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듀랑고>는 ‘아쉬움’으로 기억되는 타이틀이다. 2018년 출시 초반에는 당시 모바일 게임 기준 신선한 게임성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게임플레이 피로도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면서 빠르게 위축됐다. 유저 피드백에 맞춰 업데이트가 신속히 이뤄졌다면 장수 타이틀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짧았던 1년 여의 서비스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깊이 있는 세계 설정과 독특한 제작 메카닉 등 매력적 코어를 지닌 게임이기에 그 잠재력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컸다. 종료 당시 싱글플레이 버전으로라도 게임을 즐기게 달라는 청원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후속작 ‘프로젝트 DX’가 올해 CBT를 예정 중이지만, 아직은 소식이 뜸하다. 대신, <듀랑고>를 향한 갈증을 조금 채워줄 만한 작은 신작이 하나 출시해 눈길이 간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월드>에 구현된 <듀랑고> 스핀오프 게임, <듀랑고: 잃어버린 섬>(이하 ‘잃어버린 섬’)이다. <듀랑고> IP를 좋은 마음으로 추억하는 여러 게이머 중 하나로서, 간단히 플레이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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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랑고: 잃어버린 섬
출시일: 2025-02-05
개발사: 넥슨
유통사: 넥슨
플랫폼: PC(메이플스토리 월드), 모바일(메이플스토리 월드)
가격: 무료
장르명: 오픈월드 제작 생존
리뷰 버전: 풀 버전
리뷰 빌드: 정식 출시 빌드
게임은 <듀랑고>와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시작된다. 전철을 타고 이동하던 주인공은, 정체불명의 현상에 의해 차원을 넘어 공룡들이 거니는 이세계의 땅 ‘듀랑고’에 불시착하게 된다. 낯익은 캐릭터 ‘K’가 나타나 상황을 설명한 뒤 무전기를 던져주고 떠나면, 새로운 생존기가 펼쳐진다.
이어지는 기본 게임플레이 역시 <듀랑고> 유사하다. 공룡을 사냥하거나 식물을 채집해 자원을 모으고, 새로운 기술을 연구 및 습득해 생활 기반을 확장·강화해 나가면 된다.
<듀랑고> 원작뿐만 아니라 ‘오픈월드 생존 제작’ 장르 전반에서 널리 채택하고 있는 바이옴(생물군계) 개념 역시 이번 타이틀에서 다시 중요하게 기용됐다. 툰드라, 사막, 열대 등 서로 다른 기후 환경이 존재하며, 각각에는 유니크한 동식물과 새로운 자원(제작 재료)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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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지역은 기온이 위험한 수준으로 높거나 낮고, 동물들 역시 더 위협적이어서 사전 대비를 갖춰야만 온전히 탐사할 수 있다. 새 지역에서 새 자원을 얻어 신규 제작법 및 건설법을 해금하면, 이를 통해 캐릭터의 생존력과 거주지의 편의성(및 생산력)이 확장되고 강화된다.
그리고 이렇게 강화된 생존 기반을 통해 다음 단계 지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즉, 바이옴은 일종의 ‘스테이지’처럼 기능하며, 계속 새로운 위협과 기회가 기다리는 스테이지로 나가는 것이 <잃어버린 섬>의 주된 게임플레이 루프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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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안 되는 기후에 들어서면 시각효과로 확실하게 알려준다
이렇듯 <잃어버린 섬>은 <듀랑고>와 기본 구조를 공유하지만, 전반적으로 <듀랑고>의 더욱 캐주얼한 버전으로 이해하면 좋다. 유저간 협업이 강조되던 원작과 달리 싱글플레이 게임으로 기획되었으며(다른 유저들의 형상을 확인할 수는 있으나 교류할 수는 없다) 이에 어울리게 인게임 활동 대부분에서 복잡성과 난이도가 큰 폭으로 줄었다.
우선 아이템, 공룡, 제작법, 캐릭터 등 게임을 채우고 있는 기본 콘텐츠의 볼륨이 대폭 간소화됐다. 원작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제작 시스템의 자유도 역시 생략됐다.
투입되는 재료와 가공 공정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던 이전과 달리 <잃어버린 섬>은 정해진 레시피대로 정해진 퀄리티의 아이템만 만들 수 있도록 단순화됐다. 따라서 전편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끌었던 ‘햄버거 국’이나 ‘회찜찜’ 같은 생산물을 이번 작품에서는 만나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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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재료를 넣으면 고급 결과물이 나오는 식의 심화된 시스템은 사라졌다
더 나아가 캐릭터 스킬 시스템이 사라지면서 생산, 사냥, 채집 등 자기 분야를 특화하던 역할극적 요소 또한 사라졌다. 대신 무기별 고유 스킬은 존재하며, 이것은 새로운 무기를 습득하고 싶게 하는 동기가 되어 준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비주얼이다. 최첨단 그래픽은 아니었지만 독자적인 현장감과 분위기를 자아내던 <듀랑고>의 비주얼에 비해, <잃어버린 섬>은 플랫폼(메이플스토리 월드)의 제약 때문인지 상당히 ‘미니멀’해졌다. 주인공과 공룡들 모두 일체의 기본 애니메이션 없이 ‘캐릭터 판넬(패널)’이 떠다니듯 이동하는 모습은 귀엽지만 호불호가 다소 갈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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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과 공룡들 모두 본 모습 그대로 통통 튀어 움직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게임성에 어울리는 고유의 시스템도 몇 가지 도입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DNA 복원’ 시스템이다. 공룡을 잡으면 랜덤하게 획득되는 DNA를 일정 수치 이상 모아, 해당 공룡의 표본을 해금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요소다.
