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롤스타즈>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매출 순위 최대 1위, 미국, 한국의 양대 앱스토어에서 최대 2위, 3위를 기록했다. 주춤한 줄 알았던 접속자 수는 10개월 연속 성장해 5월 중 역대 최고 기록까지 경신했다.
지난 3월 GDC에 참여한 프랭크 카이엔부르크 <브롤스타즈> 개발팀 리드는 2021년까지 승승장구하던 <브롤스타즈>가 왜 침체를 겪었는지, 그리고 어떤 시행착오 끝에 다시 비상할 수 있었는지 한 차례 설명했던 바 있다.
(관련 기사: [GDC 2024] 유료 뽑기 없애고 브롤스타즈 성공시대 시작됐다?)
약 2개월이 지난 5월 29일, 한국을 직접 찾은 카이엔부르크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 슈퍼셀 한국 지사 오피스에서 40여분 간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브롤스타즈>가 부침을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언더독처럼 계속 도전하는 '슈퍼셀다운' 태도가 게임 재도약의 원동력이었다고 카이엔부르크는 말한다. 그리고 그 발판이 되어준 것은 5년 간의 관계 형성을 통해 개발진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유저 커뮤니티다. 함께 들어보자.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Seungeon Bahng) 기자
프랭크 카이엔부르크 개발팀 리드
# <브롤스타즈>는 어떻게 다시 떠올랐나?
Q. 디스이즈게임: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린다.
A. 프랭크 카이엔부르크 개발팀 리드: <브롤스타즈>의 총괄 매니저다. 지난 2018년 게임의 글로벌 서비스 시작에 기여한 이래 6년째 총괄 매니저 자리를 맡고 있다. 슈퍼셀 입사는 10년 정도 됐다. 이전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프랑스 지사에서 10년 가까이 일했다. 독일 출신이다.
Q. <브롤스타즈>가 벌써 5년이나 됐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을 텐데, 팀이 마주했던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했나?
A.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다. 가장 컸던 걸 하나 꼽자면 2020년 코로나 유행 당시 상황을 들 수 있다. 이때 우리 게임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당해 6월 중국에 진출했고, 첫 번째 ‘브롤패스’ BM이 매우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유저 수, 매출 등 모든 지표가 좋았다.
하지만 업무환경은 안 좋아졌다. 원래 우리는 작은 팀으로서 가까운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유기적으로 일했었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전환은 우리에겐 아주 좋지 않은 일이었다. 코로나 기간 생산성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창의력이 점차 줄었다. 서로 논의하고, 토론하고, 교류할 기회가 사라져 버렸으니까.
결국 2021년 여름을 기점으로 조금씩 지표들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물론 코로나가 조금 안정되면서, 집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게임 외 다른 활동을 찾아 떠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브롤스타즈> 게임 서비스의 퀄리티도 분명 낮아지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코로나 기간 내린 결정들의 수준이 이전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22년 중반쯤에는 유저 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리 팀은 이대로는 지속 불가능하단 걸 알고 무언가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확률형 아이템인 ‘메가박스’를 게임에서 없애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메가 박스'를 없앤 것은 큰 모험이었다.
그 대신 진척도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아주 선형적이어서 보상 수준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소 재미가 없는 시스템이었다. 해당 업데이트를 2022년 12월에 적용한 결과 정말 많은 유저들이 게임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그 모든 플레이어가 불과 2달 만에 전부 다시 떠났다는 것이다. (바뀐 보상 시스템이)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골수 유저들은 남아서 과금을 했지만 그 외 대다수의 플레이어에게 무작위 요소가 전혀 없는 이분법적 보상 시스템은 별로 재미없는 것이었다. 이후 2월과 4월에 걸쳐 예정된 업데이트가 마저 진행되었지만 지표는 계속 내려가기만 했다.
결국 이후로 남아있던 1년 치의 업데이트 계획을 모두 폐기한 뒤, 다른 방향성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 팀은 이전에 내린 결정들을 겸허하게 되돌아보고, 문제점이 뭔지, 플레이어들은 뭐라 얘기했는지 살폈다.
