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게임즈로부터 투자를 받은 북미 개발사 히든 패스가 두 번째 게임 <디펜스 그리드>를 선보였다. <스타크래프트>의 유즈맵으로 인기를 끌었던 '타워 디펜스'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게임이다.
그렇다고 타워 디펜스와 똑같다는 뜻은 아니다. <디펜스 그리드>는 뛰어난 그래픽과 각종 속성 부여 등을 통해 고유의 게임성을 추구했다. PC용 데모 버전을 통해 직접 게임의 특징을 살펴 봤다./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타워디펜스가 한층 강화돼 돌아왔다
<디펜스 그리드>의 기본적인 게임 방식은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에서 유즈맵으로 등장했던 ‘타워 디펜스’와 매우 유사하다. 스테이지를 선택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화살표로 표시된 출발지점에서 적 에일리언 무리가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에일리언의 무리로부터 코어를 지켜내야 한다. 물론 타워만을 이용해서 말이다.
<디펜스 그리드>가 기존의 타워 디펜스와 구분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적과 타워의 속성 개념이고, 두 번째는 적이 코어를 훔쳐서 ‘돌아간다’는 것이다.
속성과 능력치 등은 게임에서 언제나 확인할 수 있다.
타워는 크게 투사체와 불, 에너지, 특수형의 네 종류로 나눠지며 게임을 진행할수록 같은 속성이라도 더욱 강력한 타워를 지을 수 있다. 여기에 대항하는 에일리언 역시 개체에 따라 크기와 방어력, 이동속도, 약점 속성 등이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방어력이 높은 에일리언은 불 계열의 공격에 ‘무적’에 가까운 맷집을 보여주고 나중에는 에너지에 면역이 있는 보호막을 지닌 에일리언이 등장하기도 한다.
심할 때는 불에 저항이 있는 느린 에일리언이 타워를 ‘막아주고’ 그 사이에 불에만 약한(…) 작은 에일리언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광경도 경험했을 정도다. 이쯤되면 장난이 아니다. 느긋하게 마우스를 딸깍거리다가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들기 충분하다.
다행히 <디펜스 그리드>에서는 상단의 전광판(?)을 통해 앞으로 나올 에일리언의 종류를 미리 알려주니 이를 보고 능동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에일리언이 코어를 훔쳐서 ‘돌아간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코어는 에일리언이 맵 외부까지 가져갔을 때만 사라진다. 그러기 전에 에일리언을 잡았다면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그것도 아주 그린 속도로 말이다. 결국 플레이어에게는 에일리언이 코어를 가지러 왔을 때와 갖고 나갈 때, 두 번의 공격기회가 있는 셈이다.
물론 맵에 따라서는 입구와 출구와 다른 경우도 있으니 게임 시작 전에 미리 맵을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참고로 에일리언마다 들고 갈 수 있는 코어의 수도 다르고, 시작할 때 보유한 코어의 수가 비교적 넉넉하기 때문에 도저히 잡을 수 없는 에일리언이 온다면 순순히 코어를 내주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이다.
이 같은 타워 및 에일리언의 속성과 코어의 이동 덕분에 기존의 타워 디펜스처럼 ‘단순히 오는 적을 막기만 한다’가 아닌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꿔야 하는’ 능동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다.
■ 뛰어난 접근성 vs 단조로운 게임성
<디펜스 그리드> 최고의 장점은 역시나 접근성이다. 일단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 유저 대다수에게 익숙한 ‘타워 디펜스’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고, 각종 옵션이나 효과 등을 그때그때 하나씩 설명해주기 때문에 (간단한 영어로) 누구나 쉽게 게임에 접근할 수 있다.
각 스테이지마다 ‘하나의 타워와 하나의 에일리언’만이 추가된다는 암묵적인 규칙도 있으므로 게임을 배울 시간도 충분한 편이다.
그래픽 퀄리티가 높고 각종 이펙트가 쏟아지는데 반해 사양은 매우 낮다는 점도 <디펜스 그리드>의 접근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로 셀러론 단일코어 CPU에 6600GT, 512RAM의 사양을 가진 PC에서도 원활하게 돌아갈 정도였다.
이 상황에서도 느려지지 않는다.
다만, 스테이지마다 비슷한 플레이를 하게 되고 한 번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또 다시 즐기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 이를 막기 위해 <디펜스 그리드>는 스테이지의 양을 막대하게 늘리고 게임 중에도 언제든 진행속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하지만 게임의 방식 자체가 ‘타워를 지은 다음 구경만 하는 방식’인 탓에 속성과 타워 위치 파악에 익숙해지는 후반으로 갈수록 단조로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메달을 획득할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다.
■ 쉽고 가볍게 즐기는 타워 디펜스
사실 ‘타워디펜스’류의 게임은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최근 유즈맵이 지원되는 RTS 게임 중 타워디펜스 형식의 게임이 없을 정도인데다가 플래시 게임으로 나온 것도 많다.
하지만 <디펜스 그리드>는 속성과 에일리언의 코어 이동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섞음으로써 뻔한 패턴의 타워디펜스를 다채롭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래픽적인 면에서도 기존의 타워디펜스 류와 차원을 달리하는 만큼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한번 즐겨 볼만한 게임이다.
<디펜스 그리드>의 데모 버전은 밸브의 스팀(//store.steampowered.com/app/18510/)을 통해 무료로 받아서 체험할 수 있다. 정식 버전은 스팀을 통해 19.99 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메타크리틱에서 집계한 평균 리뷰 점수는 82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