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온라인 RTS’(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모본이 개발하고 위메이드에서 서비스하는 <아발론 온라인>(Avalon)입니다. 지난 3월20일부터 오픈 베타테스트(OBT)에 들어갔고, 총상금 1억 원 규모의 대회도 열리는 등 활발한 마케팅도 진행되고 있죠.
무엇보다 <아발론>은 <워크래프트3>의 유명 MOD <카오스>와 <도타>(DOTA)와 유사한 게임방식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모습은 어땠을까요? 걱정반 기대반의 복잡한 마음으로 오픈 베타를 체험해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필진 nodkane
나만의 가문과 진영, 영웅을 키운다
<아발론>에는 ‘이오니아’와 ‘오리엔스’ 두 진영이 등장합니다. 처음 시작하면 두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하고 캐릭터가 아닌 ‘가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영웅을 얻게 되는데요, 가문과 영웅을 동시에 육성하면서 다른 유저들과 벌이는 대전에서 이기는 것이 게임의 목적입니다.(가문 안에 영웅이 소속 되는 개념)
게임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영웅들은 각자 다양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플레이 성향을 고려해서 선택하면 됩니다. 가문도 유저가 어떻게 능력치를 배분하느냐에 따라 게임을 진행할수록 성격이 뚜렷하게 갈리기 때문에 신중하게 육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플레이 한 진영의 가문은 레벨이 올라가면 능력치를 배분할 수 있습니다.
가문의 레벨이 오르면 보상으로 보물상자 룰렛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보물상자를 열면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죠.
가문과 영웅의 육성은 RPG와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온라인 RTS의 최대 단점 중에 하나가 게임모드 외에는 컨텐츠가 없어 오래 즐기기 힘들다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아발론>은 RPG 같은 성장의 개념을 넣어서 좀더 오래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발론>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고, 역할도 명확한 편입니다. 덕분에 유저들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 그리고 이런 캐릭터로 전략을 짜는 재미도 느낄 수 있습니다.
게임은 피로도 개념이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포션을 활용해서 관리해 줘야만 합니다. 만약 게이지가 낮을 경우에는 승리하더라도 페널티를 받습니다.
중심이 되는 것은 전략전투 모드
<아발론>은 현재 ‘시나리오’와 ‘전략전투’, ‘모험’의 세 가지 게임 모드를 제공합니다.
시나리오는 마치 패키지 게임의 싱글 캠페인을 즐기듯이 미션을 클리어하는 모드입니다. 플레이 도중에 영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들이 반드시 거쳐야만 하죠. 특히 기본적인 게임 배경과 주인공의 성장을 다루고 있어 스토리를 중요하게 여기거나 패키지 게임과 같은 감성을 느껴 보고 싶다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나리오는 연출이나 카메라는 물론, 성우까지 동원되었습니다.
미션을 클리어하면 가문의 레벨업은 물론, 영웅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모험은 한 진영에 최대 8명의 유저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협력하는 모드입니다. NPC를 상대로 하는 협동 미션이라고 이해하면 쉬운데요, 몬스터들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한눈을 판다면 같은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험 모드는 별다른 플레이 패턴이 없이 유저들의 집단폭행(…)으로 단순하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유저들이 반드시 갈라져서 진행할 수밖에 없는 길을 만드는 등 좀더 재미난 구성을 보여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머리를 쓰면 진다고 할까요? 그저 다수의 플레이어에 의한 집단공격(…)로 가는 것이 가장 속편하고 빠릅니다.
전략전투는 <아발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저들 간의 대전 모드입니다. RTS의 대전이라고 해서 <스타크래프트>나 <C&C> 같은 게임을 떠올리면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대전의 기본 룰은 <카오스>의 그것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은 자신이 선택한 하나의 영웅을 조종해서 NPC를 잡아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배우며 상대 진영과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결국 상대의 영물을 먼저 파괴하는 쪽이 승리하게 되죠.
따라서 <카오스>를 해 본 유저라면 누구나 손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카오스>를 경험하지 않은 유저에게는 낯설게 다가오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죠. 하지만 <아발론>은 다음에 설명할 도움말 시스템으로 초보자들의 적응을 최대한 돕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가르쳐 주는 도움말
<아발론>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튜토리얼 없이도 게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도움말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정말 귀찮을 정도로 많은 도움을 줍니다.
