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플라이의 2차 세계대전 배경 정통 FPS 게임 <카르마2>가 15일부터 프리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국산 온라인 FPS 게임 제 1호로 기억되는 <카르마 온라인>의 후속작으로 내세우는 이 게임은 그 동안 하루 단위의 ‘게릴라 테스트’를 꾸준하게 진행하면서 밸런스를 다듬어 왔다. 지금부터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ephlite
평범함의 미학? |
<카르마2>의 첫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평범함’이었다. 그만큼 <카르마2>는 그 동안 우리가 온라인 FPS 게임에서 보아 왔던 요소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초기 화면부터 상점 화면, 심지어 게임 시작 후에 펼쳐 지는 전장의 모습까지,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A.V.A>와 유사하다. 덕분에 유저들은 어떠한 적응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그만큼 식상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익숙한 느낌의 대기실.
물론 과거의 요소들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것이 반드시 약점만은 될 수 없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이미 완성도가 높은 시스템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데 굳이 새로운 것을 개발하여 모험을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온라인 FPS 게임이 없던 시절에 <카르마 온라인>이 선사했던 충격과 공포(?)를 <카르마2>에서는 전혀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아쉬울 뿐이다.
다양한 인터페이스 개선점
앞에서는 답습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했지만, 그래도 전작에 비한다면 <카르마2>는 당연하게도 인터페이스 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도 이 게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을 꼽으라면 기존 온라인 FPS 게임이라면 으레 있어 왔던 ‘서버 선택-채널 선택’ 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카르마2>에서는 인원이 많은 서버에 들어가기 위해 미친 듯이 서버명을 클릭할 필요가 없다. 서버들이 일원화되어 모든 플레이어가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방의 절대 수가 늘어난 만큼 빈 방을 찾아 게임을 즐기기도 훨씬 수월하다.
서버와 채널을 찾아 들어갈 필요가 없다! 배틀넷을 떠올리면 쉽다.
기존에는 무장을 변경하는 정도에 불과했던 아이템 구입 시스템도 슬롯이라는 RPG적 개념이 도입되면서 약간 복잡해 지고, 시스템을 깊게 파고들 여지가 생겼다.
이를 통하면 각종 방어구와 무장을 구입해서 RPG에서 장비 아이템을 장착하듯 장착할 수 있다. 물론 FPS라는 장르가 워낙 한두 발로 승부가 결정되기 쉬운 게임이다 보니 아이템을 개선하더라도 금세 눈에 띄는 효능을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차이라도 게임을 오래 즐기고, 깊이 파고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충분히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그 외에도 아직 구현되지는 않았지만 리플레이라는 개념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주로 클랜 단위의 승부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장비 아이템을 구입해 장착할 수 있다.
게임 안에서의 단축키 구성은 WASD 기반 이동에 숫자키 기반 무장 변경, 탭으로 킬/데스 확인 등 여타 FPS에서 사용되던 키보드 배열이 거의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Z, X, C키로는 아군에게 여러 가지 상황에서 음성명령을 신속히 내릴 수 있어 급박한 상황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최근 여러 장르의 게임에서 도입하고 있는 자체 음성 채팅기능이 없는 점은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다소 어긋난 병과 밸런스
<카르마2>는 2차 세계 대전, 그 중에서도 연합국과 추축국간의 전투를 소재로 삼는다. 연합군과 추축군은 각각 서로 동일하게 돌격병, 저격병, 분대지원병, 중화기병의 네 가지 병과를 가지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중 하나를 골라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돌격병과 저격병은 FPS라면 거의 무조건 등장하는 병과라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간단히 다루자면 돌격병은 전투의 선봉에 서서 빠른 기동력을 이용해 적의 대열을 흐트리거나 습격하는 역할을 맡는 팔방미인이며, 저격병은 주로 거점에 숨어 기다리면서 나타나는 적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력이 높은 플레이어들은 저격총을 들고 적진에 돌격해 전과를 세우는 경우도 잦지만) 두 병과 모두 주 무장 외에 보조 무기로 권총과 수류탄을 보유하고 있다.
저격병이 하는 짓은 여느 게임과 같다.
그런데 <카르마2>에서 문제점은 나머지 2가지 병과인 분대 지원병과 중화기병이 비교적 강하게 설정 되어 있다는 점이다. 분대지원병과 중화기병은 평소에는 서로 동일한 형태의 돌격소총을 들고 움직이지만, 본격적인 전투에 들어가면 분대지원병은 거대한 기관총을, 중화기병은 대전차 직사화기를 사용하면서 ‘괴물’이 된다.
일례로 분대지원병의 거대한 기관총은 어마어마한 화력을 적들에게 퍼부을 수 있다. 의외인 점은 이 무식한 기관총이 저격총에 준하는 수준의 우수한 명중률을 자랑한다는 것. 게다가 반동도 거의 없기 때문에 분대지원병이 자리를 잡은 구간을 단순한 돌격만으로 뚫어 내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나마 분대지원병은 기관총을 꺼내면 이동속도가 굼벵이처럼 느려 지기 때문에 적의 저격에 굉장히 취약해진다는 페널티가 있기는 하다.
분대지원병의 강력한 기관총.
