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이드>와 <악마성 드라큘라(캐슬배니아)> 시리즈 영향으로 탄생한 하위 장르, '메트로배니아'는 국내외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많은 인디게임사가 저마다 개성을 더한 독특한 메트로배니아 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영국의 인디 게임사 Kumi Souls Games(이름이 뭔가 익숙한 느낌이다)의 <더 라스트 페이스(The Last Faith)>도 마찬가지로,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기반으로 한다. 작년 5월 킥스타터 펀딩을 통해 알려졌는데, 이틀 만에 목표액인 45,000파운드(약 7,076만 원)을 달성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관심과 후원은 지금도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17일 기준, <더 라스트 페이스>는 무려 21만 75파운드(약 3억 3,034만 원)을 달성, 목표액의 4배 이상을 초과 달성 중이다.
<더 라스트 페이스>는 중세 스타일의 다크 판타지, 도트 그래픽, 그리고 게임의 전반적인 구성 모두 <악마성 드라큘라>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시리즈 팬도 반길 만큼 충분한 재미를 가지고 있다. 게임은 올해 PC/콘솔로 3~4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데모 버전을 경험한 소감을 짧게 남긴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악마성 드라큘라 스타일의 월드 탐험은 그대로
킥스타터 후원자 대상으로 배포된 프로토타입 데모 버전이기도 해서 전반적인 월드의 구성을 파악하는 것은 아직은 무리지만, 일단 현재까지 제공된 것을 기준으로 소감을 남기겠다.
서두에서 밝혔듯 게임은 <악마성 드라큘라>와 설정부터 외형 등 전반적인 느낌이 많이 닮았다. 캐릭터의 움직임, 월드를 탐험하는 패턴까지, 마치 후속작이라고 느낄 정도다. 많은 메트로배니아 장르 게임을 체험했지만, 제법 느낌이 흡사했다.
월드는 기본적으로 탐험을 전제로 돌아다니게 된다. 데모 버전에서 맵의 복잡도가 느껴진 것은 아니지만,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맵을 여러 경로로 이동할 수 있게 설계됐다. 맵 곳곳에는 손잡이 형태의 고리가 있어 중간 보스 이후 습득하는 '그래플 훅' 아이템으로 이동, 추가 요소를 해금하는 등 장르의 특징을 잘 살렸다.
이와 다르게 어딘가로 뛰었을 때 발로 착지하는 것과 더불어 맵 끝에 매달려 오를 수 있는 연출을 더했다. 점프에 대한 판정이 좀 더 후해졌다는 것과 더불어, 착지하고자 하는 곳에 적이 있는 경우 잠시 매달렸다가 적 공격 후 올라가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괜찮아 보였다.
다만 높은 데서 뛰었을 때 생각보다 낮은 높이에서 착지했을 때도 낙하 대미지를 입는다는 점은 움직임을 다소 제약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래 설명하겠지만, 전투에서 체력을 관리하기도 (원작 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조절하거나 혹은 없애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추가로 맵 곳곳에 중간 저장을 할 수 있는 제단이 있는데, 아직 구현되지 않아서 그런지 데모 기준으로는 과거 다녀간 곳을 가기 위해서 웨이포인트 같은 편의 기능을 볼 수 없었다. 장르 특성상 맵 곳곳을 다녀야 하는 요소가 필수기에 추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전투의 핵심은 타이밍, 그리고 회피! <악마성 드라큘라>와 다른 점
<더 라스트 페이스>는 단순히 장르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게임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장르에서 중요한 특징인 '전투'를 자신들만의 느낌으로 변주했다. 원작보다, 좀 더 빠르고, 역동적이다. 체험 분량은 짧지만 게임의 개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게임에서 전투는 캐릭터의 이동과 점프, 그리고 주무기/보조무기 공격에 회피(Q버튼)이 추가됐다. 조작 설명을 보고 굳이 회피가 필요할까 싶었지만, 그 판단은 착오였다.
<악마성 드라큘라>와 같은, 무난한 템포와 적의 공격 패턴을 예상하고 적과 공격을 벌였지만 초반부터 적의 공격은 근/원거리를 가리지 않고 꽤 빠르다. 게다가 유저의 공격을 받으면서 동시에 공격을 하므로 무시하고 공격만 했다가는 죽기 십상이다.
프토토타입 데모여서 그런지, 난이도도 상당했고 중간보스도 꽤 자주 등장한다. 게다가 체력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체감은 더했다.
따라서, 게임에서는 적을 무차별 사냥 혹은 툭 치고 지나가는 존재로 여겨서는 안된다. 피스톨 3방만 맞아도 제압할 수 있지만 피격 시 입는 대미지도 상당하기에, 적과의 거리, 그리고 적의 공격 패턴에 따라 '잘 때리고 잘 피하는' 것이 <더 라스트 페이스> 전투의 핵심이다.
또, 회피 발동 시 어느 정도 피격이 무시되는 무적 판정이 있기는 하나 여간 까다로운 수준이 아니다. 캐릭터의 전반적인 움직임도 그렇고 회피도 사용 후 어느 정도 대기 시간이 있어 남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전투가 꽤 까다롭다는 뜻이다.
일반 회피가 구르기라면, '시프트와 방향키, 회피 버튼'을 같이 누르면 전술 회피를 할 수 있다. 구르기보다 좀 더 텀이 짧으면서 빠르게 적의 후방 또는 뒤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설명을 보고 입력해보면 알겠지만 영 누르기가 불편해 조작 개선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 더 다른 점을 꼽는다면 게임의 주무기를 이용한 기본 공격은 반복하면 콤보 형태로 간단한 연계 공격을 한다는 것, 그리고 최초 제공되는 베기 타입의 템플러 나이트폴(소드류) 무기부터 차지 공격으로 좀더 많은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는 정도. 곳곳에서 입수하는 원소 파우더(powder)를 무기에 발라 일정 시간 원소 대미지를 줄 수도 있다.
또 적에게 빈사 상태까지 대미지를 입히면 E버튼으로 '처형' 연출을 할 수 있는데, 흔히 연상되는 화려한 마무리(?)를 날리기도 하고 아이템을 얻기도 한다. '저주받은 피의 처형' 연출은 마나를 얻거나 버프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 <악마성 드라큘라>의 정신적 계승작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게임
<더 라스트 페이스>는 짧지만 <악마성 드라큘라>의 특징을 잘 계승했다고 느껴질 만큼 만족스러운 구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회피와 마법 부여로 속성 공격을 하는 등 데모 기준으로도 그만의 특징을 잘 녹여냈다.
이후 발전할 다양한 무기와 마법, 보조 수단으로 맵 곳곳을 누빌 것을 감안하면 게임 퀄리티는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웨이 포인트나 일부 편의성, 전투 밸런스 등이 조금 조절된다면 더더욱.
킥스타터 후원 페이지를 보면, 데모 버전에서 보여준 수준은 극히 일부분임을 파악할 수 있다. 연출부터 콘텐츠까지 구현될 것들이 매우 많다. 2019년 출시한 <블러드 스테인드>가 <악마성 드라큘라>의 정신적인 계승작이라 불렸듯, <더 라스트 페이스>도 정신적 계승작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끝으로, 디스이즈게임은 구미 소울즈 게임즈와 연락이 닿아 <더 라스트 페이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회사와 게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를 통해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