유저들이 원했던 것은 더 흥미로운 보상 시스템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2023년 여름에 ‘스타 드롭’을 도입했다. ‘스타 드롭’은 유저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확률형 보상 시스템으로, 당시에는 과금 상품으로 만들지 않았다.
복귀 유저들을 위한 시스템 도입도 또 다른 과제였다. 당시 신규 유저와 복귀 유저들의 비중이 점점 역전되어 복귀 유저 비율이 신규 유저를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확률형 보상 시스템 '스타 드롭'을 도입했다. 유저들이 원했기 때문이다.
한편 게임 개발 속도는 너무 빨랐기 때문에, 2년 정도 쉬다가 돌아왔다고 가정하면 게임이 너무 다르게 느껴질 만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6월 복귀 유저들을 위한 업데이트를 적용했고, 그 덕분에 리텐션이 훨씬 좋아졌다. 복귀유저의 경우 50%, 신규 유저들의 경우 10~15% 정도 리텐션이 개선되었다.
그랬더니 여름철이 왔는데도 유저수가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원래 <브롤스타즈>는 여름이 비수기다. 주로 학생들 사이의 바이럴로 흥행하는 게임인데, 여름엔 방학이 시작되면서 학생 간 교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에는 유저가 줄어들지 않고 유지되는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를 통해 리텐션 개선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후로 게임에 많은 요소들을 추가해 왔다. 신나는 게임 메카닉 ‘하이퍼 차지’를 도입했고, 게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클럽 리그’를 ‘메가 저금통’으로 대체했다. 유저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동행도 계속됐다. 커뮤니티 이벤트를 통해 액티브 유저 확보를 도모해 나갔다.
이렇게 지난여름부터 시작된 성장은 10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바로 오늘(5월 29일) <브롤스타즈> 플레이어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 단위로 봐도 이번 달에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1분기 한국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순위. <브롤스타즈>는 8위에 위치했다. (출처: 센서타워)
Q. 유저 복귀를 위해 도입했다는 시스템들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A. 가장 큰 변화는 확률형 아이템인 ‘스타 드롭’의 도입이다. 플레이어들이 확률형 보상의 쾌감을 원했기 때문이다. 하이퍼 차지도 도입했다. 파워 레벨 11부터 사용 가능한 능력으로서, 사용 시 굉장히 강해지면서 잠시 영웅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콘텐츠다.
복잡한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예를 들어 ‘클럽 리그’를 월간 1회 진행되는 ‘메가 저금통’ 이벤트로 바꿨는데, 이해하기 매우 쉽고 보상도 명확해 유저들이 매우 좋아한다. 클럽 리그의 플레이어 숫자와 비교하면 5배에 달하는 것으로 볼 때 상대적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올해 초에는 기존의 파워 리그를 대체하는 경쟁전을 도입했다.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을 크게 높였는데 역시나 반응이 매우 좋다.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서 8배 많은 유저들이 이용 중이다.
마지막으로는 내부적으로 ‘이벤트 프레임워크’(framework of events)라고 부르는 새로운 업데이트 형식을 적용했다. 그 첫 번째 타자가 바로 ‘고질라’ 이벤트다. ‘고질라’ 이벤트에서는 기존에 도입된 적 없었던 유니크한 게임플레이가 제공된다.
고질라 이벤트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 통계는 숫자일 뿐,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Q. 들어보니 한동안 새로 도입한 변화들이 모두 성공적이었는데, 그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플레이어 통계를 살펴본 것인가? 아니면 특정 그룹과 함께 플레이테스트를 진행했나?
A. 둘 다 아니다. 우리는 주로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다. 수치와 통계는 경향성과 큰 그림을 보여줄 뿐, (현상의) 구체적 이유는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어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그들이 직접 이유와 의견을 말해준다. 이를 직접 듣고 다음 의사결정에 반영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Q. 한국 게임사들 역시 고객의 소리를 잘 듣는 것을 과제로 안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의견 중 정말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의견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내는 게 어려운 지점이다. <브롤스타즈> 팀은 어떤 기준으로 이를 판별하나?