하지만 중화기병이 가진 대전차 직사화기는 잔탄이 적다는 점을 제외하면 약점이 거의 없다. 대전차 직사화기에 맞은 적은 거의 무조건 즉사하는데, 약간 빗맞추더라도 주변에 수류탄에 준하는 수준의 강력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상대의 체력은 ‘걸레’가 되고 만다.
막강한 파괴력도 파괴력이지만 기동성 또한 상당하다. 로켓을 장비한 상태에서도 캐릭터의 이동속도가 크게 느려지지 않기 때문에 돌격병들과 함께 적진을 습격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구석에 자리잡은 상태에서 저격총처럼 부담 없이 운용할 수도 있다. 버그인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로켓 후폭풍이 없어 벽을 등지고 로켓을 발사해도 플레이어에게는 피해가 오지 않는다.
잔탄수가 적다는 것이 그나마 약점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이런 단점마저도 돌격 소총모드에서의 강력함 때문에 그렇게 문제 되지 않는다. 돌격소총을 든 분대지원병과 중화기병은 돌격병과의 전투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막강한 위력의 대전차 직사화기. 그나마 잔탄수가 적다는 게 단점.
그리고 특정 맵에서의 중화기병은 훨씬 더 악랄하게 운용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박격포 때문이다. 특정 맵의 플레이어 시작점은 단 한 곳인데, 문제는 이곳이 지붕이 뻥 뚫린 완전 개방형이라는 것이다. 중앙 거점을 한 순간이라도 장악 당하는 날에는 곧바로 시작점을 노린 박격포탄들이 하늘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내린다. 상상이 가는가? 이건 당하는 입장에선 지옥이나 마찬가지다. 시작하자마자 뭐에 죽었는지도 모르고 승천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것이 박격포지옥? (-_-)
응? 다시 하늘에서 뭔가 두 개의 궤적이 날아오는데…
터졌다?
2타에 으악!
조준이 좀 어렵다는 게 단점이지만 그만큼 효과는 확실하다. 이처럼 <카르마2>의 중화기병은 (비록 맵에 따라 들쭉날쭉한 경향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병과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소한 내적 요소들에 대한 고찰
<카르마2>의 게임 내적인 특징이라면 가장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타의 온라인 FPS 게임들에 무기의 반동이 약한 편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특징은 플레이어들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확실한 것은 전반적으로 총기의 반동이 약하기 때문에 <카르마2>는 초보와 고수간의 실력차이가 그렇게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로 발사 반동이 강한 게임에서는 총구의 세밀한 조작과 순발력 등이 승패를 결정짓는 데에 가장 큰 요소가 된다. 반면 반동이 약한 게임에서는 누가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혹은 누가 적의 빈틈을 재빨리 파악해 기습을 가하는가 등의 운영적인 면이 부각된다.
필자의 실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창문 플레이로 많은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카르마2>에서 분대지원병과 중화기병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 특징에 혜택을 입은 셈이다. 대부분의 FPS는 화력이 강할수록 그만큼 높은 반동으로 컨트롤 난이도를 높이는데, 이 게임의 무기들은 전체적으로 반동이 약하다 보니 중화기를 다루는 상황에서도 조준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 점은 또한 캐릭터들의 체감 체력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대부분의 탄이 적의 몸에 명중하는 상황에서 체력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헤드샷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적군이나 아군 한쪽은 만나면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진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플레이어들이 <카르마2>의 플레이에 적응하면 적응할수록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무기의 탄속이 눈에 살짝 보일 정도로 느린 반면 캐릭터의 기동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빠르기 때문이다.
근접전의 경우 일명 ‘게다리 걸음’이라고 부르는 측면 회피 이동만으로도 적의 명중률은 상당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탄속이 느린 특징은 총알을 주고받던 양쪽 플레이어가 동시에 사망하는 ‘크로스카운터’가 난무하게 되는 폐단을 낳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그래픽과 성능 최적화
<카르마2>의 그래픽 수준은 현존하는 온라인 FPS중에서는 우수한 편에 속한다. 캐릭터 표현은 나무랄 데 없으며, 사물이나 건물, 자연환경도 밀도 있게 잘 꾸며져 있다. 하지만 베타라 그런 건지 간혹 엉성한 텍스처들이 눈에 거슬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
왼쪽과 오른쪽이 다른 게임처럼 보이지 않는가?
적과 아군의 색상이 너무 비슷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겠으나 양 진영의 캐릭터들이 색감이 비슷해 한눈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었다. 물론 자세히 보면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급박한 전장에서 그런 것을 살필 여유를 가지기엔 조금 어렵지 않겠는가?
결국 아이디가 표시되는 사람은 아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군으로 인식을 하게 되는데, 이럴 바에는 양 진영의 색감을 조금 달리 표현해 피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무난한 FPS
필자는 개인적으로 참신성에 높은 가치를 주고 있다. 때문에 <카르마2>의 평범한 모습에 약간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카르마2>가 전작인 <카르마 온라인>의 후계를 잇는 작품임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평범함은 어쩔 수 없는 요소인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참신성을 제외하면 <카르마2>는 우수한 온라인 FPS였다. 조작감과 게임성은 아직 OBT 시작 전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완성도였고, 게임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긴장감, 중독성도 적절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온라인 FPS가 우후죽순 범람하고 있는 이때, 과연 평범함만으로 게이머들의 기호에 어필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