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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의 불량일기

쾰른 가는 길, 촌놈의 잡상

임상훈(시몬) 2011-09-14 13:03:49
시몬 (임상훈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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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 가는 길, 촌놈의 잡상

루프트한자를 탔다. 게임스컴 가는 길.
원래는 아시아나나 대한항공을 탈 계획이었다.
그러나 늦었다. 미리미리 예약 못한 두 항공사의 티켓값, 무지무지 올랐다.

 

촌놈 시몬에게 긴 시간 비행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루프트한자는 기내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비빔밥. 꽤 맛있었다. 아시아나 수준은 아니었지만.

간식으로 나온 컵라면. 일본 것이었지만 한국 맛과 비슷했다.
고맙게도 모든 음식에 고추장이 서비스로 제공됐다.

 

그래서, 루프트한자를 타면서도 촌놈은 촌놈이라고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기내면세품(Inflight Shopping) 책자를 보면서 달라졌다.

 

아, 나는 역시 촌.놈.이.다.

 

기내면세품 책자를 펴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술이다.
술 중에서도 위스키고, 위스키 중에서도 몰트며, 몰트 중에서도 아일라다.
몇달 전에는 몰트위스키 라인업이 줄어든 아시아나에 항의를 했을 정도다.

 

아시아나나 대한항공 기내면세점에는 다양한 술이 있다.
위스키는 물론, 꼬냑과 와인, 중국 술까지 페이지는 두툼하고 화려하다.

 

루프트한자는 달랐다.

 

기내면세품 책자에 술은 한 페이지도 채우지 못했다.
물건은 달랑 세 개. 그것도 작은 용량에, 초라한 지면.

 

 

술과 함께 국내 항공사 면세품 책자의 터줏대감은 화장품/향수 류다.
여자친구가 생길 날을 생각하며 둘러보곤 했던 페이지.
그 두툼했던 페이지가 루프트한자에 오니 확 가늘어졌다.

 

이 두 물건을 대신한 것은 다양한 시계와 전자제품이었다.
그리하여, 깨끗이 조각났다.
모든 항공사의 면세품 리스트가 한국 항공사와 비슷할 것이라는 착각이.

 

쓸데없이 두 가지 허접한 생각이 들었다.

 

1. 면세품 라인업과 국가 이미지

엄밀하게 말하면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느낌이다. 시계와 전자제품류에는 독일 것도 많지만, 스위스산도 꽤 있을 테고, 촌놈이 면세품 리스트에 오른 물건의 출신지를 알 정도로 그 분야에 밝지 않으니까. 하지만, 독일의 정밀한 기계, 전자산업 이미지와 면세품 리스트는 잘 연결된다. 그렇다면, 술과 화장품이 국내 항공사의 면세품은 우리나라 이미지와 이어지는 것일까?

 

2. 항공기 승객의 소비 패턴

항공사는 기내 면세품 리스트를 정할 때, 전략적으로 먼저 밀기도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승객의 소비 성향을 반영한다. 루프트한자 비행기 안에서는 술이나 화장품이 안 팔릴 지도 모르겠다. 반면 우리 항공사의 면세품 중에는 술과 화장품이 가장 잘 팔리는 모양. 나만 놓고 봐도 그렇다. 아시아나의 글렌리벳, 대한항공의 하일랜드파크.

 

작은 희망사항.
한국 항공사의 기내면세품에 우리나라를 대표한 물건들이 많이 나왔으면.

 

개인적인 마음먹음 하나.
귀국길에는 반드시 공항 면세점에서 미리 몰트를 사리라. 부디 라가불린16이 있기를.

 

 

뒤늦게 유럽 일기 쓰는 불량 si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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