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게임즈와 EA가 공동 개발한 온라인 FPS 게임 <배틀필드 온라인>(Battle Field Online, 이하 배필온)이 지난 4월 14일, 대망의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CBT)를 시작했다.
EA 디지털일루전(DICE)이 개발한 유명 PC 패키지 게임을 원작으로 한 만큼 개발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 게임은, 최대 64명이 참가할 수 있는 대규모 전투를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운다.
그렇다면 과연 PC 패키지가 아닌, 한국의 온라인 서버에서 펼쳐진 ‘전장’(Battle Field)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부터 살펴보겠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최대 64명이 참가하는 거대한 전장
<배필온>의 원작인 <배틀필드>는 지난 2002년, 1편인 <배틀필드 1942>가 발매된 이래로 확장팩 포함 10여개 작품이 제작된 인기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다른 FPS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최대 64명의 유저가 32대 32로 ‘굉장히 넓은 맵’ 에서 전투를 벌인다.
[2] 데스매치가 아닌 ‘진지 점령 방식’의 게임모드가 메인 컨텐츠다.
[3] 돌격병, 저격수, 대전차병 등 개성이 뚜렷한 다양한 병과가 있다.
[4] 전투기, 헬기, 탱크, 보트 같은 다양한 탈것과 고정포대 같은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다.
[5] 각 진영 별로 1명의 유저가 전장의 모든 상황을 확인하고, 지휘를 내리는 ‘지휘관’ 역할을 맡는다. 나머지 유저들은 ‘분대장’ 및 ‘분대원’으로 지휘관의 명령을 받는다.
<배틀필드 2>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지휘관’ 시스템. 지휘관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분대원들은 <스타크래프트>에서 클릭 당하는 마린의 기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은 온라인 게임인 <배필온> 역시 그대로 이어 받았다. 구체적으로 <배필온>은 이번 1차 CBT에서 [5]번을 제외한 모든 요소들을 그대로 선보였다. (구현 되지 않은 지휘관 및 분대 시스템은 차후의 테스트에서 선보일 예정)
게임에 접속한 유저들은 16명 정도만 참가하는 소규모의 전투가 아닌, 최대 64명이 참가하는 거대한 전장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배필온>에서 유저들은 수많은 탈것과 각종 병과들과 함께 ‘진지 점령’을 목적으로 하는 팀 단위의 전략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서든어택> 류의 국산 FPS 게임들과는 매추 차별화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무작정 눈 앞의 적을 살상하는’ FPS 게임에 식상함을 느꼈던 유저한테는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신선한 재미요소들을 <배필온>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산게임스러워진’ 배틀필드
<배필온>은 지난 2006년에 나온 <배틀필드 2142>의 엔진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게임의 원작은 2005년에 발매된 <배틀필드2>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현대전’ 배경부터 그래픽, 등장하는 클래스, 무기 및 탈것들. 심지어 맵까지. 대부분의 컨텐츠가 <배틀필드2>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진영구도가 원작의 ‘미국 Vs 중국(중동)’에서 ‘미국 Vs 러시아’로 바뀌었다. 하지만 애당초 ‘진영간 차이’는 거의 무의미했던 게임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
<배틀필드 2142>의 엔진을 썼다지만 그래픽은 <배틀필드2>와 거의 다르지 않다. 아니, 냉정하게 말하자면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인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그렇지만 <배필온>이 무작정 <배틀필드2>랑 똑같다는 것은 아니다. 똑같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의 이야기이고, 실제 게임의 내용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면 상당한 부분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UI부터 시작해서 조작키, 맵의 밸런스, 각 무기들의 밸런스 등등….
무엇보다도 큰 차이점은 매우 사실적인 물리효과(일명 탄도학)가 굉장히 완화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원작의 경우, 장거리에서의 저격이 중력이나 바람의 영향을 받을 정도로 물리효과가 굉장히 사실적이고 예민했다. 따라서 유저들은 총을 한 번 쏘는 데도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거리를 계산하고 조준해야 했다.
하지만 <배필온>은 이런 물리효과가 많이 완화됐다.(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의 국산 FPS 게임과 비슷한 감각으로 총을 쏴도 목표물을 맞추는 데 지장이 없다.
여기에 총기류의 반동은 적어졌고, 탄착군 역시 원작에 비해 좁게 형성 된다. 따라서 유저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자신이 원하는 목표물을 조준해 맞출 수 있다.
