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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에이, 시부사와 코우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게임 접속... 차기작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김재석(우티) 2024-11-15 08:50:22
우티 (김재석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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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에이, 시부사와 코우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게임 접속... 차기작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코에이 테크모의 시부사와 코우(본명 에리카와 요키치, 이명 후쿠자와 에이지) 대표를 설명하는 데 얼마나 많은 수식이 필요할까? 그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43년 동안 코에이에서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선보였으며,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며 <삼국지8 리메이크> 등의 신작 공정을 감독했다.


일본 최고령 게임 개발자이자 게임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시부사와 코우 PD는 20주년을 맞이한 지스타를 방문해 컨퍼런스 'G-CON'에서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강연을 연다. 이 강연에 앞서 코에이 테크모와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게임 전문지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현역 개발자이자 현역 게이머로 아침 5시에 일어나 종일 게임을 즐긴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스텔라 블레이드>를 인상적으로 플레이했으며, 앞으로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하 시부사와 코우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최소한의 편집을 거쳐 공개한다.


시부사와 코우(에리카와 요키치) 코에이 테크모 창립자 겸 대표이사




Q. 디스이즈게임: 선생은 일본 최고령 게임 크리에이터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보면 제갈량 출사표의 '국궁진췌 사이후이'(鞠躬盡瘁 死而後已, 몸을 굽혀 힘을 다하고, 죽은 뒤에야 멈추게 된다)가 떠오른다. 언제까지 일선에서 게임 개발을 이어갈 것인가?


A. 시부사와 코우 대표: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게임 개발은 너무나 좋아하는 일이다. 개발도 좋아하지만 게임 플레이도 꽤 좋아한다. 요즘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는 e스포츠 선수들의 게임을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한다. 이렇게 여러분과 게임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게임 개발을 계속하려 한다.



Q. 코에이라 한다면 역사 시뮬레이션이 유명하다. 역사 소재 게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계기라고 한다면 역사나 일본 역사, 문화나 건물이 많은 곳에서 자라났기 때문이다. 


아시카가시(足利市, 간토 도치기현 소재의 도시로 일본의 고도(古都) 중 한 곳이다)라는 동네인데, 이 일족(아시카가(足利​) 씨​)이 사는 동네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니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역사와 가까운 곳에서 자라난 것이다. 그것을 계기로 역사가 좋아졌고, 게임을 만든다면 역시 게임을 테마로 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1980년 (아내에게) 선물 받은 컴퓨터로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혔다. 당시에는 <인베이더> 게임이 유행이었는데, 나는 역사 게임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역사 게임이) 없어서 직접 만들어서 플레이했다. 이것이 역사라는 테마와 만나게 된 계기다. 



Q. 최근 코에이는 IP 콜라보를 여럿 진행하고 있다. 보통 이럴 때는 IP 명성에 의존할 때가 많다. 코에이는 <페르소나 5 스크램블>,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 <젤다무쌍 대재앙의 시대>, <페이트 사무라이 렘넌트> 등 해당 IP 원작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돋보이고 있다. 타사 콜라보 때 유의하는 부분이 있는지?


A. 일단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에는 상대의 IP를 존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지는 IP를 좋아하는 사원들을 모아서 (개발을) 진행한다. 



Q. 삼국지, 일본 전국시대, 대항해시대, 몽골제국을 배경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각 시대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A. 역사가 움직이는 시대에는 영웅이나 영걸이 대활약하는데 모든 영웅이 활약하는 전환점을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 재밌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부사와 코우는 현역 개발자로 최근까지 <삼국지8 REMAKE>를 감독했다.


Q. 부산하고 지스타가 처음인데 소감이 있다면?


A. 먼저 지스타의 20주년을 축하한다. 부산에 온 것은 처음이다. 고층 건물이 아주 많은 큰 도시라서 깜짝 놀랐다. 앞으로도 지스타와 지콘(G-CON)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



Q. 게임 업계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게임개발자도 중년이 되고 있다. 중년 개발자로 살아간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A. 나한테 그걸 알려주면 좋겠다. (웃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을 하는 것, 그리고 게임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Q. 그간 <삼국지>, <대항해시대>, <위닝 포스트>, <결전>, <인왕> 등 여러 IP의 탄생에 관여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타이틀은 무엇인가?


