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게임스컴 2022에서 <P의 거짓>은 분명 화제의 게임이었습니다.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 쇼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국내 최초로 게임스컴 어워드 3관왕까지 달성했으니까요.
이 열기는 독일 현지 B2C관까지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입소문을 들은 관객들이 찾아오면서 대기 시간이 두 시간에서 네 시간까지 길어지기도 했죠. 물론 게임스컴 같은 큰 규모의 행사에서 이런 대기열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국 콘솔 게임이 오프라인에서까지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흔치 않은 풍경입니다.
조금 늦었습니다만, 게임플레이 동영상과 함께 현지에서 <P의 거짓>을 플레이하며 얻은 체험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먼저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먼저 게임플레이 동영상을 보여드립니다. 부끄러운 변명이지만, 현지 시연장에서는 Xbox 패드가 제공됐습니다. 체험자가 PS 패드에 익숙하다 보니 조작 미스가 많았습니다. 플레이가 답답하셔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P의 거짓> 부스
# 소울라이크 느낌 제대로!
시연장에서는 챕터 2와 3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챕터를 선택하면 세 가지 무기 중 하나를 선택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죠. 밸런스형 무기와 민첩성을 중시한 무기, 그리고 무겁고 느리지만 강력한 공격을 사용할 수 있는 무기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었습니다.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를 요약하자면, <P의 거짓>은 여러분이 흔히 생각하시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특징을 충실히 구현해 놨습니다.
먼저,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화톳불'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세이브 포인트가 존재합니다. 게임에서는 별바라기라는 기계로 호칭됩니다. 별바라기에서는 피노키오를 강화시키거나 의수를 교체할 수 있으며, 사망했을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별바라기에서 부활합니다. 별바라기와 별바라기 사이를 순간이동할 수도 있죠.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역경도 그대로였습니다. <엘든 링>을 플레이한 경험을 살려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무기를 몇 번 휘두르면 스태미나가 금방 동나 상대의 반격을 피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당하곤 했습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적의 공격을 하나하나 살피며 조심스레 전투를 진행하게 됐네요.
'악의적인' 함정이나 적 배치, 숏컷과 같은 레벨 디자인도 충실히 구비되어 있습니다. 소울라이크 장르를 만들어낸 <다크 소울>이 그렇듯이, <P의 거짓> 또한 맵을 충실하게 사용하는 편입니다.
다른 체험자의 게임 플레이를 어깨너머로 감상한 결과, 절벽에 아이템이 있어서 생각 없이 가지러 가면 뒤에서 화염병이 날아온다던가, 갑자기 땅이 무너지며 적들 사이로 떨어진다던가, 카메라가 포착하지 못하는 모퉁이에서 적이 기습한다던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숏컷을 찾을 수 있다던가 하는 기믹이 자주 등장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척 봐도 가면 위험합니다
그만큼 난이도 또한 상당했습니다. 짧은 게임 시간에 보스까지 모두 격파해 내고 주위에서 부러움의 눈빛을 사는 장면을 기대했지만, 결국 보스를 격파하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을 삼키며 시연장을 떠나야만 했네요. 후에 현지 관람객들과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P의 거짓>은 회피도 중요하지만, 적의 공격을 적시에 막아내는 '패링' 또한 중요하다고 합니다.
차별화를 위한 <P의 거짓>만의 특징도 있었습니다. 먼저 '타격감'이 상당합니다. 트레일러를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적을 공격할 때마다 화려한 이펙트가 나오며, 등장하는 적들이 대부분 '기계' 종류여서 그런지 '깨부순다'라는 느낌을 확 주는 효과음이 재생됐습니다. 덕분에 평범한 적과의 전투에서도 승리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죠.
시연 시간이 짧았기에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개발자가 인터뷰를 통해 공언했던 다양한 시스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게임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칠 거짓말 시스템입니다. 종종 이벤트를 통해 상대방의 질문에 답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제한 시간이 있으며,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향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선택지가 등장했을 때 제한 시간이 있는 만큼 게임을 진행하며 각종 설정이나 로어를 미리미리 읽는 습관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발진 또한 대답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지만, 이야기에 집중하는 유저에게 조금 더 보상을 주고 자연스레 최선의 대답을 위해 고민하는 과정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시연에서 확인할 수 없었지만, 개발진이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날씨' 시스템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발진은 챕터를 진행하면 날씨가 변하는데, 이에 따라 기존에 진행했던 챕터 또한 날씨에 따라 변화가 있어 재방문을 통해 새로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피노키오가 새로운 지역에 진입했을 때 지역명과 함께 현재 날씨가 표시됐는데, 이 부분이 언급했던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날씨 시스템?
자신만의 캐릭터 육성을 위한 시스템도 있었습니다. 날(blade)과 자루(handle) 두 가지 조합을 통해 무기를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었고, 피노키오에게 별도로 부품을 장착해 특정한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강화시키고 싶은 능력치를 선택할 수 있는 'P-오르간'(영문명 기준)이라는 시스템도 있었습니다. 셀 하나 당 두 개의 특수 능력을 선택할 수 있고, 조건은 알 수 없지만 향후 플레이에 따라 보다 다양한 선택지와 셀이 제공되는 형식으로 보입니다. 가령 "대시 공격을 성공했을 때 스태미나 회복", "후방에서 공격했을 시 대미지 증가"와 같은 능력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피노키오는 왼팔의 기계 의수를 통해 특수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연 버전에서는 그래플링 훅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상대에게 훅을 맞춘 뒤 타이밍을 맞춰 공격하면 피노키오가 멋지게 날아올라 적을 내려찍습니다. 날아가는 동안에는 무적 판정도 어느 정도 있기에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육성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자 하는 의도로 느껴졌습니다. 자신만의 무기 조합과 그에 맞춘 특성을 찾아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와이어를 발사하면
날아올라 내려찍는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 이대로만 나오길!
정리하자면, 체험자 소견으로는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의 느낌을 적절히 담아냈습니다. 개인적인 주장이지만 소울라이크의 핵심은 '막막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갈래로 나뉜 길, 악의적인 함정들,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보이는 강력한 보스와 적들 그리고 "어떻게 캐릭터를 육성하고 나에게 맞는 무기를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막막함입니다.
그리고 이 막막함 속에서도 끈기 있게 도전하면서 자신만의 정답을 찾고 맵을 전부 탐사해 내며, 끝내 보스까지 처치하며 느낄 수 있는 쾌감이 소울라이크의 핵심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P의 거짓>은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총평'은 전체 게임을 해 봐야 가능하겠지만, <P의 거짓>은 '게임플레이 시연'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네오위즈와 라운드 8 스튜디오가 정식 출시까지 게임을 계속해서 담금질해 국산 웰메이드 소울라이크를 전 세계에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