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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TIG 퍼스트룩] "쏘기 전에 생각했나요?"

김승주(4랑해요) 2022-07-15 09:48:18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샷건 킹>은 체스의 흑색 킹이 되어 자신에게 반기를 든 백색 기물을 모조리 처치하고 왕위를 되찾는 게임이다. 문제는, 흑색 기물 모두가 백색 진영으로 변절했다는 것.

<내부자들>의 엔딩에서 나온 명대사 "X라 고독하구만"이 생각나는 상황이지만, 사실 흑색 킹은 그렇게까지 외롭진 않다. 악마도 눈물 콧물 뽑고 간다는 최고의 친구 '더블 배럴 샷건'이 곁에 있으니까. '왕'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덕분에 흑색 킹은 자신의 턴마다 냅다 샷건을 백색 기물에 쏴 갈길 수 있다. 더블 배럴 샷건인 만큼 2발을 장전할 수 있으며, 약 6발을 잔탄으로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다. 재장전은 이동할 때마다 자동으로 진행되며, 원한다면 제자리에 서서 샷건을 장전하고 턴을 넘길 수도 있다.

만약 총알을 모두 소비하면 턴마다 한 발이 주어지는데, 바로 재장전되는 것이 아니기에 총알을 모두 소비한 상태에서 다시 샷건을 쏘려면 총 두 턴이 필요하다. 낭비되는 턴이 많은 만큼 잔탄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대 다수의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백색 기물들은 턴마다 이동하지 않는다. 각 기물마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있으며, 다음 턴에 이동하는 상황에는 깜빡깜빡거리며 플레이어에게 신호를 준다. 이렇게 백색 기물을 상대로 신나게 샷건을 쏘다가, 백색 왕까지 쏴 죽이면 스테이지가 끝난다. 다른 기물이 남아 있더라도 왕을 쏘아 죽이면 다른 백색 기물은 자동 사망 처리된다.


말을 옮기는 데 있어서도 보너스가 주어진다. 흑색 '킹'이기에 턴마다 한 칸밖에 이동할 수 없지만, 비숍이나 나이트, 퀸 같은 기물을 처치하는 경우에는 '영혼석'에 해당 기물의 이동 방식을 저장해 사용할 수 있다. '체크메이트'에 빠진 상황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목숨'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흑색 킹이 사망하는 수를 고르더라도, 게임이 최대 두 번 까지 물러 준다. 무르기는 턴이 진행될 때마다 충전된다.

로그라이트를 표방한 게임인 만큼 무작위로 흑색 킹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스테이지가 끝날 때마다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주는 능력을 하나 선택할 수 있다. 조금 문제가 있다면, 흑색 킹이 강해지는 만큼 백색 진영도 강해진다는 것이다. 흑색 킹을 업그레이드하는 능력을 선택하면 반드시 백색 진영을 업그레이드하는 능력치도 하나 선택된다.


<샷건 킹>은 말로만 들으면 꽤 쉬워 보이는 게임이다. 무려 두 번 까지 무르기 기회를 주고, 다수의 말을 쏘아 죽일 수 있는 샷건까지 있으니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앞에 있는 폰을 쏘아 죽었더니, 마침 뒤에 위치해 있던 퀸이 이동해 즉시 흑색 말을 처치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식으로 사망할 경우에는 '무르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 없이 쏜 샷건 한 발이 스노볼링을 일으켜 '외통수'를 만드는 상황이 상당히 자주 발생한다. 선택 한 번 잘못했다가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샷건 킹>은 로그라이트 게임이기에, 재도전의 과정을 수없이 겪다 보면 누구나 생각하는 시간이 짧아지기 마련이다. 마지막 스테이지를 앞두고 계속해서 죽다 보면 빨리 게임을 클리어하고 싶은 생각에 하위 스테이지는 빠르게 넘기려고 하는 것이 사람 심리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급하게 수를 두다 보면 항상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생각 없이 선택한 업그레이드가 모여 큰 스노우볼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시작하자마자 퀸과 비숍이 흑색 킹을 둘러싼다거나,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수의 폰이 몰려오는 식이다. "아니 이걸 어떻게 깨라고!"라고 외치다가도, 결국 "내 탓"임을 알게 되니 더욱 서글프다. 자신이 직접 선택한 결과니까.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실제 프로 체스 선수도 급하게 수를 두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게임과는 크게 상관없는 순수한 체스 동영상이지만, <체스 킹>을 하다 보면 이와 비슷한 상황이 숱하게 발생할 것이다. 그러니까, 이 말을 머릿속에 항상 생각하고 있자.

"쏘기 전에 생각했나요?"



▶ 추천 포인트
1. 큐 기다리며 하기 딱 좋은 게임
2. 짦은 플레이타임, 훌륭한 반복 플레이 유도
3. 착한 가격, 한글화

▶ 비추 포인트​
1. 나는 분명 생각했는데, 세상이 날 억까한다
2. 짦은 분량

▶ 정보
장르: 턴제 전략, 액션 로그라이크
개발: PUNKCAKE Delicieux
가격: 7,5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

▶ 한 줄 평 
난 분명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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