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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법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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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4-07-16 17:35:20
“대안적이고 점진적이고 순차적인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16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WHO의 ICD-11에 도입된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 여부에 관련해 토론하는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가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업계 관계자 및 학계인이 참석해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다음은 토론회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 협의체 의원 “더욱 많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토론에 참여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관련 민간협의체 소속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토론의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힌 이동연 교수는 질병코드 도입까지 이어진 내용을 정리하며 "WHO는 게임과 도박행위가 융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보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2016년 경부터 해외에서도 찬반 논란이 많았던 내용이라고 이야기했다. 2016년 WHO가 의견 수렴을 받을 때 24명의 전문가가 토론 내용을 WHO 자문 그룹에게 보냈던 사례가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유병률 추정치를 부풀린 경우가 많고, 데이터의 제한적인 특성으로 질병 진단 근거를 체계적으로 종합하기 어려우며, 대부분의 연구에서 임상 수준의 연구가 부족해 연구의 질적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및 파급효과에 대해 연구하는 국내 민간협의체는 2019년 7월 발족했다. 현재 11회에 걸쳐 회의가 진행됐는데, 이는 5년 동안 연 2회 정도 진행됐다는 의미다.

이동연 교수는 ”협의체는 2026년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예정인 만큼 논의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2026년까지 프로세스를 충분히 수렴하기 어려워 보인다“라며 국내 도입과 관련해 협의체의 새로운 논의 구조와 임상적이고 학술적인 연구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의체 내부에서 충분한 토론과 의견 조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 법적인 부분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박종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토론회에서 게임이용장애 도입이 발생시킬 수 있는 법적인 문제나 혼란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제가 예상되는 부분은 세 가지가 있다. 도입을 위한 법적 절차의 문제, 헌법 합치 여부의 문제, 다른 법률이나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다.

먼저, ICD-11의 내용이 KCD와 같은 국내 표준분류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통계법 제 22조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항에서는 산업, 직업, 질병 등에 대한 표준분류를 작성함에 있어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WHO는 ICD를 권고하고 있을 뿐 강제하고 있지 않다. 각 국가가 처한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른 만큼 최종 결정은 각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박종현 교수는 ”단순 통계가 아니라 건강보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국가가 질병을 예방해야 하는 정책적인 의무가 생기는 문제다. 이런 내용을 국민 의사와 무관하게 국제표준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은 좋은 접근 방식이 아니다“고 이야기하며 문구를 경직되게 해석하지 않거나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입법적인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박종현 국민대학교 교수

그리고 질병코드를 등록하면 개인의 게임 이용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사항에 대해 질병 치료라는 수단으로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자유주의 체제에서 이러한 국가 후견주의가 발동되는 경우, 정당성에 대한 엄격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 후견주의적 개입의 정당성 판단에 대해서는 목적의 정당성을 살피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박종연 교수는 ”규제 목적의 전제로서 해악이 확정되어야 하는데, 자초하는 해악이 불명확하고 간접적이며, 나아가 중대하거나 필연적이지 아니한 상황에서는 개인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정당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게임은 현재 법적으로도 예술표현의 일종으로서 위상을 가지고 있다. 게임산업법진흥에 관한 법률 1조에서는 게임의 문화적 속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제 2조 1호에서는 게임을 대표적인 문화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오락적인 요소도 예술 및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수용했던 바 있다. 결국 게임은 예술과 같은 정신적 창조 활동으로 국가 최고 규범인 헌법의 보호 대상이 된다.

문화국가원리상 예술의 창작 뿐만 아니라 이용을 위한 접근, 향유는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한다. 규제를 하는 경우 위축효과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게임의 문화예술 및 표현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문화콘텐츠에 대해서 과다한 이용이나 소비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유독 게임에만 문제삼는 것은 차별적 시각의 발로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리 법 체계의 특성 상, 질병코드화가 법체계 내에서 체계정합성 및 무모순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혼란을 가중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 외에도 게임이용장애가 정신질환으로 인정되는 경우, 정형화된 치료법이 없어 비정형적인 실험적 치료가 만연해질 수 있다. 과잉진료의 가능성이 있어 의료급여 지출에 대한 국가의 재정 부담 증가 가능성이 높다. 현재 건강보험상 정신질환 보장률은 타 질환에 비하여 높은 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화는 건강보험재정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게임이용장애가 인정되면 정신질환과 관련한 법적 보호 지원 제도에 포함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게임이용장애를 겪는 사람에 대한 장애인 인정 여부의 기준에 대해 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또한, 게임이용장애가 도입되면 최근 진흥계획을 통해 민간이양이 발표된 게임등급분류에 중독과 관련된 심사기준이 새로이 생겨날 수 있다. 그리고 질병이라는 심각성에 이용장애유발에 대한 심사를 정부가 주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발표된 흐름과 반대로 갈 수 있는 것이다.

박종현 교수는 “ICD-11의 편입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회의적이며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며 “그럼에도 도입을 통해 중독 유발 가능성을 등급분류 심사기준에 추가하고 이를 규제기관이 담당해 심사하면 게임산업의 위축과 이용자의 게임향유권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결국 글로벌 기업의 철수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박종현 교수는 “게임에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다면 균형있게 잡아야 한다. 대안적이고 점진적이고 순차적인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 더욱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발제 이후 토론에 참가한 패널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의 여러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락디지털연구소 이장주 소장은 부족한 근거 및 명확하지 않은 치료법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했다.

한국과학기술대학교 오영진 초빙 조교수는 ”게임이 아니라 특정 게임의 가혹한 행위 유도에 대한 것들이 문제“라며 ”그리고 지금 이용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최근 이를 깨우치고 유튜브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비판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라며 규제의 필요성이 적다고 이야기했다.

최준영 문화사회연구조 소장은 ”게임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예술로 인정받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며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논의가 조금 더 많이 필요한 시점 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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