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액션 RPG의 해가 될 전망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을 비롯해 <C9> <드래곤네스트> 등 쟁쟁한 액션 MORPG가 격돌할 예정이고 <카르카스 온라인>과 <드래고니카>처럼 횡스크롤 액션 RPG들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NHN게임스의 <C9>다. ‘액션의 재발견’을 내세운 <C9>은 3월 3일부터 1차 테스트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액션 RPG 경쟁에 불을 지폈다. 테스트가 진행된 2주 동안, <C9>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까?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간편한 조작, 쉽고 강렬한 콤보
<C9>의 조작방식은 쉽고 간단하다. 기본적으로는 유저들에게 익숙한 FPS 방식을 따왔으며, 숫자키를 이용해 액티브 스킬을, [W] [A] [S] [D] 이동키와 마우스 버튼의 조합으로 커맨드 스킬을 사용한다.
커맨드 스킬이라고는 해도 ‘타이밍을 맞춰서 버튼을 놓거나’, ‘특정방향을 입력한 후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정도다. 여기에 몇 개의 알파벳 키로 킥이나 잡기 등의 스킬을 쓴다.
정말 ‘손이 가는 대로 눌러도’ 연속기가 된다.
연속기(콤보)도 기본공격에서 스킬, 혹은 스킬에서 스킬로 자유롭게 연결된다. 때문에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수십 단의 콤보를 낼 수 있고, 조금만 하다 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자신만의 연속기를 갖게 된다. 판정도 너그러워서 프레임 단위로 나누어진 미세한 타이밍을 걱정하며 같은 연속기를 반복해서 몸에 익힐 필요도 없다.
레벨 15~20을 넘어가면서 다양한 기술을 배우면 서서히 자기가 쓰기 편한 연속기에 익숙해진다.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서 연속기를 쓰는 재미도 붙고, 손에 익은 연속기로 적들을 제압하는 쾌감도 높아진다.
<C9>의 플레이는 일대 다수의 일반전투와 패턴 중심의 보스전의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각각에 맞는 액션을 보여준다.
보스에게 가는 길목이기도 한 일반전투에서는 수많은 적들을 쉬지 않고 쏟아진다. 마스터 레벨을 기준으로 한 화면에 30 마리 이상의 몬스터가 나올 때도 있을 정도. 덕분에 ‘광역공격’과 연속기를 활용해 다수의 몬스터를 ‘휩쓰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로 최대한 체력을 아끼면서 싸우는 방법을 연구하게 된다.
보스전은 철저하게 패턴 중심으로 진행된다. 초반의 튜토리얼 던전을 제외하면 <C9>의 보스들은 압도적인 대미지와 공격범위를 자랑한다.
보스들은 대부분 맞으면서도 공격하는 슈퍼아머(무적) 판정을 앞세워 이곳저곳을 휘젓는다. 특정 보스의 공격·이동 패턴을 모른 상태로 처음 만나면 어떻게 싸워야 할까 막막할 수준이다.
하지만 보스전에는 ‘다음에 어떤 공격을 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예비동작과 ‘반드시 공격을 피할 수 있는’ 타이밍이 존재한다. 패턴을 파악하고 전략을 세우면 보스전은 순발력과 상황판단의 싸움이 된다. 물론 초반의 보스들은 무작정 들이대서 이길 수도 있지만, 패턴을 무시한 보스전은 레벨이 오를수록 미션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이처럼 일반전투와 보스전을 ‘완전하게’ 구분해 놓은 덕분에 <C9>의 액션은 한층 풍부해 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또한 공격과 피격 모션도 확실하게 들어가 있고 공격이 명중했을 때 캐릭터의 움직임을 아주 잠시 멈추게 해서 손맛도 높였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칼을 휘두르는 동작의 어느 지점에서 상대방이 맞았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최소한 액션에 한해서는 ‘재발견’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첫인상’을 보여주었다.
