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곤의 신작 MMORPG <칸헬>의 첫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끝났다. 테스트 전부터 낮은 PC 사양에 최적화된 그래픽과 다이나믹한 액션, D&D 룰의 적용과 페이스오프 시스템 등을 내세웠기에 적잖은 관심을 모았던 <칸헬>. 과연 실체는 어땠을까?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딱히 새로울 것 없는 그래픽과 타격감
그래픽의 진화를 외친 <칸헬>이지만 정작 실제 그래픽은 좋다고 보기 힘들었다. 캐릭터와 배경의 텍스쳐 질감이 전혀 달라 이질감이 심했고, 캐릭터와 몬스터의 공격이나 피격 동작도 자연스럽지 못 했다. 공격과 피격모션이 자연스럽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타격감도 떨어진다.
검의 궤적을 표현해 주는 것을 빼면 이펙트도 평범한 수준이었으며, 각종 오브젝트들도 특별히 섬세하게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평범한 느낌이랄까.
‘진화’라고 말하기엔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다.
특히 모든 캐릭터가 흰색 아이디로 표시되기 때문에 사람이 조금만 몰려 있어도 NPC와 PC를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인터페이스와 채팅 메시지 등이 잘리는 일도 왕왕 있었다. 페이스오프 시스템 때문인지 캐릭터를 만들 때 커스터마이징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초반마을의 풍경은 ‘클론의 역습’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 아직은 무르익지 않은 개성들
<칸헬>에서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시스템은 페이스오프를 통한 얼굴 변경과 무한 인챈트, 무게에 따른 제약, 쟁탈전 등이다. 사실 페이스오프를 제외하고는 이미 다른 게임에서 널리 사용되는 시스템을 이름만 바꾸거나 그대로 가져온 것들이다.
대표적인 것인 무한 인챈트이다. <칸헬>에서는 무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8 아이템이 뜨기도 어려운 만큼 확률이 낮다. 인챈트에 실패하면 대상 아이템까지 증발하는 상황에서 ‘무한’이라는 수식어가 얼마나 장점으로 느껴질지는 의문이다.
페이스오프는 일종의 선·악 개념인 카르마 수치의 높고 낮음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같은 레벨이라면 ‘PK를 했던 유저냐 아니냐’만을 구분할 뿐이다. 무게에 따른 제약도 캐릭터의 소지품 무게가 50%를 넘으면 이동속도가 느려지고, 가득 차면 공격이 불가능해지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결정적으로 <칸헬>에는 지나치다 싶을만큼 특정 게임을 연상시키는 시스템들이 많았다. 초반에 답답할만큼 느린 이동속도는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그린 포션’을 상시복용(?)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며, 공격속도와 이동속도를 더 많이 올려주되 전사만 사용 가능한 ‘바이올렛 포션’과 신전에서 마법책을 클릭해 스킬을 배우는 방식까지 흡사했다.
색깔까지 같다. 테스트 첫 날 ‘축 데이와 용기 구합니다’라는 말이 올라왔을 정도.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인 만큼 아직은 평가를 내리기 이른 느낌도 있지만 <칸헬>은 이미 위의 시스템 중 대부분을 공개했다. 좀더 <칸헬>만의 고민과 개성을 녹여낸다면 어떨까. 다음 테스트에서는 한층 개성이 더해진 시스템으로 보강되기를 바란다.
■ 단순함과 접근성은 매력적
<칸헬>의 접근성은 매력적이다. 일단 그래픽의 퀄리티에 비해서도 구동사양이 매우 낮다. 싱글 코어의 CPU와 지포스 5600 수준의 그래픽카드에서도 무리 없이 플레이가 가능했을 정도. 게다가 각종 퀘스트와 시스템으로 무장한 최근의 온라인게임들과 달리 핵&슬래시 위주의 사냥이 주가 되는 만큼 별다른 어려움 없이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인터페이스 역시 한 눈에 보면 알 수 있는 수준. 실제로 <칸헬>에서는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인 게임에서는 당연히 올라오기 마련인 각종 질문도배 현장을 목격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유저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보스 사냥도 혼자한다. 고민할 여지가 없는 셈.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유저들에게는 최고의 장점이다.
다만 이왕 접근성을 고려하는 거라면 다음 테스트부터는 기본적인 조작을 가르쳐주는 튜토리얼과 동선 안내를 겸한 몇몇 퀘스트 정도를 넣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 조금 이른 테스트? 개선을 기대한다
<칸헬>의 첫 테스트에서 느낀 점은 더도 덜도 아닌 ‘부족함’이다. 지금의 <칸헬>에는 특징이 없다. 사실상 <칸헬>에서 특징으로 내세우는 페이스오프나 무게시스템 등은 게임의 ‘특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지엽적인, 작은 부분이다.
또 다른 특징인 무한인챈트나 D&D를 본떴다는 시스템의 경우는 조금 과격하게 말해서 ‘D&D의 방어도나 능력치를 도입한 <리니지>를 본떴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상당수의 유저들이 <칸헬>의 장점으로 ‘<리니지>와 느낌이 비슷하다’를 뽑았을 정도니까.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역시 거꾸로 보면 아직까지 몬스터 사냥과 PK 이외에는 별다른 컨텐츠가 워낙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형 온라인게임을 외치며 단순함과 접근성을 무기로 삼은 것은 좋다. 하지만 지금의 <칸헬>은 단순히 인챈트의 한계를 없애고 PK의 제한만 푸는 데 그치기보다는 지금 시점에 맞는 ‘단순한 컨텐츠’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칸헬>에서는 유저가 입히는 대미지 표시나 적의 체력 등이 표시되지 않고 전투 메시지 창도 지원되지 않는다. 적의 체력이나 레벨이 표시되지 않는 것은 의도된 기획이라고 하더라도, 무기를 강화하거나 레벨을 올려도 그 효과를 체감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남는다.
만약 <칸헬>이 인챈트와 레벨 업을 주로 삼으려는 게임이라면 적어도 대미지 표시를 통해 유저가 얼마나 강해지고 있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굳이 대미지까지 가릴 필요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칸헬>은 이제 겨우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끝낸 게임이다. 그만큼 변할 수 있는 여지는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다음 테스트에서는 한국형 온라인게임 = <리니지>의 강박관념(?)을 지키기보다는 시대에 맞는 <칸헬>만의 게임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