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스트 던전 2>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로그라이트 특유의 선택형 갈림길이다. 플레이어는 역마차를 끌고 목적지까지 향해 가는 여정에서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진행할 방향을 선택하게 된다. 전투를 더 많이 할지, 영웅의 기억을 진행하거나 재화를 더 얻는 길로 나아갈지 선택하는 과정은 모두 리스크와 리턴이 확실한데, 이게 게임플레이 경험에는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 득실을 따지면 결국 비슷한 경로를 계속 선택하게 된 것이 문제였다.
한 번의 여정을 마칠 때마다 조건 달성도에 따라 '양초'를 얻고 돌아오게 되는데, 양초는 신규 캐릭터 해금, 스킬 해금, 아이템 해금 등에 모두 쓰인다. 처음엔 챕터의 끝까지 갈 수도 없던 수준의 난이도는 캐릭터의 새로운 영웅의 길과 내성 강화 등을 해금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진다. 1시간 내외의 여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더 강력한 적을 상대할 준비가 어느 정도 갖춰진다.
전작에서는 영지 운영과 다양한 영웅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던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한 번의 여정을 하는 동안 여관에서 선택한 4명의 파티로 계속 진행하게 된다. 추구하는 전략의 방향성 또한 바뀌게 됐다.
각 챕터의 최종 목적지인 산에 도달할 때까지 리스크와 리턴을 고려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선택을 하고는 있지만 여정 전체로 봤을 때는 큰 영향력이 없었다. 여기에 처음에 제공되는 영웅은 4명뿐인 점과, 반복 플레이를 어느 정도 요구한다는 점이 겹치면서 초반 플레이 경험은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어 보였다.
결국 누적되는 양초를 활용한 성장은 어느 정도 체감이 됐지만, 다른 로그라이트 게임에 비해 갈림길 선택의 재미가 강조되진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재밌었던 것일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키스트 던전 2>에서는 한 번의 여정 내내 4명의 파티로 진행하게 되는데, 대신 이번 작품에 새롭게 추가된 '관계' 시스템이 변수를 창출했다. 0~20점 사이의 점수로 부여되는 영웅들끼리의 호감도는 우호적, 적대적 관계로 발전해, 특정 스킬에 버프, 디버프가 붙거나,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선택에 영향을 주게 된다.
촛불을 사용해 해금하는 '영웅의 길' 선택에 따라 하나의 영웅 안에서도 플레이 패턴이 크게 달라졌다. 예를 들어, 전열에 배치했을 때 더 강력한 피해를 주지만 후열에서는 피해량이 줄어들고, 특정 스킬에 부가 효과가 붙는 방식이다.
물론 리스크와 리턴에 대한 계산이 치밀했던 전작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압도적인 세팅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같은 영웅들로 구성된 파티 안에서도 영웅의 길이나 아이템 세팅 차이로 전투 진행 패턴이나 진행의 수월함에 적지 않은 차이가 생기긴 한다.
전작보다 영웅의 수는 조금 줄어들어 현재 12명의 영웅을 플레이할 수 있지만, 개별 영웅의 서사는 훨씬 더 강화됐다. 각 영웅은 성소에서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개별적인 스토리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전투 시스템과 스토리 연출을 접목해 일종의 미니 게임 형태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도굴꾼의 스토리 중에는 감시를 피해 전열로 나아가 관을 파헤치는 과정이, 역병 의사의 스토리 중에는 교수와 말싸움을 하는 과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다키스트 던전 2>는 3D 애니메이션으로 개선된 그래픽과 자연스러운 캐릭터들의 움직임으로 전투와 스토리 연출 양쪽에서 모두 게임의 보는 맛과 하는 맛을 잡아냈다. 또한 전투 안에서의 다양한 변수와 조합으로 반복 플레이 안에서도 신선함과 긴장감을 오래 유지했다. 차후 DLC가 나온다면 영웅이 추가되면서 스토리와 전략이 지금보다 더 풍성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전작과는 조금 다른 재미를 가지고 있는 <다키스트 던전 2>는 전작에 비해 지독하게 어렵다는 느낌은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특유의 복잡함과 쉽게 깰 수 없는 난이도 밸런스는 여전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다소 복잡한 게임의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세세한 튜토리얼로 친절하게 풀어냈다. 특히 출시일 직후 있었던 폰트에 대한 호불호 문제를 제외하면 번역 상태도 좋은 편이라서 텍스트를 읽고 스토리나 시스템을 이해하는 면에서는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다만, '토큰'이라고 불리는 상태 이상을 표시하는 기호가 종류가 많아, 게임플레이 초반에는 아주 직관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난이도 측면에서는 전작과는 또 다른 장벽이 있었다. 영웅들 사이의 관계가 엉키기 시작하면 특정 스킬들을 사용할 때 리스크가 생기고,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관리가 어려워져 전투에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부여하는 기벽이라는 캐릭터 특성도 전투 및 진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데, 부정적 기벽을 없애기 위한 공간은 적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난이도가 높은 게임의 가장 큰 과제인 '다음 도전에는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감각을 심어주는 것에는 충분히 성공했다. 이런 절묘한 난이도 조절과 일부 요소를 제외하면 전작보다 낮아진 진입장벽 덕분에 더 많은 유저들이 <다키스트 던전 2>에 도전해 볼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작을 플레이해 보지 않은 유저들도 "2편부터 플레이해도 괜찮나요?"라는 관심을 많이 보였고, 그렇게 입문해 게임을 즐긴 유저가 적지 않았다.
<다키스트 던전 2>가 아쉬웠다는 유저들은 반복 플레이를 통한 스킬 해금, 캐릭터 및 스킬 밸런스, 통제하기 어려운 영웅 관계 및 기벽, 질병 요소, 배속이나 스킵이 없지만 플레이타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마차 진행 구간 등을 지적했다.
반면, <다키스트 던전 2>가 재밌었다는 유저들은 그래픽과 모션의 개선, 시리즈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어렵지만 도전하고 싶은 레벨 디자인, 얼리 액세스 때보다 많이 달라지고 개선된 게임 시스템, 전작과는 다르지만 긴장감을 주는 시스템, 캐릭터 서사의 강화 등을 좋게 평가했다.
직접 플레이한 경험으로도 스킬 세팅, 영웅의 길 조합을 통한 전투의 재미나 스토리 연출 등에는 재미를 느꼈으나, 아쉬운 지점도 적지 않았다. 다만, 개발사 레드훅 스튜디오가 이번 작품에서 전작의 유저를 이어받는 것 이상으로 더 다양한 유저층을 수용하기 위해 시도한 여러 시스템들이 유효했는지는 판매량이나 매출 등의 지표를 앞으로 더 지켜봐야 의미 있는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당신이 <다키스트 던전 2>에 관심이 있다면 최소한의 양초를 얻어 영웅의 길과 스킬이 일부 해금되는 지점까지는 플레이하기를 권장한다는 말만큼은 꼭 해주고 싶다. 그 이전과 이후의 플레이 경험이 꽤 다르기 때문이다. <다키스트 던전 2>만의 전략성에 익숙해지고 나면 전작과는 다른 이번 작품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