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조던 메크너(Jordan Mechner)라는 사람이 혼자서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페르시아의 왕자>. 온갖 함정과 고난을 뚥고 납치된 공주를 구출해야 하는 단순한 발상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입니다만, 당시만 해도 게이머들에게 대단한 신드롬을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결국 지금은 세계적인 IP(지적재산권)로 거듭나며 유비(Ubi)소프트의 효자 타이틀이 되었고, 이번 리뷰 타이틀인 <페르시아의 왕자 : 타락한 왕>까지 11개(클래식 포함)의 시리즈가 PC, 콘솔, 휴대용 게임기,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되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사이
그대가 세상을 모습을 드러낸 지 벌써 20년이나 됐군요!
1990 Prince Of Persia 1993 Prince Of Persia The Shadow and the Flame 1999 Prince Of Persia 3D 2000 Prince Of Persia Arabian Nights 2003 Prince Of Persia Harem Adventures 2003 Prince Of Persia The Sands of time 2005 Prince Of Persia The Two Thrones 2004 Prince Of Persia Warrior Within 2007 Prince Of Persia Rival Swords 2008 Prince Of Persia Classic |
그동안 출시된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 목록.
■ 모래시계 콘셉트를 잠시 묻어두다
지금까지 정규 타이틀로 출시된 <페르시아의 왕자>의 기본 콘셉트를 살펴보면 모래시계라는 제한된 시간이라는 개념이 직간접적으로 게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곤 했습니다.
물론 게임 진행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었으나 1,2편과 3D에서는 정해진 시간 안에 공주를 구출해야 했으며, 시간의 모래들로 시작된 3부작 시리즈는 모래시계를 뒤집어 시간을 되돌린다는 개념이 구현되었습니다. 모래시계는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에 작게든 크게든 어떻게든 녹아들어 있었지요.
기초 콘셉트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작품에 다시 거론 될지도~
이번 <타락한 왕>은 모래시계의 콘셉트를 과감히 도려냈습니다. 사실 이 콘셉트가 있든 말든 <페르시아의 왕자>라는 게임 이미지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시나리오 측면에서 보면 모래시계라는 굴레를 벗어내 이전 스토리와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죠.
<타락한 왕>은 바로 그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것은 시간과 공주 구출이라는 기초 콘셉트가 사라지며 새로운 플레이 방식이 탑재, 적용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엘리카와의 협동 액션을 보다보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관계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바꿔도 바꿔도, 바뀌지 않는 것
이전 시리즈가 3D로 저조한 성적을 보여줬던 <페르시아의 왕자>의 부활을 이뤄냈기 때문에, 개발진의 부담이 상당했을 겁니다. 그렇게 예상될 정도로 <타락한 왕>은 겉모습에서부터 상당한 발전과 변화를 보여줍니다. 스크린샷이나 트레일러 영상에서 공개된 것처럼 약간은 거칠어 보이는 듯 하면서 실제는 깔끔한 3D 카툰 렌더링으로 구현된 모습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줍니다.
거친 느낌이지만 대단히 깔끔하고, 선명한 카툰 렌더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다양한 트랩을 돌파하고 적들을 쓰러뜨려야만 했던 외로운 길이, 구출목표인 공주 엘리카와 함께 움직인다는 설정으로 바뀌면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새로운 액션과 전투방법이 모두 엘리카라는 인물과 설정에 의해 구현되기 때문에, 거부감도 낮은 편입니다. 특히 전투에서 엘리카와 함께 하는 아크로바틱 액션은 생각지도 못한 화면을 만들어 내곤 합니다.
엘리카와의 아크로바틱 액션은 대단한 눈요기거리입니다.
버튼 조합을 잘하면 대단한 연속기를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페르시아의 왕자>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점프, 매달리기, 벽타기의 세 가지 액션을 기본으로 하는 부분은 여전하며, 적들과의 전투에서 방어와 공격, 반격이 기본 골격이라는 것 또한 충실합니다.
워낙 기본에 충실해 <페르시아의 왕자>가 아니라고 감히 말하기가 어렵더군요.
■ 지루함과 중독의 경계
자세한 시나리오를 접어두고 전반적인 게임 플레이를 말하자면 의외로 단순합니다. 수십 개의 오염된 지역이 있는데, 공주와 함께 각각의 지역에 있는 타락자를 쓰러뜨려 정화합니다. 정화된 지역에 등장하는 빛의 근원이라는 것을 모아 엘리카의 마법으로 오르마즈드 힘 4개를 열고 마지막으로 최종 보스를 쓰러뜨려야 합니다.
클리어해야 하는 수십 개 지역을 보면 답답하지만 전반적인 전개는 단순합니다.
이를 위해 수십 개의 지역을 같은 액션으로 돌아다니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신선하지만 자주하면 무감각해지는 전투를 진행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지루함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이런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지역마다 새로운 액션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였고 다양한 퍼즐들을 깔아놓았지만, 지루함이라는 부분을 떨쳐버리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습니다.
게다가 빛의 근원을 모으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수고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빛의 근원 모으기를 위해 되돌아 가야 할 걸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하지만 의외로 중독성이 강하다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는 액션게임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타락한 왕>에서는 바로 앞부분에 귀찮은 일로 지적했던 빛의 근원 모으기가 은근히 중독성을 불러 일으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간혹 정말 말도 안 되는 장소에 빛의 근원이 위치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모든 액션과 지형지물을 동원하여 이를 획득해가는 손맛이 묘한 중독성을 불러 일으킵니다. 최종 보스를 쓰러뜨리려면 최종적으로 540개만 모아도 되지만, 나중에는 획득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이 남기도 하더군요.
새 액션이 추가돼 얻지 못한 빛의 근원을 구했을 때의 희열이 중독을 불러일으킵니다.
■ 친절하지만 스릴과 탐험이 없다!
한글화에 대해서는 칭찬할 부분도 지적할 부분도 거의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한글화를 왜 했지? 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대사집이나, 스토리 해설서만 있어도 되지 않았나 합니다.
시나리오를 진행하며 등장하는 튜토리얼은 플레이어의 입장을 최대한 적시 적소에 배치되어 있으며,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거나 다소 골치 아픈 퍼즐을 만나 힘들 때 버튼 하나만 누르면 엘리카가 상세히 알려줍니다.
길을 잃어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엘리카가 빛의 구를 띄워서 알려줍니다.
<타락한 왕>은 누구나 접해도 손쉽게 액션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친절하며 배려깊은 게임임을 자처했지만, 친절함이 오히려 아쉬웠습니다. 모험, 탐험 등의 액션 어드벤쳐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일부 잃었다고 봅니다.
에리카의 존재가 결정적으로 우리의 왕자가 죽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스릴도 떨어지는 편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류의 게임은 조금은 힘들게 엔딩을 봐야 성취감도 높고, 구매한 게임에 대한 애정도 높아지지 않나 라고 생각합니다.
왕자가 죽는 꼴을 못 보는 마법 공주 엘리카 때문에 스릴이 반감됩니다.
<타락한 왕>은 플레이 시간이 약 12~15시간 정도로 짧은 편이고, 다양한 도전과제들이 특별히 재 플레이의 욕구를 불러 일으킬 수준은 되지 못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비쥬얼을 비롯해 액션성, 빠른 전개 등 액션 어드벤처 게임에 필수 요소들은 대부분 가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더군요.
이전 <페르시아의 왕자>를 즐겁게 즐기셨던 분이나, 편하게 액션 어드벤처를 즐기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