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말해 그래픽은 서울 종로구에 사는 ‘다음 월드컵까지 20대’인 소년이 즐기기에는 심각하게 유치합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난 포털 사이트에 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양산형 캐주얼 게임이야 (*^^)” 라는 포스(Force)가 느껴집니다. “아, 이거 또 알맹이 없는 캐주얼 게임은 아닐까?” 선입견에 잔뜩 사로잡힌 채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졸리타이밍>을 즐겨 보니 정말 놀랍게도 선입견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어라? 이거 만만하게 볼 물건이 아닌데?” 오랜만에 뒤통수 제대로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졸리타이밍> 게임 소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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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버튼(▶)을 누르면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본격 격투+심리전 레이싱 게임 |
도리게임즈에서 만든 <졸리타이밍>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고전명작(?)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소재로 한 캐주얼 게임입니다. 발표 이후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가 이번에 퍼블리셔인 NHN ‘한게임’에서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했죠.
<졸리타이밍>은 기본적으로 술래가 있는 골인 지점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 사람이 승리합니다. 굳이 장르를 나눈다면 ‘레이싱(달리기)’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군요.
저 멀리 술래가 있는 골인 지점에 가장 먼저 도달하는 자가 이긴다.
<졸리타이밍>은 풀 3D 그래픽으로 독특한 시점을 사용한다.
물론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단순한 레이싱 게임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의 규칙 그대로, 유저들은 NPC 술래가 벽을 바라보고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10 글자를 외치는 동안에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외의 시간에 움직이면 출발선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단순하게 달리는 것 외에도 술래의 외침에 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게임은 원작(?)의 심리전을 멋지게 재현했습니다. 다시 말해 술래는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를 기계적으로 외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패턴을 갖고 유저들을 현혹합니다.
“무우~구웅~화아~꼬오오치이~(갑자기 엄청나게 빠르게) 피었습니다!”라고 외치는 것은 기본이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이이~~~~~~~~~~~~~~다” 내지는 “무궁화꽃이 (빠르게) 피~었~습~니~다 (갑자기 느리게)”라고 외치기도 합니다. 여기에 속아서 키를 잘못 누르면… 전문용어로 출발 지점으로 ‘뷁’(Back)하게 됩니다.
NPC 술래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외침 패턴은 굉장히 다양하다. 덕분에 원작(?)과 동일한 심리전이 펼쳐진다.
게다가 <졸리타이밍>에서 유저가 골인 지점까지 달리는 방식은 단순하게 ‘화살표 위’(↑)키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좌’(←), ‘우’(→) 키를 교차하면서 연타하는 방식입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기에도 나름 심오한 기획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연타의 절대 법칙 제 1번은? 바로 “한 번 연타 시작해서 가속도 붙으면 중간에 멈추기 힘들다”
이렇다 보니 술래의 외침 패턴을 조금이라도 오판하면, 신나게 키를 연타하다가 0.1초 차이로 키를 하나 더 누르는 바람에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물론 안전하게 술래가 “피었습” 쯤을 외쳤을 때 미리 손을 뗀다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일이야 없겠지만, 그렇게 하면 다른 유저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기 십상이죠.
골인 지점 바로 앞에서 0.1초 차이로 키 하나 더 누르는 바람에 처음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면…. (붉은색 원이 들켜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중)
또 하나 <졸리타이밍>에서 주목할 부분은 “아이템”과 “밀치기” 같은 견제 방법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캐주얼 레이싱 게임답게 열심히 달리다 보면 하늘(?)에서 각종 소모성 아이템들이 떨어집니다. 아이템은 대부분 다른 유저들을 견제하는 용도로 사용되죠.
주변에 있는 유저들을 몽땅 쓰러뜨리는 광역 공격마법(방귀)부터 시작해, 다른 유저의 뒤통수를 때려서 쓰러뜨리는 ‘칠판 지우개’, 술래를 강제로 돌아보게 만들어서 잘만 쓰면 자신을 제외한 다른 게이머 전원을 출발지점으로 귀향(?)시킬 수 있는 ‘확성기’까지, 사악한 아이템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밀치기”란 말 그대로 인접한 다른 상대방을 밀어서 넘어뜨려 잠시 조작불능 상태에 빠뜨리는 기술을 말합니다. 하지만 조작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상대방의 밀치기를 피하고 틈을 노려 반격까지 가할 수 있기 때문에 묘한 심리전이 펼쳐집니다.
