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5일 무료화 선언 이후 많은 관심을 끌었던 <대항해시대 온라인>(이하 대항온). <대항온>은 무료화 한 달 만인 지난 2월17일 캐시 아이템을 도입하면서 부분유료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캐시 아이템 도입 이후에도 염려됐던 유저이탈 같은 문제는 그리 심하게 발생하고 있지 않는데요, 과연 어떤 매력이 유저를 끌어들이고 있을까요? / 디스이즈게임 필진 격화
캐릭터 성장과 배 구입에 ‘왕도’는 없다.
신규 캐릭터를 만들고, 튜토리얼이라고 할 수 있는 ‘항해자 양성학교’를 마친 초보 유저들은 종종 “다음에 대체 무엇을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그만큼 <대항온>이 다양한 성장루트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사냥터로 가서 레벨업만 하면 최소 기본은 먹고 들어가는 단순한 MMORPG가 아니라는 뜻이죠.
다양한 정보가 보이는 캐릭터 창,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대항온>의 캐릭터들은 ‘모험’, ‘교역’, ‘전투’ 3가지 레벨이 있습니다. 레벨은 배를 탑승하는 기준이 되고, 여기에 총합에 따라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슬롯의 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반드시 올려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레벨만 높다고 모든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개별 스킬에도 레벨이라고 할 수 있는 ‘랭크’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각 스킬의 랭크는 퀘스트를 받고 직업을 전직할 때 기준이 됩니다. 또한 스킬이 높을수록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어 유저들은 스킬 랭크의 수치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직업’ 또한 중요하죠. ‘모험계’, ‘전투계’, ‘교역계’의 크게 3가지로 나뉘어져 있는 직업은 저마다 ‘우대스킬’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우대스킬은 최대 15랭크까지, 그렇지 않은 스킬은 10랭크까지 밖에 올리지 못합니다. 게다가 우대스킬이 아닌 스킬은 랭크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2배가 되기 때문에 그만큼 성장하기 힘들어 집니다. 한편, 어떤 직업들은 ‘전문스킬’이라 해서 특정 스킬의 랭크를 +1 해주기도 합니다.
크게 3가지 계열에 굉장히 많은 직업이 준비되어 있다.
이처럼 <대항온>은 캐릭터를 성장시킬 때 다양한 요소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항해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박’도 신경써야 하죠.
선박은 빠를수록 잦은 이동에 유리하고, 물건은 많이 실을 수 있다면 교역에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내구력이 높으면 전투에 좀 더 유리해진다는 식으로 선박마다 특징이 뚜렷하게 구별 됩니다. 자연스럽게 유저들은 게임을 하다 보면 다른 무엇보다도 선박을 중시하게 됩니다. 하고자 하는 일에 맞는 선박을 타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원하는 선박을 타기 위해서는 각 선박의 탑승 조건에 맞춰 모험/교역/전투 레벨을 올려야만 합니다. 게다가 당연하게도(?) 배는 매우 비싸기 때문에 유저들은 돈을 많이 버는 것 역시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렇듯 <대항온>은 캐릭터 하나를 성장시키고, 배를 타는 것이라고 해도 ‘절대적으로 정해진 것’이란 개념이 없습니다. 레벨과 스킬과 선박, 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입니다.
의외로 자유롭지 못한 성장, 지루함은 줄었다 |
얼핏 보면 <대항온>은 굉장히 자유도가 높은 게임 같습니다. 겉모습만 보면 유저들이 캐릭터를 키우고 목표를 설정할 여지가 많아 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직접 해보면 의외로 제약이 많기 때문에 상상하는 것만큼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다양한 스킬 조합이 만드는 캐릭터들 간의 차별성.
전문/우대 스킬은 스킬 아이콘 오른쪽 위에 표시된다.
가장 큰 제약은 역시나 ‘스킬’과 ‘랭크’, 정확히는 스킬의 랭크가 절대적이고 높을수록 강력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각 스킬들 사이에는 필요성이나 활용성에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킬 하나만 놓고 보면 랭크가 절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유저들은 처음 직업을 결정하면 그 업의 주력 스킬을 주력해서 키웁니다. 소위 말하는 ‘랭작’(이익보다는 랭크 향상을 목적으로 반복작업하는 행위)이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저들은 한 번 랭크를 올리면 해당 스킬을 지우고 새로운 스킬을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계열의 직업을 선택한다는 식으로 급격하게 캐릭터의 성장 방향을 바꾸기도 힘들죠. 지우고 다시 익히는 스킬은 1랭크에서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캐릭터의 성장 방향은 자유롭게 설정할 수는 있지만, 한번 방향을 정하면 손쉽게 틀기 힘들다’라고 할까요? 이렇게 제약이 있기 때문에 <대항온>은 자연스럽게 각 캐릭터들 간의 개성이 생겨납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는 ‘만능 캐릭터’를 만들기 힘들기 때문에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협력하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생산에는 스킬의 랭크가 제한이 된다.
한편 각각의 스킬이 랭크업한다면 그 변화는 직접적으로 유저들에게 다가옵니다. 지속시간 증가와 같은 단순한 변화도 있지만, 대미지의 상승, 구매량의 증가, 생산 가능 품목 확장 등등 그 효과도 스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스킬의 랭크가 올라가면 굉장히 다양한 변화가 생기고, 유저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대항온>은 스킬의 랭크를 올렸을 때 유저가 느끼는 변화의 폭이나 성취도가 굉장히 큰 편입니다.
