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닌텐도의 인기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섬을 가꾸기 위해 요망한 너구리 '너굴'에게 빚을 져야 한다. 너굴은 시도 때도 없이 플레이어에게 '집을 사야 하지 않겠니'라며 대출을 유도하고, 꾀임에 넘어가면 끝없이 돈을 벌어서 너굴에게 상납해야 한다.
동물들과 함께 아기자기 힐링 하려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막상 마주친 현실은 '채무의 숲'이라는 절규는 웃픈 메시지를 준다. 장사꾼 너굴은 '힐링에도 비용이 들어간다'는 엄연한 진리를 구태여 게임에서까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팜 키퍼>는 스팀에 6월 18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따끈따끈한 덱 빌딩 농사 시뮬레이션이다. 이 게임에서도 주인공 토끼는 섬에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다만 이 섬은 자신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임대인에게 나흘에 한 번씩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 사용료는 복리마냥 늘어나기 때문에 한정된 타일을 최대한 잘 관리하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플레이어는 턴마다 랜덤하게 타일 1개를 가져갈 수 있으며, 그 타일을 통해 밀과 당근 같은 작물을 심어 수확하거나, 밀로 빵을 만들어 추가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돈을 벌게 된다.
<팜 키퍼>
이 게임에서 임대인이 하는 것이라고는 플레이어에게 땅을 빌려주는 것밖에 없다. 땅을 관리하고, 소출을 내는 것은 오롯이 플레이어의 역할이다. 심지어 초기의 섬은 3*3 소형 타일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임대인은 앉아서 돈 버는 셈이다.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그 옛날 헨리 조지가 역설했던 토지공개념을 수용하게 된다.
생존에 필수적인 농경은 모두 내가 하는데, 이 공간은 자연인데, 매 페이즈마다 돈은 땅주인이 번다니,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임대료를 제때 납부하지 않으면, 섬에서 쫓겨나 게임 오버가 된다.
게임은 매 턴마다 타일 뽑기가 있다는 점에서 덱 빌딩 요소가 있고, 농작물에 물을 주고 수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클리커 요소가 있고, 돈을 벌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시뮬레이션 요소가 있는데 세 요소가 크게 거슬리지 않고 잘 맞물린다. 게임에 중간 세이브가 없기 때문에 일단 시작을 하면 한 세션의 끝까지 가야 한다. 이른바 '환불 런'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어 번역이 AI 자동 번역 프로그램을 쓴 듯 어색하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세계 제일의 게임사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 개발하고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에서 유통하는 AAA급 게임도 한국어화가 안 되는데, 이렇게라도 해준 게 어디겠나? 그리고 어느 정도 게임 플레이 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풍차를 밀 옆에 두면 능률이 늘어난다는 점 쯤은 굳이 설명을 읽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가격은 5,600원으로 아주 착하다. 게임에는 난도 구분이 있는데 '최종 보스'에 해당하는 난도는 '아시안'이다. 초반부의 느껴지는 어색함과 어려움만 극복하면 푹 빠져서 3~4시간 정도는 금방 보낼 수 있다. 점심밥 한 끼 제대로 먹으면 만 원은 줘야 하는 세상에서 이 정도 가격이면 아주 훌륭하지 않은가?
임대인은 나쁘지만, 이 게임을 만든 나파스 토티카(Napas Torteeka)는 착하다. 그는 스팀에서 이만한 사이즈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여러 개 만들어 판매 중이니, <팜 키퍼>가 마음에 든다면 다른 게임도 찾아보시기를.
▶ 추천 포인트
1. 간단한 시뮬레이션 게임 찾는다면 추천!
2. 시간 때우기 안성맞춤
3. 5,600원? 감사합니다
▶ 비추 포인트
1. 중간에 저장을 지원하지 않음
2. 빈약한 한국어 번역, 그래도 해준 게 어디냐...
▶ 정보
장르: 경영 시뮬레이션
가격: 5,6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Steam)
▶ 한 줄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