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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의 불량일기

상하이 블루스 2013

임상훈(시몬) 2013-08-07 19:56:16
시몬 (임상훈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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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블루스 2013

올해로 6년째 개근 중인 차이나조이.

몇 년 다니다 보니, 상하이는 익숙한 도시고, 차이나조이는 뻔한 행사가 돼버렸습니다.

올해도 비슷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43도까지 올라간 온도부터 시작해, '낯선 경험'의 연속이었으니까요.



1. 부랴부랴
예정됐던 출국 전날, 아뿔싸, 중국 비자 신청을 깜빡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방어기제가 발동했습니다. '그래, 요즘 정신 없었지.'
논리적 결함을 발견했습니다. '근데, 요 몇 년 정신 있었던 적이 있나.'

건망증의 톡톡한 대가. 

급행으로 비자 신청. 항공권 취소. 비싼 새 항공권 예약. 호텔 하루 취소. 약속 연기.
돈은 돈대로 깨지고,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고, 신용도 떨어지고.


2. 가자마자
겨우겨우 구한 항공권. 상하이에는 밤에 도착했습니다. 아, 찜통.
밤 10시 20분,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내려놓기 무섭게 '따르르릉'.

"Simon, I'm Simon. I'm in the lobby."

저와 영문 이름이 같은 중국 업계 관계자가 호텔 로비로 찾아왔습니다.

밤 10시 30분 호텔 로비의 라운지에서 처음 만난 중국 업체 관계자 2명과 미팅을 했습니다.
칭따오 맥주를 마시며, 그 회사와 게임 이야기를 2시간 가까이 열심히 나눴습니다.



몇 년 전까지 까탈스럽게 굴던 업체였는데, 완전히 반대가 됐습니다.


3. 사랑방, 케리호텔
게임전시회는 게임을 보는 일과 더불어 사람을 만나는 일도 중요합니다.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게임 전시회 동안 끊임없이 미팅을 하죠. 백투백 미팅들.

2년 전 전시장 옆에 문을 연 케리호텔은 올해 차이나조이 미팅 공간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2년 전에는 몇 명만 알았고, 1년 전에는 일부만 아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모두 아는 곳이 된 듯했습니다. 지나가면 어김없이 마주치는 아는 얼굴들.

저도 90% 이상의 미팅을 이 곳의 로비, 카페, 식당에서 했습니다. B2C나 B2B 부스에 머무는 시간은 매우 줄어들었죠.


4. 한국은 시장
과거에 중국 분들을 만나면 주로 한국 게임에 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중국 시장에 가져갈 게임을 찾고 있는 니즈가 강했으니까요.

그러나, 올해는 달랐습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질문이 훨씬 많았습니다.

모바일게임이 주력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생긴 변화이기 하고, 중국 게임업계가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난 외국인을 기준으로 7할 이상의 분들은 buy 사이드가 아니라, sell 사이드였습니다.



게임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분들은 여전히 잘 모르실 겁니다. 지속적인 정부지원과 풍부한 유저풀,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고 꾸준히 성장한 중국 게임의 공세에 대해서 말이죠.


5. 아, 한국 음식
저는 어쩔 수 없는 촌놈입니다. 맛있는 외국 음식도 좋지만, 최소한 이틀에 한 번 김치를 먹어야 합니다.

차이나조이에는 늘 따무츠 광장에 가곤 했습니다. 행사장에서 가까운, 한국 주재원 숙소가 몰려 있는 곳이죠. 한국 고깃집이나 제과점도 있고, 깔끔한 마사지 가게, 괜찮은 펍도 있으니까,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 있죠. 차이나조이 행사 기간에는 적어도 2번씩은 갔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근처에도 못 갔습니다. 주로 케리호텔과, 연결된 식당가에 머문 탓도 있고, 두 번의 저녁약속도 다른 곳에서 잡혔으니까요. 그래서 한국 음식을 구경도 못 했습니다. 케리호텔 식당가의 부산식당은 한국음식점이 아닙니다.

대신 신기한 곳에는 갔죠. 



17173에서 주최한 쇼걸 다이빙 파티. 중국은 참 신기한 나라였습니다.


6. 매일 심야 회의
올해 차이나조이에는 밤보다 낮에 더 많은 술을 마셨습니다. 

섭씨 43도까지 올라가는 폭염 탓도 있었고, 케리호텔 1층 The Brew의 하우스 맥주가 맛있었거든요. 미국에서 처음 맛 본 뒤, 좋아하게 된 빨간색 맥주 IPA(Indian Pale Ale)도 있었고요.

하루 평균 낮술 2잔 이상씩은 마신 것 같습니다. 

반면 밤에는 거의 술을 마시지 못 했습니다. 기억해 보니 와이탄에서 칵테일 딱 한 잔 마신 게 다네요. 밤 12시 또는 새벽 1시에 호텔방에서 매일 회의를 해야 했거든요. 

방을 같이 쓰는 중국 관계자 분과 매일 모의작당을 했습니다.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조만간 나올 날이 있을 겁니다. 


7. 변하지 않은 것들
상하이에 가면 꼭 한 번은 가는 곳이 있습니다. 황푸강변에 있는 화평호텔. 



1926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곳이죠. 그 곳 1층의 재즈바는 제가 상하이에 가면 꼭 들릅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칵테일이나 몰트 위스키 한 잔을 하며 하루를 정리하기에 딱이거든요.

올해는 그 곳을 들를 기회가 없었습니다. 출국 전 마지막 밤 11시 30분, 기어코 갔죠. 7월 28일 자정이 되는순간, 호텔에 들어섰습니다.

재즈바에서는 1930~40년대 상하이 노래가 공연되고 있었습니다. 좋았습니다. 사랑했던 영화 <상하이 블루스>가 생각나더군요. 이국에서 맞은 생일날 새벽, 퍼펙트 맨하탄 한 잔을 마셨습니다.



호텔에서 자고 일어난 뒤, 신라면 블랙과 종가네 김치를 처음으로 먹었습니다. 캬~.
선물 받은, 연간 5,000병만 생산된다는 빅피트 한 병을 가방에 넣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si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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