표본을 해금 및 업그레이드하면 영구적 캐릭터 버프뿐만 아니라, 생산 관련 버프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에는 시설물 유형마다 건설 가능한 최대 갯수가 따로 정해져 있는데, 일부 공룡 표본을 3단계까지 업그레이드하면, 일부 시설물의 건설 가능 갯수 상한이 늘어난다.
패시브 스킬 시스템이 사라진 대신, 캐릭터를 강화하는 다른 장치로서 DNA 시스템을 투입해 놓은 것으로 볼 만하다. 사냥을 반복하면서 능력치 및 기능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경험치를 쌓는 것과 비슷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 공룡 표본에는 또한 ‘등급’이 존재하며, 상위 등급일수록 더 높은 버프를 주기 때문에 '득템'의 쾌감도 대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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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공룡 표본은 ‘장착’해서 추가 버프를 얻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미니어처 공룡이 주인공과 동행하기 때문에 시각적 과시도 가능하다. 여러 면모를 종합해 볼 때 DNA 복원 시스템은 국산 MMORPG에 흔히 존재하는 ‘펫 컬렉션’ 시스템과 유사한 점이 많다.
펫 컬렉션 시스템에 흔히 쓰이는 ‘뽑기 BM’도 존재한다. ‘일반 DNA’나 ‘스페셜 DNA’를 소모해 무작위로 공룡 DNA를 '뽑을' 수 있다. DNA는 일반 게임플레이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으며, 상위 DNA도 낮은 확률로 드롭되기 때문에 과금이 필수적이지는 않을 듯하다. 다만 게임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DNA 숫자는 일일 최대치가 정해져 있는 반면, 상점에서 구매하는 DNA는 일일 습득 횟수 계산에 가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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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시스템도 언급할 만하다. <잃어버린 섬>의 공룡들은 저마다 원거리/근거리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패턴은 모두 빨간색 인디케이터로 표시된다. 이를 보고 ‘대시’(약 6초가량의 쿨타임 존재)로 빠르게 피하거나 이동하여 피한 다음 공격하는 방식이다.
패턴을 펼친 직후에 공룡들은 짧은 그로기 상태에 빠지는데(전작에도 나왔던 표정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이때 일정 횟수 이상을 가격하면 기절한다. 기절 상태에서는 더 많은 대미지를 입기 때문에 안정적 사냥을 위해서는 이 메커니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모든 공룡에게는 적합한 무기 유형이 따로 정해져 있고, 해당 무기 유형으로 가격해야만 기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패턴 및 기절 시스템 덕분에 전투는 나름대로 난도가 있는 편이다. 2D로 구현된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공룡이 적지 않으며, 덕분에 전투에 일정 수준의 긴장감이 조성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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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섬>은 <듀랑고>와 일부 게임플레이를 공유하지만, <듀랑고>의 인기를 견인했던 특징적 요소는 결여하고 있다. 자유도 높은 제작 시스템, 캐릭터 특화, 유머러스하면서도 혹독한 월드 등은 이번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2D 기반 생존 제작 장르 게임들에 비교해 아트적 미려함이 떨어진다는 사실 역시 짚어볼 만하다.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많은 게임에서 아트의 단순함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게임의 핵심 테마인 공룡들의 외양이 세부 애니메이션 없이 이미지 한 장으로만 구성돼 있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출시 첫날 기준 모바일에서의 게임 퍼포먼스가 다소 버벅이는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그러나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혹은 ‘프로젝트 DX’의 소식을 기다리며 가볍게 즐기기에 큰 모자람은 없는 인상이다. 계속해서 다음 단계의 콘텐츠를 기대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감각 만큼은 이 게임에도 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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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연구 UI를 살펴보면 다음 할 일이 눈에 들어온다
'기술 연구소' UI 통해 플레이어는 다음 기술 해금을 위해 찾아야 할 새 자원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보통 이러한 자원은 아직 원활히 탐사할 수 없는 지역에 존재하기 때문에 최초의 습득 과정은 스릴 넘치게 진행된다. 위험한 기후와 공룡들을 뚫고 새 재료를 손에 얻는 순간, 유저가 연구·건설·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항목들이 드러나며 만족감을 준다.
이것이 <듀랑고> IP만의 특징적 요소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장르 내 보편 문법의 한 유형으로 볼 만하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실제 흥미를 유발하고 유의미한 콘텐츠 분량을 제공해 유저들을 게임에 붙들어두는 것은 실력이 필요한 일이며, 시중에는 여기에 실패한 게임이 많다. 그런 면에서 <잃어버린 섬>은 장르 팬과 <듀랑고> 팬들이 한 번쯤 들여다볼 만한, 산뜻한 타이틀이다. 모바일 환경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