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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People]슬레이어스 ‘大母’ 김가연

황제의 외조로 시작해 슬레이어스를 명문 게임단으로 만드는 그녀의 이야기

카스토르 2011-06-23 01:45:51

대종상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중견 연기자, ‘황제’ 임요환의 연인에서 이제는 <스타크래프트 2> 최강의 팀을 꿈꾸는 슬레이어스의 게임단주.

 

김가연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가운데 일부다. 이 사람, 처음 만나기 전에는 직설적인 화법과 솔직한 성격 때문에 무척이나 깐깐해서 인터뷰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눌 수록 모두가 나의 선입견이고 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인터뷰가 진행될 수록 처음 가졌던 선입견들을 하나씩 사라지게 만들었고, 남자친구보다 8살 연상이지만 나이를 밝히지 않으면 절대 알아차릴 수 없는 동안의 외모에서 내뿜는 묘한 매력은 그나마 남았던 경계심마저 무장해제 시켜버렸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김가연은 뜨거운 열정과 화끈한 추진력을 지닌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고, 한편으로는 의지가 강하고 씩씩한 ‘여장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탤런트 김가연과의 뜨거운 인터뷰를 지금부터 공개한다. /디스이즈게임 심현 기자, 사진=디스이즈게임 김경현 기자


 

 

■ 지금은 슬레이어스 전성시대

 

최근 <스타크래프트 2> 게임단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 활동을 보이고 있는 팀은 단연 슬레이어스다. 슬레이어스는 GSTL 시즌2와 시즌3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하면서 <스타크래프트 2> 팀 단위리그 사상 최초로 2회 우승과 2연패에 성공했다.

 

아울러 슬레이어스는 에이스 문성원이 MLG 콜럼버스 2011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개인리그 챔피언을 배출했고, 최근 막을 내린 슈퍼토너먼트에서도 16강에 5명, 8강에 3명을 진출시키며 서서히 명문 프로게임단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슬레이어스가 명문 <스타크래프트 2> 게임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제가 살아온 인생 중에 요즘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원래는 잘 움직이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컴퓨터를 하거나 그냥 쉬면서 먹고 노는 편인데 요즘은 (임)요환씨도 챙기고 슬레이어스 팀원들도 보살피고 미래를 위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다 일하고 있는 게임회사가 최근에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해서 정말 바쁘네요.

어제만해도 새 유니폼으로 바뀌면서 못 입게 된 과거 유니폼 다림질해서 정리하고, 새 유니폼 입을 준비하면서 정신이 없었어요.

 

본업이었던 연예인 활동은 당분간 안 하시는 건가요?

 

매니저와 합의를 했어요. 드라마 같은 경우는 시작하면 거기에만 매진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가 없어요. 그래서 드라마는 포기하고 간간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감각을 유지하는 편이죠.

 

그래도 본업인 연기를 하고 싶을 텐데 얼마나 쉴 계획입니까?

 

일을 시작한 이상 1년 정도는 슬레이어스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래서 아마 내년 상반기 정도가 돼야 중견 연기자 김가연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문성원이 MLG 콜럼버스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슬레이어스 개인리그 첫 우승이죠?

 

문성원 선수가 승격강등전에서 탈락하고 완전히 슬럼프였어요. 팀 안에서 농담도 잘하고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말도 안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때 마침 MLG 콜럼버스 출전 티켓이 왔어요. 요환씨와 문성원 선수를 놓고 누구를 출전시킬까 고민을 했죠. 그런데 요환씨가 ‘내가 몸도 좋지 않으니 성원이를 보내자. 이번에 성원이가 우승하면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문성원 선수를 불러서 ‘우승하고 와라. 만약 우승하지 못하면 오지 말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왔고, 미국에서 큰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MLG에 다녀오면서 '선수는 경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고 왔대요.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가능하면 앞으로도 해외에 많은 선수들을 보내고 싶어요.

 

GSTL 최초 2회 우승과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최근 개인리그에서 성적도 좋고 가히 슬레이어스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데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보여드리지 못한 선수들도 많아요. 현재 슬레이어스의 메인이 문성원 선수긴 하지만 두각을 나타내고 성과를 거둔 선수도 문성원 선수 뿐이에요. 슬레이어스에는 프로의 마인드를 갖추고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는 선수들이 더 많아요.

 

 

■ 연예인에서 슬레이어스 게임단주로 변신

 

슬레이어스는 ‘임요환의 팀’으로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e스포츠를 알리고 발전시키는데 공헌했던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스타크래프트 2> 전향을 선언했다. 하지만 혼자서 대회를 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임요환에게 입단을 제의한 게임단이 있었지만 그는 자기만의 팀을 갖고 싶어했고, 그의 연인 김가연은 그를 위해 팀 결성을 준비했다. 이것이 슬레이어스의 시작이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임요환의 들러리나 연습 상대들이 모인 오합지졸로 치부했다.

