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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막장 제조 게임 'FM'의 대장을 만나다

[인터뷰] 스포츠 인터랙티브의 마일스 제이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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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3-09-22 14:36:36

도쿄게임쇼에서 만난 마일스 제이콥슨(Miles Jacobson)은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다.​ 그가 만든 '풋볼 매니저' 시리즈 때문에 기자는 인생에서 치러야 하는 거의 모든 시험을 망쳤다. 


농담이 아니다. 기자는 '그깟 공놀이' 게임에 거의 반쯤, 아니 반 이상 미쳐서 적지 않은 시간을 허송세월했다. 이 게임이 왜 영국에서 '이혼 사유'로 꼽히는지, 한국에서는 '3대 막장 제조 게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는지,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게임을 지독하게 즐겨온 덕에 이렇게 업을 구했으니 어쩌면 마일스 제이콥슨 스튜디오 디렉터는 기자의 구원자와 같다. 제이콥슨은 전 세계 축구팬들을 '풋볼 매니저'의 마성에 빠뜨린 공을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OBE)까지 받은 인물이다.


21일, '풋볼 매니저'(이하 FM)의 퍼블리셔인 세가 부스에서 제이콥슨을 만나 "당신이 내 인생 책임져"라고 말하려다가 점잖게 대화를 나눴다. / 일본 도쿄 =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스포츠 인터렉티브의 마일스 제이콥슨 스튜디오 디렉터




Q. 디스이즈게임: 인터뷰 전에 그간 'FM'을 얼마나 많이 했나 보려고 스팀 라이브러리를 봤더니 4,000시간을 넘겼더라.


A. 마일스 제이콥슨: (고개 숙여 절하는 시늉을 하며) 정말 고맙다. 



Q. 이번에 도쿄게임쇼를 찾은 이유는?


A. 평소에도 아시아는 자주 찾고 있다. 특히 한국을 많이 방문하고 있다. <FM 온라인> 때의 기억도 있다. 


올해 시리즈 처음으로 일본어로 <FM 24>가 출시되기 때문에 도쿄게임쇼에 올 만한 구성이 이루어지게 됐다. 스포츠 인터랙티브(SI)가 그간 오랜 세가의 파트너였는데 아직도 일본어 지원이 없었다. 이에 맞춰서 <FM 24>에는 J리그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한국에서도 K리그 콘텐츠의 인기가 많은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아시아 축구에 대한 열정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일본 쪽 내용들을 가지고 도쿄게임쇼를 찾았다.


30년 만에 일본의 리그가 정식으로 추가된다

Q. 이번 <FM 24 모바일>은 넷플릭스 독점으로 출시된다. 반기는 입장도 있는가 하면,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반발도 일어나고 있다.


A. 어려운 결정이었다. 게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매출과 지표가 나와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민 중에 넷플릭스라는 플랫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우리를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싶었고, 우리도 수억 명의 구독자들과 새롭게 연결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넷플릭스는 퀄리티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넷플릭스가 없던 과거에는 영국에서 <오징어게임> 같은 한국 드라마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교두보의 역할을 넷플릭스가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FM 모바일'이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는 조건이 넷플릭스에 있다고 판단했다. 실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받아들여주기를 희망한다.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CM'(챔피언십 매니저) 시절부터 지금까지 언 30년이 흘렀다. 시리즈를 유지한 원동력이 있다면?


A. 원동력은 우리가 이 게임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다. SI 구성원 모두가 'FM'을 즐기고 있고 인생에서의 하나의 일로 여기고 있다. SI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FM'을 재밌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제이크의 사례처럼, 한국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그저 우리 게임이 좋아서 SI에 합류한 사람들이 많다. 그 토대를 바탕으로 유저들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FM'은 더 단단해지고 있다.



