다.
10프레임인 잡기가 먼저 시전됐음에도 12프레임인 펀치가 먼저 적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 입문작으로는 괜찮다!

상술한 3버튼 조작과 특유의 공방 시스템은 입문자에게 확실히 어려운 영역으로 느껴졌습니다. 여러 격투 게임을 꾸준히 즐긴 기자도 적응하는 데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됐을 정도였습니다. 다행히 튜토리얼에서 위 내용을 꼼꼼하게 알려주긴 하지만, 정위치·역위치 같은 세부 시스템에 대한 안내는 부족합니다.

최근 많은 격투 게임 시리즈가 진입 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입문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조작법을 추가한다든지, 온라인 대전 외에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아쉽게도 <레보>에는 진입 장벽을 완화하기 위한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현재 존재하는 콘텐츠는 온라인 매치와 룸 매치, 토너먼트, 트레이닝, 아케이드 모드, 로컬 매치 모드로, 이 중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 없이 진행되는 모드는 트레이닝과 아케이드 모드뿐입니다. 이미 20년 전 출시된 게임의 리마스터 버전인 만큼, 온라인 매치에는 입문자보다는 기존에 게임을 충분히 익힌 숙련자들이 많습니다. 결국 입문자는 게임에 적응하는 동안 트레이닝 모드와 아케이드 모드를 전전할 수밖에 없죠.

기자 역시 끊임 없는 아케이드 수련 끝에...


보너스 스테이지의 보스 '듀랄'까지 처치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물론 온라인 매치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해집니다….

이 외에도 사소한 부분이긴 하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한정된 범위도 아쉬운 점입니다. 캐릭터별로 4가지 타입의 의상이 구현되어 있습니다만, 캐릭터와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코스튬도 없고 상의 부분은 선택한 타입의 디자인의 팔레트 스왑 코스튬만 선택이 가능합니다. 

<용과 같이>, <철권 7> 컬래버 코스튬과 초기 <버추어 파이터>의 폴리곤 코스튬, <버추어 파이터> 30주년 기념 수영복 코스튬도 선택이 가능하지만, 해당 코스튬은 커스터마이징은 불가능합니다.

커스터마이징은 캐릭터별 4가지 타입 의상 중 하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다른 부위는 모든 타입이 공유되지만 상의는 해당 타입 디자인의 팔레트 스왑만 가능합니다.


<철권 7> 컬래버 코스튬으로 이런 독특한 장면도 만나볼 수 있긴 합니다.
컬래버 코스튬을 파츠로 출시해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다만 이러한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레보>는 <버추어 파이터>라는 시리즈에 입문하기에 나쁘지 않은 작품입니다. 일단 PC 플랫폼으로 처음 출시된 작품이기도 하고, 이전작과 비교하면 시스템의 간소화가 충분히 이뤄진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2만 원이 안 되는 저렴한 가격도 입문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겠죠. 

아오키 세이지 프로듀서가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이 작품은 최근 공개된 <버추어 파이터>의 새로운 프로젝트의 출시 전에 가볍게 던지는 잽에 가깝습니다. 무려 20년 가까이 잠들어 있었던 시리즈의 부활이 예고된 만큼, 이번 작품을 애피타이저 삼아 명맥 있는 시리즈의 진한 맛을 핫 번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이번에 <레보>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많이 플레이한 캐릭터는 '슌제'였습니다.
신규 프로젝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