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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해봤더니] ‘칼리스토 프로토콜’ 스핀오프 ‘리댁티드’

좋은 재료가 모였지만 ‘킥’이 부족하다

방승언(톤톤) 2024-11-01 18:54:37
톤톤 (방승언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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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더니] ‘칼리스토 프로토콜’ 스핀오프 ‘리댁티드’

좋은 재료가 모였지만 ‘킥’이 부족하다

<리댁티드>는 크래프톤 산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가 <칼리스토 프로토콜>(이하 ‘칼리스토’) 이후 두 번째로 내놓은 작품입니다. <리댁티드>는 <칼리스토>와 같은 세계를 공유합니다. 우주 교도소 ‘블랙 아이언’을 배경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들을 피해 탈출하는 핵심 줄거리도 똑같습니다.

하지만 시스템과 분위기는 딴판입니다. <칼리스트>는 진지하고 무서운 TPS 시점 호러 생존 장르였지만 <리댁티드>는 유쾌하고 코믹한 분위기의 탑뷰 로그라이크 액션게임이 되었습니다.

<리댁티드>는 <칼리스토>에서 창작된 여러 설정과 개념을 장르에 맞게 변주해 활용하는 기지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더 나아가 카툰풍 아트스타일과 캐치한 사운드는 높은 퀄리티로 눈과 귀를 즐겁게 사로잡습니다. 여타 로그라이크 액션 장르에서 본 적 없는 신선한 여러 메카닉도 재미를 더합니다.

그러나 초반 3~4 시간을 플레이하도록 결정적인 ‘킥’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재료가 투입된 매력적 디쉬인데도 마냥 맛있지 않은 이유가 뭘지, 한 번 곰곰이 곱씹어봤습니다.



# <하데스>와 <칼리스토>의 만남

<리댁티드>를 더 세부적으로 해체해 살펴보면, <칼리스토>에서 전반적 콘셉트를 빌려왔고, <하데스>에서 게임플레이 구조를 빌려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블랙 아이언의 경비원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하나뿐인 탈출 포드를 향해 나아가며 생존하는 게 목표입니다. 신원 미상의 인물이 유저를 돕습니다. 그림자와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그는 여타 게임의 ‘오퍼레이터’ 역할입니다. 무전으로 주인공에게 훈수를 두거나 조롱하면서 여정이 심심하지 않게 해줍니다.

오디오를 채우는 미스터리의 인물

<하데스> 시리즈에서는 주인공이 죽을 때마다 다시 살아나 탈출을 반복하는데요, <리댁티드>는 다릅니다. 이전 경비원이 사망하면 그걸로 끝이고, 대신 새 인물을 조종해 다시 탈출 과정을 밟게 됩니다. 그러나 모두 똑같은 제복에 헬멧을 쓰고 있어 겉에서 보기엔 동일한 인물처럼 보이는 설정입니다.

경비병은 계속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지만, 게임 진척도는 이어집니다. 이전에 해금한 업그레이드와 보너스가 그대로 남기 때문에, 더 나중에 탈출하는 경비원일수록 탈출이 더 쉽습니다. 콘텐츠 해금의 만족감으로 반복되는 죽음의 스트레스를 완화했던 <하데스>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차용해, 해금할 요소를 상당히 많이 마련해 둔 점도 언급할 만합니다.

지속 버프를 주는 ‘슈트’와 ‘스킬’, 총기 및 근접 무기, 각종 인프라 접근 권한을 풀어주는 ‘전원공급장치’ 등, 하나하나 눈에 띄는 효과를 발휘하는 해금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일단 해금한 이후에는 추가 업그레이드도 가능해, 성장 체감을 더 확대해줍니다.

업그레이드 요소가 매우 많다.


# 원작이 생각나는 탈출 과정

<리댁티드>의 전투는 <칼리스토>와 마찬가지로 크게 근접 무기, 총기, 그리고 중력 조종 장치인 ‘그립’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요소인 발차기와 대시도 추가했습니다.

총기는 탄약이 무한정인 대신 화력과 사거리가 대단하지 않은 편입니다. ‘그립’은 전방의 적과 사물을 뒤로 날려 보낼 수 있지만, <칼리스토>에서처럼 붙잡는 기능은 없습니다. 발차기의 경우 빠르게 발동할 수 있고 적을 경직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대미지는 크지 않은 편입니다.

‘대시’는 <하데스>의 그것과 유사하게 작동합니다. 적에게 접근하거나, 적의 공격을 피하는 데 사용됩니다. 대신 <하데스>에서와는 달리 장애물이나 허공을 가로지르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나의 방을 클리어할 때마다 다양한 보너스 중 하나를 얻습니다. 이중 <하데스>의 ‘은혜’에 해당하는 ‘실험’ 보너스를 얻으면, 경비원의 행동에 특별한 효과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실험’ 보너스는 다시 ‘물리’, ‘화염’, ‘냉기’ 등 몇 가지 익숙한 속성들로 분류됩니다.