Q. 경쟁작 중에서도 'FM'이 비교우위를 점했던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리얼리즘이다. 현실적인 게임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게임의 기능을 만들 때 몰입감과 현실감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아케이드 느낌과는 거리가 먼, 우리만의 강점이다. SI는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려는 것이 목표이고, 그렇다면 진짜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야 한다. 모두가 실제로 믿을 만큼의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기조다.




Q. 그렇다면 이번 <FM 24>에서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 혹자는 매년 시리즈의 별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또 혹자는 아직도 <FM 12> 같은 과거 타이틀을 플레이하고 있다.


A. 바뀐 게 없는 것 같아서 아직도 과거 출시작을 한다면, 이제는 그만 새 게임으로 넘어오라고 말하고 싶다. (웃음) 'FM' 블로그에는 주차 별로 로드맵이 공개되고 있다. 이번에는 기존 'FM'의 마지막이라고 불러도 좋은 정도로 많은 기능을 투입했고, 기술력을 동원했다. <FM 25>에도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어있는데, 당장 <FM 24>는 스마트한 AI와 이적시장과 재정 관리에 대한 업데이트를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블로그에 정리되어있다.



Q. 유저들 사이에서는 그래픽의 발전이 더디다는 의견이 많다. SI도 이 문제를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선 계획은?


A. 동의한다. 'FM'의 그래픽 발전은 너무 느리다. 그래서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고,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그래픽의 이야기가 아니라 엔진에 관한 이야기이다. 라이팅(광원효과)이나 매치엔진 개선점들을 다음주에 공개하려고 하고 있다. <FM 25>부터는 완전히 다른 엔진을 사용하 계획이다. 그때 그래픽의 엄청난 개선이 생겨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EA FC'급의 화려하고 멋진 그래픽이 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생각했을 때에는 가장 현실감 있는 쪽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EA FC'는 줌 인이 되어있는 쪽이라면, 우리는 축구 경기 전체를 조감하는 느낌이 강하다. 매치엔진과 그래픽의 개선도 그런 방향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Q.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FM'이 위대한 이유는, 원하면 유저가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자동화를 채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SI는 'FM'에서 축구계 전문가 집단과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요즘은 어떻게 자문이 이루어지고 있나?


A. 우리는 계속해서 실제 축구계 인사와 접근하고 있다. 나도 거의 매일 축구계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우리의 축구 전문가 풀은 전 세계에 3,000명이 있다. 이 3,000명의 전문가들이 우리 게임에 자문하고 있고, 또 실제로 테스터에 나서기도 한다. 내부적으로 SI에서는 '풋 톡'이라고 해서 축구계 인사들을 불러서 대담을 하기도 한다. 비공개 조건으로 축구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이다. 축구 감독이나 풋볼 디렉터, 스카우터들이 거기에 참여하고 있다.



Q. PL이 개막했는데 토트넘 새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의 적극적인 전술이 인기다. 이렇게 축구의 전술도 유기체처럼 변화하는데 SI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사실 엔지볼은 'FM'에 이미 있다. 어떻게 보면 예전부터 있던 전술이다. 


펩(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전술이라던가 이미 현대축구에서 시연되는 전술들은 얼마든지 구현이 가능하다. 새로운 전술과 메타에 대한 우리의 해석에 대해서는 곧 공개할 매치엔진 블로그를 참고하기를 바란다. 


음... 펩. 그는 너무 똑똑하다. 빌런 같다. 축구계에서 그런 다이나믹한 전술적인 변화를 자주 시도하면 좋겠다. 그래야 축구도 더 재밌어진다. 내가 펩처럼 똑똑한 지략가라면 내 삶이 훨씬 편했을 텐데. (웃음)



Q. 전술 뿐 아니라 업계도 변하고 있다. 슈퍼리그에 대한 논의라던가 사우디 리그의 급성장, 러시아 리그 제재 같은 것들 말이다. SI는 이런 흐름에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A. 이런 부분들은 우리가 당연히 대응해야 한다. 슈퍼리그라. 그것은 사실 우리가 처음 시리즈를 만들 때부터 해오던 발상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는 에디터를 지원하고 싶다. 슈퍼리그를 하고 싶으면, 하면 된다. (웃음) 사우디는 특별한 케이스다. 갑작스러운 트렌드고, 유관 관계자들과 만나면서 동향을 계속 업데이트했다. 우리 개발자들이 바빠지기는 했다. 프라이빗한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사우디 리그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구현이 되게 만들었다.




