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듀 벨리>에서 만난 <타르코프>와 <스토커>" - 스팀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유저 평가
러시아에서 개발한 <타르코프>와 우크라이나에서 개발된 <스토커> 시리즈는 여러모로 많은 게임에 큰 영향을 끼친 게임입니다. 중요한 점은 두 게임 모두 보다 현실적인 시스템과 하드코어한 '파밍'을 핵심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총알 한 두 발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으며, 총은 내구도가 낮으면 걸림 현상이 생기기에 직접 노리쇠를 당겨 해제해야 합니다.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 가방의 공간을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재미가 크지만, 탈출 직전 운 나쁘게 적을 만나 눈 먼 총알에 사망하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제로 시버트>는 이 두 게임을 하나로 합친 이탈리아의 인디 게임입니다. FPS 장르인 두 게임과 다르게 탑 뷰 시점으로 개발됐지만, 그럼에도 꽤 훌륭하게 두 게임의 장점을 잘 살렸다는 점이 호평할 만한 부분입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시놉시스는 간단합니다. 러시아의 한 원자력 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고, 이상 현상과 돌연변이가 창궐해 소수의 생존자와 군대는 '제로 시버트'라고 하는 한 방공호에 터를 잡았습니다. 플레이어는 방공호에 거주하며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 희귀한 물건을 모으는 '헌터'로써 다양한 아이템을 수집하고 각종 퀘스트를 수행해야 합니다.
파밍의 재미 역시 잘 살린 편입니다. 플레이어는 맵 곳곳에서 각종 잡동사니를 모아 판매할 수 있으며, 위험하지만 핵심 파밍지로 이동해 보스형 적과 교전하거나, 열쇠를 따고 금고를 털어 희귀한 아이템이나 무기 부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신 없이 아이템을 쓸어담다 보면 어느새 가방이 꽉 차고, 무엇을 버려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갑작스레 나온 적이나 탈출 지점에 우연하게 모여 있던 늑대 무리에게 습격당해 모아온 아이템을 모두 잃는 등 돌발 변수 역시 많습니다.
탐험의 재미도 상당한 편입니다. 좁디 좁은 돌연변이의 소굴에 들어가 코너를 돌 때마다 경계하며 움직여야 할 때도 있으며, 저녁이나 새벽에 출정을 나가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등불이나 야간투시경에 의존해 움직여야 합니다.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리거나 괴물이 수풀을 헤치는 소리 등 사운드에도 큰 공을 기울인 편입니다.
<타르코프>나 <스토커>에 강한 영감을 받은 만큼, 두 게임의 세세한 시스템까지 오마주 했단 점도 흥미롭습니다. 가령 기본 설정 기준 G키를 눌러 플레이어의 전방에 볼트를 던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눈앞에 이상 현상이 있는지 탐지할 수 있습니다. 별 쓸모는 없지만 총기의 약실 체크를 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확실히 개발자가 확실히 두 게임에 대한 관록이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총평하자면 <제로 시버트>는 소규모 개발 인디 게임이라는 한계와 탑 뷰 형식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파밍과 총격전의 재미를 잘 살린 게임입니다.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10시간 정도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도 호평할 만한 부분입니다. 업데이트 역시 꾸준히 진행되고 있죠.
얼리 액세스 게임에서 게이머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점은 "미래가 기대되는가?"입니다. 아직 개발 중인 만큼 콘텐츠나 시스템 완성도 면에서는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완성 이후가 기대되는 경험을 제공한다면 그 게임은 "돈 값 하는 얼리 액세스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제로 시버트>는 목적을 충실히 달성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르코프>와 <스토커> 시리즈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분명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인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