A. 내가 지금까지 개발하면서 가장 머릿속에 (깊게) 남은 게임은 <인왕>이다. 말씀드리자면 개발기간이 무려 12년이었다.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 만에 다시 만들게 됐다. 시리즈 합계 글로벌 800만 장이 판매되어 매우 기뻤다. 게임 즐기는 분들이 절반이 유럽, 북미 분들이고 일본 국내는 10%가 된다. 해외 유저가 90%인데 일본의 문화와 역사를 테마로 한 게임을 전 세계의 분들이 즐겨주셔서 더욱 기쁘게 생각한다.


Q. 40년 넘게 게임 개발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 원동력을 말하자면?


A.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세 가지 게임을 한다. <승리의 여신: 니케>, <페이트/그랜드 오더>, <삼국지 패도>. 회사에 가면 개발 중인 게임을 플레이하고, 집에 돌아가면 <메타포: 리판타지오>와 '콜 오브 듀티 6'(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6)를 하고 있다. 회사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핸드폰이나 PS5나 컴퓨터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게 나의 하루다. 이런 매일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 행복이고 기쁨이다. 

특히나 딱 맞는 게임이나 화제의 게임은 끝까지 하려 한다. 3~4개월 전, 김형태 씨가 만든 <스텔라 블레이드>를 엔딩까지 봤다.


그는 최근 즐겨 플레이한 게임으로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를 꼽았다.


Q. 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건강 관리 비결은? 


A. 보통은 맨날 게임을 만들거나 플레이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2회 정도는 2시간 정도 근력운동을 한다. 스케줄 때문에 매주는 불가능한데, 토요일에는 골프를 치면서 꾸준히 걷고 있다. 



Q. 코에이 옛 명작이 많은데 <삼국지8 REMAKE>를 보니까 <랑펠로> 같은 다른 고전의 리메이크 또한 검토 중인지 궁금하다.


A. ​현재 <삼국지8 REMAKE>가 나와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많은 응원 메시지도 받고 있다. 이런 리메이크를 통해 원작의 팬뿐 아닌 새로운 팬도 이 게임을 즐기고 있고, 기존 <삼국지8>을 하셨던 분도 즐기고 있다. 이런 점에서 리메이크의 매력을 느낀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여러 게임을 리메이크해 나갈 생각이다.


Q. 게임 개발의 환경이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철학이 있다면?


A. 내가 개발하는 단계에서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재미가 없으면 게임을 하는 유저도 재미가 없다. 때문에 게임을 만들 때 나와 팀 전원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Q. 지난 CEDEC 강연에서도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가정을 유지하는 덕목은 무엇인가?


A. 아까 콜라보의 설명 비결을 '서로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가족 간에서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980년 아내가 생일 선물로 비싼 PC를 사주었는데, 이것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서로 존중하는 결과가 선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존중의 선물이 없었더라면) 이런 이야기도 이런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에리카와 케이코 회장의 역할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시부사와 코우도 탄생하지 못했다. (출처: 코에이 테크모 게임스)


Q. <스텔라 블레이드> 외에도 플레이한 한국 게임이 있는지? 그 외에 최근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최근 (기억에 남는) 게임 말씀드리면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가 기억에 남는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도 인상적이었고, <디아블로 4>도 재미있었다. <스텔라 블레이드> 이외의 한국 게임이라 한다면 <니케>. 넥슨과 협력해서 만든 <진삼국무쌍> 콜라보 게임을 오래도록 플레이한 적 있다.



Q. 최근 한국 게임사들도 콘솔게임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데 선배 개발자로서 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A. 꼭 한국 기업들이 스마트폰이나 콘솔이나 PC 등 많은 플랫폼에 도전해 주시기를 바란다. 세계의 게임 팬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든다면, 앞으로의 마켓은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의 <검은 신화: 오공>을 하고 있는데, 어려워도 2천 만 넘는 유저들이 즐겼다고 들었다. 일본, 한국, 중국의 회사들이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을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Q. <스텔라 블레이드>의 체험 소감은?