따라서 <대항온>에서 유저들은 MMORPG의 가장 기본적인 매력인 ‘캐릭터의 성장에서 오는 만족도’를 생각보다 자주 체감하게 됩니다. 이런 성취감이 유저들에게 <대항온>에 몰입하는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자연스레 협력 플레이가 이어지는 구조
<대항온>은 MMORPG 답게 굉장히 다양한 퀘스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유저들은 어차피 교역 때문에라도 도시와 도시를 왕복하게 되는데 중간에 퀘스트를 받아 달성하면 부와 이익을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퀘스트가 유저의 흥미를 끈다.
퀘스트는 단순한 물건 전달뿐만 아니라, 탐험이나 전투 등 다양한 종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부는 연속 퀘스트라고 해서 하나의 퀘스트를 깨면 다음 퀘스트가 나오는 식으로 이어집니다. 이 때문에 유저들은 장기적으로는 스킬의 랭크업을 목표로 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퀘스트 클리어를 목표로 게임을 즐기게 됩니다.
가끔 좋은 보상품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대항온>은 스킬 슬롯 제한 때문에 만능 캐릭터가 되기는 정말로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서는 각자 다른 스킬을 가진 캐릭터들 간의 협력 플레이(파티 플레이 등)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자신에게 없는 스킬이 제한조건으로 걸린 퀘스트도, 함대(파티)의 다른 유저가 그 조건을 만족한다면 퀘스트를 받고 완료할 수 있습니다.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나 교역품도 스킬에 따라 연관되며 서로에게 이익이 됩니다. 자연히 유저들은 길드에 가입하고 서로 돕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이런 협력을 통해 유저는 더욱 자신만의 목표에 매진하게 됩니다.
길드 회원창에서 길드원의 레벨, 직업,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길드에서 발생한 커뮤니티는 자연스럽게 유저들에게 연대감을 부여하게 되어 꾸준히 플레이하는 이유가 됩니다. 비록 이득을 위해 뭉쳤지만 서로 돕는 가운데 생기는 ‘정(情)’이 유저를 붙잡게 되죠.
꾸준한 업데이트가 만든, 깊이 있는 게임성
2005년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대항온>은 벌써 4년차를 맞이하는 게임입니다. 그 동안 꾸준히 업데이트가 진행됐는데요, 현재 두 번째 확장팩 ‘Cruz del Sur'의 4번째 챕터 ‘Inca'까지 열린 상태입니다. 두 개의 확장팩, 총 7개의 챕터에 담긴 다양한 컨텐츠들 덕분에 <대항온>은 최소 1~2달로는 컨텐츠의 바닥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액 서비스 기간 동안 오픈 베타 때 없었던 ‘항해자 양성학교’(초보자 교육용 시스템) 및 새로운 발견물, 추가 항구들, 고랭크의 생산용 레시피와 다양한 아이템, 조인트 빌드(Joint Build)라는 강화 함선이 추가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침몰선 조각을 모아 지도로 전환해 찾는 침몰선, 일부 스킬의 반복 자동화, 필요한 교역품을 생산하는 개인농장, 거기에 다양한 기능을 가진 휴식공간 아팔타멘토 등 정말 엄청나게 많은 요소들이 늘어났죠.
침몰선의 조각지도로 완전한 지도를 완성.
어느 침몰선이 나올지 모르기에 인기가 많습니다.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의 단점을 보완하고 매력을 추가하는 과정이 꾸준히 반복되었기 때문에 2005년 오픈 베타 때의 게임을 생각하고 접속하면 완전히 달라진 게임을 만나게 됩니다. 4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추가된 다양하고 풍부한 컨텐츠는 분명 <대항온>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급학교 졸업한 상태의 아팔타멘토 기숙사.
후에 은행에서 개장해서 정식 구입하게 된다.
보내는 시간마저 즐기게 만드는 게임
사실 <대항온>은 냉정하게 보자면 그저 배타고 마을과 마을을 이동하면서 퀘스트나 일(스킬)을 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돈이나 아이템 같이 받게 되는 보상이 확실해서 유저들은 행동 하나 하나를 할 때 얻는 성취감이 확실하죠. 소위 말하는 게임을 할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줍니다.
그렇기에 항해 도중에 무언가 스킬을 써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유저들은 노력하게 됩니다. 이 노력이 게임에 몰입감을 주어, 단순 반복 작업을 즐겁게 바꾸어 놓습니다. 가끔 운의 요소가 개입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손해가 되지는 않는, 절묘한 밸런스가 유저의 마음을 흔듭니다.
채집 스킬로 각종 교역품과 모험 경험치(2랭 이상인 경우)를 겟!
그리고 타인과의 경쟁이 강제되지 않고 자신만의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오히려 경쟁보다는 협력을 강조하는 면이 있기에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만의 만족감을 추구하게 됩니다.
최근 부분유료화를 시작해도 높은 인기를 보이는 데는, 이런 측면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할수록 이득이 보이고, 노력할수록 성과가 납니다. 그렇기에 <대항온>은 확실히 매력적인 MMORPG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종이는 교역품이지만, 나에겐 서양서적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