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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게 이렇게 된다고?' 모든 걸 바꾼 LCK 서머 명장면

만약 그때 점멸을 쓰지 않았더라면...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0-09-22 09:44:12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소한 행위나 변화가 발단이 되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뜻인데요. 10년 역사를 자랑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도 단 한 번의 플레이로 인해 역사가 뒤바뀐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2013년 CJ 프로스트 소속으로 바론 둥지의 벽을 넘지 못했던 '갱맘' 이창석은 MVP 오존에 롤드컵 직행 티켓을 안겨줬고, T1의 '마린' 장경환은 2015년 CJ와의 플레이오트 4세트에서 미드 라인에 텔레포트를 타 시간을 끌며 팀의 리버스 스윕을 이끌었습니다. 2016 LCK 서머 결승전, '스코어' 고동빈으로부터 '스멥' 송경호가 바론을 빼앗은 것 역시 두 팀의 운명을 가른 장면으로 꼽힙니다.

 

2020 LCK 서머에서도 각 팀의 운명을 가른 명장면이 존재하는데요. 스포츠에 만약은 없다지만, 정말 만약에 그 순간으로 돌아가 과정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펼쳐졌을까요? 2020 LCK 서머, 팀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인 명장면들을 돌아봅니다.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스코어의 강타는 드라마,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으로 꼽힌다 (출처: 라이엇 코리아)

  

# "봐줄래?!" DRX를 롤드컵으로 이끈 '쵸비'의 4인 도발

  

서머 2라운드 DRX와 젠지의 경기는 6주 차 메인이벤트로 꼽힐 만큼 중요했습니다. 

 

젠지가 승리한다면 DRX의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고, DRX가 승리한다면 젠지와의 상대 전적을 유리하게 가져가며 1위를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죠. 1라운드에서는 DRX가 승리했지만, 2라운드 젠지도 연승을 이어가며 기세를 한창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결과를 속단할 순 없었습니다.

 

긴장감 속에 시작된 경기는 모두의 예상대로 팽팽히 흘러갔습니다. 초반 DRX가 빠른 합류를 바탕으로 젠지를 압박하나, 젠지도 '비디디' 곽보성의 조이와 '룰러' 박재혁의 애쉬를 앞세워 불리한 흐름을 끊어냈죠. 하지만 DRX도 여기에 굴하지 않고 카밀을 통한 스플릿 푸시로 젠지의 진영을 계속해서 흔듭니다.

 

게임 중반, 젠지는 카밀이 탑 라인을 푸쉬하는 상황에서도 과감히 원소 드래곤을 사냥해 3스택에 도달합니다. DRX도 이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한타를 열었죠. 하지만 젠지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며 역으로 이즈리얼과 바드를 처치해 버렸습니다. 카밀이 탑 억제기를 파괴하고 오른을 넥서스 타워까지 압박하고 있었지만 이대로 간다면 분명 DRX에게 매우 불리한 경기였죠.

 

이때 '쵸비' 정지훈의 갈리오가 빛났습니다. "봐줄래?" 한 마디와 함께 시야를 이용해 상대 진영에 점멸로 진입한 후, 4인 도발을 맞추며 순식간에 더블 킬을 기록하고 '표식' 홍창현의 볼리베어와 함께 레오나도 제압한 것입니다. 이후 쵸비는 상대 넥서스 타워로 텔레포트를 탔고, 그대로 게임을 끝내 버렸습니다.

 

이 플레이 하나로 DRX는 많은 것을 얻었다 (출처: 라이엇 코리아)

 

 

1경기 승리를 바탕으로 DRX는 젠지를 2:1로 제압하고 1위 자리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만약 쵸비의 4인 도발이 없었다면 1, 2경기를 내리 패배하고 젠지에게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었기에, 쵸비의 플레이는 DRX의 롤드컵 진출을 위한 소중한 발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이후 DRX와 쵸비는 플레이오프에서도 젠지를 상대로 풀 세트 접전 끝에 결승에 진출하면서, 꿈에 그리던 롤드컵 티켓을 얻어냅니다. 이 경기에서도 쵸비의 활약은 눈부셨는데요. 특히 마지막 경기에서는 바론 둥지 뒤쪽으로 도망간 칼리스타를 정확히 캐치하는 슈퍼 플레이를 선보이며 자신의 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게 됩니다.

 

'약속'을 지킨 쵸비 (출처: DRX)

 

 

# 매드 무비 3개를 찍고도 경기를 내준 팀이 있다?! 'KT'

 

화염용 스틸, 바론 스틸, 상대 원거리 딜러 저격, 총 딜량 '6만'. 서머 시즌 마지막 주, 아프리카와 혈전을 치른 KT의 원거리 딜러 '에이밍' 김하람이 보여준 기록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결과는 패배였죠.  

  

KT와 아프리카에 해당 경기는 상당히 중요했습니다. 아프리카는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와일드카드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고, KT는 실낱같은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죠. 그렇기에 경기는 풀 세트 접전까지 갈 정도로 치열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3경기, KT는 '스멥' 송경호가 나르 궁극기를 3명에게 적중시키는 슈퍼 플레이를 바탕으로 유리한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경기가 흘러가면 KT는 포스트시즌에 대한 희망도 살리고, 롤드컵 선발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스멥의 슈퍼 플레이 (출처 : 라이엇 코리아)


  

하지만 미드 라인에서 '스멥' 송경호의 나르가 사망하고, '기인' 김기인의 모데카이저가 살아나가면서 게임이 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아프리카는 KT의 인원 공백을 틈타 바론을 사냥하며 글로벌 골드를 좁히는 데 성공합니다. KT 입장에서는 에이밍의 진이 커튼 콜을 통해 아프리카의 공세를 저지한 것이 그나마 다행일 지경이었죠. KT는 이어진 용 싸움에서도 패배했지만, 에이밍이 화염 용을 스틸함과 동시에 노틸러스까지 잡아내며 경기의 무게추를 다시 맞추는 데 성공합니다.