이밖에도 많은 부분이 다르다. UI의 경우 원작에 비하면 매우 알록달록(?)한 디자인으로 수정됐다.
심지어 상대방을 총으로 쏘면 HP가 얼마나 남았는지 표시된다. 물론 원작엔 없다.
즉, <배필온>은 원작 <배틀필드2>의 기본 틀은 유지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서든어택> 및 <스페셜포스> 등에 익숙한 국내 유저들을 위해 튜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많은 논란을 부추긴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도 <배틀필드2> 및 <배틀필드 2142>의 멀티 플레이를 즐기고 있는 골수 마니아들 입장에서는 ‘원작 훼손’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이기 때문.
하지만 이는 국내 온라인 게임 유저의 특성에 맞춘, ‘게임의 대중화’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여진다. 실제로 이러한 변화 덕분에 적어도 이번 1차 CBT에서의 <배필온>은 ‘총쏘기 힘들다!’ 라는 불만 만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온라인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수정됐다곤 하지만, 적어도 원작 고유의 기본틀까지는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원작을 즐긴 마니아도, 총을 쏘는 부분 및 몇 가지 부분에서 이질감만 느낄 뿐. 조금만 게임을 하다 보면 “아, 그래도 이 게임이 <배틀필드>가 맞긴 맞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배필온>이 원작 보다 확실히 나은 점은, 유저들 전원이 한국인이라는 것이다(-_-). 접속 속도 괜찮은 게임방 찾는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꼬여버린 밸런스
‘대중으로의 확대’를 꿈꾼 <배필온>이 게임 콘텐츠가 수정될 것이라는 부분은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1차 CBT에서 선보인 <배필온>은 ‘엄한 것’까지 건드렸다. 따라서 게임의 밸런스가 이상하게 어긋나 버렸다는 유저들의 불만이 많다. 이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캐릭터 및 차량의 체력이 대폭 증가했다. (원작과 비교하면 체감상 거의 2배) 특히, 차량 체력의 증가는 놀라울 정도다. 덕분에 탱크나 APC 같은 차량들이 왠만한 공격에도 끄덕없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편 차량의 체력이 높아져서인지, 차량을 수리하는 것이 주목적인 공병의 경우, 렌치를 몽땅 다 소비해도 차량을 완전히 수리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 캐주얼 FPS의 유입을 위해 물리효과의 완화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유저들이 특정 맵에서 특정 병과를 선호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런 사태로 게임 밸런스의 붕괴까지 우려한 유저들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예로 차량의 비중이 낮은 카칸드 같은 맵에서의 저격수 강세를 꼽을 수 있다.
<배틀필드> 시리즈는 ‘건물 안’ 같은 좁은 공간이 아닌, 탁 트인 거대한 맵에서의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격 성공확률이 높아졌으니, 결과적으로 차량이 적은 맵에서 저격수가 타 병과에 비해 유독 강하게 된 것이다.
한편 대공포는 파워가 약해졌다. 이에 따라 속도가 빠른 전투기들은 아주 편안하게 마음껏 비행할 수 있게 됐다. 비행기를 타는 고수 유저는 한번에 10Kill 달성하는 밥값 이상의 큰 공고를 거두고 있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카칸드 같은 맵에서 죽으면, 10번 중 7번 이상이 저격수에게 맞은 것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빠른 속도전을 위해 맵의 밸런스를 수정한 것은 좋았지만 이게 결과적으로는 맵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까지 망가뜨렸다. 대표적으로 개발자의 말을 빌리자면 ‘배필의 진리’라고 손꼽히는 ‘카칸드’ 맵을 들 수 있다.
본래 원작의 카칸드는 중동이 도시의 모든 거점을 차지한 상태에서, 미국이 이를 공략하는 ‘공격 Vs 수비’의 구도가 명확했던 맵이었다. 하지만 <배필온>의 카칸드는 미군과 러시아군이 처음 시작부터 동일한 숫자의 거점을 갖고 전투를 벌인다. 애당초 동등한 조건의 ‘대칭 구조’가 아닌 맵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바꿔버린 것이다.
