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S의 명가 렐릭의 야심작 <워해머 40,000: 던오브워2>(Warhammer 40000 : Dawn of war II, 이하 던오브워2)가 멀티플레이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던오브워> 1편의 마지막 확장팩 <소울스톰>의 구매자에 한해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이제는 제한이 풀려서 모든 유저들이 스팀을 이용해 <던오브워2>의 오픈 베타를 즐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스타크래프트2>와 비교해서 ‘차세대 RTS 게임’ 이라고 부르는 <던오브워2>의 다양한 면모들을 살펴보겠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ephlite
새로운 형태의 RTS
인게임 모델링을 그대로 배경으로 사용할 정도로 그래픽은 뛰어나다.
<던오브워2> 정식버전에서는 싱글 캠페인과 멀티 플레이를 지원하는데, 이번 오픈 베타에서는 어디까지나 플레이어들의 온라인 대전만 지원한다.
<던오브워2>를 진행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진영을 고르는 것이다. 등장하는 진영은 ‘스페이스 마린’, ‘오크’, ‘엘다’, ‘타이라니드’의 총 네 가지. 이들 중 스페이스 마린, 오크, 엘다는 전작인 <던오브워>에서도 등장했던 종족이고, 타이라니드는 새롭게 추가된 종족이다.
진영을 선택했다면 이제 세 명의 영웅들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영웅들의 성향은 진영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전면전/후방지원/게릴라의 세 종류로 구분된다. 선택한 영웅의 종류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판이하게 달라지므로 자신의 플레이 성향에 맞는 영웅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MS의 게임서버 겸 메신저 시스템인 ‘게임즈 포 윈도우즈 라이브’를 통해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실전 게임에 들어가면 <C&C>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소위 ‘정통 RTS'에 익숙해져 있던 유저들은 적잖게 당황할 것이다. <던오브워2>에는 일꾼도, 자원도, 테크건물도 없다. 오로지 본진건물 하나와 영웅, 기본 보병만 처음부터 대기하고 있을 뿐이다. ‘기지’라는 개념을 게임에서 과감히 퇴출시킨 것이다.
유닛의 생산과 테크업 기능은 오로지 거대한 본진 건물에 의해서만 수행된다. 처음에는 막막하지만 알고 보면 굉장히 간편하고, 기지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만큼 전장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종족과 영웅 선택 화면.
점령을 통해서만 얻는 자원 시스템
자원개념도 정통 RTS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던오브워2>의 자원에는 ‘리퀴지션’(Requisition)과 ‘파워’(Power), ‘빅토리 포인트’(Victory point)의 세 종류가 있다.
리퀴지션과 파워는 둘 다 유닛 생산과 테크업에 이용된다. 리퀴지션은 유닛을 생산할 때 많이 요구되는 자원이며, 파워는 테크를 향상시키거나 최고급유닛을 생산할 때에 많이 요구된다는 특징이 있다.
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맵의 곳곳에 위치해 있는 거점을 점령해야 하는데, 일단 점령한 거점의 수에 비례해서 자동으로 자원이 차오르게 된다. 이것은 전작인 <던오브워>나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등 렐릭의 기존 RTS에서 사용된 특유의 자원획득 방식으로, ‘땅따먹기’를 연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자원과 땅이 동일시되므로 <던오브워2>에선 단순히 한 지역의 싸움에 이기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맵의 지배권을 확장하고 유지하는 운영능력이 중요하다. 여기에 세 번째 요소인 빅토리 포인트의 존재는 운영능력의 중요도를 더욱 부각시킨다.
빅토리 포인트는 실질적인 자원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대신 승패를 좌우하는 점수다.
게임을 시작하면 양쪽에 500 점씩 주어지며, 미니맵에 다른 자원거점들과 비슷하게 ‘별’로 표시되는 빅토리 포인트를 장악하면 상대의 점수가 점차 내려가게 된다. 점수가 0이 되는 쪽은 즉시 패배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그 어느 자원거점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전투를 벌여야 한다.
분대 단위의 유닛, 모두가 소중하다
유닛의 개념도 정통 RTS와는 궤를 달리한다. 분대 시스템 때문이다. 각 분대는 독립적인 유닛들의 집합체이지만 각각의 유닛이 죽더라도 분대원 한 명이라도 기지로 살아 돌아간다면 저렴한 가격에 동료들을 다시 충원할 수 있다.
