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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전략과 카드의 완벽한 만남. 배틀포지

안정빈(한낮) 2009-02-09 10:39:53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과 트레이딩 카드 게임을 적절히 섞은 후 약간의 스토리와 미션을 넣어보자. 싱글 플레이도 좋고 멀티미션도 좋다. 거기에 유저끼리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결투장과 혼자서 다양한 카드를 소환해 볼 수 있는 마이룸도 첨가하자.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게임의 이미지가 바로 오늘 소개할 <배틀포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틀포지>는 그 동안 <듀얼게이트> <삼국지대전> 등의 게임이 시도했던 RTS TCG의 결합을 거의 완벽히 이뤄냈다. 다수의 유닛을 움직이는 RTS 특유의 컨트롤과 자신만의 덱을 통한 수집의 묘미를 제대로 섞어낸 것이다. 물론 혼자, 혹은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미션을 넣으며 게임을 진행해나가는 즐거움까지 우려내는데도 성공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RTS + TCG = 확실한 전략과 전술

 

<배틀포지>의 방식은 단순하다.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앞으로의 전투에서 사용할 자신의 덱을 만들게 된다. 한 덱은 20장의 카드로 구성되며 덱에 넣은 카드는 전투 중 소환조건만 맞는다면 언제든지 꺼내서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덱에 넣지 않은 카드는 이후 어떤 방법으로도 꺼내 쓸 수 없으니 주의하자.

 

이렇게 덱을 구성했으면 이제는 게임을 즐길 차례다. 전체맵에 있는 미션과 대전 중 원하는 방을 선택하자. 방을 선택하고 나면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는데 여기서 아까 만들어둔 덱에 있는 카드들을 소환해 적을 물리치면 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TCG와 같은 비슷한 방식이다.

 

 참 쉽죠?

 

그러나 <배틀포지>의 진가는 전투를 시작한 후 드러난다. 좁은 판 위에서 알아서 자웅을 겨루던 기존의 TCG와 달리 <배틀포지>의 전투는 RTS게임 방식으로 진행된다. , 카드를 통해 소환된 유닛들을 직접 조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닛마다 사정거리와 특수공격 등이 마련돼 있고 전투에 사용되는 맵 역시 일반 RTS와 버금갈 만큼 복잡하다. 또한 맵 곳곳에 준비된 터에는 성벽을 세울 수도 있으며 마법을 통한 지원사격과 상대방의 자원수집을 방해하는 견제플레이도 가능하다.

 

심지어는 플레이 중 자원을 위한 멀티와 병력 생산을 놓고 고민을 할 정도니 이쯤 가면 완전한 RTS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플레이한 게임 중 절반 이상은 컨트롤과 병력의 운용여하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다만 <배틀포지>는 이 모든 것을 카드로 해야 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TCG에서는 덱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미리 사용할 유닛과 마법 등을 정해놓는 전략적인 즐거움, RTS에서는 주어진 유닛과 마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전술적인 재미를 가져온 셈이다.

 

    

빠른 진행과 스케일 큰 전투

  

RTS TCG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이 느려지기 쉬운 대표적인 장르들이다. 그런 두 장르를 섞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빠른 템포로 게임이 진행된다는 것 역시 <배틀포지>의 장점 중 하나다.

 

<배틀포지>에서는 자원만 있다면 언제든 아군 주변에 원하는 유닛을 소환할 수 있고 각 카드는 전투마다 정해진 횟수만큼 쿨타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장전돼있다. 때문에 전투지역에 유닛을 쉴 새 없이 공급할 수 있으며 일정량 이상의 자원에서 유닛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한 유닛을 보낸 후 20여 마리의 유닛을 한 번에 소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원과 본진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지켜야 할 건물도 없는데다가 자원수급이 간단해 고급 유닛도 빠르게 뽑을 수 있다. 여러모로 게임이 속전속결로 끝나기 위한 조건들을 모두 갖춘 셈이다.

 

반면 게임의 스케일만은 확실히 잡아뒀다. 쉴 새 없이 수 십에서 수 백 단위의 유닛을 쏟아내는 일반적인 RTS게임과 달리 TCG카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배틀포지>에서는 상대적으로 유닛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배틀포지>는 초반의 약한 유닛들은 4~5마리를 하나의 유닛으로 묶고 후반의 고급 유닛들은 엄청난 크기로 등장시킴으로써 규모면에서도 RTS스럽게 보이는 데 성공했다.

 

생산 건물이 아닌 소환 개념인 만큼 유닛의 크기를 키워도 어색함이 없다

 

RTS TCG를 조합할 때 벌어지는 문제 중 하나인 도저히 RTS라고 생각할 수 없는 소박한 전투를 간단하게 풀어낸 것이다.