덕분에 특정 진영이 유리해졌다는 식의 문제가 발생한 것은 당연하고, 최대한 빠르게 적의 거점을 점령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던 미국의 전략도, 어떻게든 미군의 전진을 막아서 최대한 유리한 입장에서 싸우기 위해 발버둥 쳤던 중동(러시아)의 전략과 재미도 무용지물이 됐다. 남은 것은 단순한 시가전뿐이다.
본래 카칸드는 양 진영의 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맵이었다. 하지만 <배필온>에서는 그저 단순한 시가전 맵일 뿐이다.
<배필온>에서는 유저가 죽으면 무조건 상대진영과 가까운 곳으로 부활지점이 자동적으로 선택된다. 유저가 다른 리스폰 지점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리스폰 시간이 굉장히 짧고 일일히 맵을 호출하지 않으면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원하는 지점을 여유롭게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부활 시스템은 반 강제적으로 전방에 부활하기 때문에 유저들이 맵을 넓게 쓰지 못하도록 막는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전방에 집중 되기 때문에 <배틀필드> 특유의 전략성이 살지 못하고 ‘막싸움’ 이 전개 된다.
게다가 리스폰 시간이 빠르다는 것은, 깃발을 점령하러 온 상대에게 죽어도 바로 해당 지점에서 부활해 뒤통수를 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배틀필드> 특유의 빈집털이 전략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배틀필드>는 맵이 굉장히 넓기 때문에 리스폰 지점의 선택에서도 전략을 짜야만 하는 게임이다. 하지만 <배필온>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전장은 있었다. 하지만 ‘전쟁’은 없었다
<배필온>을 개발한 네오위즈게임즈 측은 본격적인 테스트에 나서기 전, 이번 1차 CBT의 목적이 “처음 즐기는 유저들이 원작과 비교해서 얼마나 밀도 있는 플레이를 즐기는지 테스트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위에서 지적한 문제점 중 유저들의 전방 몰림 현상이나, 맵의 밸런스 문제 등은 사실 개발자의 ‘의도’ 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이번 1차 CBT에서 선보인 <배필온>은 갈 길이 멀다.
특히 다른 무엇보다도 <배틀필드2>라는 이미 ‘완성된’ 원작 게임을 뛰어넘는 특별한 무언가, 내지는 차별화 되는 재미를 이번 테스트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다는 점이 너무나도 아쉽다.
결국 <배필온>이 뛰어넘어야 할 가장 큰 벽은 <배틀필드2>가 아닐까 싶다.
원작에서의 재미를 온라인에서 그대로 멋지게 재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원작과 차별화 되는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차라리 국내 유저들 취향에 맞춰 바꿀 것이라면, 아예 확실하게 모든 것을 바꾸던가 하지, 어중간하게 밸런스를 조정하다 보니 벌써부터 게임 곳곳에 불협화음을 내는 곳이 많이 보인다.
이렇다 보니 마니아들은 “배틀필드를 흉내낸 게임” 이라고 욕하고, 그렇지 않은 유저들은 “색다른 것은 좋은데 너무 어렵다” 라고 불만을 제기한다.
원작을 해본 유저들과, 그렇지 않은 유저들의 실력차이도 극명하게 갈린다. 이 부분도 차후의 테스트에서는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배필온>의 이번 1차 CBT는 지극히 ‘1차 CBT’스러운 문제점들도 다수 노출했다.
유저들의 수가 부족할 때 이를 메워주는 ‘BOT’의 인공지능이 오락가락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스템에 따라 클라이언트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점. 그래픽 옵션 세부 사항을 조절할 수 없었던 점. 가끔씩 발생하는 이유 없는 서버다운 및 렉 문제 등등….
물론 이런 점들은 향후의 테스트에서 반드시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배틀필드2> 보다 그래픽이 나쁜 것은, 세부 옵션을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리하자면 이번에 첫 테스트를 진행한 <배필온>은 원작의 ‘최대 64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전장’을 온라인에서 멋지게 구현하고, <배틀필드>를 경험하지 못한 유저들에게 굉장히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거대한 전장은 있었을지 몰라도 그 안에 원작 특유의 치열한 ‘전쟁’은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이번 테스트가 오직 '테스트'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번 1차 CBT에서 선보인 <배필온>만 보자면 분명 너무나도 아쉬움이 많다.
부디 다음 테스트에서는 원작 <배틀필드>에 버금가는 전쟁의 재미. 혹은 <배필온>만의 차별화 되는 재미를 확실하게 선사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