A. 절대 쉬운 답이 없는 질문이다.
2018년 처음으로 <브롤스타즈> 글로벌 진출을 결정했을 때, 우리는 유저 커뮤니티를 반드시 게임의 한 축(pillar)으로 삼는다는 기조를 세웠다.
원래 슈퍼셀은 트위터, 레딧 등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을 관리하는 팀이 따로 있었다. 이들이 회사를 대표해서 플레이어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브롤스타즈> 팀은 플레이어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했다. 개발자들이 직접 유저 커뮤니티와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거다. 공식 계정과는 별개로 개발자들이 직접 팀을 대표해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
이렇게 유저들과 직접 소통을 하면서 5년에 걸쳐 관계를 강화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유저들의 신뢰를 얻었다. 개발팀이 옳은 결정을 내리고 유저의 목소리를 들으리라는 신뢰다.
유저들 역시 커뮤니티를 자체적으로 관리(moderate)한다. 예컨대 누군가 어떤 사안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면, 커뮤니티가 자체적으로 온화하게 사태를 진정시키고는 한다.
우리가 잘 통하는 소통 방식을 한 번에 찾아낸 것은 아니다. 5년간 매일매일 우리가 경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커뮤니티에게 보여줬을 뿐이다. 이것은 우리 팀이 가진 큰 힘 중 하나이며, 이는 다른 기업이 쉽게 복제(copy)할 수 없는 장점이다.
100만에 가까운 멤버들이 활동 중인 <브롤스타즈> 레딧. 개발진은 레딧을 포함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유저와 직접 소통한다.
Q. 새 프로젝트를 쉽게 시작하고, 또 기꺼이 취소시키는 ‘슈퍼셀’ 특유의 창작 문화는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같은 전략을 단일 게임의 장기 운영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둘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어떤 원칙을 가지고 게임을 운영하고 있나?
A.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라이브 게임 개발과 신규 개발 프로젝트 사이의 다른 점을 굳이 꼽는다면 실제 유저의 존재 여부다. 플레이어가 있으면 피드백을 받기가 아주 쉽다. 미공개 게임을 개발할 땐 유저 커뮤니티가 없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 차이를 빼고 보면 슈퍼셀의 신규 게임 개발 철학과 <브롤스타즈> 팀의 신규 콘텐츠 개발 철학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슈퍼셀 개발팀들은 새 게임이 잘되지 않을 경우 기꺼이 취소할 의향이 있다. 그리고 <브롤스타즈> 개발팀은 새로운 콘텐츠가 잘되지 않을 경우, 이걸 없애는 데 주저함이 없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플레이어들에게 긍정적이기만 하다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가 성공을 거뒀을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다. 누구든 성공하고 나면 ‘안전하게 가자, 우리 입지를 지키자’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입지를 고수하는 태도는 일종의 약점(flaw)이다.
성공했더라도, 아직 바닥에 있는 것처럼 매일 싸워 나가야 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이나 다른 게임이 나타나 유저들을 빼앗아 가기 마련이다.
프로젝트나 아이디어의 '폐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슈퍼셀 특유의 문화는 지금까지 회사를 지탱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출시한 <스쿼드 버스터즈>
<브롤스타즈>도 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그 와중에도 한 가지 변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면, 이렇듯 위험을 피하지 않는 정신이다. 물론 무모하게 굴어도 된다는 건 아니다. 최대한 현명한 결정을 내리되, 스스로가 항상 옳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라는 얘기다. 그래도 문제는 없다. 유저 커뮤니티가 우리를 믿어주고 있고, 업데이트는 2개월마다 꼬박꼬박 이뤄지니까.
라이브게임인 만큼 오히려 실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새로움을 시도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정을 내린 뒤,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과가 좋으면 축하하고, 그렇지 않다면 교훈을 얻어 미래의 결정에 반영하면 된다.
Q.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반대로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게임의 핵심 가치 혹은 핵심 경험도 있을 것 같다.