■ 화려한 연출과 수준급 그래픽
그래픽과 연출도 뛰어났다. <C9> 그래픽 연출의 핵심은 뎁스오브필드(Depth of Field)로 나타낸 확실한 원근감과 모션블러 효과를 통한 오버액션이다.
뎁스오브필드는 특정부분(주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고, 그 외의 장소를 흐릿하게 보여주는 기법이다. 넓은 장소에서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막아주고 특정한 모션을 강조할 수 있어 긴장감과 타격감을 살려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D 액션게임에서 크리티컬이 나왔을 때 줌인 연출로 강조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또한, 곳곳에 모션블러 효과를 줌으로써 생동감을 높였다.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오버스러운 스킬 연출과 모션블러 효과가 어우러져 무미건조해지기 쉬운 전투를 활기차고 화끈하게 만들고 있다.
참고로 FPS나 TPS에서 멀미를 느끼는 유저를 위해 <C9>은 옵션에서 모션블러 효과를 켜고 끌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 컨텐츠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고민
액션 MORPG가 가질 수 있는 약점 중 하나는 ‘컨텐츠 부족’이다. 게임이 스테이지식으로 진행되기에 레벨이 높아질수록 맵 하나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것이 컨텐츠 부족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C9>은 공개한 컨텐츠가 남달랐다. 우선 1차 테스트 치고는 컨텐츠의 양 자체가 예상보다 많았다(25 레벨까지 제공). 두 가지 클래스를 각각 25 레벨까지 키울 경우 2주를 보내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었다.(마지막 주말의 피로도 무제한 이벤트는 논외로 하자)
맵 컨텐츠를 활용하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C9>은 4가지 난이도에 따라 맵의 이용범위와 이동경로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특정 맵에 1~5의 구간이 있다고 하자. 노멀은 1~3으로, 하드는 2~4로, 익스퍼트는 1~4로, 마스터는 1~5 전구간으로 구성된다.
즉, 난이도에 따라 시작지점과 이동경로가 달라서 새로운 느낌을 준다. 컨텐츠 부족에 시달리기 쉬운 액션 MORPG의 어려움을 풀어내려고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난이도에 따라 맵을 지역별로 구분하고 배열하면서 다른 느낌을 연출했다.
맵을 활용하는 방식은 참신했지만, 고민할 여지는 남아 있다. 마스터 난이도의 던전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경험치/아이템/재료를 얻기 위해 던전을 반복해서 돈다면, 선택은 당연히 보상이 좋은 마스터다.
이렇다 보니 노멀, 하드, 익스퍼트는 퀘스트를 깨고 마스터에 가기 위한 ‘과정’에 머무는 느낌이다. 일부 테스터들이 “반복돼서 지루하다”고 한 이유 중에 하나도 파티를 맺고 특정 마스터 던전을 계속 돌았기 때문이다.
마스터 던전만큼은 맵의 이용범위와 이동경로를 2~3 가지로 늘리면 어떨까. RPG에서 반복 플레이는 ‘시간vs효율’의 싸움이다. 실력과 장비가 되는데 익스퍼트 던전을 갈 이유는 없다. <디아블로2>의 메피스토 무한잡기나 카우방 돌기가 괜히 나온 플레이 패턴은 아니지 않은가.
<디아블로2> 같은 랜덤 시스템이 없는 <C9>에서 아이템 수집(파밍)을 위한 플레이의 지루함이 줄어든다면 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 앞으로 지켜봐야 할 커뮤니티 활성화
액션 MORPG에게 가장 까다로운 과제는 커뮤니티의 활성화다. 독립된 MO 공간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전투는 좀처럼 채팅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단순히 MMORPG의 커뮤니티 시스템을 가져온다고 해결될 부분도 아니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커뮤니티의 구현이다.
