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도 야구가 개막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도 야구는 한다. 4월 2일부터 144게임씩 총 720경기의 레이스가 시작된다.
기자의 응원팀은 올해 가을 야구 못 갈 거 같다. 야구 때문에 속 썩어본 사람은 안다. 야구가 얼마나 징그러운 물건인지. 야구를 잘 모르겠다고? 왓챠에 가서 한화 이글스의 분투를 담은 다큐멘터리 <클럽하우스>를 감상해보시라. 왜 야구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건지 잘 나와있다.
솔직히 올해는 예년만큼 기대가 되지 않는다. 사실의 인과를 따져야 할 기자가 아니라 초등학교 2학년부터 아버지 손 잡고 야구장에 갔던 팬의 시선에서, 원정 숙소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술판을 벌이고 창설 40년 만에 잘 가던 리그를 중단시키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했다. 실망이란 감정의 영역에 존재하므로 논리를 동원해서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기자는 올해 야구를 쳐다도 안 볼 것을 엄숙하게 선언한다. 하이라이트, 직관, 야구부장의 크보 핵인싸, DKTV, 이순철 '순Fe', 올스타전, 명경기, 포스트 시즌 진출 등은 빼고.
모바일 야구 게임도 야구 개막 시즌이면 그 해 버전의 야구 게임들이 게이머들을 맞이한다. 야구의 룰이라는 게 그대로이듯 야구게임의 룰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대단한 혁신보다는 빠른 로스터 반영과 안정적인 운영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2017년 3월에 나온 <프로야구 H2>는 출시 5년이 지난 아직까지 현역이다.
야구 게임이라고 나오는 게임들 대부분 대동소이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은하에서 마투수와 마타자가 활약하는 경우나 신체만한 얼굴을 가진 SD 캐릭터들이 경기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 게이머들이 인 게임 화면만 보고 이 게임과 저 게임을 구분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게임에 접속하는 입장에서도 매니지먼트형 게임이라면 1번부터 9번까지 타선을 뜨겁게 만들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해주는 게 중요하고, 플레이가 강조된 게임이라면 타이밍에 맞추어 버튼을 잘 누르면 될 일이다.
<이사만루>와 <마구마구>의 노하우를 가진 넷마블엔파크는 3월 30일 <넷마블 프로야구 2022>를 내놓았다. 선수의 실사 모델링, 경기장 구현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우리 게임에서는 가짜 같은 선수가 뛰고 있습니다'라고 자랑하는 사례가 없듯, 실사형 스포츠 게임을 찾는 이들에게 전술한 요소는 기본의 영역이다. 게이머들의 눈이 높아졌다. 선수카드 뽑기와 덱 구성, 리그 진행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커리어 모드'가 기자를 사로잡았다. <넷마블 프로야구 2022>에는 '나만의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커리어 모드가 완비됐다. 실사형 모바일 야구 게임에서는 처음 도입한 사례가 아닌가 한다. 홀린 듯 게임을 설치했다.
커리어 모드는 스포츠 게임의 특별한 재미를 더한다.
커스터마이징부터 시작해서 RPG처럼 경험에 따라서 스탯을 쌓아가며 이 세상에 없는 선수를 월드 클래스로 키워나가는 모드라고 볼 수 있다. 타인과 상대해야만 해서 피로가 동반되는 멀티 플레이의 대안으로 여겨지기도 하며, 몇십 시즌 넘게 한 선수나 구단을 키우는 플레이를 즐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스포츠 게임의 명가인 EA는 커리어 모드에 약간의 성장 스토리를 덧입혀 매년 넘버링이 달라지는 게임에 신선함을 더하고 있다.
<넷마블 프로야구 2022>도 이 무기를 꺼내들었다. 게임에서는 최대 5명의 '나만의 선수'를 투입할 수 있으며 취향대로 선수의 이름, 출신지, 외형, 포지션, 성장 유형까지 고를 수 있다. 프로필을 맞추면 잴 것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되는데, 청기백기 식 간단한 미니게임을 통해 선수에 추가 스탯을 입힐 수 있다. 투수라면 성장에 따라서 새로운 구종을 익히는 요소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직은 도입되지 않았다.