A. 맞다. 절대 바꾸지 않을 것 중 하나는 바로 세계관 혹은 IP다. <브롤스타즈> 세계관은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의 정체성이 되었다. 또한 게임의 핵심 콘텐츠 구조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우리 게임은 경쟁형 탑다운 PvP 게임으로, 그 틀 안에서 다양성은 추구할 수 있지만 기본은 변함없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규 유저들을 위해 게임 접근성을 계속 높게 유지하는 기조다. 만약 오늘 <브롤스타즈>에서 즐거운 경험을 했다면, 5년 뒤에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게임을 항상 ‘시작하기는 쉽고, 숙달하기는 어려운(easy to pick up, hard to master)’ 상태로 남겨두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팀으로서 견지하고 있는 또 하나의 핵심 가치는 게임을 최대한 간결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간결함(simplicity)은 일종의 예술(art)이다. 게임을 지나치게 정교하게 만들거나, 과설계하는 것은 저지르기 쉬운 실수다. 게임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간결하면서도 몰입감 높은,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예술이다. 그 실현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 중이다.
Q. 그렇게 하기 위한 실질적 팁을 조금 전수해 줄 수 있겠나?
A. 좋다. 많은 기업, 그리고 최근의 적잖은 라이브게임들이 새 요소를 너무 많이 추가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누구든 처음에야 핵심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게임을 만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5~10년가량 서비스를 지속하면서 두 달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지속한다고 치자. 그러면 새로운 콘텐츠가 무더기를 이루게 된다.
앞서 이야기한 내 견해로 돌아가 보면, 간결한 게임에는 가치가 있으며, 이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더한 만큼 덜어내야만 한다. 신규 요소를 추가했다면 이것 때문에 게임이 너무 비대해지는(bloating)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임이 비대해질수록 신규 유저가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게임이 계속 부풀게 두는 것은 일종의 함정이다. 많은 라이브 게임이 이 함정에 빠져들고 있지만 항상 ‘간결함’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Q. 그런데 그렇게 변화를 추구하는 개발 철학은 <브롤스타즈> 팀처럼 유저 커뮤니티와 강한 유대를 형성했을 때만 가능할 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한국 게임이 새 결정을 내릴 때마다 커뮤니티의 강한 반대 의견으로 고생한다.
A. 사람은 모두 변화를 싫어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100만 명의 유저가 있다고 하면, 변화를 별로 안 싫어하는 사람부터 변화에 아주 민감한 사람까지에 이르는 모든 구간에 사람들이 고루 분포한다.
나 개인부터 이야기하자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변화를 수용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스스로의 믿음과 관습을 시험하고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팀원들을 모두 반문하는 성향의 사람들로 구성했다. 모든 일에 ‘예스’만 하는 사람을 바라지 않는다. 반문하고, 항의하고, 도전하는 사람들을 원하며, 실제로 그렇게 행동할 수 있게끔 보장해 주고 있다. 그 결과 개인적 유연성을 좀 더 유지하고 있다.
나 자신의 개인적 유연성은 팀 전체의 유연성으로 이어진다. (최고 직책인) 나에게 반대할 수 있다면, 팀 내의 누구에게든 서로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이 이렇듯 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이것이 다시 유저 커뮤니티로도 전이됐다. 밸런스, 콘텐츠 등 게임 요소는 계속 변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유저들이 그 변화 자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 그리고 혹여 무언가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개발진이 그걸 반드시 고치리라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다.
문제가 생겨도 결국 복구될 것이란 믿음이 있다면, 변화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 <브롤스타즈> 유저 커뮤니티는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5년 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동안 수많은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뭔가가 어긋났을 때는 항상 고쳐 온 결과다.
슈퍼셀은 작은 조직을 유지하는 것을 중시한다. 다만 <브롤스타즈> 팀은 약간 사정이 달랐다. (사진: 슈퍼셀 공식 홈페이지)
Q. 아직도 팀 인원은 스무 명 남짓인가?
A. (웃음) 아니다. 2018년 처음 시작할 땐 19명이기는 했다. 그러던 중 2020년이 찾아왔다. 코로나가 시작됐던 2020년은 모든 이에게 어려웠지만, 개인적으로도 경력 전체를 통틀어 가장 힘들던 시기다. 앞서 말한 것처럼 게임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유저 규모가 커졌고, 나를 비롯한 팀원 모두가 큰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채용이 필요했다.
