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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김대호 매직은 여기까지..? 동화의 주인공 'DRX'가 흔들린다

호성적과 연패가 교차된 순간, 어린 선수들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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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철(텐더) 2021-06-29 09:36:56

DRX의 김대호 감독은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마술사'로 꼽힌다. 2017년 챌린저스 하위권을 맴돌던 그리핀을 지도, 1년 만에 LCK로 승격시킨 데 이어 3연속 결승과 롤드컵 진출이라는 대업까지 달성했기 때문. 이후 김 감독은 DRX로 둥지를 옮겨 '스프링 3위, 서머 준우승, 롤드컵 8강'이라는 새로운 동화를 써 내려갔다. 모두가 그의 닉네임을 본딴 '씨맥 매직'을 연호했다.

 

그런데 2021 서머 시즌, DRX가 흔들리고 있다. 오늘(29일) 기준 DRX는 6전 전패를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에 처져있다. 지난 시즌 5위를 기록한 팀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행보다. 징계에서 돌아온 김대호 감독이 힘을 보탤 거라던 세간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흐름이 펼쳐지고 있다. 동화의 주인공 'DRX', 그리고 김대호 감독이 흔들리고 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DRX의 독특한 밴픽, '안 해도 된다'가 아니라 '할 수 없이' 내린 선택

 

그리핀, DRX 등 김대호 감독이 지도한 팀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밴픽을 고수해왔다. '상대에게 대세 챔피언을 쥐여주더라도 우리가 할 것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라는 논리는 김 감독을 상징하는 문장과 같았다. 올 시즌 DRX와 김대호 감독은 여전히 독특한 밴픽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자신감'을 기반으로 한 선택이었다면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고른 형태에 가깝다.

 

김대호 감독은 독특한 밴픽으로 유명한 지도자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세트, 리 신, 다이애나는 2021 서머에서 많은 팀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들은 최다픽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자주 활용됐음에도 승률 50%를 상회하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DRX는 앞서 언급한 챔피언 중 그 어떤 카드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세트는 탑, 미드, 바텀 등 거의 모든 라인에 등장해 64%라는 어마어마한 승률을 올렸다. 특히 미드 세트 승률은 무려 69.2%에 달한다. 성적을 위해서는 반드시 활용해야 할 카드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수치다.

 

하지만 DRX에게 세트는 너무나 낯선 챔피언이다. '솔카' 송수형은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세트를 활용한 적이 없다. '킹겐' 황성훈과 '베카' 손민우가 몇 차례 써보긴 했지만(킹겐 1승 3패 / 베카 2승 4패), 그마저도 영 신통치 않다. 결국 DRX는 세트를 꺼낼 명분을 찾지 못한 채 힘겨운 시즌을 치르고 있다.

  

세트를 다루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2021 MSI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리 신은 LCK 서머에서도 탑, 정글, 미드, 바텀을 누비고 있지만, DRX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올 시즌 DRX는 리 신을 단 한 번밖에 활용하지 못했다. 리 신이 전체 밴픽률 4위(픽 34회, 밴 33회)에 오를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뼈아픈 흐름이다.

 

 

 

다이애나를 둘러싼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럼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쓰인 다이애나는 정글 몬스터 추가 대미지 상향을 통해 대세 AP 정글러로 자리매김했다. 승률도 53%로 준수한 편. 다만, DRX의 '표식' 홍창현은 유독 다이애나 활용에 애를 먹고 있다. 2전 2패를 기록했을뿐더러 경기력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템 트리 역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다이애나를 활용한 선수들의 아이템 빌드를 살펴보면 대부분 마법공학 벨트와 존야의 모래시계를 1, 2코어로 택했다. 두 아이템 모두 '이니시에이팅'과 '어그로 분산'을 위한 것들이다. 반면, 표식은 내셔의 이빨과 균열 생성기라는 생소한 아이템을 먼저 구매했다. 결과는 패배였다.

  

  

 

표식이 이러한 선택을 내린 이유는 '빠른 정글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내셔의 이빨은 대쉬기나 어그로 핑퐁 효과는 없지만, 기본 공격 시 마법 피해가 추가되며 공격 속도도 올라가기에 빠른 정글링에 용이한 아이템으로 꼽힌다. 즉, 어떻게든 정글을 빨리 돈 뒤 라인전에서 고전하는 팀원들을 돕겠다는 의도가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최대한 빨리 성장해 경기의 키를 직접 잡겠다는 전략을 설정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표식의 다이애나 숙련도다. 

