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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주관이 뚜렷한 RPG, 아이엘: 소울브링거

‘아이엘(iL): 소울브링거’ 1.5차 테스트 체험기

현남일(깨쓰통) 2009-04-27 22:20:03

포스트 모던 RPG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아이엘(iL): 소울브링거>(이하 아이엘)의 시작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지난 327 첫 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시작했지만, 엄청난 랙과 서버다운으로 사흘의 CBT 기간 중에서 이틀 동안 정상적으로 게임을 할 수 없었습니다. 탄식과 아쉬움이 쏟아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죠.

 

결국 엔플레버는 지난 4 24일부터 26일까지 <아이엘>1.5 CBT를 진행했습니다. 컨텐츠는 1차 CBT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서버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쾌적환 환경에서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테스트였습니다. 과연 1.5 CBT에서 드러난 <아이엘>의 실체는 어땠을까요?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결코 캐주얼하지 않은 RPG
 

<아이엘>을 설치하고 약시간 정도 플레이하던 필자의 머리 속을 맴돌던 단어는 다름 아닌 당혹이라는 두 글자였습니다.

 

이 게임은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전형적인 캐주얼 RPG 같습니다. 전체적인 그래픽은 밝은 파스텔톤의 3D이고, 캐릭터의 디자인은 섬나라 애니메이션에서 튀어 나온 듯한 미소년/미소녀들입니다.

 

등장하는 몬스터들도 귀엽고 깜찍하기 이를 데 없으며, 마을의 분위기는 어디 숲 속의 스머프 마을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락 없는 단순한 조작에 간편한 시스템에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캐주얼 MMORPG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필드로 나가서 조금만 몬스터를 잡다 보면 그런 생각은 저글링이 캐리어에 휩쓸리듯 사라집니다. <아이엘>은 무작정 단순하고 쉽기만 한 RPG가 아닙니다.

 

그래픽만 보면 This is Casual RPG!”

 

<아이엘>은 모든 필드가 존(Zone) 방식입니다. 게다가 파티 단위로 들어갈 수 있는 인스턴스 존이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MMO가 아닌 MORPG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겠네요.

 

MO 방식이다 보니 당장 전투만 해도 논타겟팅 방식입니다. 공격할 때는 항상 몬스터의 움직임을 보고, 정확하게 방향을 맞춰야 하며, 타이밍에 맞춰서 공격 키를 눌러야만 합니다. 적이 바로 눈 앞에 있다고 해도 높낮이가 맞지 않으면 공격이 허공을 가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MMORPG근처 몬스터 타겟팅1번 키로 공격 패턴을 생각하고 사냥에 임한다면, 제대로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캐릭터가 서 있는 언덕 경사로 인해 이 상황에서 원거리 마법이나 화살을 쏘면 몬스터 머리 위를 지나쳐 날아갑니다.

 

게임의 전체맵. 하나의 존을 클리어 하면 다음 존으로 넘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실상 스테이지 방식의 MO 게임이라고 봐도 됩니다.

 

액션부터 기존의 캐주얼 RPG와 느낌이 확 다른데요, <아이엘>의 시스템들 역시 기존의 게임들과 많이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캐릭터의 직업(클래스)과 육성 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아이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원칙적으로 직업이 없습니다. 대신 캐릭터가 장착하는 일종의 펫인 피오에 따라서 캐릭터의 특성이 결정되죠. 가령 활에 특화된 피오를 오른손에 장착하면 캐릭터가 활에 특화되고, 나무갑옷에 특화된 피오를 몸에 장착하면 나무갑옷에 특화되는 식입니다. 만약 활에 특화된 피오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양손검을 든다면, 캐릭터가 가진 능력을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육성은 단순하게 캐릭터만 레벨업한다고 끝나지 않습니다. 유저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스킬은 캐릭터가 아닌, 피오가 배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은 캐릭터와 함께 피오의 균형 잡힌 레벨업과 육성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캐릭터의 레벨이 아무리 높아도 피오들을 계획적으로 키우지 않았다면 향후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캐릭터의 뒤에 둥둥 떠다니는 게 바로 피오. 특정 레벨이 지나면 자유롭게 피오를 교체해서 캐릭터의 특성을 바꿀 수 있습니다.

 

 

초보자를 강하게(?) 키우는 시스템

 

이 밖에도 <아이엘>은 에테르 시스템부터 게이트 시스템, 크리처 부화 시스템 등등 독특한 시스템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개성 넘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적어도 기존의 RPG와 차별화만큼은 확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스템에 대한 정보나 안내를 게임 속에서 찾아볼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있는 것은 조작키에 대한 도움말 뿐, 심지어 홈페이지에서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사전정보 없이 처음 접속한 유저들은 일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도움말은 조작키에 대한 정보만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도움말 부족에 그치지 않고, <아이엘>은 전반적으로 초보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필드와 레벨 디자인에서부터 기본 퀘스트 시스템, 조작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유저들에게 강하게 커라”라고 말하며 압박을 가하는 느낌이라면 적절한 비유일까요.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일단 4시간을 쉬지 않고 해도 레벨 6을 넘기기 힘들 정도로 레벨업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은, 그냥 게임의 특성이라고 이해를 하겠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필드에서부터 선제공격 몬스터들이 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인간적으로 조금 심했다는 느낌입니다. (그나마도 어떤 몬스터가 선공인지 정확하게 구별하기 힘듭니다.)