문제는 슈퍼셀은 전통적으로 작은 조직의 가치를 중시했다는 점이다. 최대한 작은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DNA의 일부다. 그래서 (코로나 시기에 겪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추가 채용의 필요성을 인정 받는 게 매우 어려웠다.
가령 새 아티스트를 뽑는다고 하면, 그룹 내의 동료들과 CEO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니까 “프랭크, 넌 이미 아티스트가 두 명이나 있잖아. 더 성적 좋은 <클래시 오브 클랜>도 아티스트 한 명인데 말이야. 너는 사람을 뽑을 게 아니라 뭔가 다른 시도를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식이다.
하지만 <브롤스타즈>는 슈퍼셀의 이전 게임들과 달랐다. 이전 작품들이 대부분 진척도(육성) 중심의 게임인 반면, <브롤스타즈>는 콘텐츠 중심의 게임이다. 콘텐츠 추가에 의해 생사가 결정되는 게임인 거다.
그래서 그 차이점을 우선 동료들에게 ‘교육’(educate)해야 했다. <브롤스타즈>는 이전 게임들과 다르고, 따라서 인력이 더 많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 뒤 2020년 여름에는 CEO와 대화를 하면서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팀 사이즈를 유지하는 대신 게임에 거는 기대 수준을 낮추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필요한 만큼 뽑아서 팀의 비전에 전력투구하도록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CEO는 채용을 허락했고, 조금씩 인원을 늘린 끝에 현재 60여 명이 됐다. 대신 60명 안에 마케팅, 커뮤니티 매니저, 고객지원, 분석팀 등 필요한 부서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브롤스타즈>는 콘텐츠 의존도가 높은 게임이다.
Q. 60명이면 여전히 상대적으로 작다.
A. 상대적으로(웃음).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큰 팀이다. 그래도 슈퍼셀의 중요한 가치는 고수하고 있다. '책임을 다할 때만 권한이 주어진다'는 원칙이다.
팀 분위기를 보면, 막대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다들 겸허하다. 아직도 배고픔과 야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유저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따라서 팀원이 더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유저들을 위해 더 큰 노력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뿐이다.
실제로 이전에 비해 스킨이나 게임 모드도 많아졌고, 콘텐츠 품질이 높아졌으며 게임 폴리싱도 더 잘 이뤄진다. 더불어 팀원이 늘어난 만큼 직원 개개인의 스트레스 지수도 낮아졌고.
이전 회사에서는 내 팀이 소규모에서 대규모로 매우 빠르게 성장했었다. 물론 단기간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많이 생겼다. 팀원들 간의 얼라인이 맞지 않았고, 내가 채용을 서두르는 탓에 신규 입사자들의 수준 또한 점차 낮아졌다.
슈퍼셀로 이직하면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대책을 세우리라 다짐했다. 팀 규모에 대한 내 현재 철학은 그렇다. 팀원 간 신뢰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고, 팀원들의 정서적 안정성이 높아서 상호 간 잘못을 편안하게 지적할 수 있는 분위기만 유지된다면, 팀 규모는 얼마든 커져도 좋다. 중요한 것은 팀의 (절대적 규모가 아닌) 성장 속도다. 얼마나 빠르게 채용하는지가 중요하며, 우리는 최대한 그 속도를 늦추고 있다.
'하이퍼차지'의 재도입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Q. 숫자 얘기를 조금 해보자. 최근 통계로 보니, <브롤스타즈> 매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국가 중 2등이더라.
A. 맞다. 한국은 항상 우리 게임의 최고 매출 국가 5위 안에 들어 있다. 정보를 지나치게 공개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그 정도다. 한국은 항상 <브롤스타즈>에게 중요한 시장 중 하나였다.
현재 나와 팀원들이 한국에 와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팀 전체가 주말동안 ‘스타필드 안성’에서 벌룬 페스티벌과 함께 팬들과의 Q&A 시간을 가졌고 반응이 정말 열광적이었다. 헬싱키(본사)에서 게임만 만들고 있으면 숫자밖에 확인할 수 없다. 이렇게 직접 와서 유저들을 만나는 것은 귀한 경험이다.
