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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의 불량일기

가을과 함께 배달된 추억들

임상훈(시몬) 2012-11-01 00:55:36
시몬 (임상훈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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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함께 배달된 추억들

신문사를 그만 두고, TIG를 준비하던 시절.

그러니까 약 8년 전 가을, TIG는 선릉역 오피스텔에 터를 잡았습니다.

초창기 멤버들은 그 곳에서 합숙생활을 시작했죠.

 

저는 옷가지 등 몇 가지 물건만 챙겨 녹두거리의 하숙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남은 물건들 일부는 고향집, 더러는 동생 자취집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잊고 있었죠, 아주 까맣게.

 

살림살이가 점점 늘어난 동생에게 그 짐들이 버거웠던 모양입니다.

8년이 지난 이번 가을, 빛바랜 박스들이 원래 소유자에게 돌아왔습니다. 

참 오랜만에 재회한 추억이 서린 물건들, 혼자만의 가을을 맞았습니다.

 

 

이 색바랜 박스를 열고 나온 물건들을 하나씩 들여다 보았습니다. 잊고 지냈던 지난 날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가슴이 살짝 데워졌습니다. 이런 기분, 어떻게 표현할 줄 모르겠네요.

 

 

 

프라이언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자켓을 즐겨 입고 다니던 신문사 기자 시절, 안주머니에 품고 다녔던 회중시계. 손가락에 끼고 빙빙 흔들었지만 튼튼해서 끊길 염려가 없었던 <포트리스 2> 휴대폰 고리. 포스가 넘치는 프로레슬러 이왕표 아저씨의 명함. 군 시절 차고 다녔던 군번줄. 각종 게임쇼 패스들.

 

 

 

군 시절부터 들고 다녔던 워크맨. 신문사를 그만 두고 중국으로 떠날까 고민하던 시절, 그 워크맨 안에서 몇 번 들었을 중국어 회화 테이프. 정말 미치게 했던 <문명> 디스켓. 대학 시절부터 중요한 데이터를 저장해 왔던 디스켓과 디스켓 박스들. 담배는 안 폈지만, 언젠가 갔었을, 압구정동의 폴링이라는 커피샵에서 얻었던 성냥. 

 

 

 

깨알 같은 글씨로 친구들의 연락처를 적어놨던 작고 얇은 수첩. 그 연락처를 옮겨놨던 샤프의 작은 전자수첩. 안경을 맞췄던 녹두거리 '스피노자의 렌즈'의 안경 케이스. 대학, 군대, 신문사 시절, 가끔씩 쓰곤 했던 앞 장들만 채워진 일기장들.

 

 

 

군대, 제대 후 미국 동부 여행, 신문사 초창기 베이징 출장, 제이크와 리차드 개리엇 등을 만난 첫 E3 출장 기억이 담긴 필름과 사진들. 그런데, 다정히 같이 찍은 저 외국 누나는 누군인지 기억이 도무지. 그 시절에는 왜 그렇게  MLB  모자를 좋아했던지. 대학 시절 받았던 편지들.

 

 

 

한때 영화 담당 기자 시절, 영화사에서 받았던 물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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