때문에 유닛 하나하나는 소모품으로 여길지언정 분대 관리만은 확실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잘못해서 한 분대의 모든 구성원이 전멸하기라도 하면 막대한 자원을 지불하고 새 분대를 생산해야 하니 말이다.
대부분의 분대 유닛은 거점점령 능력이 있는데, 분대원 모두가 죽으면 거점을 점령할 일손을 하나 놓치게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상대와의 거점 싸움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느낌표 모양의 퇴각 아이콘에 주목, 분대의 병력이 소모되더라도 구성원 하나만 살아서 돌아가면 분대를 저렴하고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다.
참고로 <던오브워2>에서 생산할 수 있는 분대는 아무리 게임이 후반에 이르러도 10개를 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초급 유닛이나 후반 유닛이나 생산 가격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초급 유닛 분대라고 생각 없이 소모시켰다간 막판에 쓴맛을 보게 되는 수가 있다.
단순한 전략과 복잡한 전술
<던오브워2>는 동명의 미니어처 보드게임을 거의 그대로 PC게임으로 재현해낸 것이기 때문에, 승부에 매우 소규모의 병력만을 운용하게 된다.
게임상에서 가장 많은 머릿수를 자랑하는 타이라니드 종족조차 한 번의 전투에 나올 수 있는 유닛은 사실상 50 마리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이것도 각각의 분대에 속한 유닛의 수를 모두 센 것일 뿐, 사실상 분대로 따지면 4~6개에 불과하다.
게임이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점점 병력수가 줄어든다.
그런데 문제는 운용하는 병력은 적은데, 맵은 광활하고 점령할 거점은 산적해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던오브워2>는 전략은 없고 전술만 남는다는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특히 승부의 초중반은 전투보다는 운영과 게릴라전에 초점이 맞춰지기 일쑤다. 각각의 영웅과 분대를 쪼개서 맵의 각 지역에 있는 자원 거점들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은 자원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펼쳐지기 힘들다. 병력을 집중 운용해 한쪽 지역의 패권을 쟁취한다 해도 결국 분산해 우회한 상대에게 거점을 허무하게 내주는 경우도 잦다.
한편, 병력이 분산되는 것이 대세이다 보니 맵 전역에서 산발적인 교전이 일어나더라도 정작 사상자는 전혀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교전을 통해 승부가 났다고 쳐도 상대편 분대에 속한 유닛들을 모두 전멸시키기에는 서로 화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퇴각한 패잔병 부대는 기지에서 즉시 복구되어 적의 취약 지점으로 다시 이동, 거점을 빼앗는다. 양쪽 유저의 실력이 비슷할 경우 마치 뱀이 꼬리를 물 듯 게릴라 거점탈취가 계속된다.
결국 게임이 후반에 이르러 팽팽한 균형이 깨지면 한쪽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진다. 워낙 이런 식의 전개가 잦다 보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느껴지는 박진감은 대단하지만, 매번 패턴이 비슷비슷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결국 전략은 없어지고 전술만 남는 느낌이다.
단언컨대 이것은 <던오브워2>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후반에는 병력을 집중 운용하면 이런 폭격 한방 맞으면 다 날아가니 위험부담이 크다.
변화무쌍한 워기어 업그레이드와 유닛 상성 |
물론 전략이 단순하다고 해서 게임 전체가 단순하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던오브워2>가 지니고 있는 전술적 다양성은 전략적 단조로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특히 ‘워기어’ 개념이 독보적이다. 각 영웅과 유닛들은 소정의 자원을 사용하여 ‘워기어’라는 이름의 추가 파츠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대부분의 파츠는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식으로 구성되지만 드물게 중복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파츠도 존재한다.
워기어는 폭탄 투척이나 방어막 형성 등의 특수능력을 부여해 주거나 유닛의 공격력, 방어력을 올려주기도 하며, 때로는 아예 무기 타입을 장거리에서 근접으로, 근접에서 장거리로 뒤집어버리기도 하는 등 유닛에 따라 다양한 기능이 더해진다.
같은 유닛이라도 워기어의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능력치와 성향을 지니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매번 게임마다 각각 다른 형태의 전투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타이라니드는 워기어 업그레이드를 틍해 대부분의 주력 근접 격투 유닛을 장거리 화력 지원 유닛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차량 등 메카닉 유닛은 상성이 맞는 유닛으로 상대하는 게 좋다.
