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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스타워즈 아웃로’에서 재현된 유비의 두 가지 악몽

되풀이되고만 ‘흥행 실패’와 ‘이미지 악화’

방승언(톤톤) 2024-09-10 09:48:36
톤톤 (방승언 기자) [쪽지]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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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아웃로’에서 재현된 유비의 두 가지 악몽

되풀이되고만 ‘흥행 실패’와 ‘이미지 악화’

견고한 돌다리였어야 했다. 하지만 두들겨보고 건너지 못한 탓일까?

유비소프트 재기의 발판이 됐어야 할 <스타워즈 아웃로>가 ‘애매한’ 시장 반응과 흥행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유비소프트 주식은 10년만의 최저가를 기록했고 잠시 회생하는 듯했던 기업의 행보에 ‘노란불’ 다시 켜진 모양새다.

<스타워즈 아웃로>는 지난 8월 30일 출시해 엇갈린 반응을 얻었다. Xbox 시리즈 X/S, PS5 등 양대 콘솔과 PC를 통해 출시한 게임의 메타크리틱(평점 종합 사이트) 전문가 평점은 76점(100점 만점)이다. 최근 유비소프트 게임의 연이은 성적과 비교하면 평균적이지만 흥행을 담보하기엔 다소 모자란 점수다.

한편 메타크리틱의 유저 평균 평점은 이보다 낮은 5.4점(10점 만점)에 그쳤다. 이전 작품이었던 <아바타: 프론티어 오브 판도라>의 평균 유저 평점(6.9점)와 비교해도 적지 않은 폭으로 하락했다.



# ‘더’ 잘됐어야 하는 IP

더욱 유념할 것은 게임의 예상 판매 실적이다. 인사이더 게이밍 등 외신에 따르면 J.P. 모건은 2025년 3월까지의 <스타워즈 아웃로> 판매 예측치를 기존 700만 장에서 500만 장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유비소프트 주가는 2014년 이후 최저가로 떨어져 9일 현재 14.72유로를 기록 중이다. 2021년부터 유비소프트 주식은 지속 하락하고 있지만 게임 출시 직후 평소보다 큰 낙폭이 나타남에 따라 <스타워즈 아웃로>가 직접적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500만 장은 업계 보편적 기준으로는 적은 수치가 아니다. 그러나 트리플A 타이틀의 막대한 제작비를 충당하기에 충분한 수량도 아니다. 더 나아가 유비소프트 스스로 <스타워즈 아웃로>를 당분간의 최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내세웠기 때문에 게임의 예상 성적이 주식 가격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7월 있었던 유비소프트 실적 발표에서 공동 창립자 겸 CEO 이브 기예모(Yves Guillemot)는 <스타워즈 아웃로>와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 등 신작이 한동한 저조했던 유비소프트의 성적을 점차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기예모는 “2025 회계연도에는 신작들을 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집중하는 한편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밝히고 “기업의 미래가 기대된다. 연중 턴어라운드(기업 평가 회복)가 지속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 유비를 괴롭혀 온 두 가지 문제

기예모 CEO가 스스로 ‘턴어라운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유비소프트는 장기적 흥행작 가뭄을 겪으며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에 계속 고민해 온 상황이다.

<레인보우식스 시즈> 이후 이렇다 할 ‘효자 상품’이 없는 유비소프트는 장수 IP 팬덤에 의지한 간헐적 흥행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다양한 체질 개선 시도에 따른 자잘한 성과는 있었지만, 결국 2022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중대한 난관을 맞이했다”며 경영위기를 스스로 시인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꾸준히 악화했다.

이후 비상경영에 돌입한 유비소프트는 다행히 2023년 말 <레인보우식스 시즈>의 매출 개선 등에 힘입어 연초 가이던스를 상회하는 성적을 냈다. 가장 최근 발표였던 지난 7월에도 호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장기 프로젝트 <스컬 앤 본즈>의 처참한 실패, <더 디비전> 신작 개발 중단, 한국 포함 일부 지사 폐쇄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히트작 부재와 더불어 유비소프트의 침체를 부추기고 있는 또 하나의 중대한 이슈는 갈수록 심화하는 부정적 기업 이미지다. 2020년 불거진 사내 괴롭힘 및 차별적 직장환경 이슈, 대다수 게이머들이 반대했던 NFT 사업 시도, 기존 IP의 '재탕'에 의존하는 퇴행적 개발 관행 등 팬덤의 실망을 유발할 요소가 다양했다.

이런 상황 속 <스타워즈 아웃로>의 어중간한 시장 반응은 반등 기회가 절실했던 유비소프트에게 무시 못 할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악화일로의 기업 이미지에도 또 한 번의 타격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반발이 심햇던 유비소프트의 NFT 플랫폼


# 되풀이된 악몽, 다음에는 과연?

<스타워즈 아웃로>를 향한 유저 불만은 주로 엉성한 적 AI와 스텔스 메카닉, 빈약한 오픈월드 시스템 등에 집중되어 있다.

<스타워즈 아웃로>는 <스타워즈> IP의 작중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시리즈의 상징인 ‘제다이’ 대신 블래스터(레이저 권총)를 사용하는 무법자(아웃로) ‘케이 베스’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일당백’이 가능한 제다이와 달리 케이 베스는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에 잠입 능력을 자주 사용해야 하는 설정이다.

그러나 정작 어설픈 적 AI로 인해 잠입 메카닉의 재미가 훼손된다는 평가다. 실제로 온라인에 업로드된 여러 플레이 영상에서 적들은 코앞의 주인공을 찾거나 쏘아 맞히지 못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원작에서도 조롱거리였던 클론 병사들의 처참한 명중률을 재현한 것으로 보고 웃어 넘기기엔 그 정도가 심한데다 클론 병사들 외 일반 NPC들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일부 잠입 미션의 경우 발각 즉시 임무 실패로 이어지는 정반대의 극단적 난이도를 보여줘 불만이 속출, 개발사는 문제의 메카닉 수정을 긴급히 약속해야만 했다.

오픈월드 게임으로서의 다양한 만듦새 부족도 지적당한다. 인게임 NPC들의 비현실적 반응이나 다채롭지 못한 콘텐츠 등이 주된 비판 요소다. 사실 이전에도 유비소프트의 오픈월드는 허술하고 공허한 디자인을 자주 지적받아 왔으나, 이번 게임은 일부 요소에서 이전의 유비소프트 게임들보다 더 퇴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타워즈> IP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팬덤 규모, 그리고 기예모 CEO가 스스로 시인한 기업의 현황을 생각할 때, <스타워즈 아웃로>는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작품에 가깝다. 그 중요성이 큰 만큼 이번 작품에서 유비소프트는 분명한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유비소프트는 과거의 영광을 한 번쯤 재현해 주길 바라는 팬 대다수의 기대를 또 저버린 채 (이제는 조롱이 되어버린) '유비식' 게임을 개발하는데 그친 듯하다. 다시금 재현되고 만 ‘흥행 실패’와 ‘이미지 악화’라는 유비소프트의 오랜 악몽을 곧 다가올 신작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스>는 과연 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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