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이하 <컴오히>)는 벌써 16년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게임이다. 다만 출시작은 (온라인 버전을 제외하면) 단 두 편이다. 1편과 2편 사이에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간격이 있었고, 다시 2편부터 출시 예정인 3편까지도 9년의 넓은 간극이 있다.
이처럼 오랜 시리즈의 차기작이 만들어질 때는 언제나 전통과 혁신 사이의 케케묵은 충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개발사 렐릭 또한 이 사실에 주의하며 개발에 매진하는 듯하다. 지난해 말 있었던 ‘프리 알파 멀티플레이’ 테스트를 경험한 참가자들은 ‘1편과 2편의 적절한 조화’라는 평가와 함께 게임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였다.
한편 이번에 12일부터 19일까지(현지시간) 진행 중인 ‘알파 미션 플레이’는 싱글플레이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데 직접 플레이해본 결과, 지난 멀티플레이 테스트와는 다른 ‘가벼움’이 강하게 다가온다. 좋은 징조일까? 변화된 지점과 느껴지는 불안감을 하나씩 짚어보았다.
<컴오히 3>의 싱글플레이 콘텐츠는 이전 시리즈와는 상당히 다른 구조를 가진다. 기존 1,2편의 경우 스토리를 따라 스테이지를 하나씩 격파하는 고전적인 RTS 미션 캠페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3편은 일부 <토탈 워> 시리즈에 등장하는 4X 장르식 ‘운영’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거대한 맵에서 턴제로 전략을 펼쳐 세력을 넓히면서 장기적 승리를 쟁취하는 구조다. 그 사이사이마다 기존의 실시간 전략(RTS) 전투가 펼쳐지게 된다.
턴제 구간에서 벌어진 전투의 결과는 RTS 전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만약 턴제 부분 플레이 중 특정 지역에서 완승한다면 해당 지역의 RTS 전투는 아예 필요 없을 수 있다. 이렇듯 전황 전체를 직접 컨트롤하는 메커니즘 덕분에 ‘나만의 승리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다회차 플레이의 재미도 배가된다고 렐릭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알파 버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실시간 전투 콘텐츠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존 대비 일취월장한 비주얼과 안정화 수준이다. 프리 알파 멀티플레이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알파’ 단계에조차 접어들지 못한 콘셉트 실험 단계의 콘텐츠였기 때문에 미완성 상태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최적화 역시 원활한 플레이에 어려움이 따랐을 정도다.
반면 이번 미션 알파는 UI와 유닛 외형 등에서 독립된 하나의 게임으로 보이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시리즈에서 처음 등장한 아프리카 전장의 묘사 또한 기존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밝고 생생한 색감과 함께 새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존 시리즈, 그리고 프리 알파 테스트 버전과 비교했을 때의 감상이다. 전반적인 오브젝트 묘사 디테일, 이펙트, 애니메이션 모두 현세대의 다른 여러 RTS와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게 투박하다는 인상을 줘 아쉽다.
편의성 측면에서 보면, 주요 단축키 변화가 기존 팬 사이에서 가장 많은 불만을 사는 지점이다. 시리즈의 기존 게임은 두 편뿐이지만, 주요 단축키는 공유됐었다. 그런데 3편에서는 게임화면 상의 스킬 아이콘 배열과 키보드 상의 배열을 일치시키려는 의도에 따라 이러한 단축키를 모두 ‘재정렬’시키고 있다.
보병을 본부로 빠르게 퇴각시키는 ‘후퇴’ 버튼이 T에서 R로 바뀐 점이 가장 큰 반발을 산다. 탑승장비의 ‘후진’ 버튼까지 R로 통합되면서, 조작 실수로 보병을 퇴각시키는 일이 발생하기 쉬워졌다. 시리즈 특성상 퇴각 기능은 자칫 전황에 큰 변화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유저들에게 오조작 방지를 위한 ‘선택지’를 줄 필요가 있을 듯하다.
병력 충원 기능이 있는 건축물에서 ‘자동 보충’ 기능을 토글할 수 있고, 병력 충원 차량에서 직접 병사를 내보내 분대 화기(팀 웨폰: 기관총, 대전차포 등)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편의성이다. 하단을 가득 채우던 바(bar)형태의 HUD는 간략해졌고, 자원 보충량, 병력 현황 등 주요 정보 또한 하단에 몰아넣어 시선 분산을 줄인 점도 눈에 띈다. 한 유닛에 두 개 이상의 부대지정을 할 수 있는 점도 편리해진 부분이다.
게임플레이에 직접적으로 변화를 주는 시스템적인 변화를 살펴보면, 이전과 비교해 ‘속도’와 ‘물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속도’ 측면을 보면, 특히 전차 유닛들의 가속 및 이동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으며, 주포의 발사 빈도나 포탑 회전 속도 역시 비교하기 힘들 만큼 민첩해졌다. 2편의 경우 실제 구세대 전차의 탄 장전, 발사 속도를 어느 정도 반영해 발사에 길게는 수 초가 소요됐던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보병들을 전차에 태울 수 있는 탑승 시스템이나 분대 화기를 차량으로 이동시키는 견인 시스템이 새로 도입된 것 역시 ‘기동성 강화’라는 이번 작품의 방향성을 짐작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병력의 회복과 재투입 또한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속도감을 준다. 확보한 전방의 거점을 손쉽게 치료소로 전환할 수 있고, 심지어 퇴각 거점으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진 퇴각 혹은 특수 차량, 전진기지 배치 등이 필요했던 기존과 비교해 보병 병력 유지가 손쉬워졌다.
차량의 수리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없던 구난 차량으로 완파된 전차를 복구하는 것은 물론 수리도 간편해졌다. 기존에는 ‘특수능력’이었던 일반 병사에 의한 전차 수리까지 기본적으로 가능해졌다. 전차 수리에 걸리는 절대적인 시간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위에 언급된 여러 변화는 빠른 병력 이동과 보충을 통해 게임플레이에 속도감을 부여하고 ‘물량전’의 양상을 띠게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미션의 마지막에는 몰려오는 여러 차량과 병사를 빠르게 궤멸시키는 연출이 여러 차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속도감 있는 게임플레이에 익숙한 현세대 게이머들을 두루 포섭하겠다는 제작진의 새로운 시도로 읽힌다. 그러나 <컴오히>가 새로운 세대를 끌어들이기보다는 뜸해진 ‘2차 세계대전 게임’을 그리워하는 올드팬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훨씬 큰 타이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방향성에 다소의 의구심을 품게 된다.
위에서 부분적으로 서술한 것처럼 기존 <컴오히> 시리즈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맞는, 느리지만 둔중하며 보다 현실적인 묘사에 방점을 맞춰온 바 있다. 보병끼리의 팽팽한 교착 상태가 단 한 대의 전차로 와해하거나, 한 정의 기관총이 3~4개 분대의 발을 묶는 등의 상황 제시를 통해 개별 유닛의 존재감을 최대화하고 현장감을 크게 높인 점도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알파 플레이에서 선보인 빠르고 가벼워진 디자인 방향성은 이러한 기존의 매력과는 상충하는 지점이 많다. 과연 올드팬과 신규 팬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한 부분이다.
한편 이번 게임플레이가 알파 테스트 단계이며 또한 ‘싱글플레이’라는 사실을 추가로 고려할 필요는 있다. 완성 단계의 게임플레이, 그리고 멀티플레이에서의 경험은 이번에 제시된 것과 상당 부분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컴오히 2>의 싱글플레이 메카닉은 멀티플레이와는 사뭇 다른 플레이 감각을 선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