 

    

느긋하게 즐기는 미션플레이

 

<배틀포지>의 또 다른 장점은 기존 RTS게임의 시나리오모드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미션플레이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요인을 지키거나 적의 본부를 급습하는 등 마치 잘 짜인 RTS게임의 시나리오모드를 즐기는 기분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당연히 각각의 미션을 클리어할 때마다 거기서 이어지는 새로운 미션을 볼 수 있다.

 

온라인게임답게(?) 파티플레이 미션을 따로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파티플레이라고 해도 단순히 미션을 둘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 유저가 기지를 막아내는 동안 다른 유저가 적의 요인을 암살하는 식의 유기적인 협동을 요구하는 구간이 상당히 많이 준비돼 있다.

 

시나리오 자체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 다른 유저와 힘을 합쳐 미션의 끝에 등장하는 거대보스나 적의 대규모 공습 등을 막아내는 일종의 레이드도 즐길 수 있다. 미션의 수도 적지만은 않은데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짜임새 있는 공동전략도 요구하는 만큼 쉽게 질릴 일도 없다.

 

일단 RTS에서 한 가지 이야기를 둘 이상의 유저가 진행한다는 점 자체가 신선하다

 

    

가차없는 패배와 지나친 반복플레이

 

문제는 패자에게는 가차없을 정도로 짠 보상과 지나친 반복플레이다. <배틀포지>의 미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덱의 특성상 미리 준비된 종류의 유닛만 뽑을 수 있는데 미션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종류의 유닛이 주로 쓰일 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에도 솔로플레이 미션에서 초/중반용 유닛들을 가득 채워 갔다가 연이어 보스만 등장하는 미션임을 알고 바로 미션을 포기했던 적도 있디.

 

일반 RTS게임과 비교해도 조금 어려운 편. 거기에 덱의 제한까지 있다

 

특히 파티미션에서는 한, 두 명만 실수해도 그대로 게임을 돌이킬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틀포지>에서는 미션 실패 시의 보상이 전무에 가깝다. 유저 간의 대전 역시 마찬가지다. 패자에게는 정말 가차없는 보상이 기다린다.

 

반면 게임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게임머니는 매우 많다. 일단 TCG의 특성 상 새로운 유닛이나 마법을 얻으려면 원하는 카드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부스터를 구입해야 한다. 거기에 후반 미션을 위해서는 카드 업그레이드도 필수다. 딱히 허리띠를 졸라맬 수준은 아니더라도 소지금이 넘치는 생활은 아니란 뜻이다.

 

때문에 지금은 많은 유저들이 간단한 솔로, 혹은 2인용 미션이나 가장 작은 맵 대전 정도를 주로 즐기고 있다. 클리어에 20분 이상이 소모되고 위험부담도 많은 후반 미션보다는 그냥 초반의 안전한 솔로플레이용 미션을 반복하는 것이다.

 

어뷰징을 막기 위해 미션실패나 패배시의 보상을 줄여놓은 듯하지만 그럴 거라면 시간 내에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거나 게임오버를 당한 경우여태까지 완료한 목표에 따른 점수만 줘도 충분하다. 기껏 잘 만든 대규모의 중/후반 미션들이 보상 때문에 소외 받는다는 건 매우 아쉽다.

 

어차피 클리어 이후에는 랜덤으로 카드를 주니 형평성 문제가 생길 일도 없다

 

    

장르의 완벽한 조화

 

그 동안 RTS TCG를 조합하려는 시도는 많았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게임들이 RTS TCG 중 한 쪽에 치중한 후 나머지를 양념처럼 사용했던 것과 달리 <배틀포지>에는 두 장르의 개성 모두가 녹아 들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 밖에서는 부스터 구입을 통해 TCG를 즐기고 게임 내에서는 이를 활용한 RTS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특히 카드를 섞거나 뽑는 일 없이 덱에 들어간 20장의 카드를 게임 진행 내내 보여줌으로써 TCG우연성 RTS전략성을 침범하지 않도록 한 것이 눈에 띈다.

 

또한 보통은 단순한 대기실에 불과한 자신의 마이룸에서 각종 유닛들을 소환해 가상의 전투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센스도 보여줬다. 개발진의 노고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부스터 뽑기를 제외하면 카드 운 이야기는 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자신의 전략이 부족한 것일 뿐!

 

물론 아직까지 많은 문제점이 남아있다. 위에서 말한 패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보상은 물론 부스터랑 업그레이드를 빼면 다른 할 일이 전혀 없는 외골수적인 게임목표도 문제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모두 포함하더라도 의외로 어울리기 어려웠던 두 장르를 적절히 녹여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즐겨볼 값어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