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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라디오 진행으로 연쇄살인마를 막아라! '킬러 프리퀀시'

귀로 전해지는 긴장감, 서서히 고조되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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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3-06-08 18:36:59

혹시 심야 라디오 진행을 해본 적이 있는가? 살인마로부터 쫓기는 사람들을 구출한 경험은? 공포 어드벤처 게임 ​<킬러 프리퀀시>에서는 쉽게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6월 2일 출시된 <킬러 프리퀀시>는 249개의 스팀 리뷰 중 95%가 긍정 평가를 남긴 '매우 긍정적' 게임이다. ​갤로스 크릭 마을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주인공은 살인범의 정체를 밝혀내고 사람들을 구출할 수 있을까?

 


 

게임명: <킬러 프리퀀시>

장르: 공포 어드벤처

출시일 및 플랫폼: 2023년 6월 2일/ PS4, PS5, Xbox One, Xbox 시리즈 X·S, 닌텐도 스위치, 메타 퀘스트 2, PC(스팀)

정가: 27,800원(스팀 기준)

개발사/배급사: 팀17 디지털

한국어 지원: O


# 살인마의 습격으로 마을의 평화는 깨지고...

  

<킬러 프리퀀시>의 이야기는 시카고에서 일하던 시절 500만 명 이상의 청취자를 가졌던 유명 DJ '포레스트 내쉬' 가 모종의 이유로 작은 마을 갤로스 크릭의 심야 라디오 진행자로 좌천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주파수 189.16 KFAM 라디오 방송국의 '더 스크림' 방송은 비명 소리를 듣고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맞추는 시답잖은 퀴즈로 운을 띄운다. 35명의 청취자를 위해 주인공 포레스트는 비명 상황극을 진행한다.


부스 너머로 보이는 여성은 '페기'로 이 라디오 방송의 PD다. 포레스트는 페기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음악을 내보내고, 청취자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방송을 진행한다. 119 교환원인 청취자 '레슬리'의 ​​전화로 인해 상황은 급변하게 되지만 말이다. 괴한의 습격으로 인해 마을의 보안관이 사망했고, 부보안관은 중상을 입었다는 긴급 전화다. 레슬리는 관련 시설 및 외부 회선에도 문제가 생겼다며, 자신이 부보안관을 살릴 동안, 페기와 포레스트에게 119에 걸려오는 전화 대응을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레슬리는 괴한이 '휘파람 살인마'라고 주장한다. 과거 갤로스 크릭에 존재했던, 지금은 있을 리 없는 연쇄살인마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안관과 부보안관을 잔인하게 공격했던 범인은 가면을 쓰고 있었고, 휘파람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고 한다. 이제 포레스트와 페기는 밤새 마을 곳곳에서 벌어지는 휘파람 살인마의 습격을 전화와 라디오 진행으로 막아내야 한다. 

 

심야 라디오 '더 스크림'의 진행을 맡은 포레스트. 휘파람 살인마의 위협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내야 한다.

  

첫 번째 사건인 레슬리와의 통화부터 빠르고 긴박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 귀로 전해지는 긴장감, 서서히 고조되는 공포

  

라디오 진행이라는 소재에서 이미 눈치챘겠지만, <킬러 프리퀀시>는 청각적 공포에 많은 공을 들인 게임이다. 살인마에게 이미 습격을 당했거나 쫓기고 있는 사람들의 전화는, 직접적인 목격 없이도 흡인력있는 문장과 걸출한 성우 연기로 생생한 상황을 그려내준다.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살인마의 휘파람 소리만 들려도 저절로 긴장하게 되는 본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화를 건 사람들도 포레스트와 페기가 119 구조대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인마에게서 도망칠 방법이나, 다친 동료를 살릴 방법 등을 물어보게 된다. 플레이어는 라디오 부스 안에서 상황을 듣고, 라디오국 건물의 다른 방들을 뒤져가며 여러 힌트를 찾아 사람들을 돕는다. 언제 어디서 살인범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속에서 부스 밖을 나갈 때마다 플레이어는 숨을 참으며 읊조리게 된다. "또 부스 밖으로 나가야 돼?"

  

라디오 부스 밖으로 나갈 때마다 여러 방법으로 공포감이 조성된다.

 

플레이어는 어렵사리 찾아온 정보로 미로 정원에서 살인마에게 쫓기는 사람을 출구까지 안내하고, 아파트 보안키를 활성화시켜 살인마의 접근을 막기도 한다. 자동차 키는 없지만 차로 급히 피신한 사람에게 키 없이 시동을 거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파티를 즐기고 있던 청년들을 범행 현장으로 유도해 범행을 막는 등 다양한 상황을 타개한다.