그 외 ‘실험’을 다른 실험으로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 ‘무기 설계도’를 얻어 무기의 작동 방식을 변경하는 시스템, ‘크레딧’을 지불해 아이템을 구매하는 시스템, 보스를 쓰러뜨리고 재정비한 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시스템 등에서 모두 <하데스>의 진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작기'에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 독특했던 지점

따라서 <하데스>에 익숙한 유저라면 전반적인 게임 흐름 측면에서는 아주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발진은 여기에 <리댁티드>만의 요소인 ‘라이벌’ 시스템을 넣어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경비원이 사용할 수 있는 탈출 포드는 딱 하나입니다. 그러다 보니 수감자, 교도소 직원 등 너나 할 것 없이 무기를 들고 주인공과 경쟁한다는 콘셉트입니다. 게임 화면 하단을 보면, 라이벌들이 주인공보다 얼마나 앞서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이벌은 각자 외모, 배경, 대사, 무기, 약점을 모두 달리하는 고유 NPC들입니다. 이들 중 한 번에 최대 3명이 주인공의 탈출 시도를 방해하게 됩니다.

여기서 ‘방해’란 말 그대로의 의미인데, 각자 콘셉트에 맞춰 주인공의 플레이를 어렵게 만드는 특수 효과를 랜덤하게 걸어올 수 있습니다. 가령 해커 캐릭터는 화면을 가리는 팝업창을 띄우는데, 정해진 커맨드를 입력해야만 지워집니다. 반대로 유저 역시 원격 공격으로 적의 속도를 늦추거나 직접 피해를 주는 등 그들의 탈출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컨셉트가 다양한 라이벌 캐릭터들

라이벌 시스템은 <하데스>와 달리 동료 NPC가 없는 이 게임에서 전반적인 스토리에 생동감과 다양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탈출 도중 라이벌을 만나면 직접 교전을 벌일 수 있는 시스템도 재미있습니다. 다만 이들은 일방적으로 주인공을 도발할 뿐, 제대로 된 대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어서(그럴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하데스>만큼 스토리적 확장에 제대로 기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 플레이에서 사망한 ‘동료 경비원’과 싸울 수 있는 시스템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시도입니다. 괴물이 되어 한층 강력해진 이들 경비원을 쓰러뜨리면 대량의 체력을 회복하고 보너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원격으로 방해할 수 있다. 내가 방해를 당하기도 한다.


# 아쉬운 점

이렇듯 <리댁티드>는 <하데스>의 입증된 콘텐츠 구조에 <칼리스토> IP의 콘셉트를 잘 어울리게 녹여낸,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라이벌 캐릭터 각각의 독창적 콘셉트와 충실한 성우 연기, 다양한 패턴의 적 개체와 보스 등은 만족감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댁티드>는 현재로서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특히 <하데스> 시리즈로 로그라이크 액션에 입문해 내적인 기준이 높아져 있는 유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리댁티드>의 가장 치명적 단점은 근접 무기, 총기, 그립, 대시, 발차기 등 다양한 액션 선택지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빌드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험'의 디자인은 창의성이 아쉽다.

원흉은 ‘실험’에서 드러나는 아이디어 부족입니다. ‘실험’은 우선 그 절대적인 가짓수가 적습니다. 개별 '실험'의 차별성과 매력도 떨어집니다. 공격 속도나 속성을 조금씩 바꾸거나, 밀어내기·범위공격 등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효과를 더해놓은 정도에 그칩니다.

더 크게 다가오는 문제는 ‘실험’ 간의 시너지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적을 끌어모은 뒤 근접 공격을 가하거나, 적에게 불을 붙인 뒤에 대시로 추가 대미지를 입히는 등 사례를 제외하면 3~4시간 동안 유의미한 연계를 거의 찾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 ‘몇 시간 뒤’보다 ‘다음 라운드’가 중요하다

<리댁티드>는 분명 몇 시간의 짧은 플레이만으로 전체적 매력을 다 검증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닌 듯합니다. 게임에 마련된 수많은 업그레이드 요소를 볼 때, 시간을 더 많이 들일수록 유저에게 주어지는 선택의 폭도 함께 확연히 늘어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됩니다.

다만 ‘몇 시간 뒤’의 재미를 기대하며 플레이를 계속하기에는 당장 ‘다음 라운드’에 기대할 수 있는 재미의 상한이 뚜렷하다는 것이 <리댁티드>의 맹점입니다.

<리댁티드>에서 매 라운드의 플레이 양상을 색다르고 흥미롭게 만드는 핵심 메커니즘은 단연 ‘실험’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종류와 독창성이 제한된 현재로서는 3~4시간이 지나도록 대동소이한 플레이가 반복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양한 기믹의 적과 보스 등, 외면받기에 아까운 매력이 많다.

이것은 어쩌면 로그라이크 액션 장르 전반에서 얼마간 공통으로 나타나는 약점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복잡한 캐릭터 간 관계와 깊이 있는 스토리, 클리셰를 묘하게 빗겨 가는 각종 아트와 설정으로 초반의 지루함을 효과적으로 상쇄시켰던 <하데스>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리댁티드>의 세계는 그 흡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게임의 뛰어난 만듦새와 탄탄한 기본 시스템을 볼 때, 그 잠재력은 낭비되기엔 아깝게 여겨집니다. 유저 피드백 반영으로 깊이를 더해갔던 <하데스> 시리즈와 같이, <리댁티드> 역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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