 

이에 더해, 에이밍은 무려 '바론 스틸'에도 성공했는데요. 당시 바론을 사냥하던 아프리카는 일렬종대로 서서 커튼 콜을 막으려 했지만 에이밍은 챔피언의 틈새를 정확히 조준해 바론을 스틸하는 진기명기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슈퍼 슈퍼 플레이'도 기울어진 경기를 뒤집을 순 없었습니다. KT는 마지막 한 타에서 잘 성장한 아프리카의 케이틀린을 막지 못한 채 허무하게 패배하고 말았죠. 

 

결국 KT는 아프리카전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선발전에서도 아프리카에 완패하며 롤드컵에 대한 꿈을 접게 됩니다. 만약 ‘강팀 판독기’ 아프리카와의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에이밍은 드래곤도 스틸했고 (출처: 라이엇 코리아)
바론도 훔쳤지만 결국 패배했다 (출처: 라이엇 코리아)

 

# 신입생 받아라! T1을 무너뜨린 '쿠잔'의 더블킬

 

다이나믹스는 이번 서머 시즌을 통해 LCK에 처음 합류한 새파란 '신입생'입니다. 반면, T1은 LCK를 대표하는 전통의 강호이자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었죠. 때문에 1라운드 양 팀의 맞대결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한결같이 T1을 향했습니다. 물론 1라운드 중반까지 다이나믹스가 돌풍을 일으키며 중위권에 자리를 잡긴 했지만, 아직 강팀을 상대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기는 예상외로 3세트까지 흘러갔죠. 특히 다이나믹스는 '덕담' 서대길의 이즈리얼과 '리치' 이재원의 사일러스를 앞세워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심지어 바드의 신비한 차원문을 이용해 몰래 바론까지 성공하면서 유리한 흐름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T1의 방패는 단단했습니다. T1은 장로 드래곤 싸움에서 환상적인 한타 능력을 선보이면서 갈리오를 제외한 다이나믹스의 챔피언을 모두 처치하고 말았죠. 경기도 그대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경기를 뒤집은 건 '갈리오'였습니다.

 

한타에서 패배하고 도망치던 갈리오는 부쉬 시야를 절묘하게 이용해 '페이커' 이상혁의 룰루와 '칸나' 김창동의 케넨을 혼자 끊어내며 넘어가기 직전이었던 경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경기가 그대로 끝날 뻔했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팀을 구해낸 것입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쿠잔 (출처 : 라이엇 코리아)

 

결국 다이나믹스는 '쿠잔' 이성혁의 슈퍼 플레이를 바탕으로 장로 드래곤과 바론을 처치한 뒤 T1의 본진을 압박합니다. 이후 바드의 운명의 소용돌이가 '테디' 박진성의 아펠리오스에게 적중했고, 아펠리오스가 사망하면서 49분 35초의 서머 최장 시간 경기는 그대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 경기는 엄청난 눈덩이가 되어 T1을 압박했습니다. 다이나믹스가 T1전에서 보여준 '트위스티드 페이트-칼리스타-아지르', 이른바 'T1 전용 밴픽'이 모두의 시선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T1을 상대하는 팀들은 하나같이 핵심 챔피언을 자르며 경기에 나섰고, T1 역시 휘청거리기 시작했죠.

 

다급해진 T1은 신인 미드라이너 '클로저' 이주현을 투입해 2라운드 중반부터 속도를 올렸지만, 포스트시즌과 선발전에서는 제대로 주전 라인업조차 정하지 못한 채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관련 기사: 김정수 감독과 T1의 실패한 '동행'

 

특히 스프링 시즌과 서머 1라운드 초반에 보여준 T1 특유의 수비적 운영을 버리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려다 발생한 '참사'였기에 더욱 씁쓸한 결과였습니다. 다이나믹스와의 경기에서 나온 갈리오의 더블킬이 T1의 롤드컵 진출 실패를 결정짓는 거대한 눈덩이가 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 스포츠에 있어 '상상'이 재미있는 이유

 

"야구에 만약이라는 건 없다. 만약이라는 걸 붙이면 다 우승하겠지." 

 

전 프로야구 선수 정수근이 했던 말입니다. 이처럼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모든 것이 결과로 평가되기에, 과정이 좋았다고 위로하거나 만약이라는 전제를 붙이기 어려운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두고 다른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만약' CJ가 미드 상륙 작전을 펼친 마린을 무시하고 적진으로 달렸다면 그해 T1은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벽을 넘은 '갱맘'과 바론을 잡은 프로스트 역시 롤드컵 무대에 섰겠죠. KT의 스코어 역시 선수 이력에 또 하나의 롤드컵을 새길 수 있었을 겁니다. 이처럼 수많은 갈림길에서 펼쳐질 또 다른 결과를 상상하는 건 '스포츠'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재미이기도 하죠.

 

다가올 롤드컵과 향후 펼쳐질 2021 LCK에서는 어떠한 작은 '날갯짓'이 펼쳐질지, 또 그 날갯짓이 어떤 나비효과로 돌아올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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