<브롤스타즈> 팀에서 일한 전체 기간을 통틀어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이야기한다 해도 나는 지난 2019년 부산에서 열린 월드 파이널 경기를 꼽는다.
당시 지스타 행사장에서도 우리는 가장 유니크한 부스로 참가했는데, 어린 유저들과 부모들이 부스를 구경하려 몰려든 광경이 장관이었다. 유저들을 한 마음으로 모이게 했다는 기분이 들어 특별했다. 부모들이 우리 게임을 ‘자녀들에게 허락할 만한 게임’, '자녀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여긴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안다.
이렇듯 한국과 <브롤스타즈>의 관계는 계속되는 러브스토리 같다. 나와 팀 모두 한국을 사랑하며, 특별하게 여기고 있다.
스타필드 몰에서 유저 행사를 가졌다.
Q. <브롤스타즈>에 대한 한국 유저들의 반응이 다른 국가와 다른 점이 있나?
A. 사실 모든 국가마다 반응은 조금씩 다르다. 그래도 한 가지 예시를 들자면, 아까 말했듯 <브롤스타즈>는 여름이 보통 비수기인데 한국에서만큼은 그 반대다. 한국 학생들은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여름이 되면 지표가 상승한다.
한편 한국에서만 잘 되거나, 반대로 한국에서만 잘되지 않는 콘텐츠들도 있다. 예를 들어서 나는 항상 한국을 e스포츠의 발원지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브롤스타즈> 대회에도 한국 팀들이 많이 참가하길 기대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기자 주: 2019년 이후로 <브롤스타즈> 국제대회에는 한국 팀이 참전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한국 <브롤스타즈> 팬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서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맵 만들기 모드의 인기는 한국에서 가장 높다. 한국 유저들은 UGC(유저제작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열의가 대단하다. 그래서 이 방면에서 뭘 더 해볼 수 있을지 살펴볼 예정이다.
Q. 방금 <브롤스타즈>의 한국 유저층이 어린 편이라고 했는데, 유저층 확대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나?
A.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사실 우리는 능동적으로 어린 유저층을 타게팅한 적은 없다. 하지만 어린 유저들이 우리 게임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일단 깨닫고 난 뒤에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용자들의 연령을 살폈고, 안전한 플레이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그 결과 <브롤스타즈>는 어린이들이 플레이하기에 안전한 게임, 가족친화적 게임이 되었고 이 점을 바꿀 의향은 없다.
하지만 만약 (약간 더 높은 연령의) 유저들이 게임에 더 몰입하고 싶다면, <브롤스타즈>의 세계관을 살펴볼 수 있겠다. <브롤스타즈>의 세계관은 사실 조금 어두운 면모가 있다. 총천연색의 외관과는 사뭇 다른 역사를 가진 세계관이다.
<브롤스타즈> 전 세계 국가 매출 비중. 한국이 11.9%로 2위를 차지했다. (출처: 센서타워)
Q. <브롤스타즈>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 해준다면?
A. 올해 안으로도 네 번의 업데이트가 남아있다. 안타깝게도 세부 사항을 너무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최근 고질라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처럼 올해도 컬래버레이션이 몇 번 더 남아있다. 아주 흥미로운 이벤트가 될 것이며, 유저분들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또한 여름철을 맞아서 정말 멋진 계획이 세워져 있는데, 유저분들이 깜짝 놀랄 것 같다. 정말 신나는 순간이 될 것이다.
Q. 끝으로 한국 플레이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A. 이미 어느 정도 얘길 한 것 같지만, 나와 팀 모두 한국 유저들에게 정말 정말로 감사한 마음이다. 처음 게임을 출시할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게임이 외부 영향 없이 자연스럽게(organically) 한국에서 너무나 인기가 커졌고 그래서 아주 기뻤다.
나와 우리 팀에게 한국은 마치 고향 같다. 한국은 우리 마음속에 정말 가까이에 있다. 늘 한국의 근황을 궁금해하고 있으며, 한국 유저들에게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와 팀 모두 한국 유저분들께 감사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