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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의 불량일기

남해 금산

임상훈(시몬) 2011-07-05 14:34:43
시몬 (임상훈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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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금산

참 오랜 만에 시집을 들췄습니다.

이성복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남해 금산>.

 

비닐로 싸인 것을 보니, 아마 '그날이 오면'에서 샀겠죠.

닳아서 하얗게 튼 비닐의 상태를 보니, 세월이 흐르긴 한 모양입니다.

 

살짝 누래진, 100 페이지 남짓의 얇은 옆구리에 코를 킁킁 대보았습니다.

책을 펴고, 페이지 속 글자들에 손을 슥슥 문대어도 봅기도 합니다.

 

그 시절의 그리움에 닿아보려는 유치한 몸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련하게, 가슴을 덥히던 '문학'의 시절이니까요.

 

전임강사 김현과 문리대 문학회의 황지우와 이성복.

저는 인문대 계단 옆에 창문을 통해 과거의 그들을 들여다 보곤 했죠.

 

빛바랜 그 창문 밖으로 그들도 저와 같은 풍경을 보았겠죠

늘 스산한 바람이 불고, 마른 낙엽이 뒹굴고 있던 인문대 옆 공터.

 

 

이 시집에 실린 마지막 시의 제목이 '남해 금산'이었습니다.

오랜 만에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25년 전 오늘, 이 시집이 세상에 나온 날을 기념하며. si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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