 

‘너희들은 게임만 열심히 해라. 나머지는 내가 모두 챙겨주마’. 하지만 김가연은 애초에 그런 생각으로 팀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김가연은 본업인 연예인 활동도 미룬 채 선수들을 모집하고, 팀 살림을 챙기고, 규율을 정하고, 운영하면서 슬레이어스를 서서히 틀을 갖춘 게임단으로 성장시킨다.

 

슬레이어스 팀을 처음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작년에 요환씨가 처음 <스타크래프트 2> 대회(2010년 오픈 시즌2를 가리킴)에 출전했을 때 테란전과 프로토스전은 어느 정도 잘했어요. 그런데 저그전은 래더에서 연습을 할 수 가 없더라고요. 임재덕 선수와 4강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연습 상대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경기 전날 급하게 상대를 구하긴 했지만 임재덕 선수에 대한 잘못된 연습 방법이 화근이었죠. 쓰는 전략이 계속해서 이긴다고 저그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피드백을 연습해 준 상대에게 너무 늦게 전달했던 거죠. 그래서 후반 운영이 저그를 상대하기에 부족했던거죠. 그러다 보니 혼자서는 절대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거에요. (김)원기에게 연습을 도와 달리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 대회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그러지도 못했고, 솔직히 요환씨가 저그전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는 상태였죠.

 

요환씨가 혼자 게임하고 대회를 준비하면서 정말 외로웠고, 당시 두 군데에서 입단하라는 제의를 받아서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요환씨가 자기만의 팀을 꼭 갖고 싶어했고, 자기만의 팀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도 강했어요. 그래서 팀을 준비했죠.

 

항간에는 임요환의 연습 상대로 선수들을 구하기 위해 팀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는데 시작 의도는 비슷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달라요. 팀에 합류하는 선수들도 임요환의 연습 상대로 시작했지만 그를 통해서 역량을 키우고 정상급의 선수로 성장하면서 강한 게임단을 만드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처음 슬레이어스를 만들 때 인원 모집은 어떻게 했고, 초기 멤버는 어떤 선수들이었나요?

 

온라인에서 128강 공개 모집으로 선발을 시작했죠. 원래 300명이 넘게 신청했는데 1차 정리를 통해서 128강으로 추렸죠. 팀에 합류하기로 가장 먼저 결정한 선수는 문성원 선수예요. 요환씨가 SK텔레콤 시절부터 눈 여겨 봤던 선수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합류 시켰죠.

온라인 선발전에서는 장강욱이 1위, 황도형, 전천후, 조명환, 윤성훈, 강상원, 김경수 등 9명의 선수를 뽑았어요. 그 가운데 지금까지 남은 선수는 장강욱, 황도형, 윤성훈 3명이네요.

 

이후 선수 추가 선발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하던데요.

 

김동원 선수는 클랜 선발전을 통해서 팀에 합류했고, 양준식 선수는 원래 128강 선발전에서 떨어졌는데 팀에 합류했어요.

 

저희는 팀 구성이 4단계로 나눠져 있어요. 클랜원, 2군, 견습생(1.5군), 1군 이렇게 체계적으로 올라오죠. 견습생 제도는 이 선수가 합숙 생활에 적응력이 있는지를 테스트 하는 거에요. 2군 선수들 가운데 돌아가면서 1달 정도 1군들과 함께 생활해보고 가까이 지켜보면서 합류 여부를 결정하죠. 그렇게 해서 1군에 합류한 대표적인 선수가 양준식 선수예요.

 

요환씨가 래더에서 게임을 하는데 ‘알리시아’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에게 매번 말린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선수가 속된말로 쇼부도 잘 치고, 다른 사람보다 굉장히 신경 쓰이면서 플레이하게 만들었대요. 그래서 ‘알리시아’가 접속하면 항상 지켜보고 관심을 가졌는데 128강 공개 모집에 신청을 해서 눈 여겨 봤다고 하더라고요. 게임 스타일만 생각해서 굉장히 얍삽하게 생긴 사람일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순수하게 생겼대요. 얼굴은 굉장히 순박하고 순수하지만 게임은 악랄하게 하는 그런 선수죠.