A. ​정말 재미있었다. 한 달 동안 매일 밤 게임을 플레이해서 클리어했다. 난도 높은 액션 RPG였다. 정말 재미있었다.



Q. 정말 다양한 시대, 배경의 게임을 선보이셨는데, 게임으로 만든 시대와 그렇지 않은 시대를 포함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대,나역사 인물이 있으시면 소개를 부탁드린다.


A. 여러 영웅이나 영걸이 크게 활약하는 시대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 일단 도전하지 않았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 도전하고 싶다. 일본 역사라면 역시 전국시대 게임을 더 만들고 싶다. (웃음) 좋아하는 역사 인물은 일본에서 오다 노부나가, 중국에서는 조조를 좋아한다. 마음 속에는 고향에서 태어난 아시카가 다카우지(足利尊氏, 무로마치 막부의 창건자)가 있다.



Q. 한국 역사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A​. 일단 지금은 없다. 회사에 한국인 사원도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앞으로 그런 제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인 사원도 늘고 있다. 일본인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이 코에이로 오고 있다. 앞으로 여러 제안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에서는 세계의 역사를 주제로 게임을 개발하지 않을까 한다.



Q. 코에이 <삼국지>는 많은 사람들이 삼국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조조는 파란색, 유비는 초록색 같은 색 백열은 누가 어떻게 그린 것인가?


A. 컴퓨터 그래픽스 부문은 나의 상사이자 아내인 에리카와 케이코(襟川恵子) 회장께서 전부 결정하신 일이다. 나에게는 그것을 막을 권리가 없다. (웃음)



Q. 오다 노부나가와 조조를 좋아한다 하셨는데 게임에서 두 인물 초상화가 닮았다. 의도된 것인지?


A. 두 사람 모두 강렬한 리더십으로 각각 군단 등을 지휘해서 전국을 통일하는데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의 얼굴이 닮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인왕>에서 노부나가 성우로 깜짝 등장한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도 이런 출연을 계획한 게 있는지?


A. 제가 성우를 하려고 결정한 게 아니라 팀 닌자의 리더 하야시(하야시 요스케)가 꼭 성우를 해달라고 해서 처음으로 성우를 경험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팬에게 '연기를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두 번 다시 성우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웃음)


시부사와 코우는 가장 기억에 남는 타이틀로 <인왕>을 꼽았다. 그리고 그는 <인왕>에서 오다 노부나가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사진은 <인왕 2>.


Q. <인왕>의 야스다 후미히코도 인터뷰에서 자신이 조조의 팬이라며 일본 사람들이 워낙 촉을 좋아해서 촉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A. 그렇구나. 아시아의 일본,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끝이 좋지 않았던 영웅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과 마음의 뜻이 이어져서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개발작 중에는 <위닝 포스트> 시리즈도 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경마가 대중화된 편이다. 경마에도 관심이 있는지?


A. 시뮬레이션 게임이 사랑받는 이유는, 유사 체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국시대나 삼국시대의 유사 체험을 하는 것이 시뮬레이션을 하는 이유다. <위닝 포스트>도 우리가 기수가 되는 체험을 하는 게임이라 만들게 됐다. 연애 시뮬레이션 <안젤리크>나 매니지먼트 게임 <에어 매니지먼트>(항공사를 경영하는 게임)도 같은 맥락이다.


<위닝 포스트>를 만들던 당시에 말 20마리를 사서 일본 경마장에서 활약하게 했다. 지금은 말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당시에는 매주 경기장에 갔다.



Q. 한국은 게임 질병코드 등록 문제가 뜨겁다. 일본 게임 산업의 산증인으로서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일본의 CESA라는 단체가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연구하는 연구회에서 여러 제언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정 내에서 게임을 할 때의 룰을 결정해서 가정 내에서 즐기도록 하거나, 게임 때문에 병이 있는 사람을 위해서 경고문구를 넣는 것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CESA에서 제언을 하는데 한국도 정부나 협회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는) 그만큼 게임업계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 어떤 분야보다 산업 분야가 커지다 보니 미치는 영향 또한 큰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적극적으로 사회에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코에이 테크모 게임들은 수십 년 동안 한국에서 사랑 받았다. 끝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오랫동안 코에이 테크모 게임을 즐겨주셔서 감사하다. 한국 게임 팬들의 부흥에 기대할 수 있도록 더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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