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시몬의 불량일기

80년 5월 광주의 풍경-12

임상훈(시몬) 2013-05-24 00:11:13
시몬 (임상훈 기자) [쪽지]
/webzine/community/nboard/36/?n=43857 주소복사

80년 5월 광주의 풍경-12

당신은 광주시 북구 중흥동에 사는 한 시민입니다.

아내와 어린 자녀 셋, 다섯 식구가 오붓하게 살아왔습니다.


느닷없는 난리 때문에 당신은 매우 뒤숭숭합니다.

당신도 처음엔 대학생들의 철없는 데모가 못마땅했습니다.


하지만, 공수부대의 잔혹한 행위를 직접 보고서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당신도 각목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신군부의 음모에 대해 알고 나서는 더욱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공수부대의 집단발포 이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총을 들 수 없었습니다.


대신 매일 시민궐기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계엄군이 사과하기를, 그래서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내일부터 당신은 시민궐기대회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계엄군이 오늘 밤에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불을 끄고 누웠습니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이길 가능성 0%.

도청에는 죽기를 각오한 청년들이 있습니다.


잠깐 눈을 붙였나 싶었는데, 여대생의 절규가 들려옵니다.


“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우리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숨져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계엄군과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시계를 봤습니다. 새벽 3시.

아이들은 새록새록 자고 있습니다.


당신은 밖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곧 죽음을 선택했음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계엄군의 스피커 소리가 들렸습니다.

당신은 계속 이불 속에 갇혀 있습니다.

 

 

이윽고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총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은 죽어가고 있는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당신은 계속 이불 속에 갇혀있습니다.


공포와 수치의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귀에는 계속 어린 여학생의 절규가 들리는 듯합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주십시오”


당신은 이불 속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당신은 평생 그 절규를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광주 시민들은 벌벌 떨며 공포의 밤을 지새우고 있었습니다.

인구 72만의 도시에 2만 명이 넘는 군인이 진군해 들어온 날이었습니다.


simon

 



"그것은 명백히 광주의 학살에 대한 분노를 담은 노래이다. 나는 체질적으로 정치와 거리가 멀다. 그러나 수감 중에 교도소 개구멍에서 내 노래를 듣고 이놈이 어떤 놈인지 궁금했다는 김지하씨도 만난적이 있고, 그런 인연 중에 내가 어머니라고 불렀던 전옥숙 여사와 같이 노래를 만들었다. <생명>은 내 나름대로의 투쟁이었다. 그러나 4집에 실린 그 노래는 몇 번에 걸쳐 수정 지시를 받아 고쳐야 했기 때문에 원본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조용필, 강헌과의 1997년 인터뷰 중)
최신목록 1 | 2 | 3 | 4 | 5 | 6 | 7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