이 과정에서 포레스트와 페기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살인마의 특징을 전해 듣게 되며 범인의 정체를 추리한다. 처음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보이지 않아 그저 잔혹한 살인을 즐기는 우발적 범행이라 생각했지만, 흩어진 이야기는 하나의 결론으로 점점 모인다. 이 방송을 살인마 또한 듣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미로의 길을 안내하는 단순한 방식부터 시작해 다양한 미션들이 주어진다.

 

# 꽤 어려웠던 추리와 퍼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각각의 사건마다 필요로 하는 특정 아이템을 잘 찾아와도, 문제 해결은 그리 쉽지 않다. 게임은 끊임없이 대화 선택지를 제시하는데, 주인공 포레스트가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서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살인마에게 맥 없이 당하기도 한다. 이런 선택지 중에는 몇 초 이내에 반응하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는 것도 섞여 있기 때문에 미리 정보를 정리해둬야 한다.


예를 들어, '휘파람 살인마'의 살인 패턴을 기반으로 다음 희생자를 추리하는 구간에서는 벽면에 있는 메모와 지도, 신문 스크랩 등을 모두 꼼꼼히 읽어야 했다. 번역 상태가 양호한 편이지만 주어진 정보를 모두 종합해도 선택지를 고르는 난이도가 꽤나 높아서, 추리게임에 익숙한 기자 본인 또한 주요 정보를 따로 메모하면서 플레이했을 정도다. 대화 선택 실수로 인해 무고한 희생자가 생긴 경험을 한 이후로 추리 구간만 등장하면 세이브 로드를 적극 활용한 것 또한 이런 난이도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킬러 프리퀀시>의 플레이타임은 6~7시간 정도로 27,8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그리 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플레이타임이 짧다는 것이 크게 체감되지는 않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 구조 덕분에 처음 몇 시간 동안 미루어 짐작했던 이야기의 흐름과 결말 이후 정리되는 내용은 큰 차이를 보여, 게임의 볼륨감이 더 크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였다. 

 

추리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이다. 세이브 로드를 잘 활용하길 추천한다.

  

꺾이고 부러진 마네킹들과 피해자들의 사진이 가득한 지하실. 이 공간이 등장하는 시점은 제대로 된 반전이 시작되기도 전이다.

 

#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로 느껴져야 하는데...


<킬러 프리퀀시>는 공포 요소를 제외하고 라디오 진행만 놓고 봐도 큰 매력이 있었다. 1980년대 배경에 어울리는 LP 음악 선곡부터,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개성 있는 성격과 말투를 듣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지한 사연인 척 위장해 시도 때도 없이 무료로 가게 홍보를 시도한 '폰티스 피자'로 대표되는 괴짜 청취자들, 포레스트와 페기가 주고 받는 시니컬한 농담들은 헛웃음을 유도하며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


특히 주인공 포레스트 성우의 연기력이 돋보였는데, 1980년대 미국 방송 특유의 과장된 어투와 일상 대화 연기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기도 했고, 전화기 너머의 상대를 속이기 위해 앞서 등장한 인물들의 성대모사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도 보여줬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손에서 땀이 마르지 않는 긴장감은 좋았지만 <킬러 프리퀀시>에도 단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라디오 부스에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간접적 개입 방식 자체가 가진 특성 때문에, 포레스트와 페기가 하게 되는 구출 행위 전반이 일종의 오지랖으로 보이는 역효과가 있었다. 물론 선택지를 잘못 고르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들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끊임없이 심어주긴 했지만, 오롯이 '내 이야기'가 되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물론 플레이어가 살인마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명 직전의 통화에서는 방송국과 꽤 먼 지역에서 살인마가 있었는데, 복도의 투명한 문 너머로 살인마의 모습이 보이고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상식적인 추론을 넘어서는 돌발상황 또한 존재했기 때문이다. 또한 잔인한 살해 장면이나, 광기에 뒤틀린 살인마의 표정으로 자극을 주는 대신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활용해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설계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고 완성도가 높았다.

만약 당신이 뻔한 공포 게임이 아닌 신선한 공포를 원한다면, <킬러 프리퀀시>만의 독특한 긴장감에 빠져들어보길 추천한다. 

 

게임의 첫 장면부터 모습을 드러냈던 휘파람 살인마는 끊임없이 직간접적으로 플레이어를 긴장하게 만든다.

당신은 이 마을에서 펼쳐지는 살인마의 범행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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