그렇다면 <C9>의 카드는 무엇일까? 1차 테스트로는 알 수 없다. 아직 보여준 카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길드 하우징부터 공성전까지 예고된 컨텐츠는 있지만 미개봉 상태다. PvP도 정식 스펙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대신 부가 컨텐츠는 제시됐다. 생산직업인 장인 시스템이다. 유저는 전장에서 재료 아이템을 모아 생산활동에 사용할 수 있다. 장인 직업은 던전에 가야 할 이유(재료수집)를 더해 주고, 물약처럼 요긴한 아이템도 만들기 때문에 중요한 컨텐츠다.
다만, 1차 테스트에서는 제한된 피로도 속에 재료를 모으기 힘들었고, 아직 경매 시스템이 없어서 유저 간의 거래도 번거로웠다. 특정 장인(연금술사)에 유저들이 몰리는 현상도 보였다.
앞으로 장인 직업을 다듬고 <C9>에 걸맞는 길드 시스템과 공성전이 들어가면 커뮤니티가 어떻게 형성될지 윤곽이 잡힐 것이다. 공성전과 유저 내러티브(인과 관계로 얽힌 이야기)가 특징이었던 <R2>를 만든 김대일 PD가 <C9>에선 어떤 카드를 선보일지도 주목된다.
피로도 소모 후 놀거리가 필요하다.
■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PvP 맛보기
PvP는 마지막 주말에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규칙과 방식이 임시로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정식 평가는 향후 PvP 시스템이 도입 뒤에 하는 것이 맞다. 일단 여기서는 첫 느낌과 재미 요소를 짚어 보겠다.
몬스터에 썼던 연속기도 기본적으로는 통용됐다. 그러면서도 캐릭터마다 3~4 개의 회피기술이 마련돼 있어 ‘띄우기 한 방에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회피기를 통해 공격을 끊어준 다음, 상대방의 회피기를 어떻게 헛방으로 만드느냐가 승부의 흐름을 결정할 정도였다. 기본 공방전은 성립되는 셈이다.
공격마다 판정이 다르고 [잡기>가드>공격]의 공식도 어느 정도 성립되면서 상대의 수를 미리 읽는 심리전도 필요했다. 무엇보다 PvP의 긴장감과 공방전의 재미는 확실히 있었다. 적어도 즐기는 데 무리는 없었다.
다만, 캐릭터 위치 정보가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 판정에 차이가 있었던 부분은 아쉬웠다. 분명히 맞은 것으로 보이는 공격이 미스가 뜨거나, 한참 빗나간 공격을 맞고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엔 그냥 넘어갔지만, 레벨·장비 차이에 대한 보정 등 밸런스도 민감한 부분이다.
보완할 점도 있지만, 정식 PvP에서 명확한 판정과 재미있는 규칙이 마련된다면 색다른 공방전과 심리전의 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성공적인 출발. 뒷심을 기대한다
컨텐츠 소비가 빠른 스테이지 방식의 진행부터 쉽지 않은 커뮤니티 활성화까지, MORPG에 대한 우려는 셀 수도 없이 많다. <C9>의 1차 테스트는 이런 우려에 ‘나름대로의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컨텐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맵을 구역별로 나눈 후 난이도에 따라 이동 경로를 재조정했고, 피로도를 소진한 후에는 ‘좁은 공방’에서 장인 레벨을 올리게 만들면서 커뮤니티 활동을 유도하려고 했다. 또, 의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나무와 밧줄 하나까지 물리 판정이 들어가 있어서 맵의 곳곳을 ‘오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액션을 강조하면서도 가능한 손쉬운 조작방식을 마련한 부분이 마음에 든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성공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제 1차 테스트가 끝났을 뿐이다. 개발자 인터뷰를 통해 예고된 컨텐츠도 많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첫 번째 테스트에서 액션 MORPG로서 나름의 해답을 당당하게 제시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했다.
자신있게 첫 발을 내딛은 <C9>이 앞으로 어떤 시도와 컨텐츠를 보여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