 

그는 다이애나를 활용한 KT와의 경기에서 스킬 콤보를 잘못 사용하는 치명적 실수를 범한 바 있다. 다이애나 솔로 랭크 성적 역시 오늘(29일) 기준 8승 12패로 저조하다. 독특한 아이템을 고른 의도는 명확했지만, 성적으로는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올 시즌 DRX가 선보이는 독특한 밴픽이 김대호 감독의 배짱에서 비롯된 '안 해도 된다'가 아니라, '할 수 없이 내린 선택'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독특한 템트리에 대한 이유는 명확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이즈리얼, 녹턴, 럼블을 모두 내준 농심전 역시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현 DRX는 '최초의 전패팀' 진에어 그린윙스보다도 좋지 않다

 

DRX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6킬'밖에 올리지 못했다. 

 

퍼스트 블러드 획득율(14.3%)과 첫 번째 포탑 획득율(28.6%) 역시 저조하다. 이는 2019 서머 최하위 팀이었던 진에어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여담으로 당시 진에어는 LCK 역사상 최초의 전패 팀이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현 DRX는 그때의 진에어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DRX는 올 시즌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팀이다. 당연히 모든 지표가 나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DRX의 숫자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팀에 확실한 컨셉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프레딧 브리온을 예로 들어보자. 올 시즌 프레딧 브리온의 지표는 DRX에 비해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 오히려 분당 CS나 대미지는 DRX 보다 낮다. 

 

그럼에도 이들이 3승 3패라는 호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최소한 드래곤 만큼은 챙기자'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실히 설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레딧 브리온은 매 경기 착실하게 드래곤을 수집하며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상황이 어떻든 드래곤이라도 챙겨서 미래를 도모하겠다는 컨셉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서머 시즌 DRX에게선 이러한 '공동의 색깔'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초반엔 고전하더라도 환상적인 한타를 통해 승리를 이어갔던 스프링 시즌의 팀워크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거듭되는 연패에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고 수동적으로 변한 부분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 DRX는 전패팀 진에어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호성적과 연패의 교차, 어린 선수들에겐 부담으로 돌아왔을 것

 

2021년 DRX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도란' 최현준, '쵸비' 정지훈, '데프트' 김혁규, '케리아' 류민석 등 주전 선수 대부분이 이탈한 데다 김대호 감독마저 징계로 인해 스프링 시즌에 불참했기 때문. 킹겐과 표식을 제외한 포지션을 모두 신인 선수들로 채웠다는 점도 컸다. 미래를 생각한 라인업인 만큼, 성적은 중요치 않다는 예상도 쏟아졌다.  

 

하지만 DRX는 스프링 시즌 기적을 써 내려갔다. 이제 막 아카데미 명찰을 뗀 어린 선수들은 농심 레드포스, 젠지, T1 등 굵직한 팀들을 격파하며 5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1승은커녕, 전패할 수도 있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팀이 포스트 시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문제는 그다음이다.

 

앞서 말한 '굵직한 성과'는 성장할 시간이 필요한 어린 선수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적잖은 부담으로 돌아온다. 게다가 서머 시즌에는 징계를 끝낸 김대호 감독이 복귀했을뿐더러 담원기아의 분전으로 롤드컵 티켓까지 늘어났다. 팀 입장에서는 내심 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

 

만약 DRX가 서머 시즌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면 전혀 다른 흐름이 나왔을 수도 있다. 어린 선수들인 만큼,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 다만, 현실은 냉혹했다. 지난 스프링 2라운드부터 연패에 빠져있던 DRX는 계절이 변한 지금도 여전히 '1승'을 거두지 못했다. 가시적 성과를 올린 어린 선수들에게 이어진 급격한 하락세는 끈질기게 DRX를 괴롭히고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DRX에 주어진 현실적인 목표는 팀을 최대한 수습해 롤드컵 선발전을 제대로 치르는 것이다.

 

물론, DRX가 이대로 시즌을 끝내 선발전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이 팀의 2021년을 두고 실패라 손가락질하긴 어렵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힘겨운 시간을 마주하고 있는 DRX의 어린 선수들과 김대호 감독이 지금의 고통을 어떻게 경험치로 바꿀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자.

 

(출처: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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