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1인칭 게임에 지독한 멀미를 느끼는 데다가 걸핏하면 길을 잃어버리는 극한의 '방향치'다. 때문에 FPS 게임은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가깝다.
지난해 3인 스쿼드로 진행되는 모 배틀로얄 게임에서는 교전 중인 아군 앞을 지나가다가 친구가 쏜 총에 죽은 적도 있었다.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도움 된다는 일갈을 들어야 했고, FPS 게임과 기자의 연결고리도 그렇게 끊겼다. 물론 <오버워치>처럼 확실한 역할군이 있는 게임은 '그나마' 양호했지만.
자연스레 FPS 게임을 잊어갈 때쯤, 라이엇 게임즈의 신작 FPS 게임 <발로란트>를 만났다. 그리고 FPS 게임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고정관념도 조금은 털어낼 수 있었다. 반평생 FPS 게임 기피자로 살아온 기자가 멀미약까지 먹어가며 <발로란트>를 플레이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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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발로란트>는 FPS 게임 초심자에겐 꽤 어렵게 느껴졌다.
먼저 상대를 쏘고도 교전에서 패하는 건 흔한 일이었으며, 연막으로 적을 지켜준 것도 허다했다. 10명의 유저 중 가장 먼저 죽거나, 의문사하는 것은 예사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거나 지루함을 느끼진 못했다. 어떤 플레이가 나올지 지켜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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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총과 총이 맞붙는 정통 FPS에 하이퍼 FPS의 스킬 요소가 적절히 섞여 있는 <발로란트>의 독특한 특성에서 기인한다.
<발로란트>는 살상 스킬과 궁극기가 대부분인 하이퍼 FPS 게임과 달리, 유틸성 스킬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사격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통 FPS만큼 큰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킬의 비중이 미미한 것은 결코 아니다. 아군의 연사속도를 올리거나 적의 시야를 훔치고 연막을 까는 플레이를 통해 '변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디테일한 기록 역시 게임의 재미를 올려주는 요소다. <발로란트>는 인게임 스코어보드는 물론, 대전 기록을 통해 다양한 수치를 제공한다. 유저들은 킬, 데스, 어시스트를 통해 평균 전투 점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상대 팀 유저와 어떻게 싸웠는지도 돌아볼 수 있다. 장착한 무기나 입힌 피해량 같은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피격 시 거리와 맞춘 부위 등 디테일한 정보까지 제공되므로, 이를 확인하는 맛도 쏠쏠하다.
경쟁이 존재하는 게임에서 유저의 플레이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동기부여의 핵심 요소다. 데스가 많으면 많은 데로 자극을 받고, 킬을 많이 올리면 그만큼 자신감에 취해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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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란트>를 가장 많이 따라다닌 수식어는 '롤버워치'였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발로란트>는 <오버워치>와 다른 게임이다.
<발로란트>는 13세트를 선취하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게임당 유저에게 주어진 목숨은 하나뿐이다. 게다가 맵도 좁고 기본 체력도 매우 낮아 TTK(Time To Kill)도 짧은 편이다. 헤드샷이 아니면 상대를 한 방에 죽이기 어려운 <오버워치>와는 분명 다른 방식이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발로란트> 속 스킬은 싸움을 보조해주는 성격이 짙다. 물론,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궁극기가 있긴 하지만 자주 활용하기는 어렵다. '총쏘기'가 <발로란트>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로란트>가 쉬운 게임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함께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발로란트>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 GO) 느낌이 나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쉬운 편"이라고 밝혔다.
그 중 한 유저는 '가속도'에 대한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인 FPS 게임은 제자리에 멈춰서 총을 쏴야 정상적인 탄착군이 형성된다. 하지만 <CS: GO>는 뛰다가 멈추면 가속도와 관성으로 인해 에임이 흔들린다"라며 "<발로란트>는 기본 이동속도도 느리고, 멈췄을 때 흔들림도 없어서 수월하다"라고 전했다.
참고로 기자는 FPS 게임에 가속도와 관성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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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고통받은 사람들과 앞으로 고통받을 팀원들에겐 미안하지만, <발로란트>는 FPS 초심자에게도 든든한 재미를 선사했다. 극한의 시야각과 절망적인 사격술을 갖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도전하게끔 만들었고 설령 허무하게 죽더라도 팀원의 플레이를 지켜보게끔 유도했다.
이제 <발로란트>에서 죽는 것은 그리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오늘도 퇴근하고 나면 <발로란트>를 플레이하고, 그 속에서 무수히 많은 죽음을 맞이할 예정이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발로란트>는 '재미있는 게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