예를 들어 각종 용어에 대해 친절한 설명과 함께 ‘도움말 링크’ 기능이 지원됩니다. 유저들은 자신이 모르는 단어가 게임 중에 등장해도 클릭 한 번으로 그 뜻을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게임 용어 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쓰는 약어와 속어 등도 지원하기 때문에 초보자라고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기본은 배울 수 있습니다.
유저의 플레이 성향에 따라 아이템을 권하기도 합니다.
게임 내 등장하는 모든 단축키를 설명하는 도움말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영웅이름, 스킬, 아이템은 링크되어 있습니다. 속어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카오스’의 그림자, 그리고 밸런스
거듭 말하지만 <아발론>의 전략전투 모드는 <워크래프트3>의 MOD인 <카오스>와 <도타>의 게임성과 규칙을 따릅니다. 따라서 전략성이나 영웅의 조합, 협력 플레이 등은 어쩔 수 없이 <카오스>와 유사하죠. 본의 아니게(?) 인터페이스나 전체적인 그래픽의 느낌도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여기에 스토리 모드의 이벤트 장면 등을 보면 자연스럽게 <워크래프트3>의 장면들이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유저가 게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워크래프트 3>인가?” 라는 소리도 나옵니다.
부정하고 싶어도 겉모습만 보면 <워크래프트3> 및 <카오스>와 유사한 것은 사실.
가드타워와 배럭을 파괴해야 목표의 무적이 풀리는 것까지 똑같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게임의 겉모습에 대한 이야기이고, 실제로 해 보면 <아발론> 만의 특별한 점들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작정 “<카오스>와 똑같네?”라고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크리처 배럭’에서는 유저가 NPC 몬스터를 잡고 얻은 아이템을 모아서 강력한 크리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크리처의 조종은 불가능하고 일반 아군 유닛처럼 정해진 길로 이동하지만, 공격력이나 방어력이 강해서 잘 사용하면 전세를 역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많은 종류의 크리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만 각 크리처들의 특징이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카오스>에서 초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요소인 ‘아이템 조합’이 <아발론>에서는 굉장히 간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카오스>에서 모든 아이템 조합공식을 일일이 외우거나. 명령어를 띄워 외워야 했지만 <아발론>은 소지금만 넉넉하면 자동으로 아이템들을 구입해서 조합해 줍니다. 따라서 더 쉽고 빠르게 아이템을 조합할 수 있죠.
영웅 성향에 맞는 아이템들도 따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렇듯 찾아보면 다른점도 많은 <아발론>이지만, <카오스>를 즐겨 하던 마니아들은 다소 성에 차지 않아 하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영웅의 밸런스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특정 유닛이 유독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OBT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게임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경쟁작(?)인 <카오스>는 밸런스가 많이 좋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카오스>도 지금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오랫동안 수많은 패치를 진행했습니다.
나름 신경을 많이 쓴 매칭 시스템도 불편한 감이 있습니다. <아발론>은 유저들이 자유롭게 한 팀을 구성한 이후, 모인 유저들의 레벨 평균값을 구한 다음 가장 적당한 다른 팀을 찾아 자동으로 매칭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친구와 대전을 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있고, 이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상대 진영과 레벨이 맞지 않아서 ‘넓은 검색’(레벨과 관계 없이 팀을 매칭하는 것)을 할 경우에는 정말 레벨 차이가 많이 나는 유저와도 만나게 되어 손도 못쓰고 전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라리 시작하기 전에 상대의 레벨을 알아서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해주었으면 어땠을까요?
레벨이 들쭉날쭉한 파티원들 때문에 고생할 때도 있습니다.
<아발론>은 ‘온라인 RTS’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는 게임입니다. RTS와 RPG의 조합으로 기존 온라인 RTS 게임에 대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려고 한 부분도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밸런스 및 사소하지만 그냥 넘어가기 힘든 지점에서 아쉬움이 남고, 유저풀이 많지 않아서인지 자신의 레벨에 맞는 상대와 게임을 진행하기 힘들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카오스’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결국 RTS는 유저풀과 밸런스의 싸움입니다. 아직 OBT를 시작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아발론>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