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미칠 미래는 '게임 개발'에만 있지 않다.
최근 다양한 행사에서 게임에 적용될 AI 기술이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2025년 혹은 그 이후에 게임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한 가지 가시적인 흐름이 있다. 바로 생성형 AI를 통해 발전한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향후 게임에 적용된 생성형 AI가 실용화될 정도로 고도화되면, 혼자서 게임을 플레이하더라도 AI와 함께 '다인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지금으로부터 4개월 전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한 흥미로운 동영상을 접했다. 바로 텐센트에서 서비스 중인 <아레나 브레이크아웃>이 업로드한 한 테크 데모 동영상이다. 2024년 8월 업로드된 이 동영상은 '인 게임에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최초의 AI F.A.C.U.L'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이 테크 데모는 당시 FPS 마니아들 사이에서 적잖은 화제가 됐다. 동영상에서는 AI가 실시간으로 게임의 상황을 파악하며 플레이어의 명령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동영상은 테크 데모기에 기술이 실제 게임에서 어떻게 동작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준 것은 확실하다.
동영상을 보고 "이런 시스템은 원래 다른 게임에도 있지 않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미 몇몇 게임에서 AI 동료가 실시간으로 플레이어의 음성을 인식하는 유저 모드나 시스템이 선보여진 바 있다. 주로 특수 부대가 되어 팀원을 조율해 테러리스트를 진압하는 택티컬 FPS 장르에서 시도됐다. 한 예로 2023년 12월 정식 출시된 <레디 오어 낫>에도 이를 구현한 유저 모드가 존재한다.
위 동영상이 기존에 존재하던 음성 명령 인식 시스템과 다른 것은, AI가 스크립트로 음성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전황을 파악하며 플레이어의 명령을 인지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음성 인식은 AI가 '아군에게 명령을 내리는 기능이 있는' 게임에 한해, 스크립트로 학습한 대사를 플레이어가 발음하면 거기에 맞는 명령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플레이어가 문장의 구조를 바꾸거나 발음이 불완전하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와 같은 AI 활용을 선보인 개발사가 텐센트가 유일한 것은 아니다. 최근 크래프톤은 미국에서 진행된 가전 박람회 CES 2025에서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생성형 AI NPC 시스템이 <배틀그라운드>에서 동작하는 모습을 소개했다.
공개된 동영상에서는 플레이어가 파밍하던 중 적의 위협을 받자 AI가 상황을 즉각 인지하고 플레이어를 보호해 주며 대응 사격을 하거나, 총을 맞고 쓰러지자 상황을 브리핑한 후 알아서 플레이어의 엄폐물까지 이동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미래에는 이런 발전한 AI를 통해 보다 생동감 넘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인 협동 게임을 자율적이고 스마트하게 움직이며, 농담까지 잘 하는 AI와 함께 즐긴다면 어떨까? 이제 마음에 맞는 팀원을 구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열심히 돌아다니거나 같이 게임을 할 친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시간을 들여야 하는 수고로움은 줄어들 것이다.
여기에 더 이상 스크립트가 아닌, 플레이어의 행동을 학습하며 적극 대응해 오는 적을 상대해야 한다면 재미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몇몇 게임이 놀라운 적 AI를 선보여 호평받았지만 결국은 사람이 만든 스크립트에 따라 행동한다는 한계를 벗어나기 못했기 때문이다. 2003년 경 출시된 <피어>라는 FPS가 좋은 예시다. <피어>는 적이 적극적으로 플레이어의 측면을 공격해 오고, 엄폐하면 수류탄을 던지며, 혼자 남으면 숨은 후 조용히 매복하는 등 당시 훌륭한 AI를 보여줘 호평받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게임이 대부분 좁은 맵에서 진행된다는 점을 활용해 개발진이 상세한 행동 스크립트를 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AI가 좋다"고 알려진 게임 대부분은 넓은 오픈 필드가 아닌 좁은 실내에서 진행되는 게임이 대다수다. 만약 스스로 학습하는 AI 기술이 게임에 적용될 수 있다면, 이러한 상세한 스크립트 없이도 생동감 있는 AI의 행동을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각해야 할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으며, 게임 적용 초기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여러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AI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정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있다. AI에게 너무나 높은 전투 능력을 할당한다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AI가 좋은 적들이 조금만 플레이어가 긴장을 놓으면 측면을 찌르고 들어오며, 머리를 엄폐물 바깥으로 내미는 순간 백발백중으로 총알을 꽃아 넣으면 참으로 불편할 것이다. 위에서 AI 팀원 기능을 소개한 두 게임은 모두 PvP가 핵심인 게임이다.
그렇다고 AI의 전투 능력을 너무나 약화해 놓는다면 AI 팀원 기능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