커리어 모드가 대체로 그렇듯 풀 타임을 모두 뛸 필요 없이 투수면 투수, 타자면 타자 자신의 활약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에 간편하게 즐기기 좋다. '나만의' 가상 리그에서 가상의 라이벌과 성적 경쟁을 벌이는데, 소속 리그가 올라갈 수록 라이벌을 이기기 쉽지 않아진다. 같은 취지에서, 모바일게임이니만큼 자동으로 커리어 모드 전체의 플레이가 대체'는' 가능하지만, 라이벌과 상대해 이기기 위해서는 수동 플레이가 권장된다.
시스템 상에서 가상의 라이벌을 만들어주고, 그 선수와 기록 경쟁을 하다 보니 싱글 플레이를 즐기면서도 일종의 '쪼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팀 성적뿐 아니라 개인 대 개인의 성적을 비교하게 만들면서 새로운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다만 게임 안에서 라이벌이 왜 라이벌이 됐는지, 라이벌의 성적 데이터는 무엇을 기준으로 산출되는지 뾰족하게 나오지 않았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수에게 트레이너를 붙여 추가적인 강화를 노릴 수 있다. 일반적인 경기 모드에서 작전 카드(또는 야구 카드)에 해당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커리어에서 중차대한 경기라면, 골드를 추가로 소모해 일시적으로 스탯을 올리는 버프도 들어있다.
<넷마블 프로야구 2022>의 '나만의 선수'는 혼자만의 성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게임에서 성장이 완료되면 선수 카드로 만들어 자신의 덱에 편성할 수 있다. 최대 5명의 선수까지 자신의 덱에 강한 선수를 편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신이 17년 삼성 팩을 만들려고 하는데 특정 포지션이 약하다는 판단이 서면, 그에 따라서 선수를 키워 덱에 넣고 보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오랜 시간 플레이하며 애착이 생긴 선수를 실제 덱에 넣을 수 있도록 한 것은 굉장히 도전적 시도로 보인다. 다만, 실사형 게임을 추구하니만큼 덱에 넣을 수 있는 5명의 선수들이 마투수나 마타자처럼 기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게임이 고도화하고 '천상계'가 만들어지면, 나만의 선수'들'이 어떻게 운용되는지도 지켜볼 만하다.
커리어 모드에서 얻은 이득을 유저의 덱에도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기획은 커리어 모드 전용 상점에서도 확인된다. <넷마블 프로야구 2022>의 커리어 모드에서는 플레이 중 얻은 재화로 선수 카드팩이나 영입권을 살 수 있다.
커리어 모드를 커리어 모드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덱을 강화시키는 데 쓸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인데, 한 선수 한 선수가 중요해지는 상황이 온다면 추가 재화 수급을 위해 커리어 모드를 꼭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고가의 콘솔 기기를 가지기조차 어려운 시대, 모두가 <MLB 더 쇼>에서 나만의 선수를 가지고 놀 수는 없다. 그럴 때 <넷마블 프로야구 2022>는 F2P 게임에 모두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서 구동된다는 점에서 확실한 엣지를 가지고 있다. 예시로 든 게임에 비해 간략화된 버전의 모드이지만, 라이브게임의 솔로잉 모드의 성과가 자신의 전력에 플러스가 된다는 기획 또한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이 게임에 호평하기 어려운 지점들도 있다. 바로 어색한 모션인데, 뒤로 빠진 볼을 담으러 간 포수가 벽 앞에서 송구 모션을 취한다거나, 주루사 당하는 주자가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는 등의 경우가 잦았다. 일부러 공을 하나 뺐고, 포수 미트 안에 안착했는데 "와일드 피치" 음성이 나오는 등 덜 다듬어진 모습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심수창의 해설은 재치있는 입담이 배제되고 경기 상황에 대한 설명만 있었기 때문에 건조하게 다가왔다.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스코어보드만 보게 만들 작정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자신들이 애써 만든 실사 그래픽이 유저들에게 더 많이 보여지려면, 이런 부분적인 완성도를 개선하는 편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