 

그래서 지켜보니 괜찮은 것 같아서 선발 인원에서 탈락했지만 따로 불렀죠. 견습생으로 숙소에 합류시켜보고 싶은데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양준식 선수는 떨어진 줄 알았다가 그 말을 듣고 너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이후에 함께 숙소에서 생활해보니 가식적이지 않고 일상 생활도 굉장히 모범적이고 솔선수범하면서 게임도 열심히 하는 친구예요. 형들이 워낙 열심히 하니 동생들이 보고 배울 수 밖에 없죠.

 

 

GSTL 최초로 2연패와 2회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첫 출전 기억나세요?

 

처음에 GSTL 출전했을 때는 슬레이어스가 생긴지 2주 만에 출전이었어요. 문성원 선수가 3킬을 기록하긴 했지만 8강에서 탈락했죠. 당연한 성적이었고, 실망하지도 않았어요. 선수들에게도 다음달에 더 열심히 하자고 말했죠.

 

다음 시즌이 GSTL 시즌2와 시즌3에서는 모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비결이 뭐죠?

 

당시에 ‘슬레이어스는 임요환 빼면 아무것도 없는 팀’이라는 말이 많았죠. 선수들이 그 말에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했어요. GSTL 시즌2 첫 경기 맵이 탈다림제단이었는데 당시에는 저그가 좋다는 평가가 많았어요.

 

제가 팀 내부에서 선수 운영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데 황도형 선수를 불렀죠. 황도형 선수가 SK텔레콤에서 2군으로 활동했지만 경기 출전 경험도 없는 선수였어요. 하지만 어떤 마인드로 프로게이머가 된 선수라는 것을 알아서 동기부여를 하기로 했죠. 황도형 선수에게 ‘탈다림제단에 모든 것을 걸어라’고 말을 했어요. 그렇게 다른 선수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2주전부터 준비를 시켰죠. 그리고 2주 동안 체크를 했어요. 황도형 선수도 열심히 했고, 결국 출전이 결정됐죠. 경기 전날 방송 첫 출전이라 너무 떨린다고 말을 하더라고요.

 

마침 황도형 선수가 개막전에 출전하는 그 날 동생은 군대에 입대하게 됐고, 황도형 선수에게 ‘군에 가는 동생과 부모님처럼 보살펴 주신 외삼촌을 위해 경기를 이겨라’고 말을 했죠. 결과적으로 첫 경기에서 황도형 선수가 이기면서 팀에 큰 기폭제가 됐어요. 말도 못하게 열심히 하고 단합하면서 팀의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어요. 그러면서 우승의 맛을 보고 나니 이후부터는 선수들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GSTL 시즌3에서도 황도형 선수처럼 두 선수를 비슷하게 2주 전부터 준비시켰는데 윤영서 선수가 1주일 뒤에 늦게 합류를 했어요. 그래서 윤영서 선수에게도 기회를 줬는데, 로스터 제출 시점에서 윤영서 선수가 눈에 확 띠었어요. 윤영서 선수에게 ‘첫 주자로 출전한다면 올킬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자신 있다고 대답하더라고요. 그래서 믿고 맡겼죠.

 

앞서 말한 것처럼 초반에는 ‘임요환의 팀’, ‘임요환의 들러리’라는 비아냥도 있었습니다.

 

전혀 답답하거나 속상하지 않았어요. e스포츠 관계자들에게는 고유 명사가 있죠? ‘요환 단물’이라고(웃음). 저는 선수들에게 ‘요환 단물’을 모두 빼먹으라고 말했어요. 과거 e스포츠 관계자들이나 선수들도 그랬던 것처럼 너희들도 ‘요환 단물’을 모두 너희 것으로 만들라고 말했죠. 사람들이 ‘슬레이어스는 임요환 밖에 없다’느니 들러리라느니 그러는 것은 모두 너희들이 부러워서라고요. 모든 것들은 나중에 결과로 보여진다고 말해줬어요. 임요환에게 배울 것은 모두 배워라. ‘지금은 임요환의 등에 업혀있지만 나중에는 너희가 임요환을 등에 업어라’라고 말이죠.

 

 

팀 창단 초반에는 슬레이어스에 가면 지속적인 선수 생활을 보장 받지 못한다는 말도 있었는데요.

 

저도 그 이야기를 들었어요. 다른 팀들은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가 있으면 일단 자기 팀으로 모으고 봐요. 선수에게 해선 안될 일이죠. 선수가 어느 팀에 잘 맞을지 기회를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전 그게 싫었어요. 그래서 우리 팀에는 자체 승강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상황에 따라서 승격하고 강등하는 선수들의 숫자가 바뀌긴 하지만 개념은 GSL 승강전과 거의 같아요.