또한 상성개념이 극단적이라는 점도 전투에서 방심할 수 없게끔 만드는 큰 변수로 작용한다.
극초반에 보병전에서 우위를 차지했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있으면 큰코를 다칠 수 있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차량이나 워커 유닛들은 기총에 엄청난 내성을 갖고 있어서 하급 유닛 수십 명이 덤벼도 흠집만 내다가 전멸당할 수 있다.
반면 이런 유닛들은 대차량 무기를 지닌 유닛에게는 대단히 취약하여 가위바위보 상성을 형성하고 있다.
유닛의 절대수가 부족해 빠른 체제변환이 어려운 <던오브워2>에서 갑작스런 상성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정찰과 워기어의 현명한 선택이 필수적이다. 반대로 불리한 상태에 있더라도 상대에게 상성인 유닛을 동원함으로써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들
2008년~2009년에 발매될 RTS 기대작으로 <레드얼럿3> <던오브워2> <스타크래프트2>를 꼽는 사람이 많았다.
이 중에서 <던오브워2>는 다양한 트레일러와 스크린샷 공개를 통해 이들 신작 중에서도 가장 유려한 그래픽과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을 지닌 RTS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해 보고 난 뒤 필자는 이러한 장점들이 오히려 게임성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난잡한 비주얼의 오크족. 100여 판이나 진행했어도 여전히 한눈에 알아볼 수 없다.
일단 원작 미니어처 보드게임의 디자인 고증에만 충실하다 보니 작은 유닛들의 경우는 비슷한 디자인 때문에 구별이 쉽지 않았다. 특히 오크가 심했는데, 유닛들의 복식이 도가 지나치게 난잡했다.
스페이스마린과 엘다, 타이라니드도 전체적으로 비슷한 생김새의 유닛들이 2~3종씩 존재해 곤혹스럽게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당연히 조금씩은 다 다르지만, 전투가 벌어져 여기저기에서 광원효과가 나오는 상황이라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구별이 안 되고 혼동을 일으킨다.
그래픽과 관련된 두 번째 문제는 유닛들이 플레이어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닛들의 움직임이 너무 애니메이션에만 치중한 나머지, 하던 동작이 끝나기 전에는 명령에도 반응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서 조작에 직관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꼽을 수 있는 단점은 게임을 하면서 적의 보급선을 가로막거나 하는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하도록 전술적 한계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던오브워2>에서 플레이어 본진의 방어는 너무나도 강력해서 한번 적이 퇴각하면 도저히 추격해 섬멸할 수가 없다. 그 지역에서 적의 체력은 삽시간에 회복되는 것도 모자라 막강한 방어탑들의 지원을 받는다.
1:1 게임에서 동원할 수 있는 수준의 병력으로는 진입조차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3:3 게임에서 적 병력을 깨끗하게 섬멸한 3명의 연합 부대가 모조리 몰려간다 해도 본진 건물을 파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정도다.
끔찍한 체력의 본진건물. 이런 대형 유닛들로 게임이 끝날 때까지 쳤는데도 결국은 파괴되지 않았다.
후방이 이토록 편안하니 필드에서 여러 번 이겨서 승기를 잡아도 도저히 끝을 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상대가 나오지 못하게 기지 주변을 단단히 포위한 채 빅토리 포인트가 빨리 깎여 게임이 끝나길 기다리는 것뿐이다.
확실하게 차별화 되는 RTS 기대작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던오브워2>의 멀티플레이는 확실히 재미있었다. 과연 팬들의 성원을 한 몸에 받을만한 수작이었다.
다만, 기존 RTS와 차별화 된 요소들이 너무나도 많고,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형식의 RTS에 익숙한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 게임이 통할 수 있을지 여부는 걱정스러웠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던오브워2>가 다른 경쟁작들과 함께 국내에서 큰 히트를 기록해서 RTS 열풍이 다시 한번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대중적인 성공 가능성과는 별개로, 스스로 RTS 마니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쯤 <던오브워2>를 즐겨 보기 바란다. <던오브워2>의 멀티플레이 오픈 베타는 2월18일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기존의 자료를 보면 될 것이다. {more}
필자의 1:1 플레이 기록. 3일간의 온라인 대전을 통해 남은 결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