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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사과하더니 펀딩 받겠다? 돌아온 "최악의 먹튀" 개발사

<더 데이 비포> 개발사 판타스틱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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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훈(퀴온) 2024-09-27 19:29:38
퀴온 (한지훈 기자) [쪽지]
[흥미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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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더니 펀딩 받겠다? 돌아온 "최악의 먹튀" 개발사

<더 데이 비포> 개발사 판타스틱의 귀환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있습니다.”

지난해 말,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사기 사건을 일으켰던 개발사 판타스틱(Fntastic)이 돌아왔습니다. <더 데이 비포> 출시 4일 만에 해체를 선언했던 이들은 공식 홈페이지를 재개설해 자신들의 복귀를 공표했습니다.

이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더 데이 비포>에 대해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리며,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이들은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고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한 “판타스틱 2.0” 플랜을 발표합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게임 개발 과정에서 커뮤니티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개발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을 개선하며, 인재 유치 및 근무 환경 개선을 통해 개발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합니다. “판타스틱 2.0” 으로 브랜드를 재건해 향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게임 회사가 되겠다는 비전도 발표했습니다.

'판타스틱 2.0'에선 정직과 투명성, 그리고 전문성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합니다.

과거 행적에 대한 사과와 향후 계획 발표에 앞서 판타스틱은 현재 개발 중인 신작을 위한 킥스타터 후원을 요청합니다. 이들은 현재 <이스케이프 팩토리>라는 게임을 개발 중입니다. 4명에서 8명까지 참여 가능한 멀티 플레이 액션 플랫포머 게임으로, 2만 싱가포르 달러(약 2천만 원)를 목표로 시작된 후원은 27일 기준 현재 382달러(약 50만 원)를 모금한 상태입니다.

이 외에도 판타스틱은 프롭 헌트 형식의 미공개 신작도 개발 중이며,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공식 굿즈도 판매 중입니다.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이 전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향후 계획에 대한 발표보다 신작 개발을 위한 후원 요청이 상단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개발 중인 신작 <이스케이프 팩토리>


# 판타스틱의 역사, 그리고 <더 데이 비포>의 악몽

이 쯤에서 잠시 이 회사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판타스틱은 러시아 출신의 형제 개발자 에두아르드 고토브체프와 아이센 고토브체프가 설립한 회사입니다.

이들의 첫 작품인 <더 와일드 에잇>은 2015년 킥스타터에서 약 6만 달러를 모금했고, 퍼블리셔인 하이프트레인(Hypetrain)의 지원을 받아 2017년 얼리 엑세스로 출시됐습니다. 출시 초기 2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스틱은 9개월 만에 개발 중단을 선언한 뒤 게임의 판권을 퍼블리셔에 매각했습니다. 

이후 <데드 더즌>, <래디원트 원> 등 크고 작은 게임을 개발한 이들은 2021년 또 다른 개발사 마이토나(Mytona)와 함께 신작 <프롭나이트>를 출시합니다. 이 역시 출시 당시에는 비대칭 서바이벌 장르에 프롭 헌트의 요소를 더한 독특한 스타일로 호평받았으나, 이후 업데이트가 중단되어 발길이 끊겼고, 결국 올해 1월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판타스틱의 전작 <더 와일드 에잇>(왼쪽)과 <프롭나이트>(오른쪽)

그리고 문제의 게임, <더 데이 비포>가 출시됩니다. 2021년 1월 첫 트레일러 공개 당시만 해도 <더 데이 비포>는 엄청난 화제작이었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이후 폐허가 된 도시를 그려낸 사실적인 그래픽과 다채로운 상호작용은 유저들의 기대를 고조시키기에 충분했죠. 당시 스팀에서 ‘가장 많이 찜한 게임’ 2위까지 오를 정도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점들이 하나씩 포착되기 시작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개발사 판타스틱은 이 정도로 큰 게임을 개발하기엔 포트폴리오가 부실합니다. 거기다, 트레일러 곳곳에선 유명 게임의 연출을 도용한 장면들이 발견됐고, 개발사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게임의 출시일을 수차례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8일, 게임이 얼리 엑세스로 출시되면서 모든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실제 게임은 트레일러 속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으며,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오류가 산재했습니다. 비평가와 이용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게임에 대한 혹평을 쏟아냈습니다.

이런 게임을 기대했는데,

막상 나온 것은 멀쩡한 구색이 하나 없는 버그 덩어리였습니다.

게임의 판매는 출시 4일 만에 중단됐습니다. 판타스틱은 “게임은 재정적으로 실패했고, 업데이트를 이어갈 자금이 없다”며 돌연 폐업을 선언했죠. 이들은 이후 “악의적인 인플루언서들이 게임을 망쳤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 더 데이 애프터(The Day After), <더 데이 비포>가 남긴 후폭풍

<더 데이 비포>의 참사는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습니다. 게임을 기다리며 긴 시간을 기다렸던 팬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입니다. 여기에 환불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죠. 백그라운드에서 게임을 실행시켜 환불을 막았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팬들에 가슴에 못을 박았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얼리 엑세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얼리 엑세스가 가진 한계를 여실히 드러났으니 사람들은 얼리 엑세스 게임을 구매하기를 꺼리게 됐고, 덕분에 다른 게임 개발자들이 피해를 입었죠. 

이 같은 참상을 일으킨 주범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새로워진 자신, 2.0을 보여주겠다면서요. 이들의 말만 믿고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을까요? 답은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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