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유저가 모여 각자의 악기로 하나의 음악을 연주한다. 각각의 연주가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고 주위의 유저들은 발길을 멈춘 채 이들의 연주를 감상한다. 연주가 끝난 뒤 울려 퍼지는 환호성 속에 유저들은 게임 머니와 경험치 이외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리듬게임의 ‘종착지’이라고도 불리는 합주시스템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락밴드>와 <대합주 브라더스> 등이 내세웠던 이 ‘합주시스템’에 <밴드마스터>가 도전했다. 온라인이라는 장점을 살려 합주 파티를 쉽고 빠르게 찾고, 커뮤니티 광장을 통해 다른 유저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공연도 펼치도록 유도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하지만 ‘합주’라는 틀에만 지나치게 얽매인 탓일까? 시스템은 만족스러웠지만 정작 <밴드마스터>의 합주에서는 리듬액션게임의 핵심인 ‘연주하는 손맛’을 느끼기 어려웠다. 셔터모드나, 스코어배틀 등의 추가 컨텐츠도 게임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했다. 다양한 시도는 좋았지만 내용이 아쉬웠던 <밴드마스터>의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살펴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여럿이 모여서 즐기는 합주와 라이브 공연
<밴드마스터>가 내세우는 특징은 ‘합주’다.
<밴드마스터>의 연주자는 한 곡에 하나의 악기만 연주할 수 있다. 때문에 하나의 완성된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다른 유저와 힘을 합쳐야 한다. 이것이 <밴드마스터>가 내세우는 ‘합주모드’다.
합주모드에서는 곡마다 3~6개의 악기가 표시된다. 모든 유저가 악기를 고르면 합주가 시작된다. 두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같은 악기를 선택할 수 없고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악기는 스미스 요원을 닮은(…) NPC가 자동 연주한다.
콘서트 장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단순히 악기만 고르는 것이 아니다. 악기에 따라 음색과 노트가 달라진다. 드럼에서는 짧은 노트를 연타하는 구간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비해 신디사이저나 피아노는 버튼을 누르고 있는 롱노트가 나오는 식이다. 버튼을 눌렀을 때의 효과음도 악기에 따라 다르다.
게다가 합주하는 플레이어의 연주가 그대로 들려오므로 실제로 해당악기를 연주하는 느낌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다.
음악도 일반적인 가요부터 팝송, 락, 동요,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비됐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국내 리듬액션게임에서 'Quiet Riot'의 'Cum on Feel The Noiz'나 'L'Arc~en~Ciel' 의 'Driver's High' 등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상용음악을 사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장르만큼은 정말 다양하다.
■ 합주가 갖는 한계
합주가 갖는 한계점이 명확하게 다가온다. 앞서 말했듯이 <밴드마스터>에서는 유저가 하나의 악기만을 맡아 연주한다. 음악 전체를 연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없고, 자신이 맡는 악기가 노래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유저가 느끼는 즐거움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터키행진곡의 예를 들어보자. <밴드마스터>의 ‘터키행진곡 2009’는 피아노와 관악기, 그리고 베이스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정작 ‘터키행진곡’에서 베이스가 맡는 역할은 미미하다. 기껏해야 ‘부-부-‘ 소리를 내며 배경음을 넣어주는 정도다. 그나마 관악기와 피아노의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도 않고, 노트도 터키행진곡 특유의 리듬과는 맞지 않는 롱노트들이 나온다. 베이스를 맡은 유저의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베이스가 특히 심하다. 연주와 완전히 별개의 노트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
다른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루돌프 사슴코’의 드럼이나 베이스, 혹은 ‘학교 가는 길’의 두 번째 피아노 같은 경우는 사실 음악과 무관할 수준의 연주를 하게 된다. 노래의 메인 되는 한, 두 악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특정 악기의 솔로파트에서는 아예 다른 악기가 연주를 멈출 때도 있다.
물론 <밴드마스터>에서는 자신의 연주가 묻히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유저의 연주소리를 일일이 조절할 수 있도록 음량조절을 세분화했다. 원한다면 자신의 연주소리를 키우고 다른 유저의 연주소리를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반대로 원곡 자체의 느낌이 사라진다.
결국 노래마다 메인이 되는 악기로 유저들이 몰리고, 다른 악기를 고른 유저는 들러리에 가까운 연주를 즐길 수밖에 없다.
남은 것은 메인 악기를 빠르게 고르기 위한 처절한 마우스 클릭뿐이다.
게다가 아무도 연주를 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배경음’이 나오는 탓에 정작 유저들이 힘을 합쳐 연주를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어렵다. 청력이 좋거나 노트의 절반도 맞추지 못하는 유저가 포함된 상황이 아니라면 다른 유저가 얼마나 연주를 잘 하는 지 알아채기도 어렵다.
언제나 악기를 교체할 수 있고 악기와 상관없이 무조건 6버튼만을 고집하는 것도 단점이다. 악기가 전혀 특화가 돼있지 않다.