 

저는 선수들에게 항상 ‘뒤에서 너를 따라오는 사람은 돌진 광전사다. 앞에서 안주하며 썩은 물이 되지 마라. 항상 뒤에서 자기를 노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고 말하죠. 선수들이 ‘나는 슬레이어스의 중간 정도 위치니 어떤 경우에도 잘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 팀은 상위권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요. 매달 자체적으로 성적을 계산해서 장학금도 주죠. 무한 경쟁 시스템이죠. 선수들은 슬레이어스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밖에서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알아야 해요.

 

일부 팀에서는 우리의 이런 시스템을 좋게 보지 않는다고 해도 굉장히 도움이 되고 결과로 보여지고 있어요. 우리 팀 연습이 힘들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가장 프로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할 때하고 놀 때 노는 거죠.

 

선수 출신도 아니고 지도자 경험이 있지도 않습니다. 더군다나 연예인인데 지금의 이런 팀 운영 모델은 어떻게 생각해냈죠?

 

제가 게임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고, 과거에 즐겼던 온라인 게임에서 제가 속했던 문파나 혈맹은 항상 최고였어요. 우리 문파는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지라도 항상 최강이었어요. 게임에서 전쟁을 하는데 저는 장군이에요. 병사들에게 전쟁 명령을 내리면 싸우는 사람도 있지만 몰래 숨는 사람도 있어요. 그럼 저는 숨는 병사들은 스스로 죽였어요. 마치 군대에서 낙오 당하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하지만 열심히 하는 친구에게는 제가 가진 장비나 물약 같은 것들을 아낌없이 지원해줬어요.

 

게임단도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10년 정도 게임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다져진 것 같아요. 게임은 사람들의 세계와 문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또 다른 세상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게임을 할 때도 사람들에게 ‘내가 강하면 뒤에서 욕을 할지라도 내 앞에서는 뭐라고 말하지 못한다’고 말하죠.

 

본인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홍승표 감독의 역할이 작아 보이는 역효과도 있습니다.

 

외부에서 그런 시선이나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홍승표 감독의 성실성을 보고 감독의 임무를 맡겼어요. 홍승표 감독에게도 ‘게임 외적인 부분은 내가 모두 챙길 테니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게임 내적인 부분을 지켜보고 개발하라’고 주문했어요. 슬레이어스는 제가 만든 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은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신 홍승표 감독은 선수들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에만 집중하면 돼요.

 

 

그럼 임요환은 슬레이어스에서 플레잉 코치 역할을 하고 있는 건가요?

 

전혀 아니에요. 요환씨가 남을 가르칠 만큼 한가하지 않아요(웃음). 요환씨의 슬레이어스에서 역할은 그냥 존재의 이유에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선수들을 지도하고 게임 내적인 역할을 챙기는 것은 홍승표 감독이 책임지고, 게임 외적인 부분은 모두 제가 챙기죠. 요환씨는 그냥 팀에서 같이 게임 하는 큰 형이고, 선수들에게 선수로써 모범을 보이는 롤 모델이죠. 요환씨는 매일 본인의 경기 분석하느라 정신 없어요.

 

슬레이어스만의 팀 운영 방식이 있나요?

 

저희는 마치 군대와 비슷하게 팀을 운영해요. 하지만 부모님들께서 자기의 아이들을 우리에게 맡긴 것인데 최대한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요. 집 떠나서 생활하는 선수들이 살 빠지는 것도 싫고,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도 싫어요. 그래서 주번도 정하고 모두 모여서 청소도 하고 그래요. 거기에 일과시간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죠. 기상부터 연습, 취침까지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서 지내고, 팀에서 합숙하면서 지켜야 할 규율도 있어요. 선수들 모두가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팀을 꾸리고 있어요.

 

많은 팬들이 궁금해합니다. 슬레이어스에서 김가연씨의 위치는 정확히 뭡니까? 게임단주, 정신적 지주?

 

속된말로 ‘시다바리’라고 하죠? 저는 처음에는 그냥 뒤치다꺼리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너희들은 게임만 열심히 해라. 나머지는 내가 모두 챙겨주마’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을 맡았죠. 요환씨와도 그렇게 이야기를 했고요. 그런데 선수들이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다 보니 제 역할이 조금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선수들은 엄마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이 집을 떠나 합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혼낼 때는 크게 혼내고, 챙겨주기도 하니까 마치 가족처럼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선수들과 인연을 맺거나 정신적으로 교류가 이어지다 보니 마치 한 집 식구처럼 생각하죠. 그래서 마치 누나, 엄마 같은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선수들은 저를 ‘잔소리대마왕’ 이라고 부르죠. 저 스스로는 슬레이어스의 게임단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황제 임요환의 연인으로 살아가는 방법