아이템 설명. 오른쪽 아래의 확성기의 경우 “술래 바보”를 외쳐서 강제로 술래를 돌아 보게 만든다. 잘 쓰면 일타쌍피, 아니 원샷올킬을 노릴 수 있다.
이렇게 출발 지점에서 골인 지점까지 달리는 동안 신경 쓸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설상가상(?)으로 <졸리타이밍>은 한 판을 즐기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1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신나게 연타하랴, 술래 패턴 주의해서 들으랴, 아이템 쓰랴, 상대 견제하랴, 상대 견제 방어하랴…. 정말 무섭게 박진감 넘치는 게임 진행이 이뤄집니다. 덕분에 플레이 도중에는 다른 생각 안(못) 하고 정신 없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1등과 아무리 격차가 벌어진다고 해도, 상대방이 골인 지점에서 실수한다면 얼마든지 역전을 노릴 수 있다는 것도 초보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부분.
보통 다른 캐주얼 레이싱 게임에서 ‘맵’(MAP)은 난이도만 차이를 보이는 반면, <졸리타이밍>은 게임성 자체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가령 ‘레이싱’ 맵은 이동 속도를 높여 주는 ‘강장제’ 아이템이 무한 리필되기 때문에 다른 맵보다 훨씬 빠른 속도의 게임을 경험할 수 있다.
‘캐주얼 게임’의 한계를 넘어라! |
아무리 박진감 넘치고 재미요소가 풍부하다고 해도 캐주얼 게임은 유저가 장시간 몰입할 수 있는 ‘즐길거리’, 즉 캐릭터 육성이나 아이템 수집 같은 요소가 부실하면 오래 즐기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캐주얼 게임의 특성이자 한계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정말 아쉽게도 <졸리타이밍> 역시 1차 CBT에서 가볍게 잠깐 즐기는 게임 이상의 모습을 보여 주지는 못 했습니다.
물론 개발사에서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가령 특정 레벨이 되면 그 동안 즐길 수 없었던 새로운 게임 모드나 맵이 열린다거나, 일종의 장비 인챈트인 ‘구슬 시스템’을 선보이며 게임성을 확장하려고 했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레벨 15 이상이 되어 초보자 채널을 졸업하고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면 또 다른 전문용어로 “약발”이 떨어집니다.
초보자 채널을 졸업하면 “이제 난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더군요. 구슬 시스템도 장비 능력치에 따른 게임 속 변화가 그렇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몇 번 하다 보면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NPC 외에 유저 1명이 직접 술래가 되어서 즐길 수 있는 ‘술래모드’. 하지만 초보자 채널에서는 즐길 수 없고, 일정 레벨에 도달해 다음 채널로 넘어가거나 자유채널로 가야만 즐길 수 있다.
돈과 운이 있어야만 아이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구슬 시스템. 하지만 아이템의 능력치 변화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하다.
1차 CBT에서 <졸리타이밍>은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게 보였습니다.
특히 ‘밸런스’ 문제가 다소 심각하게 다가왔는데요, 예를 들어 NPC가 아닌 유저가 술래를 볼 수 있는 ‘술래 모드’의 경우, 술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어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술래가 90% 이상 이기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여기에 CBT 기준 최종 맵인 ‘교실’에 들어서면 기존 맵과 비교했을 때 거의 안드로메다 급으로 난이도가 높아집니다. 초기에 평균 1분 걸리던 플레이 타임은 갑자기 10분 이상으로 급증하는 황당한 상황이 나오더군요.
이게 대체 캐주얼 게임 조작인지, 어느 나라 하드코어 게임 조작인지….
‘왼쪽으로 이동’이라는 간단한 행위만 해도 ‘↑’,‘←’ 키를 연타해야 한다. 덕분에 장애물이 많은 ‘교실’ 맵 같은 곳에서는 장애물 피하랴, 상대 견제 피하랴… 정신 없다.
종합하면, <졸리타이밍>은 지금까지 국내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지 않은 독특한 소재와 굉장히 박진감 넘치는 게임성을 가진, 잘 나온 캐주얼 게임입니다.
아직 CBT 버전이기에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로 개발사의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생각보다 ‘가볍지 않은’ 게임성이 과연 어떤 유저층을 만들어 낼지도 변수가 될 것 같고요.
단순히 겉모습만 보고 “가벼운 양산형 캐주얼 게임”이라고 넘어가기엔 <졸리타이밍>은 가능성이 많이 보이는 게임입니다.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해 보겠습니다.