Q. 서른 넘은 슈퍼스타가 거액을 받고 중동 리그로 떠나는 이벤트가 생긴다는 말인가?


A. 그렇다.



Q. 개인적으로 즐겨 고르는 팀이 있다면? 최근 작에서 영입해 재미를 본 선수가 있다면 듣고 싶다.


A. 왓포드는 내 팀이다. 실제로도 좋아하고 많이 플레이한다. 그러나 게임을 테스트해야 하는 입장에서 우리 구단에는 돈이 없다. 그래서 다른 유럽 팀을 골라서 많이 테스트하는데, 최근 관심있게 본 팀은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이다. 그렇다고 해서 브라이튼을 열심히 하기도 그런 게, 데 제르비 감독과의 친분이 있어서 그 친구를 자르고 내가 들어가는 게 마음 아파서 못하고 있다. (웃음)


​라이징스타라면 왓포드에 야세르 아스프리자(Yaser Asprilla)라는 플레이어를 잘 기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원더키드를 내가 밝히는 것이 좀 그런 게 유망주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은 유저와 커뮤니티의 몫이다. 그 재미를 망치고 싶지 않다. 좋은 유망주를 직접 찾아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좋은 유망주가 나오면,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오히려 나에게 말해주시라. (웃음)



Q. 브라이튼 감독을 해고하지 않고, 데 제르비로 플레이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A. (단호한 말투로) 그럴 계획은 없다. 이유는 'FM'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당신이 매니저가 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데 제르비의 스타일을 모르고 데 제르비를 플레이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전술을 짜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당신의 게임이 되기를 바란다. 정말로 데 제르비가 좋아서, 그를 플레이하고 싶다면, 그를 만들어서 게임하면 되는 일이다. 우리의 메카닉은 누군가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를 쓰는 쪽에 맞춰져 있다.



Q. 그나저나 선수 얼굴 라이선스는 너무 비싼 걸까?


A.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산업에 깔린 법적인 문제들이 있다. 선수 얼굴은 개인의 라이선스일뿐 아니라 리그의 라이선스이기도 한다. 타 게임에 독점이 걸린 경우가 대단히 많다. 또 게임의 판매량을 계산했을 때 선수 얼굴을 가져가는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면, SI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독점 없이 최대한 다른 구단, 기업들과 함께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Q. 오늘 인터뷰 대단히 감사하다. 빨리 J리그에서 제 2의 미토마를 찾고 싶다.


A. 아... 미토마. 정말 좋은 선수다. (웃음) 작년에 SI에서 'FM' 트레일러 때문에 미토마랑 유튜브를 찍은 일이 있는데 그때 경험이 정말 좋았다. 아시아 쪽 선수들을 만나보면 축구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공손한 자세가 느껴진다. 그 진심과 프로의식 때문에 내가 아시아를 사랑한다. 미토마 선수는 그런 선수의 모범이다. 나도 아시아 유망주를 찾고 싶다. (웃음)


그리고 이렇게 되기까지, 한국의 역할이 컸다. 보내주시는 성원에 감사하다. 한국 유저들은 'FM'이 비단 유럽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한국이 첫 아시아 진출 시장이고, 이때의 자신감으로 일본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우리에게 좋은 것이 있다면 칭찬해주시고, 좋지 않은 것이 있으면 말해달라. 그리고 응원해주면 좋겠다. 좋은 말 좀 많이 해주시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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