 

‘황제’ 임요환에게 여자친구가 생겼고, 그 사람이 김가연이라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팬들은 그녀에 대한 궁금증보다 8살 많은 연상녀, 이혼녀라는 사실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결국 일부 팬들은 자신의 황제를 빼앗아간 그녀를 곱게 바라보지 않았고, 그녀의 주변에는 좋지 못한 이야기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친구를 위해 자신의 일을 포기할 수도 있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김가연은 어느 날 무기력하게 변해버린 남자친구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그가 다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김가연은 <스타크래프트 2> 도전을 결심한 임요환을 위해 개인 후원 작업을 시작하게 되고, 덕분에 임요환은 30대 프로게이머로 경기에 출전하면서 팬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남자친구의 외조에 머물 수 있었던 일이 커졌네요. 옆에서 남자친구를 도와주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개인적인 연애 감정으로 지켜봤을 때 임요환이라는 사람은 게임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스스로도 그렇게 말해요. <스타크래프트>로 활동할 때는 소속팀이 있고 남들이 알아서 모든 것을 챙겨주니 본인은 게임만 했죠. 그래서 더욱 거기에 익숙한 것 같았어요.

 

요환씨가 처음 <스타크래프트 2>를 한다고 했을 때가 2010년 광안리 결승전 직후예요. 요환씨는 광안리 결승전이 열리기 훨씬 전부터 <스타크래프트>에서 손을 놓고 있었어요. 후배들에 밀려서 경기에 출전하지도 못했고,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본인 스스로 딜레마에 빠져 있었죠.

 

그런데 소속팀인 SK텔레콤에서는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니 좋은 제안을 했어요.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인데 SK텔레콤 오경식 팀장님께서 어느 팀의 감독도 부럽지 않을 좋은 조건으로 코치직 제안을 하신 거죠. 하지만 요환씨는 거기에 안주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스타크래프트 2>가 나온다기 하니 도전하기로 결심했어요.

 

하지만 막상 도전을 결심했지만 두려움을 갖고 있는 거예요. 마치 정년퇴직을 앞둔 가장의 모습이랄까? 요환씨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인 거죠. 어느 날 연습 안하고 카페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나, 할 일이 없어’라고 말하는데 너무 무기력해 보이고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결심을 했죠. 요환씨가 하고 싶은 것을 다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그리고 나서 바로 개인 스폰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이후에 큰 회사 몇 군데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당시 이야기를 나눴던 분들의 반응도 좋았고, 그 가운데 인텔과 첫 미팅을 하고 난 뒤에 요환씨에게 이야기를 했죠.

 

그 이야기를 들은 임요환의 반응은 어땠나 궁금하네요.

 

처음에는 안 믿었어요. 인텔에서 요환씨의 후원을 결정하면서 가진 생각이 ‘임요환이 우승하는 것을 보여주자’가 아니라 ‘임요환의 게임을 원하는 팬들에게 그의 경기를 보여주는 환경을 만들자’였어요. 얼마 전에 모 매체에서 특정 기자가 ‘임요환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 인텔의 후원 효과가 떨어졌다’는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 그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소리예요.

인텔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와 이유가 임요환의 게임을 원하는 팬들에게 그의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인텔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2010년 광안리 결승전이 끝나고 SK텔레콤과 계약이 만료된 후에 인텔과 첫 미팅을 갖게 됐죠.

 

지금도 잊지 않는데 2010년 8월 14일부터 요환씨가 <스타크래프트 2> 연습을 시작했어요. 자기 이름으로 계정을 만들면 소문이 날 수 있으니 제 이름으로 ‘manofoneway’ 계정을 만들었죠. 계정을 만들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더라고요. 사실 오픈 시즌1에도 출전하고 싶었는데 예선전 날짜가 계약기간을 이틀 남겨놓은 시점이라 나갈 수 없었죠.

 

처음 <스타크래프트 2> 대회 예선전을 치르던 날 기억하세요?

 

당연하죠. 요환씨는 마치 소풍 가기 전날 아이들하고 똑같았어요. 떨려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은 최고였어요. 경기장에 앉아서 예선전을 치르는 모습을 보는데 ‘아 내가 너무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는 지금하고 달리 제 일과 요환씨 뒷바라지를 병행할 때였거든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내가 본업을 버리고 ‘요환씨 뒷바라지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을 병행하니까 매니저들을 같이 데리고 현장에 가고 그랬거든요. 그 친구들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이 사람을 위해서 일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고 본격적으로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날 이후부터 슬레이어스가 생기기전까지 그렇게 열심히 밥을 해본 적이 없네요(웃음). 매일 3끼 식사에 반찬 걱정까지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처음에 임요환과 사귄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일부 팬들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죠?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거나 속상했을 것 같은데요.

