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심야 라디오 진행을 해본 적이 있는가? 살인마로부터 쫓기는 사람들을 구출한 경험은? 공포 어드벤처 게임 <킬러 프리퀀시>에서는 쉽게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
6월 2일 출시된 <킬러 프리퀀시>는 249개의 스팀 리뷰 중 95%가 긍정 평가를 남긴 '매우 긍정적' 게임이다. 갤로스 크릭 마을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주인공은 살인범의 정체를 밝혀내고 사람들을 구출할 수 있을까?
게임명: <킬러 프리퀀시>
장르: 공포 어드벤처
출시일 및 플랫폼: 2023년 6월 2일/ PS4, PS5, Xbox One, Xbox 시리즈 X·S, 닌텐도 스위치, 메타 퀘스트 2, PC(스팀)
정가: 27,800원(스팀 기준)
개발사/배급사: 팀17 디지털
한국어 지원: O
<킬러 프리퀀시>의 이야기는 시카고에서 일하던 시절 500만 명 이상의 청취자를 가졌던 유명 DJ '포레스트 내쉬' 가 모종의 이유로 작은 마을 갤로스 크릭의 심야 라디오 진행자로 좌천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주파수 189.16 KFAM 라디오 방송국의 '더 스크림' 방송은 비명 소리를 듣고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맞추는 시답잖은 퀴즈로 운을 띄운다. 35명의 청취자를 위해 주인공 포레스트는 비명 상황극을 진행한다.
레슬리는 괴한이 '휘파람 살인마'라고 주장한다. 과거 갤로스 크릭에 존재했던, 지금은 있을 리 없는 연쇄살인마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안관과 부보안관을 잔인하게 공격했던 범인은 가면을 쓰고 있었고, 휘파람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고 한다. 이제 포레스트와 페기는 밤새 마을 곳곳에서 벌어지는 휘파람 살인마의 습격을 전화와 라디오 진행으로 막아내야 한다.
라디오 진행이라는 소재에서 이미 눈치챘겠지만, <킬러 프리퀀시>는 청각적 공포에 많은 공을 들인 게임이다. 살인마에게 이미 습격을 당했거나 쫓기고 있는 사람들의 전화는, 직접적인 목격 없이도 흡인력있는 문장과 걸출한 성우 연기로 생생한 상황을 그려내준다. 종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살인마의 휘파람 소리만 들려도 저절로 긴장하게 되는 본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전화를 건 사람들도 포레스트와 페기가 119 구조대원이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살인마에게서 도망칠 방법이나, 다친 동료를 살릴 방법 등을 물어보게 된다. 플레이어는 라디오 부스 안에서 상황을 듣고, 라디오국 건물의 다른 방들을 뒤져가며 여러 힌트를 찾아 사람들을 돕는다. 언제 어디서 살인범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속에서 부스 밖을 나갈 때마다 플레이어는 숨을 참으며 읊조리게 된다. "또 부스 밖으로 나가야 돼?"
플레이어는 어렵사리 찾아온 정보로 미로 정원에서 살인마에게 쫓기는 사람을 출구까지 안내하고, 아파트 보안키를 활성화시켜 살인마의 접근을 막기도 한다. 자동차 키는 없지만 차로 급히 피신한 사람에게 키 없이 시동을 거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파티를 즐기고 있던 청년들을 범행 현장으로 유도해 범행을 막는 등 다양한 상황을 타개한다.
이 과정에서 포레스트와 페기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살인마의 특징을 전해 듣게 되며 범인의 정체를 추리한다. 처음에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보이지 않아 그저 잔혹한 살인을 즐기는 우발적 범행이라 생각했지만, 흩어진 이야기는 하나의 결론으로 점점 모인다. 이 방송을 살인마 또한 듣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각각의 사건마다 필요로 하는 특정 아이템을 잘 찾아와도, 문제 해결은 그리 쉽지 않다. 게임은 끊임없이 대화 선택지를 제시하는데, 주인공 포레스트가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따라서 전화기 너머의 상대는 살인마에게 맥 없이 당하기도 한다. 이런 선택지 중에는 몇 초 이내에 반응하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되는 것도 섞여 있기 때문에 미리 정보를 정리해둬야 한다.
<킬러 프리퀀시>의 플레이타임은 6~7시간 정도로 27,8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그리 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플레이타임이 짧다는 것이 크게 체감되지는 않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 구조 덕분에 처음 몇 시간 동안 미루어 짐작했던 이야기의 흐름과 결말 이후 정리되는 내용은 큰 차이를 보여, 게임의 볼륨감이 더 크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였다.
<킬러 프리퀀시>는 공포 요소를 제외하고 라디오 진행만 놓고 봐도 큰 매력이 있었다. 1980년대 배경에 어울리는 LP 음악 선곡부터,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개성 있는 성격과 말투를 듣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지한 사연인 척 위장해 시도 때도 없이 무료로 가게 홍보를 시도한 '폰티스 피자'로 대표되는 괴짜 청취자들, 포레스트와 페기가 주고 받는 시니컬한 농담들은 헛웃음을 유도하며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
만약 당신이 뻔한 공포 게임이 아닌 신선한 공포를 원한다면, <킬러 프리퀀시>만의 독특한 긴장감에 빠져들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