 

조작을 보면 근처의 적을 타겟팅 내지는 가장 가까운 적이 있는 곳으로 방향 회전 같이 전투를 도와주는 키가 전혀 없습니다. 이 때문에 TAB’ 키에 익숙한 초보자들은 당황하기 쉽습니다.

 

설사 조작방식에 익숙해져도 몬스터를 공격하려면 마우스를 움직여 일일이 시점 전환&왼쪽 클릭으로 타겟 선택과 공격을 반복해야 합니다. 힘든 것은 둘째 치고 손목이 아픕니다.

 

공격을 하려면 몬스터를 찾아 클릭하고 한동안 누른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몬스터는 그렇게 큰 편이 아니고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꽤 힘듭니다.

 

퀘스트를 보아도 완료를 위한 필드 정보나 다음 NPC 정보 등을 알려 주지 않습니다.

 

1.5차 CBT에 만난 <아이엘>의 전체적인 컨텐츠는 ‘초반에는 아무 생각 말고 무조건 사냥, 다소 복잡한 시스템은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른 다음에 맛보자는 식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피오 부화 및 교체 시스템은 레벨 12 이후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복잡한 시스템이나 컨텐츠를 한꺼번에 경험한다면 초보자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초반 플레이가 너무나 단조롭게 흘러간다는 사실입니다. 일정 레벨이 될 때까지 유저들이 <아이엘>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란단순 사냥과 퀘스트 플레이의 반복이 전부입니다.

 

개발진이 의도한 불친절함과 플레이 흐름이라면 무엇인가 목적이 있을 테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1.5차 CBT에선 겉모습과 달리 게임을 하드코어하게 만들어 놓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처음 하는 유저를 기준으로 레벨 6까지 키우는 데 최소 3~4시간은 걸립니다.

 

 

서버는 확실히 안정화. 하지만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엘>의 1.5차 CBT는 랙과 서버다운으로 정상적인 플레이를 즐길 수 없었던 1 CBT의 보상 성격이 강합니다. 그 덕분인지 이번 1.5차에선 3일 동안 서버다운이 거의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테스트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냥터와 필드에서 간헐적으로 랙이 발생하는 부분은 여전히 아쉬웠습니다. <아이엘>의 전투는 논타겟팅 방식이기 때문에 랙이 생기면 공격이 빗나가거나 적의 공격을 피하지 못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죠. 앞으로 보다 매끄럽게 최적화되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종종 발생하는 랙 때문에 조작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개발사에서 그 어떠한 종류의 홈페이지 게시판도 운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즉 유저들의 소통을 막아 버렸고, 유저와 개발사 간의 소통까지 막아 버렸습니다. 덤으로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는 채널조차 봉쇄했고, 게임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 일까지 원천적으로 막았습니다.

 

개발사는 대신 운영자(GM)와 테스터를 MSN/네이트온/버디버디 등의 메신저로 연결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유저들이 만족할 리 만무합니다.

 

당장 게임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겨도 채팅을 빼고는 이에 대해 문의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게시판이 없기 때문에 다른 유저들이 써 놓은 가이드나 팁을 볼 수도 없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쉽게 찾지도 못 했습니다.

 

공식 카페가 있긴 하지만 가입하기 귀찮아 하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많고 많습니다. 앞에서 <아이엘>이 초보자에게 어렵다고 말했는데, 만약 홈페이지에 게시판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훨씬 쉬웠을지도 모릅니다.

 

의도적으로 게시판을 만들지 않고, 새로운 소통의 시도를 한 점은 높게 살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새로운 시도가 요즘 온라인게임에서 서비스’로 인식되는 실행문제 해결이나 플레이 가이드를 적절히 제시하지 못 했다는 점입니다. 불편한 것은 불편한 겁니다.

 

홈페이지 그 어디를 보더라도 게시판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홈페이지에 게임 정보가 풍부했냐 하면 아닙니다.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길 바란, 의도된 불편함이라면 상당히 낯선 시도일 것입니다.

 

 

주관이 뚜렷한 포스트 모던 RPG

 

아직 CBT 단계이기 때문에 단점도 보이지만, <아이엘>은 기존의 게임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신작입니다.

 

개성 넘치는 시스템들과 논타겟팅 방식의 전투는 기존에 느끼기 힘들었던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피오의 교체를 통해 나만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도 훌륭하고, 콘솔 게임을 보는 것 같은 스테이지 구성도 괜찮습니다.

 

단계 별로 거대한 보스 몬스터도 등장합니다. 보스는 패턴이 각자 다양하기 때문에 파티원들끼리 공략법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숨겨진 던전 탐험과 같은, MO스러운 컨텐츠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낯설고 파격적인 시도가 많아서 <아이엘>에 눈길이 가는 건 사실입니다. 개발진의 주관도 뚜렷하게 반영된 티가 팍팍 나고, 서비스와 유저와의 소통 방식도 쇼킹(?)할 정도로 파격적이죠. 아직은 생소하고 불편한 시도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흥미롭게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