차라리 노래 전체를 유저들이 나눠서 연주하는 – 달리 말해 유저가 연주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는 방식이라면 메인 이외의 악기를 맡은 유저들도 조금은 ‘연주에 동참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혹은 캐릭터 생성과 동시에 자신의 주악기와 보조악기를 고르게 한다면 베이스 등의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유저가 ‘희귀하기 때문’에 연주를 위해서 곳곳에서 모셔가고 유저는 유저대로 자신의 악기에 애착을 갖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누구나 모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악기의 희소성도 떨어진다는 뜻.
■ 다양하지만 약간씩 아쉬운 컨텐츠
합주 이외의 컨텐츠도 다양하다. 하지만 광장을 제외한 모든 컨텐츠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우선은 배틀모드부터 살펴보자. 배틀모드는 점수를 겨루는 스코어배틀과 노트를 꾸준히 맞추면 쌓이는 공격포인트(?)로 상대의 노트바를 가려 상대를 ‘말려 죽이는’ 셔터배틀로 나뉜다. 단 악기에 따른 난이도나 점수 차이를 없애기 위해 배틀모드에서는 방장이 선택한 악기로만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어차피 연주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모드가 아니니 큰 상관이 없다는 유저도 있겠지만 솔로가 아닌 팀배틀에서도 굳이 6명이 전부 같은 악기를 연주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아쉽다. <밴드마스터>의 특징이 합주라면 배틀에서도 합주를 강조하는 게 더 재미있고 독특한 즐거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래서는 오히려 다른 리듬액션게임보다 못하다.
다양한 악기와 캐릭터 복장을 오직 ‘외관용’으로만 만든 점도 아쉽다. <밴드마스터>는 클로즈 베타테스트게임답지 않게 캐릭터의 꾸미기를 매우 충실하게 제공한다. 상, 하의와 액세서리는 물론 악기만해도 약 600여종이 준비돼있다.
그러나 정작 아이템 중 게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노트 하나뿐이다. 이왕 다양한 악기를 추가했다면 악기에 따라 조금씩 음색이 달라진다거나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도 좋았을 것이다. 단점이라기 보다는 말 그대로 ‘아쉬운 부분’이다.
악기에 따른 효과음만 구분해도 악기 수집에 목을 매는 사람이 넘쳐났을 것이다.
반면 커뮤니티광장은 매우 신선했다. <밴드마스터>의 광장에서는 직접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합주를 즐길 수 있다. 합주를 시작한 장소에서 곧바로 무대를 펼치고 음악을 연주하기 때문에 원하는 유저는 누구나 다른 유저의 합주를 듣거나 감상할 수 있다.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범위도 제한돼있기 때문에 클로즈 베타테스트에서도 실력이 좋은 유저들이 연주를 시작하면 다른 유저들이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는 광경을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일종의 ‘라이브 공연’을 구현한 셈이다.
■ 발 빠른 업데이트에 대한 기대
단점만을 지나치게 나열한듯 싶지만 <밴드마스터> 자체는 매우 신선한 게임이다. 온라인상에서 합주를 즐긴다는 것은 물론 상대의 화면을 가리는 셔터배틀 방식과 마을의 연주 등도 새로웠다. 아직까지는 비중이 작아 본문에는 다루지 않았지만 합주를 통해 특정 아이템을 얻어 NPC에게 도전하는 퀘스트배틀도 존재한다. 신선함과 새로움을 위한 개발진의 고민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NPC와 지정된 곡으로 대결을 벌인다. 이기면 아이템!
하지만 <밴드마스터>는 정작 리듬액션에서 가장 중요한 ‘연주하는 맛’을 소홀히 했다. 앞에서 말한 비주류 악기의 문제는 물론이고 성의 없어 보이는 반복노트가 나오는 구간도 많았다. 노트를 눌렀을 때의 연출은 싱거웠고 배경 애니메이션이 없어 매번 같은 동작으로 연주를 반복하는 캐릭터를 봐야 한다는 점도 아쉬웠다. 지나치게 새로움에만 몰두한 탓이다.
다만 하루가 멀다 하고 게임의 내용이 수정되는 발 빠른 업데이트는 <밴드마스터>의 다음 테스트를 기대하게 만든다. 실제로 게임 초반에 지적 받은 배속을 올릴 때마다 판정이 날카로워지는 문제나 0.5배속의 연타, 롱노트의 버그성 판정, 싱크가 맞지 않은 곡 등은 테스트 마지막 날 거의 모두 해결됐다. 단점의 수정이 원체 빠른 탓에 체험기도 마지막 날 다시 작성해야 했을 정도다.
수정 하나는 정말 빠르다. 피드백을 충실히 반영한다는 뜻.
<밴드마스터>는 첫 번째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합주’의 꿈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장점과 단점도 확실하게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제 두 번째 테스트에서는 그 꿈을 얼마나 완성도 있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줄 차례다. 발 빠른 업데이트만큼이나 완성도 있는 모습의 <밴드마스터>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