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성까지 시간이 남은 <프로젝트 오버킬>이 공개된 이유는?
지스타 2024 현장에서 진행되는 컨퍼런스 'G-CON'에서 네오플 윤명진 대표가 '라이브 서비스하듯이 게임 개발하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윤명진 대표는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입사해 개발사 네오플의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많은 평가가 존재하지만 <던파>의 전성기를 이끈 디렉터라는 점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현재 윤명진 디렉터는 네오플의 대표로써 <퍼스트 버서커: 카잔> 그리고 이번 지스타에서 첫 게임플레이를 공개하는 <프로젝트 오버킬>등 <던파> IP를 확장할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윤명진 디렉터는 강연해서 '라이브 서비스' 게임만을 개발해 오던 자신이 신작 게임을 개발하며 얻은 다양한 시행착오와 노하우에 대해 말했다. 다음은 강연을 정리한 내용이다.
강연하는 네오플 윤명진 대표
본래 윤명진 대표는 <프로젝트 BBQ>가 '성공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BBQ>는 현재 중단됐고, 개발 경험은 <카잔>에 사용되고 있다. 반대로 <던파 모바일>은 개발 과정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중국 론칭을 통해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크게 성공했다.
윤명진 디렉터는 <프로젝트 BBQ>는 왜 중단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던파 모바일>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1. 라이브 서비스하듯이 게임 만들기 - 개발진 역량 파악의 중요성
<프로젝트 BBQ>가 중단된 가장 큰 이유는 '개발진의 역량 파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네오플은 픽셀 아트 그래픽을 활용한 2D 전투 액션 게임 개발에 대한 경험만을 가지고 있었다. <프로젝트 BBQ>는 풀 3D 그래픽을 가진 백뷰 시점의 액션 게임이었다. 기존 <던파>와는 크게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윤명진 디렉터는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던 결과"라고 실패를 이야기했다. 시장에 출시된 수많은 훌륭한 액션 게임이 존경받는 이유는 '아무나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윤명진 디렉터는 "막연히 열심히만 만들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개발 중단이었다"라고 했다.
윤명진 대표는 실패를 곱씹으며 기존에 네오플이 개발해 오던 '라이브 서비스' 게임 개발과 '신작 게임' 개발에 대한 차이를 파악하는 데 힘썼다고 전했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한다. 보통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때 인력의 90% 정도만 사용하기도 하는데,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개발하는 조직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계획'하는데 익숙하다.
그래서 <BBQ> 이후 신작을 만들 때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개발하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을 파악하는 데 힘썼다. 윤명진 대표는 "<카잔>을 보며 이미 지난 소울라이크 장르의 유행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지만 절대 아니다. 이번에는 <BBQ>를 개발하며 얻은 3D 액션 게임에 대한 경험이 있었고, 출시까지의 계획이 <카잔>에는 명확히 있다"라고 했다.
<카잔>은 <BBQ>에서 온라인 요소를 빼고 싱글플레이에 집중했으며, 오픈 월드에서 미션 단위 플레이 형태로 시스템을 바꿨다(BBQ는 오픈 월드로 개발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잔>은 2021년 여름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개발이 2년 반 진행된 현재 완성을 앞두고 있다. 윤명진 디렉터는 "개발에 대한 명확한 역량 파악과 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이야기했다.
2. <던파 모바일> 개발 비화 -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
본래 <던파 모바일>은 '빠르게 만들어서 출시'하려는 타이틀이었다. 윤명진 대표는 "모바일의 편의성을 사리면서 원작의 전투를 잘 고증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개발자들에게 윤명진 대표는 "<던파>처럼 만드세요"라고 이야기하며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에 개발진과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의를 진행한 후 회의록을 열람하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내용이 정리되어 있었고, 실제 결과물 또한 생각한 결과 다르게 나왔다.