 

속상하고 부담스런 그런 느낌이 아니었어요.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팬들의 상당수도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힘들었어요. 인격이 조금 더 성숙한 성인이라면 제가 만나서 대화도 나누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싸우기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아직 개념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 커뮤니티에서 제가 그런 팬들과 싸웠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는데 저는 제 소신을 밝혔을 뿐이지만 그 사람들은 싸웠다는 표현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100명이 넘는 악성 팬들을 추려서 사이버 수사대에 고발을 했는데 참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더라고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요환씨의 팬이기 때문에 그들마저도 안고 가야 하는가, 처벌을 해야 하는가 고민을 많이 했죠.

당시에 요환씨도 중간에서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그건 보면서 ‘내가 받아들이자’는 생각을 했어요. 나는 연예인으로, 게임에 관련된 종사자로 비슷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그냥 모든걸 포용하기로 했죠.

 

모든 팬을 포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억울한 일도 있을 것이고, 속상한 일도 남았을 것 같아요.

 

경기장 앞 자리를 제가 빼앗았다는 사건이 있었어요. 모 매체에서 기사화되면서 잘못 알려졌는데 그것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하물며 지금도 일부 사람들은 그게 사실인 것으로 알고 있고, 아직까지 회자되는 걸 보면 너무 속상해요. 상식적으로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생각 없이 그런 짓을 저지르겠어요. 당시 그 일을 보도한 기자가 일부 현장 스태프의 말만 듣고 그대로 기사화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당시 그 내용을 기자에게 전달한 스태프가 SK텔레콤 팬이었고 그날 저를 해당 자리로 안내해줬어요. 그런데 저는 항상 그런 식으로 팬들로부터 자리를 뺏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려 오해는 바로 잡고 싶네요.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저는 그런 개념 없는 짓을 하는 몰지각한 사람이 아니에요.

 

요환씨와 제가 사귄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반대하는 팬들에게도 모두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그들에게 연상녀, 이혼녀 이런 것 말고 개념 없는 여자라는 좋은 핑계거리를 준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저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커뮤니티를 가보면 당시 상황을 봤다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더욱 속상했죠. 요환씨도 그 당시에는 상당히 혼란스러웠어요. 사건의 진위 여부를 가려서 판단하기 보다 일단은 나쁜 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 굉장히 안타까워하더라고요.

 

반대로 두 사람을 응원해주는 팬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저와 요환씨를 응원하는 팬들은 몰래 그런 생각을 전하셨어요. 비공개로 보내지는 쪽지나 남들에게 들켜서 이슈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죠. 제가 커뮤니티를 통해서 요환씨가 게임을 열심히 하는 이상 응원해주는 것이 팬의 진정한 도리라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일부 팬들은 그걸 이용해서 ‘가짜 팬’이라는 말까지 만들어서 공격하더라고요.

 

저도 연예인 활동을 해봐서 알고 있지만 연예인이건 운동선수건 그들에게 진정한 팬은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을 오래 보고 싶은 거예요. 요환씨에게도 죽을 때까지 그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진정한 팬이라고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요환씨에게 팬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려줬고, 그런 팬들의 겉만 보지 말라고 조언해줬죠. 처음에는 요환씨도 팬들과 잡음이 생기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제 의도를 잘 알아요.

 

 

임요환 선수가 남들보다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지만 이제 30대가 넘었습니다. 가끔은 물리적으로 좁힐 수 없는 간격이랄까 차이가 있을 텐데요.

 

요환씨가 일단 어깨가 좋지 않아요.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은데... 건초염이 있다 보니 팔을 제대로 들지 못해요. 제가 옆에서 요환씨에게 ‘하물며 기계도 기름칠하는 시간이 있다. 연습 좀 그만하고 쉬어라’라고 말해도 쉬질 않아요. 요환씨는 밤에 잠자고, 밥 먹고, 선수들과 축구 하는 시간이 쉬는 것의 전부예요. 휴일도 없고 쉬는 시간도 없이 그냥 게임만 해요. 이 사람은 ‘조금만 게임을 쉬면 내가 앞으로 게임을 못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깨에 무리가 왔죠. 그나마 최근에 NASL 조별 풀리그 경기 마치고 이틀 쉬게 했는데 그게 다예요.

