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픽셀소프트에서 개발하고 CJ인터넷이 서비스하는 <심선 온라인>(이하 심선)이 지난 7일, 나흘간의 첫 번째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마쳤다. ‘기상천외한 중국 판타지’를 표방하는 <심선>은 개성이 강한 게임 분위기로 주목을 끌었고, 실제 CBT에도 제법 많은 유저들이 참여했다. 그렇다면 어떤 점에서 같고, 또 다른지 지금부터 <심선>을 살펴 보자. /디스이즈게임 에젤라인
개성 있고 독특한 캐릭터 콘셉트
<심선>의 그래픽과 캐릭터 디자인은 냉정하게 말해 화려하거나 웅장한 맛은 없다. 대신 아기자기하고 친근하며, 다채롭다는 느낌을 준다.
필드만 봐도 유저들은 단 몇 시간의 플레이로 평범한 숲에서부터 매화나무로 가득한 돌산, 거대한 성, 바닷가, 수중 세계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콘셉의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필드는 전체적으로 파스텔톤의 화사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경치를 보는 맛도 쏠쏠한 편이다.
정들었던 소상촌을 떠나며~
<심선>에서 처음으로 겪을 수 있는 던전, ‘영해해저’의 모습.
<심선>은 특별하거나 세밀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도중 캐릭터들의 개성이 없다는 느낌은 받기가 힘들다. 10종의 캐릭터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고, 외모 선택의 자유도가 높기 때문이다.
직업에 따라서도 외모도 변한다. 가령 ‘어검 협객’은 등에 푸르게 빛나는 검 세 자루가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으며, ‘공화 마법사’는 커다란 붉은 색 호리병을 들고 있는 식이다. 덕분에 캐릭터의 구별이 쉽고 애써 툴 팁 등의 정보를 살피지 않아도 외모만으로 상대의 직업이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다양한 감정표현 또한 <심선>에서 제공하는 볼거리 중의 하나.
다만 장비 변화에 따른 캐릭터 외형 변경이 인색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1차 CBT에서 선보인 <심선>은 거의 비슷한 느낌의 외형을 가진 장비들이 대부분이라 저레벨이나 고레벨이나 장비만 보면 그다지 외형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장비에 따라 외형도 눈에 띄게 바뀌어야 유저가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인식할 수 있으며, 나아가 강화하고 싶은 의욕도 생기는 법. 앞으로 보완되기를 바란다.
특수 코스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희귀하다.
과도한 친절함, 좋지만 양날의 검일 수도
<심선>을 하는 유저들이 가장 처음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필자의 경우는 친절함이 가장 먼저 와 닿았다.
<심선>은 유저 편의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퀘스트가 주요 컨텐츠로 제공되지만, 정말 편리한 ‘퀘스트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다.
그야말로 완벽한 수준의 퀘스트 네비게이터.
퀘스트 공략을 위해 잡아야 하는 몬스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퀘스트창에서 몬스터의 이름을 더블 클릭하면 맵 위로 해당 몬스터에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이 표시된다. 몬스터 뿐만 아니라 퀘스트와 관련된 NPC가 있는 위치도 같은 방식으로 알아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저의 애완동물은 이 퀘스트 네비게이션 기능과 연동되어 유저를 자동으로 퀘스트 지역까지 인도해 준다. 유저가 할 일은 그저 해당 지역까지 애완동물을 따라가 퀘스트를 완수하는 것 뿐.
애완동물을 이용한 자동달리기도 가능!
너무나도 친절한 퀘스트 네비게이션의 존재는 퀘스트 수행이 너무나도 단순해진다는 점에서 역효과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심선>에서 퀘스트의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저 퀘스트 창의 푸른 색 이름을 더블 클릭해 해당 장소로 자동이동한 뒤, 몬스터를 잡거나 NPC와 대화를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이 지속되면 유저들이 스토리에 감정을 이입하거나 흥미를 느끼기 힘들어지고,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너무 편의성에만 길들여진 유저들이 자칫 퀘스트를 통한 재미를 놓치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수많은 컨텐츠를 집대성하다
<심선>은 CBT 게임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상용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 굉장히 많은 시스템을 제공한다. 게다가 이들은 잘 보면 국산 MMORPG에서는 보기 힘든 나름대로 개성적인 시스템들이 많다.
흉악한 몬스터를 길들여 펫으로 만들 수 있다.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시스템을 꼽자면 몬스터를 사로잡아 애완동물, 또는 탈 것으로 부릴 수 있는 요괴 포획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요괴 포획 시스템 덕분에 필드의 적들은 단순히 죽여야 할 몬스터가 아닌, 유저와 상호작용하는 대상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나아가 특정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희귀한 몬스터가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경쟁하게 된다.
미니게임 중 하나인 낚시(위)와 틀린그림 찾기(아래).
그 외에도 플레이어와 함께 점점 성장해 나가는 특수 장비 아이템인 ‘법보’의 개념이나, 낚시와 틀린 그림찾기 같은 다양한 미니게임도 눈여겨볼만하다. 플레이 도중 갑작스럽게 나타나 플레이어의 사냥을 돕거나 특수한 능력치를 업그레이드해 주는 ‘기연 NPC’와 MMORPG에서 보기 힘든 ‘퀴즈 컨텐츠’ 역시 흥미를 끈다.
다크호스인 퀴즈 컨텐츠. <심선>과 관련이 있는 퀴즈도 존재한다.
핵심 컨텐츠가 없는 것은 아쉬워
이렇듯 다양한 시스템과 컨텐츠를 제공하는 <심선>. 하지만 이번 CBT에서는 한 가지 의문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바로 “이 게임의 핵심 컨텐츠가 무엇이냐?”라고 하면 대답을 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이유가 되는 가장 큰 즐길거리, 우리는 이것을 일반적으로 ‘핵심 컨텐츠’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게임은 한두 가지 정도의 핵심 컨텐츠를 마련해 놓은 다음 여흥으로 삼을 수 있는 보조 컨텐츠를 추가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심지어 핵심 컨텐츠를 살리기 위해 보조 컨텐츠를 완전히 배제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심선>에서는 ‘핵심 컨텐츠’라고 부를 수 있는, 비중 있는 컨텐츠를 찾기 힘들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푸짐하게 반찬을 차렸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밥’이 없었다고 하면 비유가 적절할까.
고레벨 탈 것을 타고 나온 운영자들, 이것이 핵심 컨텐츠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커뮤니티’의 묘미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들이 현재로서는 많이 부족했다는 점 역시 아쉬웠다. 물론 이 부분은 게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CBT 일정이 워낙 촉박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문파 시스템’과 ‘범죄 시스템’ 등 <심선> 커뮤니티 시스템의 핵심으로 알려진 다양한 컨텐츠가 공개되지 않은 탓도 컸다.
<심선>이 쉬운 MMORPG를 표방하지만 유저 편의 시스템이 오직 ‘필드’에만 적용된 것 역시 아쉬움으로 남았다.
길드 결성은 영해현부터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심선>은 중국 게임이라는 편견만 버리면 굉장히 독특한 비주얼과 개성, 그리고 다양한 컨텐츠를 갖춘 ‘쉬운’ MMORPG 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첫 CBT였던 탓에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 겨우 ‘1차’ CBT 였던 만큼 향후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