윤명진 대표는 "말 그대로 저는 라이브 서비스만 해 왔던 개발자임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 개발 과정에서는 모두가 게임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고 빠르게 업무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반면 신작 게임 개발에서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과 같은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
그렇기에 <던파 모바일>은 목표를 바꿨다. 개발을 시작하고 2년 후에 이루어진 결정이지만, 윤명진 대표는 "세상에 게임을 실패하려고 만드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염두는 항상 두어야 한다. 실패한 후 이전보다 성공에 가까워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수정 후 <던파 모바일>의 목표는 '모바일에서 컨트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액션을 만들자'였다. 이전의 '원작 <던파>처럼 만들자'보다는 더욱 명확했다. 1년 정도 이런 목표를 구성원들과 이야기한 결과 이전과는 다른 공감대가 형성됐다. 실제로 공감대 형성 후 만들어진 빌드는 'NEW M3'라고 불렸는데, 테스트 결과 이전보다 확연히 지표와 반응이 좋아졌다.
그 이후 수 년 동안 개발돼 빛을 본 타이틀이 <던파 모바일>이다. 중국에서 론칭이 좌절되는 뼈아픈 일도 있었지만, 개발진 모두가 공감대를 가지고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계속해서 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다.
3. 주기적인 피드백 확인
실패를 경험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급적이면 실패에 대한 대비를 해 두는 것도 좋다.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항상 피드백을 받으며 개발된다. 피드백은 세 가지다. 1. 이용자의 반응 모니터링 2. 게임 통계 데이터 3. 내부 개발자의 의견이다.
하지만, 신작 게임은 조금 다르다. 디렉터가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를 잘 쌓고 완성된 게임에 대한 청사진을 정말로 잘 구성원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면 오락가락할 확률이 높다.
<던파 모바일>이 선택한 해결책은 개발 과정에서도 '이용자 피드백'을 철저히 받는 것이었다. 사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빌드를 만들고 테스트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테스트를 할 때마다 별도의 빌드를 만들어야 하기에 개발이 멈추기 떄문이다. 윤명진 대표 또한 처음에는 계속해서 테스트 빌드를 만들고, 완성되지 않은 게임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고 했다.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가 윤명진 대표를 설득했다. 텐센트는 "새로운 게임을 개발한다고 생각해 달라. 지금은 게임을 다 만든 이후 보여주는 시대가 아니다. 게임을 보여준 후 계속해서 피드백을 받고 완성도를 끌어올려 최상의 퀄리티로 보여줘야 하는 시대다"라고 이야기했다. 윤명진 대표는 "생각해 보니 정말로 맞는 말이었다"라고 했다.
그렇기에 <던파 모바일>은 개발이 2~3개월 진행된 2016년부터 중국에서 테스트를 시작했다. 단순히 '주기적으로 한다'를 넘어 1달 단위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개발 2년차부터는 테스트 서버를 상시 오픈했다. <던파 모바일>은 출시까지 8년이 걸렸기에 어마어마한 피드백이 쌓였다. 윤명진 대표는 "정말로 라이브 게임을 서비스하듯이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이야기했다.
중국에서 테스트 중인 <던파 모바일>
이어 "그럼에도 아직 콘텐츠, 최적화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내부의 개발 실력만 믿고 게임을 냈었다면 분명 실패했을 것이다. 특히 중국 시장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가 제각각이다. 모든 모바일 기기에서 게임이 잘 되도록 하려면 정말로 많은 최적화 관련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기조는 <던파> IP를 통한 다른 신작에도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다. <카잔>이 여러 게임쇼에서 게임을 시연한 후 테크니컬 베타 테스트를 한 이유다.
윤명진 대표는 개발을 인계받은 <프로젝트 오버킬> 또한 동일한 기조 속에서 개발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지스타 2024에서 게임플레이 데모를 공개하는 이유도 아직 완성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개발 단계에서 이용자의 피드백을 받고 게임을 다듬어 나가기 위해서다.
윤명진 대표는 "앞으로 게임 개발이란 것은 개발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잘 만들어지길 바라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개발진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피드백을 철저히 확인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라이브 서비스하듯이 신작 만들기라 생가한다"고 이야기했다.
윤명진 대표는 <프로젝트 오버킬>에 대한 많은 피드백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