 

슬레이어스 팀에서 평가전을 하면 요환씨 성적은 상위권이에요. 제가 게임을 직접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관찰자 입장에서 지켜보잖아요. 그러면 임요환과 상대하는 선수는 승패에 관계없이 할 말이 있는 거예요. 이기면 임요환이라는 선수를 이겼으니 할 말이 있고, 지더라도 임요환이라는 선수에게 졌기 때문에 할 말이 있어요. 그래서 요환씨는 경기에 따른 부담이 더 크죠.

 

또 하나는 <스타크래프트>에서 워낙 전략으로 유명했던 선수라 새로운 것에 대한 생각도 달라요. 그래서 <스타크래프트 2> 초창기에 기본기보다 전략적인 면에 너무 치중하기도 했어요. ‘임재덕도 같은 30대인데 우승하지 않느냐’ 이런 말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요환씨는 <스타크래프트>에서 너무 오랫동안 경력을 쌓았고 업적을 이뤘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2>에서 고전하는 것 같기도 해요. <스타크래프트>에서 쌓았던 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만의 경기를 못하는 것이죠. 반면 임재덕 선수는 그런 점에서 고정관념이 덜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스타일로 경기를 하는 거죠. 새로 <스타크래프트 2>를 시작하는 선수들도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고집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요환씨는 빨리 <스타크래프트> 스타일을 버리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은 본인도 그런 것의 한계를 느끼고 운영적인 측면으로 많이 전환하고 스타일을 변화시켰지만 아직도 전략과 운영에 대한 비중이 5:5 정도인 것 같아요. 그런데 완전히 버릴 수는 없나 봐요. 요즘도 <스타크래프트 2> 선수들이 하는 플레이를 하라고 조언을 하지만 요환씨는 자기가 스스로 한계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스타일을 고수하더라고요.

 

언제쯤 임요환이 많은 팬들의 기대처럼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요?

 

딱 꼬집어서 말하긴 힘드네요. 한때 딜레마에 빠져 있기도 했지만 슬럼프에 빠진 것은 아니에요. 일부에서 ‘임요환이 코드A로 추락했다’는 말을 하던데 저는 그 말도 기분이 굉장히 나빴어요. 그럼 코드A 예선을 통과하려고 노력하는 선수들은 뭐가 되는 건데요? 임요환이 코드A로 추락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선수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코드S건 코드A건 계속해서 리그에 출전하고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죠.

 

팬들의 기대치는 임요환의 경기를 보고 싶은 것이고, 요환씨의 기대치는 리그에서 우승을 하는 것, 제 기대치는 본인이 하고 싶은 그날까지 게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요환씨가 정상에 머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중간에 머물러있지만 오래 그 위치를 유지하면서 활동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이건 정상에서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정상을 찍는 건 정말 힘든 일이거든요.

 

 

■ 슬레이어스, 가슴에 태극기를 달다!

 

슬레이어스는 유니폼에 태극기를 달고 있다. 게임단주 김가연의 아이디어다. 그녀는 슬레이어스의 시스템을 이끌고 해외 진출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 그녀는 슬레이어스를 지금보다 더 크고 탄탄한 게임단으로 성장시키고 싶어한다. 팀리그는 물론이고 개인리그에서도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게임단으로 만들고, 낙오하는 선수 없이 잘 이끌어서 해외에 한국 게임단의 위상을 알리는 것이 그녀의 꿈이고 목표다.

 

GSTL이 시즌4부터 양대리그 풀리그로 확대됩니다. GSTL 3연패할 자신 있습니까?

 

우리는 항상 팀리그 V3와 3연패를 꿈꿔요 선수들에게도 말하는 것이 ‘슬레이어스가 1년 뒤에 어떤 팀으로 평가 받고 어떤 위치에 있을지는 우리가 보여준 성과가 중요하다. 그러니 무엇이든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라고 말하죠. GSTL은 물론이고 코드S나 코드A 등 개인리그에서도 최선을 다할 겁니다.

 

현재 <스타크래프트 2> 게임단 가운데 슬레이어스만 유일하게 스타2 협의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습니다. 슬레이어스가 협의회에 가입하거나 임요환에게 선수 협의회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은데요.

 

특정 단체에서 직책을 갖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시다시피 요환씨가 그런 직책을 갖게 된다면 거기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죠. 그런데 요환씨는 지금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남들보다 연습을 덜하더라도 실력에 변화가 없다면 무슨 일을 추가로 해도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요환씨는 ‘나는 지금 다른 선수들이 10시간 연습하면 20시간을 연습해야 한다’고 말해요.

