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유럽연합(EU)에서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모양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연이어 DMA 위반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를 특별 규제하는 법으로 올해 3월 시행됐다. DMA를 위반하면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DMA 위반 판단 사례 및 이유
1. 애플
- 과도한 앱스토어 외부 다운로드 수수료(건당 약 740원)
- 개발사와 소비자 간의 소통 제한
2. MS
- 협업 소프트웨어 '팀스'를 사무용 소프트웨어 'M365'와 묶어서 판매해 소비자 선택지 제약
- 경쟁 제품과 MS 제품 간 호환 제약을 이용해 팀스의 경쟁력 강화
EU 집행위원회는 24일(현지 시각) 애플 측에 앱스토어 규정이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예비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DMA 시행 이전에 이례적으로 정책 변경 조치를 취했으나, 이같은 결과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애플의 연간 매출은 3,832억 달러(약 532조 원)로, 최대 53조 원 규모의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DMA 위반 판단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애플은 지난 1월 유럽 지역에 '서드파티 앱 마켓'을 허용하고 새로운 요금 정책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특정 앱이 외부에서 100만 다운로드를 넘길 경우 개발사로부터 ‘설치 1회당 50유로센트(약 740원)’의 고정 요금을 받겠다는 내용이다.
정확히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앱을 가정하면 애플에 지불해야 하는 요금은 50만 유로(약 7억 2,000만 원)다. 더욱이 다운로드 횟수는 1년이 지나면 집계가 새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 단위로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위원회는 "필요한 수준을 넘어선다"고 지적했으며, 애플은 성명을 통해 "99% 이상의 개발사는 기존과 같거나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개발사와 사용자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했다. 경쟁 정책을 총괄하는 마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는 "애플이 조향(steering)을 완전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조향은 앱스토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소비자가 더 나은 제안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조향이란 앱 개발자가 선택한 경로를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제안 및 홍보하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등을 일컫는다.
애플에 예비 조사 결과를 통보한 다음 날이었던 25일, EU 집행위원회는 MS 또한 DMA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협업 소프트웨어인 '팀스'를 사무용 소프트웨어 'M365'와 패키지로 구성해 끼워 팔았다는 이유다.
또한 집행위원회는 줌, 슬랙 등 경쟁 프로그램과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간 "상호 호환의 제약"(interoperability limitations)으로 인해 MS가 누리는 이점이 더욱 강화되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홀더로서 지닌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을 저하시켰다는 것이다.
앞서 MS는 지난 4월 해당 행위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이후 팀즈와 M365를 분리 판매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집행위원회는 "경쟁 제한을 회복하기 위해선 MS의 추가적인 변경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MS의 경우 최대 28조 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애플과 MS 모두 이번 심사 결과로 인해 즉시 과징금을 물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심사 보고서가 발부된 이후 반론을 제기하거나 추가 시정 방안을 내놓아 과징금을 면할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기업의 답변서 및 시정 조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사 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최종 결정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