 

스타2 협의회 출범 초기에 그런 제안을 받았음에도 그런 이유 때문에 본인이 자신 없다고 하더라고요. 게임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싫고, 그런 일을 맡을 자신도 없다고 말했어요. <스타크래프트 2>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참여를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위치에서 특정 일을 하기보다는 게임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슬레이어스가 꿈꾸는 게임단은 어떤 모델인지 궁금합니다.

 

야구나 축구는 대기업의 후원을 받거나 창단을 해서 적지 않은 홍보가 이뤄지고 관중 수익을 포함해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모든 것을 대규모로 진행하잖아요. <스타크래프트>도 그런 것을 보고 따라가기만 급급했는데 마치 ‘우물 안 개구리’ 같다고 생각해요.

 

<스타크래프트 2>는 해외에서 인기가 훨씬 많아요. 그런데 한국 선수들이 외국에서 활동하기 쉽지 않죠. 하지만 외국에서 알아보면 오히려 한국보다 개인 스폰서를 받기는 굉장히 쉬워요. 때문에 저는 슬레이어스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낙오하지 않게 만든 다음에 그 선수들을 데리고 해외로 나가고 싶어요. 외국의 선수들은 한국의 게임단 시스템을 체험하지 못하잖아요. 우리 팀에서 견습생 제도를 거쳐 1군으로 승격하는 것처럼 이 시스템을 들고 해외로 나가서 활동하고 싶어요. 지금도 해외 선수들 가운데 슬레이어스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선수들의 요청이 있는데 아직은 그 선수들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요.

 

슬레이어스는 유니폼에 태극기를 부착하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이유가 있나요?

 

유니폼에 태극기를 부착한 것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우선 해외에 한국과 한국의 국기를 알리는 것이 1차 목표고, 선수들에게 자긍심과 책임감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 두 번째죠.

원래 임요환 선수 유니폼에만 태극기를 달았는데 이번에 팀 유니폼을 바꾸면서 전부 태극기를 달았어요. 지난번에 문성원 선수가 MLG 콜럼버스에 출전할 때 태극기를 달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 달았는데 살짝 후회하고 있어요(웃음).

 

 

인텔, 레이저 등이 후원을 하고 있는데요. 후원사를 확대할 계획은 없나요?

 

당연히 확대 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스타크래프트 2>가 국내에서 지금보다 더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야 해요. 지금 슬레이어스의 메인 후원사인 인텔이나 레이저는 <스타크래프트 2>라는 게임의 인기 보다 ‘임요환’이라는 스타 플레이어를 통해 성사된 것이 더 크거든요. 일례로 유니폼을 후원하는 EXR의 경우 시원씨에게 부탁해서 성사된 후원사예요. <스타크래프트 2>의 현재 시장성 보다는 개인적인 친분으로 시작했다가 문성원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후원 규모가 확대된 케이스죠.

 

레이저의 경우도 다양한 곳에 후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슬레이어스가 금액으로는 가장 큰 지원을 받고 있어요. 앞으로 선수들이 해외에 많이 나갈 수록 팀 후원 성과에 더 만족할 거고 지원도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특히 레이저 같은 경우는 CEO인 민리앙탄 이사님께서 조만간 후원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씀해주셔서 더욱 고맙고 기대하고 있어요(웃음).

그리고 메인 후원사 외에도 동아오츠카에서 선수들에게 음료를 제공해주고 계시고, 호산 ENG에서는 슬레이어스 선수들의 한우 회식과 팀 내 장학금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입니까?

 

요환씨가 선수들하고 앉아서 게임 이야기 하는 것을 바라볼 때, 게임 전략이나 내용에 관한 이야기 하는 걸 보고 있으면 굉장히 기분 좋아요. 그때 임요환의 모습이 가장 ‘임요환’ 스러워요. 그 외의 일상 생활은 임요환이 아닌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게임 할 때만 황제죠.

 

일부 언론에서 올 가을 결혼설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결혼은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계신가요?

 

바빠서 결혼할 시간도 없어요(웃음). 연예계에 있는 친구들도 만날 때마다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데 정말 바빠요. 결혼할 시간이 없네요. 아시다시피 곰TV가 1년짜리 리그 스케줄을 모두 잡아놔서 엄두를 못 내요. 결혼 준비도 해야 하고, 결혼식에 신혼여행까지 최소 1~2주는 시간이 비어야 하는데...결혼 못하는 것은 곰TV 때문이에요(웃음).

 

 

오늘은 슬레이어스 위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결혼 계획이 잡히면 다음에는 임요환과의 만남부터 연애, 결혼까지 풀 스토리를 취재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인터뷰 해주시는 거죠?

 

알겠습니다. 연락 드릴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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